소설리스트

나혼자 올 마스터-55화 (56/178)

나 혼자 올 마스터 #55

“너도 벗어봐!”

“우리랑 같이 비벼보자!”

담벼락을 넘은 강혁의 눈에 보이는 것은 셀 수 없이 많은 헐벗은 남녀들이었다.

그리고 그들은 자신을 향해 덤벼드는 강혁의 모습에 헤롱헤롱한 얼굴로 성적인 발언을 던져댔다.

그런 그들의 모습을 바라보며 강혁은 인상을 찌푸렸다.

‘좀비와 비슷한 상태인 건가? 아니야, 그래도 본질 자체는 살아 있는 사람이다. 색욕에게 당해서 성욕에 잠식되어 앞뒤 분간을 못할 뿐. 저들은 모두 평범한 사람들이야.’

지금 미즈키 페이의 저택 앞에 모인 사람들은 전부 평범한 이들이다.

색욕의 마기가 스며들어서 일반 사람들보다는 강하겠지만 본래가 평범한 사람들인 만큼 연약하기 그지 없는 사람들이란 얘기.

그 사실에 강혁은 이를 빠득 갈았다.

‘분노, 원래 칠죄란 놈들은 다 이런 건가?’

-....그건 녀석이 이상한 것도 있지만 원래 그래. 네 말대로 나만 해도 네가 욕을 엄청나게 했으면서 벌써 까먹은 거냐?

‘....그건 그렇군.’

당장 분노만 하더라도 강혁과 처음 만날 당시에 많은 일반인들을 끌어들인 전과가 있다.

그런 마당에 다른 칠죄들 또한 분노와는 다르리라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인 것.

결국 한숨과 함께 강혁은 색욕에게 당한 일반인들에게 달려든느 자신의 동료들을 향해 소리쳤다.

“전부 평범한 사람들이니까 절대 죽이진 마라! 다칠 수는 있어도, 죽이는 건 안 돼!”

“....쳇, 알겠어!”

“이미 그럴 생각이었어요.”

“....네, 그럴게요.”

“명을 받듭니다.”

강혁의 외침에 니아 아리엘은 주먹을 쥔 손을 펴고, 손날로 사람들의 목 부근을 후려쳤다.

적당한 힘이 담긴 손날치기에 경추 부근을 가격 당한 사람들이 하나둘 쓰러지고.

수연이 휘두른 검등에 맞은 사람들 또한 니아 아리엘에게 당한 사람들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갑작스런 충격에 뇌에 혼란이 오고, 툭툭 쓰러지는 사람들의 옷을 여며주며 한 곳에 차곡차곡 쌓아두는 수연의 모습과.

강철 건틀렛으로 사람들의 안면을 가격하여 기절시킨 뒤, 신성력으로 치료하며 죄송하다고 사과를 하는 엘리자베스.

마지막으로 언데드들을 일으켜 색욕에 빠진 사람들에게 두려움을 감정을 심어주는 알마드까지.

자신의 동료들이 각자의 방법으로 색욕에 빠진 사람들을 제압해나가는 모습을 바라보며 강혁은 마지막 한 사람에게도 말을 건넸다.

“미즈키 씨는 알아서 하시겠죠? 자신의 나라의 국민들이니까.”

“....두말하면 잔소리지. 너나 잘해. 난 내가 알아서 하니까.”

-크롸라라라라!

-크헝헝헝!

그 말과 동시에 강혁과의 대련에서 사용되었던 두 식신.

용과 호랑이의 식신이 색욕에 빠진 사람들을 향해 달려들었다.

그리곤 유연한 몸놀림으로 사람들의 몸을 휘감아 저택 내부로 휙휙 던지는 모습을 바라보며 강혁 또한 검을 집어 넣고, 주먹을 휘두르기 시작했다.

살생보다는 제압에 중점을 두기 위해선 아무래도 검보단 주먹이 더 나았기 때문이다.

“....색욕, 넌 죽었어.”

-....살살해라.

전과가 있는 분노의 두려움 섞인 말에 강혁은 속으로 엿을 날려주며 자신의 옷을 벗기려 드는 일반인을 순식간에 기절시키며, 인의 파도 속으로 몸을 던졌다.

*빡! 빠각! 뻐억!

주먹과 뼈가 맞부딪치며 나는 섬뜩한 소리가 어둑어둑한 길거리에서 울려퍼졌다.

아니, 정확하게는 널따란 공터에서 말이다.

평범한 사람들을 대상으로라곤 하지만 강혁은 죽이지 않는다. 라는 것만 제외하면 그들을 전혀 봐주지 않았다.

물론 전투에서 상대를 죽이지 않는다는 조건 하나만으로도 큰 패널티를 안고 가는 것이긴 했지만 말이다.

아무튼 그런 상황 속에서 차근차근 적들을 줄여나가는 강혁의 옷차림은 점점 가벼워지기 시작했다.

위에 입고 있던 코트가 가장 먼저 벗겨지고.

그 다음에는 가죽 갑옷, 바지 등등.

다양한 옷가지들이 사람들의 손에 닿을 때마다 훌러덩 벗겨졌다.

중간중간 옷을 주워서 입기는 했지만 그때마다 미친놈처럼 옷에만 집착하는 사람들에 의해서 반 알몸 차림이 되는 건 순식간이었다.

결국 강혁은 옷을 입는 걸 포기했다.

‘어차피 다른 사람들도 상황은 똑같은데 굳이 나만 집착할 필요는 없지.’

지금 강혁과 같이 전투를 벌이고 있는 동료 중에서 제대로 된 복장을 갖추고 있는 사람은 없다고 봐도 무방했다.

여성진들마저 부끄럼 없이 옷자리를 버려둔 채, 전투에 임하고 있었으니 강혁 또한 그들을 본받기로 마음먹었다.

그렇게 강혁의 팬티 바람으로 주먹을 내지를 때, 강혁이 본받았던 여성진들은 강혁을 힐긋 쳐다보며 얼굴을 붉혔다.

‘....저번보다 더 단단해졌는데? 맛이 바뀌었으려나?’

인내의 탑에서 강혁의 목덜미를 핥았던 니아 아리엘은 강해지며 체취가 바뀐 강혁의 새로운 맛(?)을 궁금해했고.

‘....남들이랑 똑같은 복근인데 왜 오빠는 다르게 느껴지는 건지 모르겠네.’

강혁의 헐벗은(?) 몸을 본 수연의 얼굴에 홍조가 떠올랐다.

다른 헌터들이 전투 중에 드러난 복근 등을 보았을 때는 아무런 생각도 들지 않던 것과는 반대되는 상황에 그녀는 당혹감을 감출 수는 없었다.

하지만 지금 같은 상황에서 가장 당황하고 있는 건 두 사람이 아닌 엘리자베스였다.

‘....아름다워.’

곱게 자란 규수나 다름없는 그녀에게 남성의 헐벗은 모습은 본 적도 없었다.

물론 그녀 본인도 색욕에 의해서 신적인 손놀림을 지니게 된 이들 때문에 반쯤 헐벗은 상태가 되었지만 그녀의 시선은 오로지 강혁에게 닿아 있었다.

여성진들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점점 달아오르는 몸도 모른 채로 전투 도중 강혁을 힐끔힐끔 바라보며 저도 모르게 입맛을 다셨다.

천하의 미즈키 페이마저 강혁의 전투 장면을 힐끔 볼 정도였으니 말 다하지 않았는가?

이런 상황 속에서 평정을 유지하고 있는 사람은 강혁과 알마드가 유일했다.

‘다들 잘 싸우고 있네. 다행이야.’

강혁은 여성진들을 바라보며 삿된 감정을 품지 않았기에 가능한 것이었고.

알마드는.

‘이상하군. 전투가 끝나고 주군에게 알려야겠어.’

본디 언데드인 만큼 성욕에 있어서 무던해진 덕분이었다.

다만 강혁과는 달리 조금 더 떨어진 곳에서 전황을 볼 수 있었기에 여성진들의 이상을 누구보다 빨리 알아챌 수 있었다.

그렇지만 전투 도중에 강혁에게 보고를 할 수는 없었으니 전투가 끝날 때만을 기다리며 알마드는 두 눈을 빛냈다.

*“후우....후우....이제 끝났나.”

수백 명이 넘는 어마어마한 인파를 상대로 무사히 전투를 마친 강혁은 이마에서 흘러내리는 땀방울을 닦아내며 한숨을 토해냈다.

전투 자체는 쉬웠지만 그들의 손길이 몸 이곳저곳을 건드렸고, 그 과정에서 강혁은 얼굴을 붉힐 수밖에 없었다.

마치 이 방면의 전문가라도 되는냥 도화지 위의 붓처럼 움직이는 그들의 손길은 무척이나 간드러졌기 때문이다.

그건 여자 경험이 전무한 강혁에게는 꽤 고역이었다.

더군다나 가장 큰 고역은 남자들 또한 비슷했다는 점이었다.

‘....남자 손의 몸 이곳저곳을 건드리는 기억은....다시는 겪고 싶지 않군. 이게 다 색욕 그 자식 때문이야.’

여자들이야 그래도 어느 정도 괜찮다고 하지만 같은 남자끼리 알몸을 더듬는 건 기분이 안 좋았다.

더불어 그 손길이 좋았기 때문에 더더욱 짜증이 났다.

그렇기에 강혁은 이 분노를 이 사태를 일으킨 색욕에게 풀기 위해서 분노를 일발장전해둔 상황이었다.

‘분노, 위치 파악은?’

-하고 있다. 네가 최근에 배운 음양도인지 뭔지로 점술이라도 쳐봐라. 꽤 도움이 될 것 같으니까.

‘좋아, 빨리 찾아. 그놈은 내가 흠씬 두들겨 줄 테니까.’

색욕 덕분에 알게 모르게 때리는 데에 재미를 들리게 되는 자신의 앞날도 모른채, 강혁은 이를 아득바득 갈면서 점술을 펼쳤다.

대상은 색욕에 잠식된 사람들에게서 나온 색욕의 마기였다.

이미 마기를 자주 다뤄본 경험이 있는 강혁에게 짙은 색욕의 마기는 훌륭한 길라잡이가 되어주었다.

거기에 더해 그 마기를 바탕으로 친 점술 또한 길라잡이에 신뢰를 더해주었다.

덕분에 발 빠르게 색욕이 있는 곳으로 향하는 이정표가 만들어지고 있을 때, 강혁에게 누군가 다가왔다.

“주인님.”

“....알마드? 나 지금 바쁘니까 이따가 얘기해.”

“하지만 지금 말씀드려야 할 게 있습니다.”

“뭐? 나 지금 이번 사태의 근원을 찾느라 바쁘다니까?”

갑작스레 자신을 찾아와 할 말이 있다고 하는 알마드의 모습에 강혁은 짜증을 부리며 대꾸했다.

물론 평소의 강혁이었다면 그저 웃으면서 나중에 오라고 했겠지만 지금은 알게 모르게 색욕의 영향을 받은 상황.

거기에 음양도의 점술은 집중도에 따라 다른 결과를 만들어낸다.

마기가 사라지기 전에 빠르게 점술을 쳐서 완벽한 길라잡이를 만들어야 하는데 알마드가 거기에 초를 치고 있으니 화가 나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꿋꿋하게 강혁의 앞에 선 알마드의 입이 천천히 열렸다.

“여성들을 조심하십시오.”

“여성? 여성이라면 누구? 니아? 수연이? 그것도 아니면 엘리자베슨가? 왜지? 내가 무슨 잘못이라도 했나?”

일단 화를 내긴 했지만 알마드가 직접 말한 데에는 무언가 이유가 있으리라고 생각하며 강혁은 자세를 바로했다.

니아 아리엘과 한수연 그리고 엘리자베스까지.

현재 이곳에 있는 여성들에 대한 이름을 한 번씩 말을 하며 간을 보는 강혁을 바라보며 알마드는 고개를 내저었다.

“전부입니다. 그리고 주인님께서 잘못하신 건 없습니다.”

“내가 잘못을 안 했는데 내가 왜 조심해야 하지?”

잘못이 없는데 조심을 해라.

모순적인 알마드의 말에 강혁이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을 때, 알마드는 자신이 본 것들을 강혁에게 말해주었다.

“전투 도중 여성들 쪽에서 주인님을 향해 묘한 시선을 계속 보내는 걸 보았습니다.”

“알몸에 가까운 상태라서 그런 거 아니야?”

자신 같아도 평소 알고 지내던 사람이 팬티 바람이면 궁금해서라도 볼 것 같았기에 강혁이 대수롭지 않게 대꾸했다.

하지만 이어진 알마드의 말은 결코 대수롭지 않게 넘길 수 없는 말이었다.

“그녀들의 시선에서 저희가 방금까지 상대하던 이들과 비슷한 기운을 느꼈습니다.”

“....자세하게.”

“정확하게 따지자면 주인님께서 찾고 계신 마기. 그 마기가 여성들에게 스며든 것 같습니다.”

“뭐? 그 말은....?”

“예, 아마 저희가 상대했던 남성과 여성들과 같은 모습이 되어서 지금 이 자리에 유일한 남성인 주인님께 달려들지 않을까 합니다.”

“넌 왜 빼지?”

“전 남성이기 이전에 언데드이니까요.”

“....아.”

그제야 알마드의 조심해라라는 말에 대해서 깨닫게 된 강혁은 곧바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알마드가 조심하라고 했던 건 내 안전이 아니라....!’

하지만 이미 강혁의 주위에는 몽롱한 얼굴을 하고 있는 니아 아리엘과 한수연 그리고 엘리자베스 할론과 미즈키 페이가 강혁을 둥글게 에워싸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면서 강혁은 한숨과 함께 자신의 마지막 생각을 토해냈다.

“....내 순결이었나.”

30년 넘게 지켜온 강혁의 순결이 오늘 이 자리에서 위협 받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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