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혼자 올 마스터-54화 (55/178)

나 혼자 올 마스터#54

-크어어어!

“....!”

일본에서 강혁이 머물게 된 지도 벌써 일주일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그리고 그런 시간이 지났음에도 강혁은 여전히 미즈키 페이의 저택에서 지냈고, 대련을 이어나가는 중이었다.

지금도 마찬가지.

대련 중, 미즈키 페이의 식신이 강혁을 향해 쇄도했다.

푸른 용의 형상을 한 식신이 강혁을 향해 쇄도하곤, 자신의 긴 몸으로 강혁의 몸을 칭칭 휘감았다.

콰드드득-

“....컥!”

마치 아나콘다의 그것과 같은 압력에 강혁의 뼈가 으스러지고, 고통 어린 비명이 강혁의 입에서 터져나왔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호랑이의 형상을 한 식신이 아가리를 쩍- 벌린 채로 강혁의 몸통을 물어 뜯기 위해 강혁에게 달려들었다.

집채만한 크기의 호랑이의 돌진에 기겁한 강혁은 전신에 힘을 불어넣었다.

펑-!

그와 동시에 강혀의 몸을 휘감고 있던 용이 터져나가며 본래의 종이 인형으로 되돌아갔다.

물론 조각조각 찢어져서 식신으로서의 효용은 떨어졌지만 이미 호랑이의 강혁의 코앞까지 도달해 있었다.

즉, 용은 자신의 존재 의의를 완벽하게 달성한 셈.

절체절명의 상황이라고 봐도 무방했지만 강혁은 개의치 않았다.

파밧-

강혁의 손에서 떠난 종이 인형이 강혁을 향해 달려드는 호랑이 식신의 코앞에 박혔다.

그리고 땅바닥 깊숙이 처박힌 종이 인형의 모습이 빠르게 변모했다.

쿠르르릉- 쩍! 쩌적-!

땅이 갈라지고 그 사이에서 모습을 드러낸 거대한 뱀이 좀 전의 용이 강혁의 몸을 휘감은 것처럼 호랑이의 전신을 옭아맸다.

-크헝헝헝!

전신을 옭아매는 뱀의 공격에 호랑이 식신은 고통스런 비명을 토해냈다.

좀 전의 자신과 똑같은 모습이 된 호랑이 식신을 바라보며 피식 미소를 터뜨린 강혁은 발을 굴러 허공으로 도약했다.

“이쯤 했으면 퇴장할 때도 됐지?”

스걱-!

그리고 그의 몸이 지상을 향해 내려가는 동시에 휘둘러진 검격은 정확하게 호랑이 식신의 몸을 이등분으로 갈라버렸고, 그 결과 호랑이 식신 또한 좀 전의 용과 같은 신세를 면치 못했다.

끝나버린 대련 속에서 강혁은 흘러내리는 땀방울 닦아내며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미즈키 페이에게 말을 건넸다.

“어땠습니까?”

“....괜찮네. 나쁘지 않았어.”

나쁘지 않았다.

그렇게 말하는 미즈키 페이의 얼굴은 딱딱하게 굳어 있었다.

용과 호랑이.

용호상박이라는 말조차 있을 정도 두 존재에 대한 가치는 매우 높다.

그건 식신에서도 충분히 반영이 되어 있었고, 식신을 다루는 미즈키 페이에게 있어서 용과 호랑이는 그녀가 가진 식신 중에서 손에 꼽는 강함을 지녔다.

그런 식신을 상대로 검 한 자루와 배운지 일주일 밖에 되지 않은 음양도를 이용한 식신으로 이겼다는 게 그녀로서는 믿기지 않는 것.

하지만 그런 속내를 내색할 정도로 그녀의 수양은 얕지 않았다.

물론 그렇다고 한들 그녀의 얼굴이 굳는 것까지는 막지 못했지만 말이다.

“이 정도면 충분한 것 같은데.”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고작 해야 일주일이었지만 강혁에게는 충분히 만족스러운 나날이었다.

음양도 또한 중급에 이르렀고, 꽤 쓸만한 식신마저도 부릴 수 있게 되었으니까.

즉, 미즈키 페이에게 받은 선금은 강혁에게 완벽하게 녹아들었다는 얘기.

거기까지 말을 마친 미즈키 페이는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나는 대가를 지불했는데 이제는 그쪽에서 내게 대가를 지불할 타이밍이 아닌가?”

“물론이죠. 지난 일주일 저희도 꽤 많은 걸 알아왔으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대가.

두 사람의 관계는 철저한 비즈니스로 이루어져 있다.

당장 미즈키 페이가 강혁에게 음양도를 가르친 것만 하더라도 그런 비즈니스 면에서 비롯된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미즈키 페이의 선금 지불이 완료된 시점에서 강혁 또한 그녀에게 선금에 걸 맞는 대가를 지급하는 것이 옳을 터.

당연한 일이었다.

거기에 지금의 선금은 강혁의 요구로 이루어졌고, 미즈키 페이는 그런 무리한 요구를 들어준 상황.

여기서 한 발 뺀다는 건 있을 수 없었다.

거기까지 생각을 마친 강혁은 곧바로 흘러내리는 땀을 대충 닦아내고 검은 바닥에 내버려둔 뒤, 곧바로 브리핑을 이어나갔다.

“현재 일본에서 나타난 괴현상이 시작 날짜가 언젠지 아십니까?”

“그건 한 달 전....”

“아뇨, 한 달하고 15일이나 지난 시점이 처음입니다.”

“....뭐? 분명 우리 측에선 한 달로 판명이 났는데?”

“저희는 전문가니까요.”

“....할 말이 없게 만드는군.”

자신들과 차이가 나는 걸로도 모자라 그 오차가 무려 15일이나 차이가 난다는 사실에 미즈키 페이가 깜짝 놀라했지만 이어진 강혁의 말에 자연스레 수긍할 수밖에 없었다.

아무리 그녀가 뛰어난 조사단을 꾸린다고 할지라도 강혁의 조사단에 비할 바는 아니니까.

무신 니아 아리엘, 여제 한수연, 성녀 엘리자베스 할론에 이은 언노운급 던전 보스 출신인 알마드까지.

라인업 하나하나가 살벌하기 그지없는 상황.

그렇기에 강혁의 말에 미즈키 페이가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고 수긍할 때, 강혁은 곧바로 말을 이어나갔다.

“그리고 처음 괴현상이 일어났던 곳은 도쿄입니다.”

“도쿄? 오사카가 아니라?”

현재 일본에서 밝혀진 바에 따르면 처음 괴현상의 시작지는 도쿄가 아닌 오사카.

시작지마저 자신들이 틀렸다는 사실에 미즈키 페이의 안색은 창백해지다 못해서 새하얘졌다.

자신들이 알린 정보들이 모조리 틀린 정보라는 것이 알려지면 그 피해를 입는 것은 미즈키 페이이기 때문이다.

어쩌면 그녀가 일본에서 쌓아온 입지마저도 흔들릴 수 있는 상황.

바로 그때, 강혁은 그런 그녀에게 구원의 동앗줄을 던졌다.

“오보를 수정할 기회는 충분합니다.”

“....뭐?”

“여태까지 알려진 정보가 미즈키 씨가 아닌 휘하에서 알려졌다고 밝힌 뒤, 미즈키 씨는 제가 드린 정보들을 다시 세간에 공개하면 끝. 아닙니까?”

“....그래도 되겠나? 그러면 너에 대한 이야기는 모조리 빠질 텐데? 네 동료들도 마찬가지고.”

“저희 이름이 빠진다고 해서 저희에게 줄 대가가 사라지는 건 아니잖습니까?”

“그건 그렇지만....”

강혁과 그의 동료들이 조사해 온 정보라는 것들이 알려지지 않더라도 미즈키 페이는 그들에게 줄 대가를 꿀꺽할 수는 없다.

만약 그랬다가는 자신들이 오보를 냈다는 것보다 더 큰 피해가 몰려올 것이라는 걸 그녀는 잘 알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그걸 감안하더라도 그녀는 자신에게 이렇게까지 하는 강혁이 의아한 것도 사실이었다.

그녀와 강혁의 사이는 철저한 비즈니스 사이.

더불어 이번 만남 전, 마지막으로 본 몇 년 전에도 그저 얼굴만 아는 데면데면한 사이였기 때문이다.

‘왜지? 설마 일주일 동안의 가르침 때문에 나에 대한 연심이라고 품은 건가?’

연심이라는 말도 안 되는 생각으로 미즈키 페이의 짙은 화장을 한 얼굴이 붉어질 때, 강혁은 그런 그녀의 상상을 박살내주었다.

“파트너 아닙니까? 그리고 이번 일에 대한 추가적인 보상 또한 준비하신다면 그깟 이름 빠지는 것 정도는 별로 의미도 없습니다.”

“....그런 거라면 내가 알아서 잘 처리할 거야.”

자신의 생각을 정면에서 부정하는 강혁의 대답에 미즈키 페이는 툴툴맞게 대답을 하고선 고개를 끄덕였다.

“일단 네가 알아낸 정보들은 나도 따로 알아볼 테니까 오늘 들어가서 쉬도록 해.”

“수업은?”

“하산해.”

“빌어먹게도 신세 많이 졌습니다!”

“....이상한 소리할 거면 집에서도 나가!”

빼액 소리를 지르곤 얼굴을 붉힌 채로 빠르게 앞마당에서 사라지는 미즈키 페이의 모습에 강혁은 숙였던 고개를 들면서 피식 미소를 터뜨렸다.

“뭔가 놀리는 재미가 있는 사람이란 말이지. 세간에 알려진 것과는 많이 다른 부분도 있고.”

지난 일주일.

미즈키 페이와 붙어 지내다 보니 강혁은 그녀가 실은 세상에 알려진 것과는 꽤 많이 다른 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물론 그녀가 철두철미하고 이익을 우선시하는 사람이라는 건 똑같았지만 그녀가 상당히 낯을 가리는 인물이라는 건 강혁에게 꽤 신기한 일이었다.

더군다나 지난 일주일 강혁이 밝혀낸 가장 놀라운 사실은 다름 아니라....

‘....저게 식신이라는 말이지. 참 말도 안 돼. 고작 식신일 뿐인데도 저 정도 수준이라니....저택 어딘가에 있을 본체는 대체 얼만 강한 거야?’

평소 사람들에게 최강의 10인 중 최하위에 위치한 무력을 지녔다고 평가 되는 그녀가 사실은 ‘식신’이었다는 것이었다.

식신은 본래 술자가 원하는 모습을 종이 인형으로 구현해내는 것.

당연히 식신이 술자보다 강한 경우는 별로 없다.

물론 강한 술자의 곁에는 강한 식신이 있지만 그렇다고 한들 술자의 경지를 넘어서는 식신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얘기.

그런데 일주일 내내 같이 생활한 미즈키 페이는 물론 여태까지 알고 지내던 미즈키 페이가 사실은 진짜가 아니라 분신, 그러니까 ‘식신’이라는 사실은 강혁으로선 꽤나 놀라운 일이었다.

어쩌면 최약체라고 불렸던 그녀의 본래 능력은 수연을 넘어서 3강에 도달하는 수준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머리를 스쳐 지나갈 정도였으니까.

그런 생각도 잠시.

‘뭐, 본체가 1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세상에 단 한 번도 나서지 않았으니 앞으로도 나설 일이 없으려나.’

오랜 세월 나타나지 않았던 만큼 거기에 대한 이유가 있을 것이라는 생각과 함께 그녀가 식신이라는 사실을 머릿속에서 지워낸 강혁은 자신의 방으로 되돌아갔다.

*“오빠! 오늘 훈련도 잘하고 오셨어요?”

“잘했겠지! 누구 제잔데!”

“....수고하셨어요.”

“수고하셨습니다.”

“....너흰 뭔데 다 내 방에 있는 거야? 각자 방도 다 있는데.”

방으로 돌아온 강혁의 눈에 들어온 것은 자신의 방에서 놀자판을 벌이고 있는 네 사람이었다.

그런 그들의 모습에 강혁은 한숨을 내쉬면서도 그들을 쫓아낼 수는 없었다.

강혁이 수련에 매진한 사이 강혁을 대신해서 일본 전역을 뒤지고 다닌 이들을 쫓아낼 정도로 매몰차진 않았다.

결국 한숨을 내뱉으며 놀자판에 합류한 강혁이 마른 오징어 다리를 질겅질겅 씹으면서 입을 열었다.

“오늘 할 일은 다하고 이러고 있는 거지?”

“우....악덕 사장! 지금 몇 신줄 알아요? 7시에요! 7시! 아침부터 이태까지 일했으면 쉬어도 되는 거지!”

이미 술을 좀 마셨는지 붉어진 얼굴로 소리를 치는 수연의 모습에 강혁을 알겠다는 듯이 손을 휘적휘적 내저으며 시원한 맥주의 뚜껑을 열었다.

칙-

기분 좋은 소리와 함께 보글보글 올라오는 맥주 거품을 바라보며 단숨에 맥주 한 캔을 비워낸 강혁이 안주를 향해 손을 뻗을 때였다.

움찔-

방안에 있던 모든 이들의 몸이 한 차례 작게 떨렸다.

각자 무언가 이곳을 향해 다가오고 있음을 느낀 탓에 벌어진 일.

거기까지 느낀 다섯 명은 순식간에 취기를 날려보내고는 곧바로 바깥으로 나왔다.

그리고 바깥으로 나온 그들의 눈에 허겁지겁 자신의 방에서 나오는 미즈키 페이의 모습 또한 들어왔다.

“이게 무슨 일입니까!”

자신의 저택은 일본에서 성지와도 같은 곳.

그곳을 침입해 오는 이가 있을 리가 없다는 데에서 기인한 그녀의 외침에 강혁은 고개를 절레절레 내저었다.

“우리가 다가가니 그쪽에서 먼저 우릴 찾아온 모양인데?”

“....뭐?”

다가가니 찾아온다.

그 얘기를 이해하지 못한 미즈키 페이가 한 차례 고개를 갸웃거릴 때, 무언가 깨달은 미즈키 페이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이유는 하나.

-꺄아, 오빠~ 나랑 놀자~

-이쁜 언니! 여기 물 좋은데 같이 놀지 않을래?

저택 바깥에서 들려오는 남녀의 끈적함이 가득 담긴 목소리.

그리고 그들이 현재 추적하고 있는 괴현상.

추가로 서서히 괴현상의 배후를 거의 다 찾아냈을 때 발생한 이번 사건까지.

이 모든 것이 하나로 합쳐지고 나온 결과는 하나였다.

“....괴현상이 직접을 우릴 공격하러 왔다고?”

“자, 그러면 괴현상에게 잡아먹히지 않도록 조심하라고. 내게 입술 가져다대면 다 날려버릴 테니까.”

팔을 걷어붙이면서 자신의 생각을 내뱉는 강혁의 모습에 여성진들은 입가에 아쉬움 가득한 미소를 머금으며 각자의 무기를 빼들었다.

칠죄 : 색욕의 갑작스런 선공이었지만 강혁은 쉽게 당해줄 생각은 없었다.

‘네 주인될 사람의 능력 좀 한번 보고 싶나 본데....내 밑에서 기지 않고는 못 버틸 능력을 보여주마, 색욕!’

어디선가 자신을 지켜보고 있을 색욕을 생각하며 의지를 불태운 강혁은 저택의 담벼락을 넘어 헐벗은 남녀를 향해 쇄도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