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혼자 올 마스터-53화 (54/178)

나 혼자 올 마스터 #53

“머물 곳은 우리 집에서 머무는 걸로 해.”

“그래주시면 저야 고맙죠.”

안 그래도 현재의 일본은 불안정하며 위험하기 그지없다.

5성급 호텔에서 머물러도 불안함이 느껴질 게 뻔한데 미즈키 페이의 집이라면 그런 걱정 따윈 없다.

오히려 강혁이 미즈키 페이에게 하고 싶었던 말을 미즈키 페이 쪽에서 해주니 강혁으로서는 고마울 지경이었다.

끼익-

그렇게 미즈키 페이의 허락이 떨어지고 미즈키 페이의 집에 도착한 강혁은 놀람은 금치 못했다.

“....과연 현재 일본을 한 손에 넣고 있는 사람의 집답네요.”

“지내는 데에 불편한 점은 없을 거야. 그리고 내 음양도를 배우려면 안전이나 보안의 문제가 없는 곳이 필요한데 내 집만큼 그것들이 뛰어난 곳도 없지.”

현 일본의 정점.

미즈키 페이의 집은 무척이나 으리으리했다.

일본의 전통 집처럼 생겼지만 그 크기는 어지간한 대저택에 버금갔다.

마치 료칸 두어 개를 합친 것과 같은 크기와 외관에 강혁은 감탄과 함께 이어진 미즈키 페이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앞으로 강혁은 미즈키 페이에게 재능의 전수를 받아야 한다.

당연히 그 모습을 누군가에게 보이거나 하면 안 된다.

더군다나 칠죄 쪽에서 먼저 자신이나 동료들을 노릴 것 생각하면 미즈키 페이의 집을 제외한 곳은 생각할 수조차 없다.

거기까지 생각을 마친 강혁은 고개를 끄덕이며 차에서 짐을 꺼내 들었다.

“그럼 앞으로 신세 좀 지겠습니다.”

“....대신 결과는 확실해야 할 거야.”

“그건 걱정하실 필요조차 없을 겁니다.”

그 말을 끝으로 강혁과 그의 동료들은 미즈키 페이와의 동거를 시작했다.

*“....나쁘진 않네.”

“그럼 우리들은 각자 방을 나눠쓰면 되는 건가?”

“좋네요.”

미즈키 페이의 저택 안으로 들어온 뒤, 강혁과 동료들은 빠르게 각자의 방을 배정받고 짐을 풀었다.

그리고 짐을 풀고난 뒤, 다시금 모인 이들을 바라보며 강혁이 입을 열었다.

“나는 오늘부터 미즈키 페이에게 음양도에 대해서 가르침을 받을 거야. 물론 그동안 너희들이 해줘야 할 일이 있어.”

“할 일? 뭔데? 말만 해. 내가 다 들어줄게!”

자신만만하게 가슴팍을 두들기며 그리 외치는 니아 아리엘의 모습에 강혁은 미소를 머금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가르침을 받는 동안 너희들은 흩어져서 괴현상에 대한 정보를 수집해줘.”

“하지만 다른 이들도 괴현상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얻지 못했다고 했는데....저희라고 다를까요?”

자신 없는 얼굴로 대꾸하는 엘리자베스의 말도 옳았다.

이미 일본의 전문가들은 물론이고 다른 나라에서 방문한 여러 전문가들이 일본에서 발생한 괴현상을 파헤치기 위해서 노력했다.

생화학 무기인지 아니면 갑작스레 퍼진 사회적 현상인지에 대해서 말이다.

하지만 그들은 핀트가 어긋난 방향으로 조사를 진행했다는 점을 강혁은 알고 있었다.

물론 그들도 서서히 자신의 잘못된 점을 알아채고 옳은 방향으로 조사를 시작하고 있긴 했지만 이런 일에서의 전문가들은 강혁의 눈앞에 있었다.

“달라. 그들은 그걸 현실에서 벌어진 일이라고 국한하고 조사를 진행했어. 하지만 이번 일은 던전과 관련된 일이 분명해.”

“....던전이요? 하지만 일본에서 벌어진 일과 비슷한 일을 할 수 있는 몬스터는 없는데....?”

“맞아, 여태까지는 없었지. 그렇지만 날 믿어. 분명 이번 일은 던전과 관련이 있으니까. 그러니 너희들이 알아봐야 할 것은....”

“괴현상이 처음 발생했던 시기에 던전이 나타난 곳이나 마나 밀도가 높아졌던 곳. 거기를 살펴보면 되겠네요.”

“....정답.”

여성진 중에서 가장 강하진 않지만 그래도 던전과 관련된 것에선 머리가 팽팽 돌아가는 수연의 말에 강혁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의 말마따나 이번 괴현상의 중심은 칠죄 : 색욕이다.

즉, 그것이 세상에 나오기 위해선 던전이 필요할 터.

당연히 괴현상이 벌어진 시기와 색욕이 던전이 나온 시기가 비슷하거나 똑같을 게 분명했다.

그에 근거하여 강혁은 알마드까지 포함하여 넷에게 임무를 하달했다.

“나는 앞으로 며칠 혹은 일주일이 넘는 시간을 미즈키 페이와 보내야 할 거야. 당연히 정보을 수집하는 데에 애로 사항이 있을 수밖에 없지. 그러니 너희들의 도움이 절대적이다.”

“말할 게 뭐 있겠어요? 저희만 믿으세요.”

“맞아, 대신 일처리가 뛰어나면 보상이 있어야 하는 거 아니겠어?”

“....하아, 그래. 제일 중요하고 괴현상의 중심을 찾아오면 내가 원하는 것 하나 들어준다. 됐지?”

유독 보상에 눈독을 들이는 니아 아리엘의 모습에 강혁은 한숨과 함께 고개를 끄덕이며 보상을 걸었다.

본래 어떤 일이든 일에 대한 보상이 있어야 능률적으로 움직이며 효율도 올라가는 법.

그 사실을 강혁은 모르지 않았다.

철혈이라는 길드 또한 어찌보면 회사와 가깝다.

당연히 직책, 인센티브, 보너스 등을 놓고 던전 입찰 및 클리어를 하라고 하면 그게 없는 쪽보다 더 좋은 성과가 나오는 걸 수도 없이 보았다.

‘앞으로 나는 미즈키 페이와 붙어서 지내야만 한다. 하지만 난 이미 미즈키 페이에게 이번 사건을 완벽하게 처리할 자신이 있다고도 말했고. 거기서 선금으로 음양도까지 배운 마당에 일처리가 확실하지 못하면 미즈키 페이랑 제대로 척진다.’

이미 선금까지 받기로 한 마당에 결과물이 마음에 안든다?

그건 의뢰를 건 클라이언트와 척지겠다고 선언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앞으로 갈 길이 구만리인 마당에 굳이 그럴 이유는 없는 강혁에게 함께 온 여성진들과 알마드는 희망과도 같았다.

성장에 주력하면서도 일은 일대로 놓치지 않게 해주는 희망 말이다.

하지만 여기서 강혁이 놓친 점이 있다면.

“....아무거나란 말이지?”

“....이번 일은 제 거에요. 다들 손 떼세요.”

“그건 흘려들을 수 없겠는데요. 이번 일은 제가 가장 큰 성과를 거둘 테니까 다들 포기하시는 게 정신 건강에 이로울 거라고 단언드리죠.”

세 여성들의 아무거나란 말에 대한 각오를 너무 낮게 보았다는 점이었다.

두 눈을 희번뜩 뜨면서 입맛을 다시는 니아 아리엘.

오랜만에 여제의 모습으로 돌아와 냉랭한 표정을 짓는 한수연.

거기에 성스러운마저 느껴지지만 그에 비례한 차가움이 느껴지는 미소를 머금은 엘리자베스 할론까지.

그들의 타오르는 열의를 느낀 나는 식은땀을 삐질삐질 흘리며 알마드를 바라보았다.

“....알마드, 네가 나서서 쟤네들 전부 제치고 1등을....알마드?”

“아무 거나라....좋군요. 실험해보고 싶은 게 있었는데 이번 기회는 저의 본래 경지를 되찾는 걸로도 모자라 더 높은 경지로 나아가는 데에 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X됐네.’

-자업자득이다. 네가 할 일을 남에게 미루니까 이렇게 되는 거 아니겠냐?

‘....닥쳐, 제발.’

머릿속에 울려 퍼지는 분노의 키득대는 목소리에 강혁은 욕을 내뱉었지만 이미 물은 엎질러졌다.

결국 강혁이 할 수 있는 건 단 하나.

“....제발 이상한 소원만 들고 오지마.”

저들이 가지고 올 소원이 최대한 평범한 것이길 바라는 것이었다.

*“인기도 많지. 무신에 여제에 이젠 성녀까지?”

“....원한 인기도 아닙니다.”

“그런데 다들 급하게 집을 나서던데 어디 가는 거지? 집주인으로서 그 정도는 알아도 되겠지?”

니아, 수연, 엘리자베스, 알마드에게 소원권을 걸고 미즈키 페이가 기다리는 앞마등으로 향한 강혁은 자신을 기다리고 있는 미즈키 페이를 볼 수 있었다.

그리고 이죽거림이 담긴 그녀의 질문을 들은 강혁은 치를 떨며 고개를 내저었다.

거기에 이어진 미즈키 페이의 물음에 강혁은 흔쾌히 대답해주었다.

숨길 필요도 없었으며, 집주인이기 이전에 자신에게 의뢰를 건 클라이언트에게 의뢰 내용을 숨기는 건 말도 안 되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일하러 갔습니다.”

“일?”

“저는 여기서 농땡이 피우고 있으니 저들이 일을 해야죠. 전 미즈키 씨와 한 말을 빈말로 취급할 생각이 없습니다.”

“....그건 좀 마음에 드네. 하지만 일본은 물론이고 내가 엄선한 전문가들도 제대로 된 원인 규명을 하지 못했는데 과연 걔네들이 가능할까?”

“가능합니다. 던전이라는 방면에서 그들의 전문가 그 이상이니까요.”

“....던전? 설마 우리가 내세웠던 가설이 진짜라는 거야?”

이미 일본 측에서 이번 괴현상이 던전으로 인한 일이 아닌가에 대한 이야기는 나오고 있었다.

하지만 그걸 증명할 증거가 없었으며 여성과 남성의 성적 행위를 늘리는 몬스터나 마법은 없었기에 가설로만 그쳤다.

그런데 강혁이 그 가설이 사실이라고 말하고 있었으니 미즈키 페이로서는 놀랄 수밖에 없었다.

물론 놀람은 그리 오래 지나지 않아서 사라졌다.

“100프로 확실한 건 아니잖아? 넌 내게 이번 일을 완벽하게 처리할 거라고 그랬어. 그 말 틀리지 않기를 빌어. 너나 나나 둘 다에게 중요한 일이니까.”

“명심하죠. 그리고 전 100프로 확신합니다.”

“....말을 말자. 수업은 바로 진행해도 되겠지?”

“물론입니다. 제가 좀 뛰어난 제자라서요. 문제 없습니다.”

자신감 넘치는 강혁의 모습에 한숨과 함께 고개를 절레절레 내저은 미즈키 페이는 곧바로 수업을 진행하겠다며 으름장을 놓았고.

강혁은 그런 으름장에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배움이란 강혁에게 있어서 즐거울 뿐인 일이었고, 배움에 있어서 강혁은 단 한 번도 준비되지 않은 적이 없었다.

그런 강혁의 마음을 대변하기라도 하듯이 강혁의 눈앞에 반투명한 메시지창 하나가 떠올랐다.

[특성 : 청출어람이 활성화 되었습니다.]

뛰어난 스승과 뛰어난 제자.

거기에 윤활유처럼 둘의 사이를 부드럽게 만들어주며 효율 자체를 끌어올리는 뛰어난 특성까지.

강혁이 다시 한번 도약할 준비는 끝이 났다.

모든 준비가 끝난 강혁이 두 눈을 빛내며 입을 열었다.

“시작하시죠.”

“....독종 같으니.”

자신의 앞에서 흔들림 없이 두 눈을 치켜뜨며 여유로운 미소를 짓고 있는 강혁의 모습에 미즈키 페이는 몇 년전 마지막으로 강혁을 보았던 기억을 떠올리며 혀를 내둘렀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그녀는 자신이 했던 말을 무를 생각은 없었다.

“뒤떨어지는 제자까지 챙겨줄 정도로 나는 착한 스승이 아니야.”

“다행이군요. 저도 수업에 뒤떨어지는 못난 제자는 아니거든요. 아, 혹시 수업 진도가 느리면 손들고 질문하면 됩니까?”

“짜증나니까 그런 소리 내뱉을 거면 손들고 서 있어라.”

마치 자신은 절대로 진도를 따라가지 못할 리 없다고 자신만만한 강혁의 모습에 미즈키 페이는 인상을 찌푸리며 쓴소리를 내뱉고는 옷소매에서 종이 인형을 여러 장을 꺼내들었다.

“그건?”

“식신. 알지?”

“모를 리가 있겠습니까?”

식신.

강혁이 음양도를 배우려는 가장 주된 이유를 강혁이 못 알아볼리 없었다.

그렇기에 강혁은 벌써 식신을 만들고 다루는 방법에 대해서 배우나? 하는 생각에 미소를 지었고.

그런 강혁의 생각을 꿰뚫고 있는 미즈키 페이는 미소를 지으며 종이 인형을 바닥에 내던졌다.

파바바박-

마치 표창처럼 바닥에 내리꽂히며 수십 개의 종이 인형들의 모습에 강혁이 고개를 내저을 때, 미즈키 페이의 입가에 걸린 미소가 짙어졌다.

“일단 수업에 들어가기 전에 제자의 능력부터 보는 게 우선이지 않겠어?”

“....!”

드드드득-

그 말이 끝나기도 전에 땅에 박힌 수십 개의 종이 인형들이 제각각의 모양으로 변화하는 모습에 강혁은 뒤로 몸을 날리며 검을 빼들었다.

그리고 그런 강혁을 향해 어느새 제 모습을 갖춘 수십 개의 종이 인형들, 아니 식신들이 쇄도했다.

용, 호랑이 등.

영물이나 신화 속에서 종종 등장하는 이들의 모습을 한 식신들이 짓쳐드는 모습을 바라보며 강혁은 이를 악물었다.

‘첫 날부터 수업 참 빡세네!’

일본행 첫날부터 두들겨 맞는 신세가 된 강혁은 이를 갈면서 식신들을 향해 검을 휘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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