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혼자 올 마스터-51화 (52/178)

나 혼자 올 마스터 #51

“일단 정보부터 찾아봐야겠네.”

-바로 갈 생각이냐?

“바로 가야지. 괜히 나 때문에 다른 나라 사람들이 피해를 입는 건 원치 않으니까. 애초에 칠죄는 내가 한시라도 빨리 얻는 게 이득이기도 하고.”

공방에서 본 뉴스와 분노의 첨언을 듣는 순간 강혁은 곧바로 집으로 되돌아왔다.

이유는 하나.

현재 일본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기 위함이었다.

칠죄들에 대해서 잘 알고 있는 분노가 협조적인 만큼 무슨 괴현상인지 알아내면 현재 일본에서 활개를 치고 있는 칠죄에 대해서 파악할 수 있을 거란 생각이었다.

“가능하지?”

-물론이다. 애초에 칠죄들의 성향은 딱 보기만 해도 알 수 있을 정도로 비슷하니까. 나랑 오만은 살짝 비슷한 부분이 있지만 이미 난 이곳에 있으니 헷갈릴 염려도 없지.

“그렇다면야....그럼 곧바로 찾아본다?”

-마음대로 해라.

칠죄를 곧바로 선별할 수 있을지 걱정이 되긴 했지만 자신만만한 분노의 모습에 강혁은 심호흡과 함께 키보드에 손을 올리고, 검색창에 ‘일본’을 검색했다.

세계 최고의 검색 엔진을 자랑하는 사이트답게 일본만 쳤음에도 불구하고 좌르륵 떠오르는 연관 검색어를 살피던 강혁은 자신이 바라던 정보가 있을 검색어를 찾아냈다.

“찾았다, 일본 괴현상. 이거 맞겠지?”

-알겠으니까 누르기나 해라.

시간을 끄는 강혁의 모습에 분노가 짜증을 냈고, 그런 분노의 모습에 강혁은 떨떠름한 얼굴로 검색어를 클릭했다.

그리고 떠오른 사진들과 뉴스 기사들을 보는 순간 강혁은 자신의 고민이 부질 없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일본의 젊은 층들 길거리에서 잇달은 애정 행각 만연.”

-....요즘은 저런 것도 하나? 남사스럽군.

“....적어도 평범한 일은 아니지.”

기사 가득한 일본의 현 상황은 이러했다.

[도넘은 애정 행각. 길거리에서 성행위까지 하는 커플마저 나타날 정도.]

[일본 정부, 현재 이러한 기현상은 전례 없는 일인 만큼 발 빠르게 대처하는 중이다. 국민 여러분은 모두 기다려달라. 발언.]

[비단 젊은 커플 뿐만이 아닌 나이든 중장년 층에서도 잇달아 기현상이....]

[다행히도 만 19세 미만의 이들에게선 이러한 현상이 일어나지 않아 학교는 정상적으로 운영 중....]

“....장난 아닌데?”

비단 사진 속 커플들의 외설적인 행위 뿐만 아니라 그것이 지긋한 노신사나 어느 정도 성욕을 주체할 수 있는 중장년 층에서까지 발발했다는 건 결코 평범하지 못했다.

더불어 마나를 다룰 줄 아는 헌터들마저 피해가 속출하고 있는 마당이었으니 필시 평범한 던전이 아닌 것은 분명했다.

‘분노의 말대로 칠죄가 맞긴 한가 보군.’

기사에서도 말했듯이 전례 없는 기현상이었기에 이걸 의미하는 바는 단 하나였고, 강혁과 분노는 동시에 자신들이 생각한 일본에 나타난 칠죄의 정체를 내뱉었다.

“색욕.”

-색욕이 확실하다.

일본에 나타난 2번째 칠죄의 정체가 색욕임을 두 사람은 부정할 수 없었다.

*“오빠, 어디 가?”

“일본.”

“....일본? 갑자기?”

세 사람이 넘는 이들과 동거를 하고 있다보니 필연적으로 강혁의 움직임이 다른 이들에게까지 알려지는 건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가장 먼저 짐을 꾸리던 강혁은 수연에게 그 모습을 들키고, 일본행을 알렸다.

그리고 그 일본행에 대한 이야기가 니아 아리엘과 엘리자베스에게까지 전해지는 데에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일본? 나도 같이 가!”

“....요즘 뒤숭숭하던데 같이 갈 사람이 필요하지 않으세요? 들어보니 정신계 능력 같던데 그거라면 제가 막을 수 있는데.”

당당하게 자신도 함께 가자며 반색하는 니아 아리엘과 자신의 쓸모를 드러내며 함께 하기를 바라는 엘리자베스까지.

고작 1분도 지나지 않아서 집에서 머무르던 여성진 전부가 자신의 일본행을 알아채자 강혁은 골이 아팠다.

‘....알마드와 단둘이 다녀오려고 했는데.’

최건은 열심히 빈센트 밑에서 구르고 있기에 데려갈 수가 없었다.

그렇기에 알마드만 데리고 일본을 다녀오려고 했다.

더군다나 일본에 있는 칠죄가 색욕임을 알게 된 이상 여성진들의 도움이 아무리 절실하더라도 선뜻 같이 가자는 말이 안 나오는 것도 사실이었다.

‘정신계열 능력은 맞겠지만 엘리자베스의 능력으로 그것의 해제가 될 지는 미지수고, 니아 아리엘 또한 세계 최강급 정신력을 지녔다지만 칠죄는 신격을 지닌 존재라서 걱정부터 앞서는 것도 사실이지. 수연이는 말할 것도 없고.’

분노의 말에 따르면 색욕의 경우에는 주변에 있는 존재들이 그녀의 마기에 닿을 경우 성욕이 강화되고 이지를 상실한다는 말을 이미 전해들은 강혁은 그녀들의 합류가 달갑지는 않았다.

칠죄급의 정신 계열 능력을 아무리 성녀라지만 아직은 미약한 존재인 엘리자베스가 정화할 수 있을 리가 없었으며 신격의 힘을 최강자이지만 인간 수준인 니아 아리엘이 견뎌낼 수 있을지 또한 미지수.

니아 아리엘마저 그런데 수연은 당연히 견디지 못할 게 분명했다.

다만 그와는 별개로 세 사람의 도움이 있으면 분명 큰 도움이 될 거라는 것은 사실이었기에 강혁의 고민이 깊어졌다.

‘엘리자베스의 신성력은 피해를 입은 이들의 상처를 치료해줄 수 있고, 니아의 경우에는 일본에서 무력을 쓸 일이 생길 때 크게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수연이는 워낙 명망도 높고 명예가 크기에 일본 정부의 도움을 크게 이끌어낼 수도 있겠지.’

데려가자니 칠죄가 걸리고 안 데려가자니 그녀들의 쓸모가 아쉬운 계륵 같은 상황.

이런 상황 속에서 강혁이 할 수 있는 건 결국 하나였다.

“에휴, 그냥 다 같이 가자.”

“....예스.”

“좋으았어! 강혁이 옆자리 내가 찜!”

“왜 그렇게 되는 거죠? 저도 옆에 앉을 겁니다.”

“그럼 넌 왼쪽, 난 오른쪽.”

“둘이서 뭔 얘기를 하는 거에요? 당연히 오빠 옆자리는 제 거거든요?”

전부 다 같이 가기로 강혁이 결정을 내린 순간 여성진에서 터져 나온 옆자리 시비에 강혁은 이마에 손을 얹을 수밖에 없었다.

“....알마드. 일본 갈 준비해라.”

“존명.”

그저 묵묵히 자신의 명령을 따르는 알마드가 고마울 따름인 강혁이었다.

*“....그렇게 돼서 저는 이번 일본에 발생한 기현상을 해결하기 위해서 정식으로 일본 정부에 방문 요청을 보냈고, 그에 대한 승낙을 받았습니다.”

일본행이 결정된 이후, 강혁은 곧바로 일본 정부에 연락을 넣어 방문에 허락을 구했다.

요즘 같은 세상에서 S급의 존재가 마음대로 국가간 이동을 하게 되면 양국간에 전쟁이 발발할 수도 있다.

한 명의 S급이 아무도 모르게 타국에 잠입해 있다면 국가 수장이 암살 당하더라도 이상하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발터 밀란이나 루카스 폴른 같은 예외가 있긴 하지만 그들은 원래부터 초법적인 존재.

강혁은 아직 그 정도까지 이르지 못했다.

더불어 현재 강혁은 혼자 움직이는 것도 아니었기에 더더욱 일본 정부의 허락이 필요했다.

“그런데 성녀 엘리자베스와 무신 니아 아리엘 거기에 여제 한수연까지 대동하시는 이유가 뭡니까?”

“김알마드 헌터도 있습니다! 너무 많은 전력이 한꺼번에 일본으로 유출되는 것 아닙니까?”

니아 아리엘과 한수연 거기에 엘리자베스까지.

현재 한국에 있는 이들 중에서 강력하며 쓸모가 넘치는 이들이 한꺼번에 일본을 넘어간다.

거기에 더해서 최근 강혁과 함께 그 세를 넓혀가는 알마드마저 저 무리에 합류해 있는 상황.

당연히 기자들에 그에 대한 걱정을 드러냈다.

하지만 강혁은 단숨에 그들의 걱정을 일축시켰다.

“저희가 없다고 해서 한국이 약한 나라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애초에 니아는 미국 소속이기도 하고요. 그저 저와의 친분 때문에 이번 일정에 합류하는 것 뿐입니다. 여러분의 그 질문은 현재 대한민국을 위해서 몸을 던지고 있는 헌터들과 군인들을 모욕하는 말이라는 점 명심하시길.”

“....저희가 실언했습니다.”

날이 서 있는 강혁의 대답에 기자들은 입을 닫아야 했다.

지금 그들의 말은 강혁을 비롯한 이들이 없다면 대한민국은 위험에 그대로 노출되는 나약한 나라라는 말이 된다.

그건 곧 무능력한 정부 등으로 비쳐질 수 있으며 지금 이 순간에도 방비를 철저하게 하고있는 수많은 헌터들과 군인들에 대한 모욕이기도 했다.

그 사실을 다시금 깨달은 기자들의 입이 다물어지고, 그들을 향해 강혁은 고개를 한 번 꾸벅 숙이며 마지막 말을 내뱉었다.

“몸 성히 잘 다녀 오겠습니다.”

“....”

애초에 강혁은 그들에게 허락을 구하러 나온 입장이 아니었다.

자신은 일본을 갈 것이고 그걸 마지막으로 다른 이들에게 알리기 위해서 준비한 기자회견인 것.

그렇기에 마지막 인사를 건네는 강혁의 모습에 기자들은 아무런 말도 던지지 못하고 그저 마지막 사진만을 찰칵! 하고 찍을 따름이었다.

모든 기자회견이 끝나고 강혁은 곧바로 일본 정부에서 자신을 위해 보낸 전용기에 올라탔다.

정부에서 보낸 만큼 그 내부의 화려함과 편안함을 말할 것도 없었다.

하지만 그런 화려함에 놀라는 이들은 없었다.

니아 아리엘과 수연은 본인의 재력이나 권력으로 이 정도 전용기는 수도 없이 타보거나 가져봤을 이들.

거기에 엘리자베스는 그런 그녀들과 같은 등급에 위치한 이를 아버지로 두고 있다.

당연히 그녀들에게 전용기는 딱히 놀라울 것도 없는 평범한 비행기였다.

“넌 안 놀랍나?”

“인간들의 물품이라는 게 신기하긴 하지만 금은보화로 치장된 탑에서 생활하던 접니다.”

“....그래, 나만 촌놈이지. 나만 촌놈이야.”

물론 강혁에겐 아니었다.

태어나서 처음 타보는 전용기에 화려함에 짓눌린 강혁이 멀쩡한 여성진들은 물론이고 아크 리치인 알마드의 모습에 혀를 내두르며 대충 자신의 자리에 걸터앉았다.

그리고 바로 그때만을 노렸다는 듯이 전용기 내부를 둘러보며 하하호호 미소를 짓고 여성진들이 눈빛을 날카롭게 빛냈다.

마치 이 순간만을 기다렸다는 듯이 강혁이 앉은 옆자리를 두고 치열한 쟁탈전을 펼치기 시작한 것이다.

“비켜요! 제가 먼저 왔거든요?”

“하아? 뭐라는 거야? 먼저 온 건 중요하지 않아. 배에 바람 구멍 나기 싫으면 다 꺼져!”

“신께서 용서하지 않으실 겁니다! 제가 2번째라고요! 순서를 지키세요.”

“....저기 애들아 옆에 널린 게 자린데 그냥 아무 데나 앉으면 안 되....겠구나. 그래 마음대로 하렴.”

아무 데나 앉으란 말에 앉을 위치까지 자신이 정해야 하는 딜레마에 빠질 것은 눈치챈 강혁이 빠르게 말을 바꾸었다.

그렇게 서로 얼굴까지 붙이며 자신의 팔을 제 쪽으로 끌어당기는 여성진들의 모습에 강혁은 딱딱하게 얼어버렸다.

‘....여기서 잘못 움직이면 양쪽 팔에 은팔찌 찬다.’

안 그래도 그녀들에게 잡힌 팔에서 느껴지는 부드러움에 속으로 애국가를 완창하고 있는 강혁이었다.

그런데 여기서 손이라도 잘못 움직였다간 최소 쓰레기라는 생각에 강혁은 다시 한번 속으로 애국가를 외우기 시작했다.

‘동해물과 백두산이 마르고 닳도록....’

그렇게 강혁의 다사다난한 일본행은 비행기 내에서부터 시작되었다.

하지만 강혁은 알지 못했다.

그런 다사다난함은 결코 비행기 정도의 수준이 아니란 것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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