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혼자 올 마스터 #43
“....던전 보스를 테이밍하질 않나 템플러나 악마 숭배자 같은 위험한 놈들에게 암살 시도를 받질 않나....대체 뭘하고 다니는 거야?”
안가에서 독일에 있는 발터 밀란의 본거지로 이동한 강혁은 이어진 보고들을 전부 듣고 핀잔을 던지는 발터 밀란의 말에 뒷머리를 긁적거렸다.
“큼, 그건 지금 말해주기는 좀 그렇고. 괜찮을까?”
“괜찮을 거다. 교단이나 악마교나 둘 다 자신들의 비밀 전력을 세상에 드러내고 싶어하진 않을 테지. 더불어 아무리 세가 강한 교단과 악마교라고 할 지라도 한 사람을 던전도 아닌 도시 내에서 암살하려 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 큰 피해를 면치 못할 거다. 더불어 자신들의 치부를 드러내고 싶지도 않을 거고.”
“확실히....그건 그렇네.”
템플러와 악마 숭배자.
그들은 분명히 강했고, 그들 같은 존재가 많을 거라고 생각할 수는 없었다.
발터 밀란의 말마따나 그들 입장에서 그런 자신들의 비밀 병기가 암조를 비롯한 자신까지 합하여 더 적은 수의 이들에게 당했다는 것 자체가 치욕스러울 지도 모른다.
거기까지 생각이 미친 강혁은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뱉었다.
“후우....이제 한숨 좀 돌리겠네.”
“그리도 걱정이었나?”
“솔직하게 말하면....그래. 만약 그들의 수가 많고 계속해서 나를 공격해온다면 뭘 제대로 할 수조차 없을 테니까.”
“걱정하지 마라. 암조는 언제나 네 곁에서 널 도울 테니까.”
태연스럽게 대답하는 발터 밀란의 모습에 그것조차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이 고개를 내저었다.
“그리고 그것도 너무 과보호야. 분명 네 도움이 크긴 했지만 언제까지 그들을 내 곁에 붙여둘 수도 없잖아, 안 그래?”
“....”
구구절절 맞는 말들이었기에 발터 밀란 또한 거기까지는 뭐라고 하지 못했다.
실제로 암조들이 오랫동안 자리를 비우게 되면 그거대로 문제가 생길 터였으니까.
하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발터 밀란은 암조를 수거할 수 없었다.
‘템플러들과 악마 숭배자들까지 나섰다. 최악의 경우에는 교단과 악마교의 교주가 나서더라도 이상할 게 없어. 그렇게 되면 강혁으로서는 그들을 막을 수 없다. 적어도 암조가 남아서 그들을 막아줘야 목숨이라도 건질 수 있을 터. 쯧, 대체 뭔 짓을 하고 다녔길래 템플러들과 악마 숭배자들까지 움직이는 건지.’
이번 습격으로 그는 확신했다.
강혁의 빠른 성장의 이면에는 분명 신과 악마들의 비위를 거스르는 일이 포함되어 있고.
그 결과 교단과 악마교의 정점인 교주가 나서게 될 지도 모른다는 것을 말이다.
‘교주들은 위험하다. 적어도 최강의 10인 수준은 되지 않으며 상대가 될 수 없어. 미래의 강혁이라면 몰라도 현재의 녀석이라면....버틸 수는 있지만 살아남지는 못할 것 같군.’
강혁의 전신을 한 번 스윽 훑어보고 판단을 내린 발터 밀란은 고개를 내저었다.
물론 그가 알지 못하는 강혁의 비장의 패가 있긴 했으나 교주들이 나서면 위험한 건 같았다.
교주들 또한 숨겨둔 패는 분명히 존재하기 때문이다.
결국 이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은 하나였다.
“공인이 되어야 할 것 같군. 그것과는 별개로 더욱 강해져야 하고.”
“강해져야 하는 건 알겠는데 공인은 왜?”
“그래야 너를 공식적인 자리에서만큼은 대놓고 노리지 못할 테니까. 네가 필요한 존재라는 걸 세상에 알려라. 최강의 10인이 개차반 같은 짓거리를 하고도 왜 무사한 거라고 생각하나?”
“강해서?”
“그것도 이유 중 하나지. 하지만 가장 중요한 사실은 대다수의 사람들에게 최강의 10인이 인류의 수호자와 같은 이미지를 심어주었기 때문이다.”
“....!”
“즉, 우리가 이 자리에 오르고 다수가 모이면 분명 죽일 수도 있는 존재임에도 사람들이 우릴 함부로 건들지 못하는 이유는 바로 그런 이미지에 있다는 거다. 물론 강함도 필수적이고. 그러니까....”
“가면의 존재라는 정체를 밝혀라?”
“....그래.”
가면의 존재.
현재 강혁이 가지고 있는 또 다른 모습임과 동시에 대중들에게도 꽤 좋은 이미지가 박혀 있는 정체다.
당연하게도 많은 이들이 가면의 존재의 정체를 궁금해했고, 누군지 밝혀지기를 바랬다.
만약 나타나기만 한다면 사람들의 관심 등을 순식간에 빨아들일 수 있을 정도로 말이다.
물론.
‘정작 본인이 밝히기 싫다면 어쩔 수 없지만.’
정체를 숨기고 활동한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을 터.
발터 밀란 본인도 아직 어렸을 시절엔 정체를 숨기고 몇 번씩 활동을 한 전적이 있었다.
하지만 이어진 강혁의 말은 그의 상상을 뛰어넘는 대답이었다.
“그러지 뭐.”
“....뭐?”
“하겠다고. 이번에 승격 시험도 있으니까 그거 끝나고 밝히면 되겠네. 강철남자처럼. 어때? 괜찮지?”
“정말 괜찮은 거냐? 정체를 숨긴 데에는 이유가 있을 텐데?”
몇 개월이 넘는 시간 동안 정체를 숨기던 이가 자신의 말 때문에 억지로 정체를 밝히려는 것이라면 발터 밀란은 그걸 허락할 생각이 없었다.
그렇지만 이어진 강혁의 설명에 발터 밀란은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정체를 숨긴 이유는 하나 뿐이야. 내가 너무 약해서, 힘도 없는데 유명해지면 김승태 같은 녀석들에게 당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어. 물론 정체를 숨기고도 몇 번 당했지만 숨기지 않았으면 더 많이 습격을 당했을 지도 모르지. 그런데 지금은 어느 정도 자신이 있어. 네 말대로 어쩌면 이강혁과 가면의 존재의 이미지가 합쳐지면 이 상황이 훨씬 괜찮아 질 지도 모르지. 그러면 더 이상 숨길 이유가 없잖아?”
약함이 자신이 드러내지 못하는 이유가 되는 세상.
그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던 발터 밀란은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상황에서 강혁의 존재와 정체를 숨기는 건 오히려 손해다.
특히나 같은 최강의 10인 중 한 명인 김승태와 교단 그리고 악마교는 대외적인 이미지가 좋은 편에 속한다.
그런 이들이 현 대한민국의 영웅이자 강남 폭발형 던전 사건 당시 사람들을 구한 가면의 존재가 동일 인물이라는 게 밝혀지면 그들은 제 이미지를 위해서라도 함부로 나설 수 없다.
‘대신 밤길을 조심해야겠지만....반대로 밝히지만 않으면 낮이나 밤이나 둘 다 위험하겠지.’
거기까지 생각을 마친 발터 밀란은 고개를 끄덕이며 강혁의 말에 동의했다.
“그럼 승격 시험 이후, 정체를 밝히는 것으로 하지. 기자들은 내가 준비해두겠다.”
“고마워. 아, 그리고 하나 더 부탁할 게 있는데 말이야.”
기자 회견을 열 때, 필요한 기자들을 모아주겠다는 발터 밀란의 말에 강혁은 감사 인사를 건네며 한 가지 부탁을 건넸고.
“그러지.”
발터 밀란은 그것을 승낙했다.
강혁이 발터 밀란에게 한 부탁은 다름 아니라....
“제게 기술을 배우고 싶으시다고요?”
“예. 그림자술이라고 했나요? 제게 충분히 유용할 것 같아서요.”
암조 중 한 명인 빈센트에게 기술을 배우고 싶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발터 밀란에게 허락을 받고 빈센트를 찾은 강혁은 곧바로 본론을 내밀었고, 빈센트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대답했다.
“어....이거 재능인데....가능할까 싶군요.”
재능.
그건 오로지 각성으로만 얻을 수 있으며 노력으로는 얻을 수 없다.
설령 이미 각성을 한 이라도 각성과 함께 얻은 재능이 아니라면 남의 재능을 따라할 수 없다.
즉, 재능의 원리 등을 가르침 받는다고 해서 가르침을 받은 상대방이 재능을 익히는 경우는 없다는 얘기.
하지만.
“일단 가르쳐 주시죠. 만약 아무런 효과도 없다면 그만두겠습니다.”
“....그러시다면야.”
강혁에게는 해당 사항이 없는 이야기였다.
그렇기에 강혁은 자신감 넘치는 얼굴로 그림자술의 전수를 부탁했고, 빈센트 또한 그걸 거부하진 않았다.
그가 강혁을 따라다니면서 강혁을 확인한 결과 그는 분명 비범한 무언가가 있는 존재였기 때문이다.
‘무언가 생각이 있으시니 가르쳐 달라고 하셨겠지.’
분명 강혁에게 무슨 생각이 있을 거라고 생각하며 생각을 정리한 빈센트는 곧바로 그림자술에 대한 강의를 시작했다.
“그림자술이란....”
S급 승격 시험까지 일주일 남은 시점에서 다시 한번 강혁은 특훈에 돌입했다.
*
“그림자술은 기본적으로 마나를 이용해서 그림자를 다루는 기술입니다. 물론 저야 재능으로 얻은 능력이라 머리에 각인되었지만....솔직히 안다고 해서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네요.”
본래 그림자랑 살아있는 생물체가 아니다.
그런 그림자 속에 숨거나 그림자 자체를 변형시켜 공격을 하는 방법은 분명 현실의 법칙과는 동떨어져 있다는 애기.
오로지 재능이기에 가능한 기예라는 뜻이다.
그렇기에 가르치는 와중에도 빈센트는 자신이 하고 있는 게 정말 맞는 일인지 의심에 빠졌다.
‘이게 될까?’
평소 안 되는 건 없다는 마인드로 암살(?)을 진행하던 그였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재능을 가르쳐서 재능을 얻는다는 사실이 그는 믿기지 않았다.
실제로 그가 그림자술이라는 재능을 누군가에게 가르쳐 보려고 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다.
혼자만 쓰기에 그의 재능은 너무나도 출중했고, 많은 이들이 자신처럼 능력을 사용할 수 있다면 좋을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재능의 전수는 단 한 번도 이루어지지 않았고, 그 뒤로 빈센트는 재능을 가르치는 걸 포기했다.
그리고 바로 지금 빈센트는 자신이 포기했던 재능의 전수를 다시 한번 시작했다.
“그림자에 마나를 불어넣고, 그걸 바탕으로 찰흙을 빚는다고 생각해보십쇼.”
빈센트는 자신의 그림자술을 찰흙에 비유했다.
어쩔 때는 자신을 숨겨줄 정도로 크고 아늑하며 어쩔 때는 자신을 도와주는 든든한 동료가 되어주기도 하는 그림자.
분명 그의 그림자술은 찰흙과 닮은 점이 많았다.
그 어떤 것이든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말이다.
실제로 그의 이런 생각은 그가 그림자술을 사용하는 데에 큰 도움을 되었고, 지금의 그를 만드는 데에도 큰 도움을 주었다.
여태까지 그가 다른 이들을 가르칠 때에도 이런 식으로 가르쳤기도 했고.
물론 가르치면서도 정말 될 거라고 생각하진 않았다.
그저 하라니까 하는 정도가 현재 빈센트의 생각이었다.
당연하게도 처음에는 아무런 성과도 없었다.
마나가 스며든 그림자는 처음과 같은 모습 그대로 멀뚱멀뚱 존재했으며 애궃은 마나만이 허공으로 날아갔으니까.
하지만 몇 시간이 지나고 슬슬 빈센트가 지쳐갈 때쯤 이변이 발생했다.
꿈틀-
“....! 저거 방금 움직였....!”
“....쉿-”
여태까지 조금도 미동하지 않던 그림자가 저 혼자서 움직인 것이었다.
믿을 수 없는 모습에 빈센트가 큰 소리를 내자 눈을 감고 집중을 하던 강혁은 그걸 제지했고, 다시금 그림자술에 빠져들었다.
눈앞에서 성과가 나오기 시작하자 빈센트는 자신의 손으로 입을 가리고 강혁의 모습에 빠져들었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푸화아아악!
강혁의 그림자가 치솟아오르며 태양을 가리고 잠시 동안 주위가 어둠에 빠지는 순간 빈센트의 무감정한 눈동자에 놀람이라는 감정이 깃들었다.
“이정도면 훌륭한 제자 아닙니까?”
6시간.
강혁이 하급 : 그림자술[LV.1]을 얻는 데에 걸린 시간이었다.
물론.
“시간 많으시죠?”
강혁은 고작 하급에서 멈춰 있을 생각이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