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혼자 올 마스터 #40
“....그러면 혼자서 리치랑 데스나이트를 잡으신 게 사실이에요?”
“그래.”
“아니, 몇 개월 전만 해도 저랑 같은 A급이었는데 어떻게 그게 가능....”
“세상에는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종종 벌어지기도 하지.”
“....”
한국으로 돌아가는 비행기 안.
특별히 한국 정부가 보내준 비행기 덕분에 강혁은 알마드를 데리고 비행기에 오를 수 있었다.
그리고 비행기 오른 뒤부터 재잘재잘 입을 여는 엘리자베스의 모습에 강혁은 한 마디로 그 모든 걸 일축했다.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종종 벌어진다.
이건 곧 자신이 한 일들과 같은 일을 할 수 있는 이들을 일컫는 말이었고, 세상에는 그런 존재가 10명이나 있다.
추가로 그녀의 아버지 또한 그런 이들 중 한 명이었고.
결국 할 말을 잃은 그녀는 입을 닫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그녀는 강혁의 옆에 앉아 기내식을 먹고 있는 알마드를 가리켰다.
“그럼 저 사람은 누구죠? 아무리 봐도 사람은 아닌걸요.”
남들이 보기엔 평범한 금발 미남이지만 신성력을 지닌 성녀 엘리자베스에게는 아니었다.
몸 안에 가득한 짙은 사기.
그것이 의미하는 바는 단 하나였으니까.
“....리치 아니에요?”
“아니다.”
“....예?”
그리고 강혁의 단호한 부정에 그녀는 당황했다.
자신의 생각이 틀렸던 건가? 하는 생각을 하고 있을 때, 충격적인 말이 이어졌다.
“리치가 아니라 아크 리치다. 고작 리치랑 비교하면 너무 불쌍하지 않나? 리치를 수하로 부리던 녀석인데.”
“....서....설마 그럼 저 사람이?”
“맞아, 베이징에 나타났던 던전 보스가 바로 저 녀석이다. 인사해라, 알마드.”
“노예 1호 알마드다. 바쁘니까 말 걸지 마라.”
강혁의 명령에 짧게 인사를 건넨 뒤, 다시금 식사에 집중하는 알마드의 모습을 바라보며 엘리자베스는 할 말을 잃었다.
오크 정도 되는 하급 몬스터를 테이밍하여 데리고 다니는 헌터가 있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리치를 넘어선 던전 보스를 테이밍한 건 처음보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충격에 말을 잃어버린 그녀를 뒤로한 채, 그들을 태운 비행기는 인천 공항에 도착했다.
비행기가 지상에 발을 내리고 내리기 전 짐을 챙기는 엘리자베스를 바라보며 강혁이 입을 열었다.
“내가 한 말은 내가 먼저 말하기 전에 다른 곳에 퍼뜨리지 마라. 설령 그게 너의 아버지일지라도.”
“알겠어요, 저도 그 정돈 안다구요.”
“그럼 다행이고.”
자신을 믿고 아크 리치에 대한 정보를 말해준 강혁의 배려를 땅바닥에 버릴 정도로 그녀는 신의가 없지 않았다.
자신을 믿고 말해주었으면서 마지막에 저런 말을 했다는 것에 엘리자베스가 툴툴대면서 비행기에서 내렸다.
“죽일까요?”
“....죽이긴 뭘 죽여. 넌 진짜 내려서부턴 조용히 있어라. 괜히 죽이니, 언데드로 만드니하는 말하면 뒤집어진다.”
“알겠습니다.”
강혁에게 투덜대는 엘리자베스의 모습에 서늘한 살기를 드러내던 알마드가 제압당하고 두 사람은 이내 비행기에서 내렸다.
그리고 그런 그들을 환영하는 것은 다름 아니라.
펑! 퍼펑!
-이강혁씨! 중국에서 리치와 데스나이트를 잡은 사진들이 돌아다니고 있습니다! 정말 본인이 맞은 겁니까?
-현자 루카스 폴른이 던전 보스를 처리했다고 알려졌는데 이강혁 헌터는 그동안 뭘하셨나요?
카메라 플래쉬 세례와 함께 쏟아지는 질문 세례였다.
정신이 혼미하게 만드는 그들의 모습에 강혁은 자신이 앞서했던 말들을 모조리 부정해버리는 한 마디를 내뱉었다.
여기에는 자신에게 메테오를 날렸던 루카스 폴른을 엿 먹이려는 생각 또한 미량이지만 섞여 있었음을 그는 부정하지 않았다.
“던전 보스는 죽지 않았습니다.”
“....잠깐만요, 아저씨 그거 나한테는 말하지 말라고 했....”
비행기 안에서 내리기 직전까지 말하지 말라며 입막음을 하던 게 불과 몇 분 전이었다.
그런데 내리자마자 기자들에게 털어놓으려 하는 강혁의 모습에 엘리자베스가 어이 없어하며 무어라 말을 하려고 할 때.
강혁은 그런 그녀의 입에 손가락을 가져다 대면서 말했다.
“지금이 바로 말할 타이밍이야.”
“....그럴거면 나한테는 왜 말하지 말라고 한 거냐고요!”
답지 않게 분노를 터뜨리는 엘리자베스를 뒤로한 채, 강혁은 어안이 벙벙해하는 기자들을 향해 알마드를 쭈욱 밀면서 답했다.
“전 던전 보스를 테이밍 했습니다.”
“....!!!”
그리고 타이밍 맞게 일반인인 기자들의 피부에 소름이 돋을 정도로 뿜어진 사기의 모습에 기자들은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이강혁은 이제부터 무조건 특종이다!’
강혁은 특종을 몰고 다니는 상상 속의 동물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물론 그들의 여자 친구 또한 상상 속의 동물임은 다르지 않았지만 말이다.
둘의 다른 점은 강혁은 현실에 존재한다는 점이었다.
그렇게 강혁의 말이 기자들에게 흘러간 뒤, 전 세계는 충격에 빠졌다.
-몇 개월 전, 시작부터 A급에 준 S급이라는 새로운 등급으로 세상을 놀라게한 이강혁 헌터. 다시 한번 세상을 놀래키다.
-S급 보스를 수족으로 부리는 존재를 테이밍한 이강혁 헌터, 그가 테이밍한 몬스터의 처우는?
-S급 이상의 던전 보스를 테이밍한 전무후무한 업적. 과연 그의 주인인 이강혁 헌터의 등급은?
-S급 던전 보스인 리치와 데스나이트를 홀로 처치한 이강혁 헌터. 새로운 최강의 10인의 탄생?
-우리는 최강의 10인이 최강의 11인이 되는 역사적인 순간을 보고 있다.
당연하게도 그 충격의 중심에는 강혁이 있었음은 당연한 일이리라.
*
쾅!
“저 빌어먹을 놈은 대체 왜 뒤지지도 않고 발버둥을 치는 거냐고!”
시작은 그저 일과 도중 TV를 틀었고, 자주 보던 채널에서 흘러나오는 뉴스를 본 데에서 시작되었다.
그리고 그곳에서 나타난 강혁의 모습에 1차적으로 분노했고, 그가 베이징에 나타난 언노운급 존재를 테이밍했다는 사실에 2차적으로 분노했다.
언노운급.
격변의 시대를 살아온 승태이기에 그들이 얼마나 두렵고 강력한 존재인지 잘 알고 있었다.
물론 드래곤급의 존재일리는 없었다.
만약 그랬다면 테이밍은커녕 목숨조차 부지하지 못했을 테니까.
하지만 강혁이 테이밍한 존재가 정말 베이징에 나타난 던전 보스라면 언노운급임은 틀림없다는 것이 승태의 생각이었다.
리치와 데스나이트.
각자 S급 던전 보스인 그들을 부릴 수 있는 건 그들보다 상위의 존재.
언노운급밖에 없었으니 말이다.
고작 몇 개월 만에 세상을 떠들썩하게 하고 있는 강혁의 모습에 그는 이를 갈 수 밖에 없었다.
더불어 그를 더 화나게 하는 것은 세상 사람들이 그를 자신과 같은 최강의 10인급 반열에 올려놓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덜 떨어진 반푼이 새끼를 나랑 비교를 해? 빌어먹을 기레기 새끼들이 감히!’
언제나 강혁을 자신의 아래라고 생각하던 승태에게 있어서 다른 이들이 강혁을 자신의 자부심인 최강의 10인 타이틀에 비비는걸 싫어하다 못해서 혐오했다.
그가 강혁을 싫어하는 이유는 간단했다.
‘수연이가 녀석을 좋아할 때부터 마음에 안 들었다. 다른 여성들 또한 그 녀석에게 꼬리를 살랑살랑 흔드는 꼴도 보기 싫었다고.’
자신에겐 아무런 시선 하나 혹은 경멸에 가까운 시선을 보내던 정상에 선 여성들이 강혁에게 보내는 관심이 싫었다.
다른 최강의 10인들도 마찬가지였다.
루터 할론은 허허 웃으며 강혁을 자신의 아들 내지 손자처럼 취급했고.
발터 밀란과 루카스 폴른은 강혁을 친구처럼 대했으며.
수연과 니아 아리엘이 강혁에게 보내는 시선에 담긴 애정을 느끼지 못할 정도로 승태는 눈치가 없지 않았다.
‘이강혁 그 멍청한 놈은 고자인지 그런 마음 하나 헤아리지 못하건만!’
수연과 니아 아리엘에 대한 애정에서 시작된 질투.
그리고 그런 질투가 강혁에 대한 짜증과 혐오로 바뀌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결국 자신을 향해 저벅저벅 다가오는 그의 모습에 승태는 결정을 내렸다.
발터 밀란의 제자 선언 이후로 미뤄두었던 강혁의 사살 계획을 다시금 가동하는 결정을 말이다.
뚜르르르-
“나다. 이번에 이강혁이 승격 시험을 할 게 분명할 텐데 슬슬 던전을 구해야 하지 않겠나? 철혈에서 구해다 주지.”
어디론가로 전화를 걸더니 강혁이 시험을 치룰 던전을 자신이 구해주겠다고 말하는 승태의 입가에는 비릿한 미소가 걸려 있었다.
‘변형 던전 속에서 너 혼자 던전을 클리어 할 수 있는지 지켜보겠다.’
변형 던전.
던전 내부가 뒤죽박죽 섞이고 몬스터들은 더욱 강해지는 던전.
그것이 A급 던전이라면 가히 S급 던전에 필적할 만큼 던전 난이도가 상승하는 폭발형이나 건물형과는 다른 의미로 위험한 던전이었다.
물론 곁에서 던전 참관을 하는 존재가 있겠지만 승태는 개의치 않았다.
‘둘 다 뒤져도 상관없고, 참관인이 도와서 던전을 클리어해도 상관없다. 결과적으로는 녀석이 내게 미치지 못한다는 것을 증명하는 셈이니까.’
강혁을 비롯한 참관인이 죽거나 둘이서 던전을 클리어 하든.
승태에게는 둘 다 나쁘지 않은 결과였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강혁은 강혁이 휴식을 취하고 난 뒤, 이뤄질 승격 시험이 벌써부터 기대되기 시작했다.
당연하게도 그는 강혁이 제 힘으로 던전을 클리어할 것이라곤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아니, 어쩌면 의도적으로 안 한 걸지도 모르지만 정확한 사실은 오로지 승태만이 알 터였다.
*
“오빠, 이거 다 사실이야?”
“응, 어쩌다 보니.”
“....대체 뭘 어째야 언노운급 존재를 테이밍을 해?”
공항에서의 인터뷰가 기사를 타고, 뉴스를 타고난 뒤.
수연은 곧바로 강혁을 찾아 그의 집으로 왔다.
그리고 그의 옆에서 아이스크림을 빨아 먹고 있는 알마드를 바라보며 눈을 찌푸렸다.
강혁의 말마따나 알마드에게서 느껴지는 기운은 결코 평범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테이밍하면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자신을 압도하거나 비등할 정도의 수준까지는 아니었지만 그것만 해도 충분히 대단했다.
결국 강혁의 말이 사실임을 확인한 그녀는 한숨과 함께 강혁을 타박했다.
“사고뭉치 같으니.”
“미안하다. 그래도 강해진 힘을 사용해 보기 위해서나 내 할 일 때문에서라도 중국은 갔어야 했어.”
“왜인지는 말 안해줄 거지?”
“....나중에. 나중에 다 말해줄게.”
입을 삐죽 내민 채로 툴툴대는 수연의 모습에 강혁은 살짝 고개를 숙이며 사과했다.
그녀는 강혁에게 있어선 은인임과 동시에 아끼는 동생이기도 했다.
그런 그녀에게 숨기는 것이 있다는 것 자체가 강혁에겐 미안한 일이기도 했고.
더불어 지금 수연은 오늘 길에 강혁이 부탁했던 것까지 가져다주기도 했으니 미안함은 배가 될 수밖에 없었다.
“이거야? 알마드의 주민등록증이?”
“어, 테이밍한 몬스터에 대한 주민등록증에 대해서 말이 많았는데 정부가 이럴 땐 발 빠르더라고. 강한 몬스터를 어떻게든 한국에 묶어두고 싶었는지 가자마자 만들어주던데?”
“....참 대단하네.”
헌터와 몬스터들이 나타나고 강력한 힘이 곧 국력이 되어버린 세상.
한국의 선택은 옳았다.
베이징 전체를 초토화시킬 뻔 했던 강력한 몬스터.
그 몬스터가 한국의 국민이 된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일이었다.
추가로 몬스터의 주인인 강혁 또한 있으니 두 말하면 입 아플 지경.
애초에 강혁을 붙들어두기 위해서라도 정부는 알마드에 대한 주민등록증을 만들어줬을 터였다.
“여기 있어.”
“고마....풉!”
정부의 발 빠른 행동에 고개를 절레절레 내저으며 수연이 내민 알마드의 주민등록증을 받안든 강혁은 터져나오는 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
“뭐야? 왜 그래?”
“....너 이거 안 봤어?”
“남의 주민등록증은 함부로 보면 안 되지.”
“봐봐.”
“대체 뭐길래 그러는....풉!”
꺽꺽대며 웃고 있는 강혁의 모습에 의아해하며 강혁이 내민 주민등록증을 확인한 수연은 강혁이 왜 웃는지 단박에 이해할 수 있었다.
[김 알마드]
주민등록증의 성명 부분에 떡하니 박혀 있는 알마드의 이름 때문이었다.
한국은 물론이고 전 세계 최초로 몬스터 출신 헌터이자 네크로맨서인 김알마드가 탄생하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