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혼자 올 마스터-39화 (40/178)

나 혼자 올 마스터 #39

루카스 폴른.

최강의 10인임과 동시에 상위 3인으로도 불리며 현자라는 타이틀을 지닌 ‘최강’이라는 말에 가까운 헌터.

“....감히 주인님을!”

“멈춰.”

“....하지만!”

“너도 알잖아. 지금의 너로선 이길 수 없다는 걸.”

“....”

자신들을, 정확하게는 강혁이 죽을 뻔 했다는 사실에 충실한 종이 된 알마드가 발끈하며 나서려 했지만 강혁은 그런 그를 제지했다.

족쇄를 풀면서 약해진 알마드는 결코 루카스 폴른의 상대가 될 수 없다는 걸 느꼈기 때문이다.

당연히 알마드 본인도 그것을 느꼈을 터.

하지만 분노의 마기를 흡수한 탓인지 아니면 충성심의 발로인지 그는 루카스 폴른에게 달려들려고 했다.

‘....방금 공격했으면 알마드는 죽었다.’

갑자기 튀어나온 강혁의 모습에 놀랐던 기색은 온데간데없는 루카스 폴른의 모습에 강혁은 혀를 차며 한 발짝 앞으로 나섰다.

“싸울 생각은 없다.”

“난 중국 정부의 요청을 받아서 중국에 나타난 언데드형 던전의 보스를 죽이려고 왔다만.”

“....지금은 아니야.”

“몬스터를 길들인 건가? 그러고 보니 사람의 모습과 흡사하군. 원래부터 저런 건가 아니면 네가 길들인 다음에 사람처럼 변한 건가?”

“제발 사람이랑 대화할 때는 사람한테만 집중해라, 루카스.”

“아, 미안하군. 오랜만에 흥미로운 실험체가 나타나서 말이야.”

집중하라는 강혁의 말에 루카스 폴른은 옅게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마지막으로 만났을 때와 비교하더라도 전혀 달라지지 않은 그의 모습에 강혁은 한숨을 내뱉었다.

“몇 년 전이나 지금이나 한결같이 하나에 꽂히면 주변이 보이지 않는 건 여전하구나.”

“마법사에게 있어선 축복과도 같은 일이지.”

“음, 마음에 들지 않지만 그건 인정한다.”

“....아주 죽이 척척 맞네.”

좀 전까지 화나 있던 것이 거짓이라는 듯이 호흡이 척척 맞는 루카스 폴른과 알마드의 모습에 강혁은 고개를 내저었다.

아크 리치였던 알마드 또한 마법사로서 정점에 다다랐고, 상위 3인이자 현자라는 칭호 또한 가지고 있는 루카스 폴른 또한 그와 비슷했다.

결국 서로 팔짱을 낀 채 고개를 까닥까닥거리는 둘의 모습에 강혁은 직접 나설 수밖에 없었다.

“루카스. 돌아가 줘. 네가 우릴 보내주지 않으면 나도 어쩔 수 없이 너와 싸울 수밖에 없으니까.”

“....호오, 강혁. 네가 각성을 했다는 것도, 유례없는 성장을 이룩하고 있다는 것도 모두 알고 있다. 하지만 그와 별개로 네가 내 앞에서 ‘싸우겠다.’라고 말할 정도의 힘이 있는가? 하는 건 이해가 잘 가지 않는군. 그 말에 대해서 책임을 질 수 있나?”

“....큭!”

콰드드득-

최강자의 서늘한 분노가 담긴 마나가 유형화가 되어 강혁의 전신을 짓눌렀다.

마치 우주에 맨몸으로 나선 것과 같은 기분과 몸이 찌부러질 것만 같은 아득한 압력에 강혁이 이를 악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이기는 것까진 몰라도 싸우는 건 할 수 있다. 그리고....!”

“그리고?”

“네가 이 지랄을 할 거라는 것도 이미 ‘봤다’고!”

“....!”

파앙!

이를 악물면서 씹듯이 내뱉은 말과 함께 순식간에 자신이 건 압력을 풀어내고 자신을 향해 쏜살처럼 달려드는 강혁의 모습에 루카스 폴른의 얼굴에 놀람의 빛이 어렸다.

하지만.

키이이잉-

“압력을 해제하면 어쩔 거지? 그건 내가 가진 기본 중에 기분에 불과하다. 마법사가 근접전에 약한 것도 나 정도면 상관없으니까. 자, 옛 친구가 주는 선물이다. 한 번 받아봐라.”

“....!”

루카스의 앞에 도달하기 직전, 자신의 앞에 떠오른 수십 개의 마법진들 앞에 이번엔 반대로 강혁의 얼굴에 놀람이 어렸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수십 개의 마법진에서 뿜어져 나오는 마법 다발이 강혁을 휩쓸었다.

콰과과광!

강혁을 공격하고도 그 힘을 잃지 않은 마법들이 이미 무너진 산의 잔해들을 부수면서 자욱한 먼지구름을 만들어냈다.

그것도 잠시.

후웅-

루카스 폴른이 손을 한 번 내젓자 어디선가 바람이 불어와 먼지구름을 날려보냈다.

먼지구름이 사라진 자리.

그곳에는 마법 저항력을 통해 마법들을 막아낸 강혁이 다시금 루카스 폴른에게 달려들고 있었다.

지치지도 않고 덤벼드는 강혁의 모습에 루카스 폴른의 입가엔 짙은 미소가 걸렸고.

만족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거린 루카스 폴른의 입이 열렸다.

“헤이스트, 스트렝스.”

몸을 가볍고 빠르게 만드는 헤이스트.

몸을 강하게 만드는 스트렝스.

마법사들의 전투 보조 마법이 루카스 폴른의 몸에 깃들었다.

기초적인 보조 마법이었지만 그걸 사용할 주체가 루카스 폴른이라는 점이 중요했다.

S급의 그것보다도 재빠른 몸놀림으로 한 발 먼저 강혁의 앞에 도달한 루카스 폴른이 손가락을 구부려 강혁의 이마에 딱밤을 놓았다.

딱!

경쾌한 소리와 함께 이마에 큼지막한 혹을 단 강혁은 그대로 달려온 길 그대로 돌아가 잔해에 처박혔다.

“크으으으....”

“괜찮으십니까!”

“괜찮겠지. 안 괜찮으면 별 볼 일 없는 거고. 살짝 어루만져준 거다.”

“네 녀석! 감히!”

전투 때의 흥분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진 무표정한 얼굴의 루카스 폴른의 대답이 마음에 들지 않는지 알마드가 뛰쳐나가려고 했지만 그걸 다시 한번 강혁이 제지했다.

“끄응, 골이 울리는구만.”

“말했지만 살살친 거다.”

“....답도 없는 괴물 자식.”

“그건 내가 아니라 너겠지. 고작 몇 개월 만에 내 딱밤을 맞고도 기절하지 않은 건 칭찬할 만한 일이니까.”

“니아한테 얻어맞다가 고작 마법사 나부랭이에게 얻어 맞고 기절하면 걔한테 내가 맞아 죽어.”

“니아라....그러고 보니 녀석이 요즘 즐거워 보인다 했더니 너 때문이었군.”

그제야 의문이 해소된 건지 또 다시 혼자만의 세계의 빠져버린 루카스 폴른의 모습에 강혁은 한숨과 함께를 그를 불렀다.

“후우, 그래서 가도 되지?”

“물론, 아까 한 말은 장난이었다.”

“....장난 두 번 하면 사람 잡겠네.”

“다시 말하지만 난 네가 저 안에 있는 줄 몰랐다.”

“알았으면 미친놈이라고 생각했겠지. 사람 머리 위로 유성우를 떨어뜨리는 게 말이 되냐?”

“효율이 좋다.”

“....말을 말자.”

천생 마법사다운 그의 대답에 강혁은 할 말을 잃고 말았다.

*

“가는 거냐?”

“원체 비싼 몸이라 원래부터 위치 파악 이후 메테오 한 방 쏘는 걸로 중국 정부랑 합의 봤다.”

“....진짜 편하게 산다.”

자신들을 향해 날렸을 메테오 한 방의 금액이 얼마였을지 추측조차 되지 않았기에 강혁은 고개를 절레절레 내저으며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루카스 폴른의 딱밤으로 생긴 혹은 이미 신성력으로 치유한지 오래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루카스 폴른은 아직 둘에 대한 관심을 끊지 않았다.

“나중에 시간 되면 미국으로 와라. 보아하니 마법에도 재능이 있는 것 같아 보이니 한 번쯤 봐줄 테니.”

“딱밤 값이야 아니면 메테오 값이야?”

“둘 다다.”

“갔는데 막 실험체 취급 당하고 해부 당하고 그런 건 아니지?”

“친구를 해부할 정도로 나는 실험에 굶주려 있진 않다..”

무표정한 얼굴로 그리 대답하는 루카스 폴른의 말에 강혁은 고개를 끄덕였다.

루카스 폴른이 결코 빈말을 하지 않는다는 걸 잘 알기 때문이었다.

‘실험체가 되지 않는다는 조건이면 루카스 폴른과의 만남은 내게 득이다. 중급에서 막혀 있는 마법 재능도 상급으로 넘어갈 수 있고, 약해진 알마드를 본래의 모습으로 되돌릴 방법도 얻을 수 있을지 모른다.’

루카스 폴른.

그는 괴짜이긴 하지만 마법사로서의 재능은 진짜였다.

아크 리치라는 네크로맨서로서 오를 수 있는 최고까지 오른 알마드가 그의 노예이지만 마법으로 놓고 보면 그는 결코 루카스 폴른에게 미칠 수 없었다.

그가 아는 한 루카스 폴른의 마법 실력은 세계 제일이었기에 강혁은 흔쾌히 루카스 폴른의 제안을 수락했다.

“시간 되면. 나 이제 S급 승격 시험 치러야 하거든.”

“별 의미도 없는 시험을 치루면서 시간 방비라니 참....나 때는 말이야....”

“....너랑 나랑 동시대 헌터인 건 알지?”

느닷없이 라떼는~을 시전하는 루카스 폴른의 모습에 질색하며 강혁은 알마드를 데리고 무너진 산의 잔해를 뒤로한 채, 베이징으로 향했다.

그리고 그런 두 사람의 모습을 바라보며 루카스 폴른은 옅은 미소를 머금고 이내 전화기를 꺼내 들었다.

-여보세요?

“이강혁을 만났다.”

-....뭐? 왜? 네가 걔를 왜 만나! 죽을래?

언제 들어도 앙칼진 그녀의 목소리에 루카스 폴른은 재밌는 장난감을 발견한 아이처럼 쿡쿡 웃으며 그녀를 놀려댔다.

“중국에 출장을 와서 보스가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산을 향해 메테오를 쐈더니 흙더미를 헤치고 녀석이 기어나오더군.”

-메테오? 설마 너 강혁이에게 메테오 쏜 거야?

“그렇다면?”

-....넌 진짜 돌아오면 뒤졌어. 아니, 나 지금 네 연구실로 가서 부수고 있을 테니까 알아서 찾아와라.

“니아....니아 아리엘! 이 자식아 거기 있는 게 다 얼마짜린 줄 알아? 아니, 애초에 거기엔 요즘은 구할 수도 없는 귀한 마법 시약들이....!”

-어~ 안 들려~

“....이런 미친!”

오랜만에 니아 아리엘을 놀릴 거리를 찾았다는 생각에 그녀의 미친 성격을 고려하지 못한 것이 루카스 폴른의 패착이었다.

어디론가로 향하는 듯한 그녀의 발걸음 소리에 루카스 폴른은 중국 정부에 보스 퇴치 전달도 하지 않은 채, 허겁지겁 순간이동을 사용하여 미국으로 되돌아갔다.

그리고 베이징을 공포에 빠뜨린 언데드 보스 처치에 대한 소식은 그가 한창 연구실을 부수던 니아 아리엘을 제압한 이후에야 중국 정부에 전달되었다.

물론 그동안 중국 정부는 루카스 폴른을 재촉할 생각조차 못한 채로 전전긍긍했음은 웃픈 해프닝이었다.

*

“후우, 이 정도면 사기가 집을 침범하진 않을거에요.”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성녀님!”

베이징시.

언데드들은 사라졌지만 그들의 대장격인 데스나이트가 리치가 흘린 대량의 사기로 인해 시민들은 고통과 두려움에 떨었다.

그도 그럴 것이 그들이 남기고 간 사기는 시민들의 연약한 신체를 좀먹고 정신을 피폐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바로 그때.

그런 그들을 구원해 준 이가 한창 최고의 A급 루키이자 헌터로 이름을 날리는 엘리자베스 할론이었다.

그녀는 베이징이 언데드들에게 공격당했다는 걸 안 즉시 베이징으로 향했고, 중국 정부의 환대를 받으며 열심히 사람들의 안전을 위해 신성력을 아끼지 않았다.

무보수에 가까울 정도로 적은 돈만 받고 그녀가 자선 봉사를 해온 며칠이 지난 시점에서 그녀는 베이징시의 주민들로부터 주석을 뛰어넘는 지지를 받을 정도가 되었다.

움찔-!

그랬던 그녀는 베이징시 내부에서 느껴지는 강력한 사기를 느끼고 몸을 떨었다.

A급, 이제는 S급을 넘보기 위해 박차를 그녀가 두려움에 떨 정도로 강력한 사기.

‘....이건 틀림없어. 분명....분명 살아남은 언데드 보스가 베이징시를 침공하려고 온 게 분명해!’

S급을 넘을 것으로 추정되는 강력한 보스.

그 보스가 다시 한번 베이징시를 공격하러 직접 찾아온 게 틀림없다는 생각과 함께 그는 자신의 순백의 건틀렛을 착용한 채로 곧바로 사기가 느껴지는 곳을 향해 몸을 날렸다.

“멈춰라! 사악한 존재여! 그대는 결코 베이징시를 어지럽힐 수 없....어?”

두려움에 떨리는 몸을 뒤로한 채, 사기가 느껴지는 존재를 가로막은 엘리자베스의 얼굴에 물음표가 떠올랐다.

“....이강혁 헌터?”

그녀가 막아선 존재는 다름 아니라 방금 루카스 폴른과 헤어지고 한국으로 돌아갈 준비를 위해 베이징을 방문한 강혁이었기 때문이다.

“해치울까요?”

“아는 사람이야. 그만해.”

“....막대한 사기. 설마 리치? 아니, 잠깐만 애초에 리치를 이강혁 헌터가 왜 데리고 있는....”

자신의 앞길을 막아선 엘리자베스를 탐탁지 않게 바라보던 알마드가 출수하려고 하자 강혁은 그를 막았고, 그제야 알마드의 정체를 조금이지만 파악한 엘리자베스는 혼란에 빠졌다.

그렇게 엮이고 엮어버린 문제가 풀어지기까지는 꽤 오랜 시간이 필요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