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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혼자 올 마스터-35화 (36/178)

나 혼자 올 마스터 #35

갈라진 세상 속에서 자신을 향해 검을 내지르는 데스나이트들의 모습을 바라보며 강혁은 침착하게 그 모습들을 직시했다.

그리고.

카각- 카가각- 캉!

자신이 미리 ‘보았던’ 검격들을 모조리 파악한 후, 그것들을 모조리 쳐냈다.

찌르르르...

‘....역시 S급 보스는 보스군. 힘 자체가 달라.’

하지만 쳐낸 것과는 별개로 검을 쳐낸 강혁의 팔은 부르르 떨리고 있었다.

A급 보스이자 힘 하면 사람들이 가장 먼저 생각하는 오우거조차도 눈앞의 데스나이트에게는 상대가 안 될 게 분명할 정도의 근력이 데스나이트에게는 있었으니까.

이게 바로 S급 몬스터이고 그들 중에서 정점에 선 S급 보스의 위용이었다.

‘이런 놈들을 혼자서 잡아내는 게 말도 안 되는 일이지.’

좀 전에 전투 불능으로 만들었던 리치도 본래 던전 내였다면 강혁은 절대로 혼자서 그를 전투 불능으로 만들 수 없었다.

리치가 조종하는 어마어마한 양의 언데드들과 피해를 입어도 곧바로 회복하게 도와주는 라이프 베슬까지.

모든 방해 요소를 처리하고 리치까지 처리하기 위해서는 S급을 넘어서는 힘이 필요했다.

그게 아니라면 S급 헌터로 이루어진 팀을 꾸리던가.

하지만 이곳은 던전이 아니었고, 리치의 명에 따라야 할 수많은 언데드는 데스나이트와 함께 양분되었다.

더불어 강혁을 찾기 위해, 또한 몸집을 부풀리기 위해 언데드들은 도시 곳곳으로 흩어진 상황.

마법사가 전사를 상대로 1대1을 했으니 강혁이 그를 상대로 승리하는 것도 당연했다.

하지만 데스나이트는 아니었다.

‘원래부터 혼자인 놈. 모든 언데드가 없어도 혼자서 괴물 같은 신위를 보이는 놈.’

리치는 마법사답게 누군가를 부리고 마법으로 보조하는 면이 크다.

즉, 언데드가 없는 리치는 팥 없는 붕어빵인 셈.

그에 반해서 데스나이트는 정반대다.

누군가를 부리는 건 부차적인 요소에 불과하며 모든 건 본인의 힘으로 이루어내는 존재.

전사 대 전사의 싸움인 것이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같은 전사끼리의 싸움에서 우위를 점하는 건 강함과 기술 등의 요소가 전부였다.

즉, S급 보스인 데스나이트를 상대로 강혁이 1대1로 승리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얘기.

그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음에도 강혁은 포기하지 않았다.

‘스탯도 처지고 녀석의 사기(死氣)는 내 마나나 마기 그리고 신성력을 웃돈다. 하지만 단 하나. 재능 만큼은 뒤처지지 않아.’

S급 보스다운 괴물 같은 스탯들과 자원 스탯.

S급 헌터 정도는 가볍게 찜쪄먹을 능력이지만 강혁에겐 다른 헌터들과 달리 수많은 재능과 특성 그리고 신체를 지니고 있었다.

더불어.

-정신 똑바로 차려라. 녀석은 블랙 오크 따위와는 비교조차 할 수 없는 마물이니까.

‘....나도 알아.’

-‘분노’를 사용해라. 그게 네가 승리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니까.

‘후우, 그래야겠지.’

자신과 함께 데스나이트를 바라보며 분석을 마친 분노 또한 강혁과 함께였다.

분노의 조언에 강혁은 고개를 끄덕였다.

몇 번 검격을 나눠보아 이미 데스나이트와 자신의 신체 격차를 파악한 강혁이다.

분노의 마기를 받아들여 신체 능력을 끌어올리지 않는다면 애초에 이 전투는 성립조차 하지 않는다는 걸 잘 아는 것.

‘....쩝, 정신이 회까닥한다는 게 마음에 들진 않지만 어쩔 수 없지. 최대한 버텨보는 수밖에.’

유일한 단점은 특성 : 분노의 사용으로 인한 이지의 상실이었다.

그래도 아예 생각하거나 움직이는 데에 제약이 걸리는 건 아니기에 한숨과 함께 강혁은 특성을 활성화시켰다.

-크하하핫! 그래! 미쳐 날뛰어보자고!

분노의 마기가 몸에 스며들고 서서히 이지가 흐려지는 순간 들려오는 분노의 목소리에 강혁이 이를 가는 순간.

[정신 간섭 계열 확인.]

[특성 : 불굴이 활성화되었습니다.]

[불굴 활성화 시 모든 정신 계열 공격에 방어합니다.]

“....어?”

-....어?

흐려지던 정신이 순식간에 맑아지고 강혁과 분노는 의아함을 토해낼 수밖에 없었다.

*

-죽죽어어라라....

“....아무튼 개이득이라는 게 이런 거지?”

-말도 안 된다! 그까짓 특성 따위가 내 힘을!

“생각해 보니까 분노도 특성이잖아. 같은 급 맞네.”

-닥쳐라!

자신의 뜻대로 되지 않아 길길이 날뛰는 분노의 목소리에 강혁은 피식 미소를 머금으며 검을 휘둘렀다.

쩌엉-!

‘역시 신체 능력은 이제 얼추 맞췄다.’

일격을 교환하고 살짝 저리긴 하지만 충분히 견딜만한 수준인 것을 확인한 강혁은 만족스러웠다.

현재 분노의 사용으로 인해 강혁의 사대 스탯의 평균은 대략 345 정도.

이걸로도 살짝 모자라다는 걸 감안하면 데스나이트의 스탯은 400선일 게 분명했다.

하지만 그 정도 격차는 충분히 좁힐만한 성질의 것이었기에 강혁은 검을 휘두르면서 외쳤다.

“네 모든 걸 먹어줄게.”

준비는 끝났다.

분노 사용으로 인한 패널티조차 사라진 지금 강혁의 전신에는 자신감이 넘쳐 흘렀다.

그런 강혁의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는지 데스나이트는 입을 꾹 닫은 채로 수십 개의 검격을 순식간에 날렸다.

카가가각-

평범한 이였다면 순식간에 토막나버렸을 공격이지만 강혁은 여유롭게 그것을 막아냈다.

물론 보고 막은 건 아니었다.

그저 동물적인 감각이자 반사적으로 막아낸 것에 불과했다.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점은 남들에겐 그것이 ‘운’에 불과했지만 강혁에겐 아니라는 점이었다.

‘확실히 전투 예지보단 육감이 편하긴 하네. 정신력의 소모도 덜하고.’

육감.

전투 예지라는 재능 안에 스며든 육감이란 재능은 눈으로 쫓을 수조차 없는 빠르기의 검격을 본능적으로 막아냈다.

그리고 검격은 본능에 맡긴 채, 강혁은 공격을 이어나갔다.

육감이 지속되는 동안 방어는 크게 신경을 쓸 것이 없었기에 가능한 선택이었다.

그런 강혁의 선택은 옳았다.

캉! 카앙! 캉캉캉!

자신의 공격을 무척이나 가볍게 막아낸 강혁의 모습에 데스나이트의 검은 귀화가 거세게 흔들렸다.

이미 죽긴 했지만 그 또한 일정 이상의 경지를 넘어선 기사.

자신의 공격이 아무렇지 않게 막혔으니 그가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는 게 더 이상할 터였다.

그렇기에 그는 본격적으로 몸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인인정정한한다다....하하지지만만 너너는는 이이곳곳에에서서 죽죽는는다다....

살아생전에 뛰어난 강자였던 데스나이트의 검에 짙은 사기(死氣)가 뭉치고 뭉쳐 날카로운 검기를 만들어냈다.

검성의 검강보단 약했지만 검기 또한 충분히 사람의 몸을 양단할 수 있는 위력을 지녔다.

그런 검기가 데스나이트라는 완벽한 검에 의해 다뤄지며 강혁에게로 쇄도했다.

카각-!

“....쎄네.”

블랙 오크의 뼈에 마기까지 깃들어 강철보다 훨씬 강력한 강혁의 검이 데스나이트의 검기에 서서히 금이 갔다.

빠직- 빠지지직-

금방이라도 부서질 것처럼 섬뜩한 소리를 내뱉는 검명에 강혁을 이를 갈면서 있는 힘껏 검을 올려쳤다.

캉!

분노로 강화된 신체에 마나가 그 위에 덮어 씌워지며 순간적으로 데스나이트의 근력을 넘는 힘을 지닌 강혁의 올려치기에 데스나이트와 강혁의 검이 같이 하늘을 날았다.

푹!

아스팔트 도로를 무른 흙처럼 파고들어간 두 개의 검은 서로의 등 뒤였고, 그 말은 곧 무기를 쥐기 위해서 서로라는 벽을 넘어야 한다는 얘기였다.

그리고 강혁은 무기를 주우러 갈 생각이 없었다.

꽈아아악-

“누구 하나 죽을 때까지 치고박고 싸워보자고.”

어느새 주먹을 단단하게 말아쥔 강혁이 그 말을 끝으로 죽음의 기운을 풀풀 흘려대는 데스나이트를 향해 쇄도했다.

니아 아리엘과 생활하고 배우면서 어느새 그녀에게 스며들어버린 강혁이었다.

*

팍- 파박- 팍파박!

수십 개의 권영이 서로를 부수기 위해서 서로의 몸을 난타했다.

하지만 뛰어난 검사이기 이전에 뛰어난 권사이기도 한 두 사람은 단 한 번도 서로의 공격을 허용하지 않았다.

눈으로 볼 수조차 없을 정도로 빠른 속도로 쏟아지는 권의 비 속에서 강혁과 데스나이트는 모든 걸 잊은 채 서로에게 집중했다.

‘저 방어를 뚫고 공격을 성공시켜야 한다니 정말 하드 난이도를 넘어선 헬 난이도로군.’

이미 죽은 자답게 아무런 표정도 감정도 없는 그는 묵묵하게 고통도 없이 강혁의 공격을 쳐냈다.

사기가 깃든 풀 플레이트 메일이 주먹을 쳐낼 때마다 느껴지는 아릿한 고통에 강혁이 눈살을 찌푸리는 것과는 정반대인 상황.

즉, 이대로 간다면 강혁 쪽이 먼저 무너져내리는 최악이 찾아오고 만다.

그걸 모를 강혁이 아니기에 침착하게 육감을 이용하여 공격을 막아내고 반격의 기회를 찾았다.

물론 그럴 때마다 머리는 끓는 물처럼 달아올랐지만 그렇다고 육감을 종료하면 저 흑색 건틀릿에 얻어맞아 곤죽이 될 게 뻔했다.

‘전투 예지는 무조건 가장 중요한 순간에 써먹어야 한다.’

첫 공격이야 파악을 위해서 어쩔 수 없이 썼다지만 전투 예지라는 카드는 막 쓰면 오히려 강혁에게 칼을 겨누는 양날의 검과 같은 재능.

전투 예지를 쓰면 공격을 피하기도 더 수월할 거고 반격을 넣기도 지금보다 더 나을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강혁은 가장 중요한 순간에 그것을 사용하기 위해 전투 예지를 잠시 동안 봉인했다.

그리고 그 틈은 꽤 빠르게 찾아왔다.

후웅-

직선으로 뻗어지는 데스나이트의 건틀릿.

그걸 본 순간 강혁은 데스나이트의 품으로 파고들었다.

-....?!

자신을 향해 달려드는 강혁의 모습에 데스나이트는 검은 귀화를 일렁이며 당황했다.

지금 저대로 들어오는 것은 공격을 허용하겠다는 것과 다르지 않았기 때문.

놀람도 잠시 데스나이트는 차분하게 공격을 강혁의 복부에 때려넣었다.

펑-

가죽 북이 터지는 듯한 소리가 강혁의 배에서부터 울려퍼졌다.

울컥-

당연하게도 오장육부가 배배 꼬이는 듯한 고통에 강혁은 이를 악물고 목구멍을 넘어오려는 피를 삼켰다.

데스나이트의 건틀릿은 아예 배를 꿰뚫어버리려는 듯이 힘을 주기 시작했고, 그 순간 강혁은 왼팔로 데스나이트의 목 부근을 휘감아 자신의 몸을 고정시켰다.

“자, 이제 도망은 못 치지?”

-....!

그제야 강혁의 노림수를 깨달은 데스나이트가 주먹을 휘둘렀다.

초근접거리에서 쏘아지는 총알과도 주먹.

육감으로도 피해내기란 불가능에 가까웠다.

하지만.

핏-

-....!!!

“미안하지만 이미 본 거라서.”

강혁은 피할 수 없을 거라 자신했던 데스나이트의 주먹을 볼이 살짝 베이는 것으로 퉁쳤다.

그것으로 데스나이트의 턴은 종료됐고, 지금부턴 강혁의 턴이었다.

“섬(殲).”

이미 탑에서 한 번 써본 적이 있는 발경의 묘리를 담은 공격.

그 공격이 데스나이트의 플레이트 메일을 넘어 내부를 진탕시켰다.

하지만 이미 죽어버린 존재인 데스나이트의 내부가 곤죽이 되더라도 데스나이트는 죽지 않는다.

하지만.

“폭(爆).”

강혁의 노림수는 내부를 곤죽으로 만드는 것이 아닌 기운을 내부로 ‘보내는’ 것에 있었다.

이어진 폭을 사용하기 위해선 데스나이트의 내부에 강혁 본인의 기운이 있어야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런 노림수는 제대로 들어갔고, 강혁의 연계기인 섬폭(殲爆)이 터져나갔다.

퍼서석-

단단한 플레이트 메일과 짙은 사기(死氣)로 외부를 완벽하게 보호하던 데스나이트였지만 내부에서 일어난 거대한 폭발까지 막아내는 건 무리에 가까웠다.

폭발로 인해 산산조각이난 살점과 장기들 그리고 핏물을 닦아내며 강혁은 눈앞에 떠오른 메시지창을 바라보았다.

[뛰어난 적의 기술을 보고 막아내고 파훼했습니다.]

[상급 무술[LV.3]가 상급 무술[LV.4]로 성장하였습니다.]

[중급 몬스터 지식[LV.9]가 상급 몬스터 지식[LV.1]로 성장하였습니다.]

[모든 스탯이 30 상승합니다.]

“....후우, 이제 남은 건 이놈들 대가리 한 명 뿐인가.”

-재미없군.

“그런 거 따지면 이미 난 여기에 서 있을 수도 없어.”

분노에 몸을 맡기지 않고 뚜렷한 이지를 가진 채 움직이는 자신의 모습에 툴툴대는 분노의 말을 무시한 채, 강혁은 움직였다.

“자, 그럼 숨어 있는 놈 면상이나 보러 갈까.”

리치와 데스나이트를 만나고 상대하며 강혁은 사기(死氣) 느낄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그런 강혁의 기감에 강력한 사기가 느껴지는 곳이 잡혔다.

사기를 느낀 순간 강혁은 지체할 것도 없이 강력한 사기가 느껴지는 곳을 향해서 몸을 날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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