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혼자 올 마스터-34화 (35/178)

나 혼자 올 마스터 #34

“빌어먹을....빌어먹을....빌어먹을....!!!”

어두컴컴한 동굴 안.

그곳에서 뼈만 남은 시체 한 구가 욕을 내뱉고 있었다.

평범한 이들이 보았다면 시체가 말을 한다며 기겁을 하겠지만 조금이라도 사냥을 해본 헌터들이라면 눈앞의 존재가 몬스터 중의 일부인 언데드라는 걸 알아봤을 터.

하지만 그는 그들이 아는 평범한 몬스터와는 궤가 다른 존재였다.

“크아아아악! 나를 고작 인간 하나 잡는 데에 보내다니 너희들을 결코 용서치 않으리라!”

분노가 가득 깃든 고통스러운 목소리가 어두운 동굴 안을 가득 채웠다.

광기에 찬 그의 움직임에 그가 쓰고 있던 로브가 젖혀지고 그 안에 있던 그의 모습이 드러났다.

주먹만한 붉은 루비가 해골 한 가운데에 박혀 있는 존재.

“신이든 악마든....모조리 죽여주마.”

신과 악마.

그들에 의해 구속당해 있으며 영원히 그들에게 속박 당한 존재.

“나 아크 리치, 알마드 페트로비치의 이름을 걸고!”

아크 리치, 알마드 페트로비치가 이를 갈며 폭발과 함께 베이징 어딘가에 만들어진 자신의 던전 안에서 이를 갈았다.

-죽여라....죽여라....그를 죽여라....

뿌득-!

“....일단 녀석부터 죽여야겠군.”

그것도 잠시.

깨질 듯한 두통에 그는 이를 갈면서 신과 악마들이 자신을 이곳에 내려보낸 이유를 상기해냈다.

그리고 이내 자신의 던전 바깥으로 고개를 돌렸다.

아니, 정확하게는

“녀석을 죽여라.”

넘실거리는 귀화 너머로 보이는 자신의 충실한 수족인 리치의 눈을 통해 보이는 한 사내를 바라보며 그가 말했다.

그와 동시에 베이징 한가운데에 거대한 벼락이 내리꽂혔다.

*

카가가각-

“....역시 이걸로 베어내긴 무리였나.”

리치가 정말 눈 깜빡할 사이에 만들어낸 ‘실드’까진 베어냈지만 강철보다 단단한 리치의 뼈까지 갈라내는 건 무리에 가까웠다.

그 사실에 강혁은 한숨을 푹 내쉬었다.

하지만 한숨을 내쉰다고 해서 바뀌는 일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다.

아직도 강혁의 앞에 리치는 살아서 강혁의 검을 버티고 이격 째를 준비하고 있었으니까.

-매직 미사일.

푸슝!

기초 중에 기초.

파이어, 아이스 등을 배우고 난 다음에 배우는 가장 초보적인 공격 마법.

다만 그 마법을 사용한 대상이 리치라는 점과 초근거리라는 점.

그것들이 얽히고섥히는 순간 매직 미사일은 결코 초보적인 공격 마법이라고 비웃을 수 있는 수준이 아니게 되었다.

푸부부북-

블랙 오크의 가죽으로 만든 갑옷이 움푹움푹 패였고, 매직 미사일의 충격을 온전히 흡수하는 건 무리에 가까웠다.

복부부터 시작해서 명치, 가슴, 옆구리 등.

상체 부분을 전부 공격 당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다.

“퉤!”

철퍽-

입가에 가득 머금은 검은 피를 바닥에 내뱉으며 강혁은 입가를 닦으며 뒤로 몸을 날렸다.

[인내하여 저항하였습니다.]

내부 장기마저 충격을 받은 상황에 강혁이 느끼는 고통은 어마어마했지만 쓰러지진 않았다.

더 강해진 인내는 고통에 강혁이 저항하고자하는 마음만 있다면 언제까지고 강혁을 지지해주는 덕분이었다.

-힘내세요!

자신의 몸 속에서부터 들려오는 밝은 인내의 목소리에 피식 미소를 머금은 강혁의 눈앞에 그래도 호재가 나타났다.

[격이 높은 상대의 마법을 확인했습니다.]

[중급 : 마법[LV.1]의 숙련도가 올랐습니다.]

[매직 미사일의 구조를 분석했습니다.]

[지금부터 매직 미사일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하급 : 마법 저항력[LV.3]을 획득했습니다.]

“....안 그래도 마법 성장이 더뎌졌는데 제대로 된 스승님을 만났군, 그래.”

탑에서 지내는 틈틈이 3급 창고에서 가져온 기초 마법서를 탐닉하여 중급까지 올린 순간 마법서는 산산이 부서져 내렸다.

더 이상 마법을 성장시킬 수 없다는 것에 얼마나 절망했는지 지금까지도 그 기억이 생생할 정도.

그런데 눈앞의 리치가 그 고민을 타파해주는 셈이었으니 강혁은 지금의 상황도 잊은 채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그 순간.

-명령이 내려졌다. 죽어라.

“....!!!”

콰르르르릉!

강혁의 눈앞에 거대한 벼락이 떨어졌다.

*

치이이익-

‘크으으으....전신이 타들어가는 것 같다....’

-진짜 타는 것 맞으니까 정신 똑바로 차려라.

‘....아, 그런 건가.’

어마어마한 고열을 내포한 마법의 힘으로 만들어진 벼락을 정통으로 맞았다.

전신이 녹아내리고 뼈만 남았더라도 이상하지 않을 지경.

하지만 강혁은 그걸 버텨내고 있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버틸 수 없는 충격이 전신에 가해집니다.]

[특성 : 인내가 최대까지 활성화 됩니다.]

[인내하여 저항하였습니다.]

[인내하여 저항하였습니다.]

[인내하여....]

[하급 : 마법 저항력[LV.3]이 하급 : 마법 저항력[LV.4]로 성장하였습니다.]

[하급 : 마법 저항력[LV.4]가 하급 : 마법 저항력[LV.5]로 성장하였습니다.]

‘....진짜 아낌없이 퍼주는 나무, 아니 리치구나.’

벼락에 담긴 어마어마한 힘은 곧 강혁의 성장과도 직결되었다.

물론 여기서 강혁이 고통에 정신을 놓아버리거나 포기해버린다면 성장과는 별개로 강혁은 뼛가루 한줌 남기지 못할 터였다.

그리고 그걸 반대로 말하자면....

으득-

‘어디 누가 오래 버티나 보자고.’

강혁이 포기하지 않는 한 전신을 부수고 가루내는 강력한 벼락 따위는 강혁을 부술 수 없다는 얘기이기도 했다.

-크하하핫! 그래! 그래야지! 버텨라, 버티고 또 버틴 다음에 저 빌어먹을 해골바가지의 면상에 주먹 한 방 꽂아줘라!

“말....안 해도....그렇게 할 거다.”

고열로 뜨거워진 머리가 팽팽 돌아가는 와중에 들려오는 분노의 목소리에 대충 대꾸하며 강혁은 육감, 나아가 전투 예지를 발동했다.

키이이잉-

벼락은 이미 수십 초 넘게 유지되며 강혁의 몸과 정신을 부수기 위해서 노력했다.

하지만 아무리 S급 던전의 보스급 몬스터 리치라고 할 지라도 필살기 수준의 공격을 계속해서 유지할 순 없다.

그렇기에 리치는 슬슬 마법을 거두고 약해진 강혁은 적당한 마법으로 처리하는 걸 택했다.

가장 효율적인 방법을 택하는 마법사의 방식.

실제로 리치의 방법은 옳았을 거다.

푸쉭-

사람들의 눈이 멀게 할 만큼 밝게 빛나던 번개가 사그라들고, 그 자리에 상처 입은 야수가 모습을 드러낸 순간.

리치의 마법이 하늘을 날았다.

콰드드득-

물론 마법이 날아드는 동시에 강혁이 딛고 있던 땅이 치솟아 강혁의 종아리 부근까지 완벽하게 묶었다는 점이 추가되긴 했다.

강혁의 움직임마저 봉쇄된 바로 그 순간 리치의 마법은 강혁에게 닿았고, 리치의 방법은 틀렸음을 강혁은 본인의 몸으로 증명해냈다.

우득- 우드드득-

몸을 꺾을 수 있는 최대한까지 꺾는 걸 넘어서 돌아가지 않을 정도의 방향으로 몸을 돌려가며 강혁은 속성 화살들을 피해냈다.

아이스 애로우, 파이어 애로우 등.

애로우 계열 마법에 속성이 추가된 기본적인 마법들.

다만 그걸로도 만신창이가 된 헌터 한 명 정도는 충분히 보내버릴 위력이 있었다.

그리고 그걸 모조리 ‘보아’ 피해버린 강혁은 당황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라도 하듯 거세게 일렁이는 귀화의 리치를 향해 발을 박찼다.

퍼석-

강혁의 발을 묶은 흙들은 강혁을 묶을 수 없었고, 수십 초 동안 마법의 벼락을 견뎌낸 몸이 맞는지 이해가 가지 않을 정도 재빠른 속도에 리치는 기겁을 했다.

-헤....헤이스트!

마법사답게 근접전에 취약한 그가 몸을 날래게 해주는 마법을 자신의 몸에 걸고 몸을 뒤로 빼려는 찰나.

콰득!

-놔라! 놓으란 말이다!

어느새 리치의 앞에 도착한 강혁이 그런 시도를 수포로 되돌려보냈다.

하얀 뼈들이 부서져라 꽉 쥔 채로 강혁은 일렁이는 귀화를 직시하며 입을 열었다.

“다음은 너야. 딱 기다려.”

상처투성이의 모습이지만 그 기세만큼은 흉흉한 강혁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콰과과과과-!

강혁이 수십 초 동안 버티면서 모아온 충격들.

그 충격들이 강혁의 전신에서 터져 나오며 리치의 연약한 몸을 휩쓸었다.

주위의 건물들을 부수고 도로를 날려버리는 어마어마한 모습에 그걸 지켜보던 시민들은 물론이고 헌터들조차 입을 쩍 벌리지 않을 수 없었다.

한 달 전.

시련의 탑이 나타날 때쯤 A급과 S급 사이 정도라고 평가 받던 강혁의 변천사는 그들만이 아니라 세계인들을 놀라게 하기에 충분했다.

*

푹!

“허억....! 헉! 허억!”

블랙 오크의 뼈로 만든 검게 물든 검을 지팡이 삼아 바닥에 꽂아 넣은 채, 강혁은 거친 숨을 내뱉었다.

리치는 전투불능이 되었다.

아무리 라이프 베슬을 바탕으로 영원한 생명력을 자랑하는 게 리치라지만 몸이 완전히 박살이 난다면 한동안 움직이는 건 불가능에 가까웠다.

[중급 몬스터 지식[LV.9]의 숙련도가 올랐습니다.]

교과서로도 잘 찾아보기 힘든 리치와의 일전 덕분일까?

상급이라는 벽에 가로막혀 숙련도조차 잘 오르지 않던 몬스터 지식의 숙련도가 참으로 오랜만에 올랐다.

그 모습에 강혁은 재밌다는 듯이 피식 미소를 터뜨렸다.

‘역시 사람은 책상 앞에 앉을 게 아니라 검을 잡아야 해.’

이미 책상 앞에서 얻을 건 다 얻은 마당에 책상 앞에서 재능을 성장시키려고 했으니 안 오르는 것도 당연하다는 생각을 하며 강혁은 자리에서 부들부들 떨리는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그런 강혁의 앞에 일단의 무리가 모습을 드러냈다.

“이강혁 헌터.”

“....중국 헌터인가. 용건은?”

“본래라면 보고도 없이 난입한 점을 들어 죄를 물었겠지만....”

참 중국답다는 생각이 들게하는 꽉 막힌 모습에 강혁이 혀를 내둘렀지만 다행히 그들이 내뱉은 말은 죄를 물겠다. 가 아니었다.

“시민들을 구해주어 고맙다.”

“....헌터가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이다.”

꾸벅-

모자를 벗고 고개를 숙이는 감사 인사였다.

지금 이 자리의 그는 헌터 협회에서 나온 중국 당원들의 지시를 받으며 권력을 탐하는 중국 헌터가 아니라 한 명의 중국인으로서 강혁에게 감사를 전하고 있는 것이었다.

“현재 중국의 주석께서 직접 검성을 찾으라고 명을 내렸으니 며칠 내로 검성께서 베이징에 도착하실 거다.”

“....며칠이면 베이징이 망하고도 남을 텐데. 내가 잡은 괴물과 비슷한 놈과 그보다 더한 놈이 지금 베이징에 있다.”

“....그래서 현재 주석께서 미국에 연락을 보내셨다.”

“미국?”

꽤 놀라운 걸 들었다는 듯이 강혁의 얼굴이 오묘해졌다.

그도 그럴 것이 중국은 언제나 자국의 피해가 발생하더라도 자국의 헌터에게 모든 일을 맡겼다.

다른 나라의 헌터에게 도움을 바라는 건 사치라는 듯이.

실제로 중국은 격변 당시 드래곤급의 몬스터가 나왔을 때를 제외하면 그 어떤 경우에도 도움을 요청하지 않았다.

그렇기에 강혁은 더더욱 얼굴을 찡그렸다.

‘지금 상황이 언노운급 재해라고 판단했다는 거겠지.’

콧대 높고 자만심 가득한 중국의 주석과 공산당원들이 괜히 미국에 협조를 보냈을 리가 없다는 생각에 혀를 내두르며 강혁이 지원을 요청한 이에 대해서 물었다.

“그래서 누가 오는 건데. 베이징이 망하기 전에는 도착하는 거겠지?”

리치와의 전투로 피로해진 몸 상태 때문에 평소와 달리 존대 따윈 생략했지만 그는 개의치 않았다.

전황이 반말 하나로 무어라 말하기에 좋지 못한 상황이기도 했고.

강혁의 물음이 옳다고 판단, 그가 지원 병력에 대해서 전달을 하려는 찰나 강혁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음과 동시에 강혁이 그를 붙잡고 등 뒤로 던지며 검을 휘둘렀다.

“지금 이게 무슨....헙!”

갑작스런 던져짐에 화를 내는 것도 잠시.

사내는 강혁이 자신의 목숨을 구해주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카아앙-!

블랙 오크의 뼈로 만든 마기가 듬뿍 담긴 검은 검과 사기(死氣)로 이루어진 검은 검.

서로 부딪친 채로 힘겨루기를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만약 강혁이 그를 던지지 않았다면, 그는 보는 것만으로도 죽음의 공포를 느끼게하는 검에 양단됐을 터였다.

그 사실에 그가 오들오들 몸을 떨고 있을 때, 강혁의 목소리가 그의 귀를 때렸다.

“뭘 멍하고 보고 있나! 도망쳐서 지원을 불러!”

“예....옙!”

그제야 자신의 임무를 깨달은 그가 허겁지겁 몸을 돌려 빠져나가고 주변이 고요해지는 순간 강혁 또한 입매를 비틀었다.

“도발이 너무 직격이었나 본데?”

하지만 강혁의 말에도 불구하고 검은 갑주의 데스나이트는 검은 안광을 번뜩이며 검을 휘두를 따름이었다.

캉! 카앙! 카가가강!

검과 검이 맞부딪치고, 듣기만 해도 오한이 들고 섬뜩해지는 소리가 베이징 거리를 전체를 가득 채울 때.

강혁은 웃고 있었다.

[뛰어난 검술을 지닌 이의 검술을 파악했습니다.]

[상급 : 무술[LV.3]이 숙련도를 획득합니다.]

‘마법부터 검술까지. 이거 완전 종합 선물 세트 아니야?’

몸은 고되고 피가 철철 흐를지언정 지금 이 순간에도 자신이 강해지고 있다는 것이 톡톡히 느껴지는 까닭이었다.

그 생각을 끝으로 강혁은 모든 생각을 비웠다.

언제나 자신을 잡아먹지 못해 안달이 난 김승태.

자신들의 치부를 지우기 위해서 S급+라는 괴랄한 등급의 던전을 보낸 신과 악마들.

그리고 현재 중국 베이징에서 자신을 노릴 리치와 데스나이트 이상의 언노운급 존재까지.

그들에 대한 모든 생각을 지운 강혁은 무아지경의 상태에 돌입했다.

무아지경에 돌입한 강혁은 단 하나의 생각만을 남긴 채로 모든 생각을 지워냈다.

‘저놈이 가진 모든 것....내 것으로 만든다.’

리치와는 마법 수준 차이가 너무 심하여 배우는 걸 택했다간 몸이 남아나질 않아서 택할 수 없었다.

하지만 데스나이트라면 다르다.

몸은 삐걱거리지만 마나와 마기 그리고 신성력들은 멀쩡하다.

지금도 S급을 도달한 신체가 빠르게 상처를 회복하고 신성력이 상처들을 지워낸다.

그리고 데스나이트와도 자웅을 겨룰 수 있는 검술 또한 가지고 있다.

그렇기에 강혁은 미소를 지으며 데스나이트를 향해 검을 겨누었다.

“너를 먹겠다.”

키이이잉-

그와 동시에 강혁이 보는 세상이 여러 개로 갈라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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