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혼자 올 마스터 #30
-저 여잔 조심해라.
‘....무슨 의미로?’
-네가 생각하는 두 개 의미 전부.
‘....’
머릿속에서 들려오는 분노의 걱정 어린(?) 목소리에 강혁은 한숨을 토해냈다.
“하아, 사람을 무슨 맛을 보고 알아내? 이것도 뭐 최강의 10인이라서 가능한 건가?”
“아니? 저번에 호텔에서 너 잘 때 한 번 할짝 해봤지.”
“....!!! 야!”
전신에 소름이 끼치는 듯한 기분에 강혁이 버럭 소리를 질렀다.
그런 강혁이 모습이 재밌다는 듯이 니아 아리엘은 배시시 미소를 짓더니 장난끼 어린 미소를 지었다.
“그런데 내 친구가 요즘 그렇게 유명한 가면의 존재님인 줄은 몰랐네~”
“....어디 가서 말하고 다니지 마. 나중에 가면 내가 알아서 말할 거니까.”
“그으래? 내가 처음인가?”
강혁의 비밀을 가장 먼저 자신이 알게 되었다는 사실에 니아 아리엘은 만족스런 미소를 머금었다.
하지만.
“아니? 너 두 번짼데.”
“....뭐?”
이어진 강혁의 말에 니아 아리엘의 얼굴은 딱딱하게 굳어버렸다.
자신이 첫 번째가 아니라는 것이 충격적인지 니아 아리엘은 성큼성큼 다가와 강혁의 멱살을 붙잡았다.
“누군데! 누가 첫 번째야! 설마 그 한수연 꼬맹이는 아니겠지?”
“....컥! 일단 이건 좀 놓고 말....”
“말해!”
“....발터.”
“뭐?”
“발터 밀란이라고! 그 녀석이 갑자기 제자 선언을 한 것만 봐도 모르겠어?”
“....아.”
그제야 머리가 좀 돌아가는지 어느새 생긋생긋 미소를 짓고 있는 니아 아리엘의 모습에 강혁은 소름이 돋았다.
‘....불안한데.’
왠지 발터 밀란 때와 비슷한 어마어마한 후폭풍이 일 것만 같은 두려움.
그리고 그 두려움은 곧 현실이 되었다.
“그럼 나도 제자 선언 해야겠네.”
“뭐? 아니, 왜 얘기가 그렇게 돼?”
“왜? 네 정체 알면 제자 선언하는 그런 거 아니었어?”
“아니야, 이 미친 여자야!”
발터 밀란만 해도 전 세계가 집중하는 마당.
그런데 여기에 니아 아리엘이 추가 된다?
아니, 중요한 건 그게 아니었다.
‘니아가 하면 수연이도 한다. 그렇게 되면....사상 최초로 최강의 10인 중 3명에게 가르침을 받은 사람이라는 타이틀을 얻게 될 텐데....’
조금 더 성장을 하고 정체를 밝히고 싶었지만 점점 스케일이 커지니 감당이 안 된다는 생각에 강혁은 결국 결정을 내렸다.
‘탑에서 최대한 성장을 하고 나서 S급 승급 시험에 곧바로 응시 후에 정체를 밝힌다.’
탑은 자원 스탯을 봉쇄하고 신체에 제약을 건다.
다른 헌터들도 마찬가지지만 특히 강혁은 재능이 성장할 수 있기에 더더욱 성장에 힘쓰기가 좋다는 얘기.
즉, 남은 층을 공략하면서 성장한다면 A급 던전 솔로 클리어 정도는 문제가 되지 않을 지도 몰랐다.
아니.
‘무조건 깬다.’
확신할 수 있었다.
그렇기에 강혁은 니아 아리엘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한 판 하자.”
그런 강혁의 말에 니아 아리엘 또한 고개를 끄덕이며 답해주었다.
“그래! 한 판 하자!”
전 세계 사람들은 아무도 모르는 곳에서 가면의 존재와 무신의 대련은 이렇게 성사되었다.
*
“이런 곳도 있었나?”
“제약들을 구현해놓은 대련장이라고 보면 돼. 나도 여기 보고 좋아했는데 곰곰이 생각해보니까 여기까지 올라올 사람들이 없더라고.”
“하긴 그건 그렇지.”
목각 인형 25기.
이건 정말 사람이 깨라고 만든 게 아니다.
니아 아리엘이 깬 걸로 보아 검성 정도 된다면 모를까 솔직히 불가능하다.
‘현자 정도 되면 가능하려나? 그 녀석이라면 마나 따위 필요 없는 하급 마법들만 가지고도 목각 인형을 다부숴버릴 것 같긴 한데.’
마법 재능을 성장시키기 위해서라도 한 번쯤은 만나봐야 할 현자를 생각하며 강혁은 몸을 풀었다.
그리고 몸을 풀고 있던 강혁에게 니아 아리엘은 충격적인 말을 해주었다.
“네가 인내인지 뭔지하는 애가 기다리는 사람이지?”
“....!!! 그걸 네가 어떻게....?”
“응? 꼭대기 찍고 와봤으니까 알지. 그 뒤로 심심해서 휴식층에서 놀고 있었는데? 너 같은 사람 안 오나~ 하고.”
‘....진짜 미쳤네.’
시련의 탑이 나타난지 일주일 정도가 흐른 상황.
아무리 자신보다 며칠 더 일찍 탑에 올랐다고는 하나 벌써 탑의 끝에 도달했을 줄이야.
참 대단하다는 생각을 하며 강혁은 니아 아리엘에게 탑에 대해서 물었다.
“그래, 기다리는 사람 나 맞다. 그런데 26층부턴 어떻게 되지? 목각 인형이 더 많아지나?”
강혁의 질문에 니아 아리엘은 인상을 찌푸리다가 이내 방긋 웃으면서 답해주었다.
“너 X 됐어. 지금 상태로 올라가면 두들겨 맞을 걸?”
“....그 정도라고?”
“응, 이 탑의 끝은 50층이야. 그리고 다음 층부터는 목각 인형이 아니라 철제 인형이 나오고. 아, 그나마 다행인 건 마나를 비롯한 자원 스탯의 제약이 일부 해제된다는 거? 물론 그리 기대는 하지 않는 게 좋을 거야. 그 만큼 네가 상대해야 하는 적이 강하다는 거니까.”
천하의 니아 아리엘마저 ‘강하다’라고 표현하는 철제 인형이란 존재에 강혁은 마른 침을 삼켰다.
‘목각 인형이 철제 인형으로 바뀌고. 그것이 한 마리씩 다시 늘어난다고 가정하면....탑의 끝 층에는 25마리의 철제 인형이 있겠군.’
상상만 해도 소름 끼치는 가정이지만 이 가정이 마냥 가정이 아니라는 걸 알기에 강혁은 한숨을 토해냈다.
“하아, 내가 여기서 얼마나 더 강해져야 탑을 클리어할 수 있지?”
“나 정도 되면 무조건이지만 그건 좀 무리고....감각만 좀 갈고 닦아보면 될 것 같은데. 아니면 재능 성장에 주력하던가.”
강혁의 질문에 곰곰이 생각을 마치고 답을 해주는 니아 아리엘의 모습에 강혁은 선택했다.
“그럼 둘 다로 하지. 감각도 갈고 닦고 재능도 성장시키고.”
“좋아, 그래야 이강혁이지! 부딪치고 깨지고 박살나는 걸 두려워하지 않는 남자!”
“....두렵긴 하거든?”
“무슨 재능을 성장시키지. 검술? 무투? 너 재능 뭐 있어? 누님한테는 말해도 돼. 내 입은 무겁거든.”
자신의 스승의 말에 강혁은 고개를 끄덕이곤 입을 열었다.
그녀의 말마따나 그녀가 어디가서 자신의 재능을 떠벌릴 거라고는 상상이 잘 안 되었을뿐더러 제대로 된 성장을 하려면 그녀가 자신에 대해 완벽하게 알고 있어야 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강혁의 대답을 들은 니아 아리엘은 처음으로 당황하고 놀라워했다.
“손 있지?”
“응, 두 개 다 잘 있는데? 손가락도 다 달려있고.”
“그거 쫙 펴봐.”
“폈어.”
희고 고운 두 손을 쥐락펴락하며 고개를 갸웃거리는 니아 아리엘을 바라보며 강혁이 빙그레 미소를 지었다.
“그것보다 많아.”
“....!!!”
“자잘한 저항 재능까지 합하면 네 발가락까지 합쳐도 모자를 걸?”
가히 충격적인 말들의 향연에 니아 아리엘은 처음으로 말까지 더듬으며 되물었다.
“....너 대체 뭐야?”
떠듬떠듬 되묻는 니아 아리엘에게 강혁은 처음으로 자신의 재능을 밝혔다.
“모든 걸 마스터한 자. 올 마스터.”
모든 재능을 얻을 수 있으며 모든 재능을 마스터할 수 있는 유일한 재능.
올 마스터에 대해서 말이다.
*
“....하! 그러니까 한수연에게 검을 장인 최창수에게 대장일과 무두질을 발터 밀란에게는 독도 배웠다고?”
“응.”
“그리고 나한테선 무투도 배우고 내 특성까지 베껴서 신체도 얻고?”
“맞아. 잘 들었네.”
“....숙녀의 몸을 함부로 쳐다볼 때부터 설마설마했는데 다른 것도 아니고 재능이랑 특성을 도둑질해가는 건 처음 보네.”
여태까지 있었던 일들을 간략하게 들은 니아 아리엘은 허탈하다는 듯이 미소지었다.
물론 분노나 인내와 같은 이야기들은 쏙 뺐지만 그녀는 개의치 않았다.
올 마스터라는 재능을 밝힌 것만으로도 강혁은 스승과 제자 간의 지켜야 할 도리를 다한 셈이었으니까.
그리고 대화가 끝나자마자 자리에서 일어난 니아 아리엘은 강혁을 어떻게 성장시킬지 파악을 끝냈다.
“전투 감각이라는 재능이 있다고 했지?”
“어, 25층까지 오르면서 많이 성장해서 레벨은 5.”
“충분하네. 그걸 10레벨 그러니까 다음 단계로 성장하는 레벨까지 성장시키는 걸 목표로 한다. 오케이?”
“....가능할까?”
상급의 재능은 잘 성장하지 않는다.
독기가 상급에 들어선 이후로 꽤 시간이 지났음에도 고작 2레벨에 머무르고 있는 것 보아도 그 성장률이 최악에 가깝다는 걸 유추할 수 있으리라.
실제로 전투 감각 또한 가장 처음부터 있었던 상급 재능이지만 최근 탑에 오르고나서부터 제대로 된 성장을 시작했다.
그런 상급 재능을 9레벨을 넘어선 10레벨까지 성장시키겠다는 니아 아리엘의 말은 터무니 없다고 느껴질 정도.
하지만.
‘그래도 해볼 만하다. 니아가 저렇게까지 말하는 걸 보면 무언가 답이 있겠지.’
그 말을 한 이가 무신 니아 아리엘이기에 강혁은 그녀를 믿기로 했다.
지금의 자신을 있게 한 이를 꼽으라면 그 중에 니아 아리엘은 무조건 들어갈 정도니 그녀를 향한 강혁의 믿음은 굳건했다.
얼마나 힘들고 고통스럽던 결과만큼은 언제나 확실했으니까.
그리고 니아 아리엘은 강혁이 포기하지 않도록 당근마저 던져주었다.
“내 재능 중에는 ‘육감(六感)’이라는 재능이 있어.”
“....처음 듣는데?”
최강의 10인쯤 되면 대부분의 재능이 사람들에게 잘 알려져 있다.
물론 자신들이 말하고 다닌 건 아니지만 워낙 영상들이 많은 탓에 그걸 분석하는 이들이 많기 때문.
그런데 육감이라는 재능은 처음 들어보는 재능이었다.
니아 아리엘은 물론 다른 이들마저 얻었는지도 모르고 아예 존재조차 하는지 몰랐던 재능.
그런 재능을 니아 아리엘의 입을 통해서 듣는 순간 강혁은 설마하는 생각으로 니아 아리엘을 바라보았고.
강혁의 생각이 옳았음을 증명해주기라도 하듯 니아 아리엘은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예전에 육감 재능을 본격적으로 성장시키기 전의 모습이 지금 네 전투 감각이라는 재능과 비슷해.”
“그 말은....?”
“아마 네 전투 감각 재능이 상급을 넘어서면 육감으로 진화하지 않을까? 하는 게 내 생각이야.”
“아닐 수도 있다는 거네?”
“물론. 난 네 재능을 몰라. 너도 네 재능을 잘 모르는데 내가 알 리가 있나. 하지만 그거 하나만은 맞을 거야. 넌 더 강해진다는 거.”
“....그건 그렇지.”
니아 아리엘이 말한 육감이라는 재능을 얻든 얻지 못하든.
강혁이 한층 더 성장하는 건 확실했다.
그걸 알기에 강혁은 자리를 털고 일어나 자세를 잡으며 외쳤다.
“그럼 진짜 한 판 하자!”
“좋아, 네 힘이 바닥이 날 때까지 짜내줄게!”
신이 난 듯 어깨춤까지 춰가면서 들썩이는 니아 아리엘의 모습에 강혁은 미래의 자신의 모습을 머릿속에 그려보았다.
흠칫-
‘....미이라?’
왠지 고대 이집트에 파라오들의 모습이 그려지는 듯한 착각에 강혁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어 생각들을 털어냈다.
생각을 털어내고 주먹을 말아쥠과 동시에 강혁은 니아 아리엘을 향해 쇄도했다.
“잘 먹겠습니다!”
입가에 침마저 뚝뚝 흘리면서 자신을 기다리고 있는 그녀의 모습에 강혁은 자신이 호랑이 아가리에 몸을 던지는 듯한 착각을 느꼈다.
그와 함께 강혁의 특훈을 빙자한 구타 및 정력(精力)을 모조리 짜내는 니아 아리엘의 지옥 훈련이 서막을 열었다.
그리고 지금의 두 사람은 알지 못했다.
강혁의 전투 감각이 성장함에 따라 얻는 능력은 ‘고작’ 육감 따위가 아니라는 것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