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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혼자 올 마스터-29화 (30/178)

나 혼자 올 마스터 #29

뿌득-

발로 목각 인형의 목을 밟아 부서트리는 순간 강혁의 귀에 기계적인 음성이 들려왔다.

-2층으로 올라가십시오....

“....진짜 더럽게 강하네.”

-네가 방심한 걸 인형 탓하지 마라.

“....그것도 인정.”

전신이 삐걱거리는 불쾌한 기분에 강혁은 쓴소리를 내뱉다가도 분노의 말에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방심.

지금 강혁의 수준으로 목각 인형은 분명 강하지만 이렇게까지 너덜너덜해질 정도의 상대는 아니었다.

하지만 ‘고작’ 목각 인형에게 선공을 내주고 피해를 입었다는 사실에 이성의 끈을 놓았고, 거기서 방심은 계속 되었다.

결국 꽤 유의미한 피해를 입고 나서야 정신을 차리고 침착하게 배운 것대로 목각 인형을 상대했지만 결과가 이것이었다.

“너덜너덜하네.”

-다음 층부턴 그딴 사고방식으론 조금도 버티지 못할 거다.

“알아, 나도. 내 잘못 안다고.”

왜 1층에서 처음에 많이들 탈락의 고배를 마시는지 몸으로 깨달은 강혁은 고개를 끄덕였다.

하나의 층을 오를 때마다 인형의 수가 하나씩 늘어난다.

2층엔 2마리가 5층에 5마리가 있는 셈.

즉, 다음 층부터는 목각 인형이 점점 늘어난다.

1층에서처럼 방심을 했다간 아슬아슬하게 클리어하는 것이 아니라 곧바로 쫓겨나더라도 이상하지 않다.

‘들어간 지 얼마 되지도 않아서 탑에서 쫓겨나면 그게 무슨 꼴불견이야.’

자신을 특정할 수 있는 건 모조리 가린 상황이지만 그래도 언젠가는 밝혀질 정체다.

당연히 부끄러울만한 흑역사 따윈 만들고 싶지 않은 강혁이었다.

그렇게 방심을 하지 않겠다며 다짐한 강혁이 2층으로 향하는 계단을 올랐다.

*

딱! 따닥! 딱!

목검과 목검이 부딪치는 경쾌한 소리.

하지만 정작 그 소리를 만들어내는 강혁은 소리 따위에 집중할 틈이 없었다.

‘뒤, 옆, 위, 아래, 오른쪽!’

따악!

현재 강혁은 5층에 위치해 있었다.

층을 오를 때마다 상처들이 회복된다고 할지라도 무척이나 빠른 속도였다.

고작해야 한두 시간 밖에 지나지 않았으니까.

남들이라면 놀라마지 않을 결과지만 강혁은 아쉬웠다.

‘내 재능들을 가지고 고작 이거라니. 부족하다.’

검술과 무투.

이 두 개의 재능과 더불어 여태까지 강혁이 배우고 갈고 닦은 재주들은 고작 5층 따위에 머무를 재능이 아니었다.

물론 이곳에선 쓸모가 없는 재능들도 많았지만 강혁은 개의치 않았다.

어차피 다른 이들에 비하면 충분히 유리한 스타트 라인에 서 있었으니까.

아무튼 이런저런 생각을 하면서도 강혁은 5명의 목각 인형들을 상대로 유리하게 싸워나갔다.

빠각!

‘일단 한 마리.’

다섯 마리의 목각 인형의 완벽한 차륜진을 뚫고 첫 번째 목각 인형의 목을 부숴버린 강혁은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아이스.”

-....!

기초 마법 중 하나인 아이스.

고작해야 잠시나마 발을 얼리는 것에 불과한 하급 마법이지만 지금 상황에선 그 어떤 마법보다도 좋은 마법이었다.

상위의 마법들관 달리 대기 중에 퍼져 있는 마나만을 이용하여 재능만으로 사용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마법이기 때문이다.

아이스 마법 때문에 갑자기 움직이지 않는 발에 목각 인형이 당혹스러운 움직임을 만들어낼 때, 강혁의 목검이 허공을 날았다.

빠가각!

오로지 검술만을 사용해서 목각 인형을 이등분 시켜버린 강혁의 몸이 반 바퀴 회전했다.

[재능 : 상급 전투 감각이 활성화 중입니다.]

이미 전투에 돌입함과 동시에 활성화된 상급 전투 감각.

그 감각이 경종을 울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과연 상급의 재능 다운 위용을 보여주기라도 하듯 전투 감각의 경종은 확실했다.

딱!

세 번째 목각 인형의 뒤통수 후리기를 막아낸 강혁은 자연스레 목검을 빙그르 돌려 목각 인형의 목검을 떨궈냈다.

순식간에 빈손이 된 목각 인형의 당황을 느끼며 강혁은 찌르기를 펼쳤다.

“쾌(快)!”

아쉽게도 마나와 마기 등의 자원은 사용할 수 없어 본래의 쾌는 아니었지만 자세 만큼은 그 어느 때보다 완벽했다.

퍼석-

목각 인형의 가슴팍이 꿰뚫리고 작동이 정지됨과 동시에 강혁은 등 쪽에서 퍼져오는 아릿함을 느껴야했다.

“....컥!”

남은 두 기의 목각 인형 중 하나가 내리친 목검이 아무런 방비도 되지 않은 강혁의 등을 후려쳤기 때문이다.

당연히 알고 있는 공격이었지만 강혁은 한 대를 맞는 걸 택했다.

여기서 내줄 건 내주지 않는다면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는 사실을 잘 알기에 내린 선택.

실제로 강혁의 선택은 옳았다.

다른 헌터들 또한 만약 지금 같은 상황이었다면 강혁처럼 행동했을 정도로.

그렇지만 다른 이들은 이 다음 동작으로 곧바로 움직일 수는 없었을 것이다.

목각 인형의 목검은 현존하는 그 어떤 고통보다도 강렬한 고통을 맞은 이에게 선사하기에.

하지만.

[견딜 수 없는 고통을 느꼈습니다.]

[인내하여 저항하였습니다.]

“끄으아아아악!”

-....?!

참을 수 없는 고통.

절로 비명이 터져 나오는 고통에도 불구하고 강혁은 목검의 손잡이가 부서져라 힘을 주었다.

실제로 강혁의 손아귀 힘을 견디지 못하고 목검의 손잡이가 우그러졌지만 강혁은 개의치 않았다.

어차피 목검 또한 상처와 마찬가지로 복구가 되기에.

남은 건 단 하나.

쐐에에엑- 퍼석!

-....!

“빌어먹을 목각 인형. 사람들의 마음이 이해가 가네.”

하나뿐인 무기인 목검을 궁술과 투창의 묘리를 담아 던져 목각 인형의 머리통을 부숴버린 강혁은 마지막 남은 목각 인형을 바라봤다.

-....! ....!

“어쭈, 웃어?”

어깨의 들썩임과 모습을 보아 사람이 웃는 것과 다를 바 없는 그 모습에 강혁은 어처구니가 없었다.

물론 목각 인형의 입장에서 지금 상황은 호재였다.

나머지 동료들이 모조리 죽긴 했지만 그만큼 강혁도 지쳤고, 동료들을 학살(?)한 목검 또한 반파되었다.

지금 당장 무기로 쓰기도 힘들 정도.

애초에 강혁보다 목각 인형 쪽이 목검에 더 가깝다.

반파된 무기일지라도 없는 것보단 낫다.

그렇기에 목각 인형은 자신의 발로 강혁의 목검을 부수었다.

완전히 사용할 수 없게끔.

자신의 생사고락(?)을 함께한 무기가 파괴되어감에도 강혁은 무심한 얼굴로 그 모습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목검이 완전히 파괴되어 목검이 아니라 나뭇조각이 되었을 때, 강혁이 입을 열었다.

“다 끝났냐?”

-....!

말과 동시에 니아 아리엘의 가르침이 담긴 스텝을 밟아 순식간에 거리를 좁힌 강혁은 주먹을 내질렀다.

우드드득-

강혁의 주먹이 목각 인형의 턱에 닿고 그의 머리가 180도 회전하는 순간 마지막 남은 목각 인형이 허물어졌다.

다른 4기의 목각 인형과 비교해봐도 꽤 허탈한 최후.

뭐, 그의 선택은 옳긴 했다.

하나 뿐인 무기를 부수고 상대방을 도발하는 격장지계(激將之計)까지.

훌륭하고 표본적인 대처였다.

실제로 강혁이 검 하나만을 다루는 검사(劍士)였다면 그건 꽤 먹혔을 지도 모른다.

검을 다루거나 한 무기를 다루는 이들은 자신이 다루는 무기에 애착을 가지고 그것을 한 몸처럼 아끼니까.

하지만 강혁은 검사가 아니었다.

정확하게 따지자면 다양한 무를 다루는 무사(武士) 가깝다.

즉, 검은 주로 사용하긴 하지만 정을 나누고 그러진 않았다.

실제로 니아 아리엘은 강혁에게 이리 말했을 정도.

-검 뺏기면 어쩌냐고? 주먹으로 싸우면 되지. 뭐? 주먹도 부서졌어? 그럼 이빨로라도 싸워. 네가 검성이 아니라면 검은 부수적인 수단에 불과해. 애초에 검성 그 녀석은 검 없어도 지 손가락이 검이라고 휘두르긴 하는데. 뭐, 너나 다른 이들이 그런 경지는 아니잖아?

참으로 터프한 대답이었다.

실제로 그 말을 듣기 전까지 강혁은 무기에 대한 애착이 어느 정도 있었다.

신검합일, 검과 내가 하나가 된다....와 같은 말들.

헌터와 관련된 일을 하며 많이들 들었던 말이었으니까.

하지만 그걸 듣는 순간 강혁은 개안했다.

검은 무기에 불과하고 무기에 집착하는 순간 패배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아무튼 니아 아리엘 덕분에(?) 목각 인형 5기를 해치울 수 있었던 강혁은 거기서 멈추지 않고 곧바로 다음 층으로 넘어갔다.

‘아직 니아가 있는 곳까지 도달하려면 멀었다.’

지금 탑을 등반하는 이들 중에서 유일하게 탑의 정상에 도달할 것으로 추측되는 사람.

그녀가 있는 곳까지 도달하기 전에는 결코 쉴 수 없었으니까.

*

10층.

열 마리의 목각 인형이 나타났다.

검술, 전투 감각, 마법을 동원하며 싸웠다.

8마리를 파괴하고 2마리를 남긴 채, 처음으로 패배했다.

15층.

10층에서의 패배를 딛고 전투 감각에 몸을 맡긴 채, 눈마저 감고 전투에 들어섰다.

하지만 눈을 떴을 때보다 전투의 흐름을 느끼는 게 더욱 편해졌고, 오히려 10층 때보다 더 쉽게 15층을 돌파할 수 있었다.

20층.

이걸 사람이 깨라고 만든 건지 의문이 들었다.

눈에 다 들어오지 않을 정도로 많은 어마어마한 양.

그 날 두 번째 패배를 기록했다.

25층.

탑에 오르고 난 뒤, 전투 감각의 레벨이 빠르게 상승했다.

이유는 뻔했고, 나 또한 그 이유를 잘 알았다.

무언가 다른 감각 하나가 새롭게 생겨나는 듯한 기분.

그것도 전투에 특화된 새로운 감각이 말이다.

그래서일까?

25층에 존재하는 25기의 목각 인형을 상대로 팔 하나만을 내주는 것으로 클리어할 수 있었다.

그리고 25층을 클리어한 층에는 계단이 없었다.

[휴식층으로 이동합니다.]

그저 26층이 아닌 휴식층이라는 새로운 층이 존재했을 뿐.

강혁은 다른 헌터들에게 알려지지 않은 휴식층이라는 공간에 들어섰고, 그곳에서 강혁은 자신의 두 번째 스승을 만날 수 있었다.

“네가 가면의 존재지? 우리 한판 할까?”

나를 바라보며 입맛을 다시는 미친 여자.

니아 아리엘이 휴식층에서 강혁을 바라보고 있었다.

*

소름이 끼쳤다.

다행히도 일단 내가 장착했던 장비들은 모두 장비되어 있었다.

‘휴식층에선 원래 장비도 돌아오고 제약도 사라지나 본데. 잠깐만, 그러면 더 위험한 거 아니야?’

본래의 장비와 신체가 되돌아온다.

분명 좋은 일이긴 하나 눈앞에 있는 니아 아리엘을 생각하면 그런 생각이 사라진다.

오히려 그녀의 신체가 제약이 되어 있어야 안심이 될 터.

그녀의 도발적인 시선에 나는 나도 모르게 뒷걸음질을 쳤다.

실기 시험 일주일 전, 그녀와 함께했던 특훈(?)이 생각난 탓이었다.

하지만 뱀은 한 번 잡은 먹잇감을 쉽게 놓아주지 않았다.

덥썩-

“어딜 가려고?”

‘....미친, 보이지도 않았어.’

재능들이 성장하면서 분명 강혁은 강해졌다.

다만 눈앞의 니아 아리엘에 비하면 그 성장은 조족지혈에 가까웠다.

그 사실을 다시 한번 더 상기하는 순간 니아 아리엘이 강혁의 귀에 자신의 입을 가져다 대곤 귓속말을 했다.

주위엔 아무도 없음에도 말이다.

“나랑 한 판 하자. 어때?”

“....!!!”

지극히 도발적인 말.

중의적인 말이기도 했다.

평소 그녀에게 아무런 생각이 없던 강혁마저 목석마냥 뻣뻣해질 정도로 그녀의 목소리엔 색기가 넘쳐흘렀다.

그리고 거기에 정점은 다름 아니라....

할짝-

‘....소름 돋네.’

강혁의 목덜미를 혀로 핥으며 씨익 미소 짓는 그녀의 모습이었다.

하지만 미소도 잠시 무언가 이상한지 니아 아리엘은 인상을 찌푸리며 입맛을 다셨다.

맛을 파악하는 듯한 모습도 잠시 그녀는 이내 다시금 환하게 미소지었다.

“너 이강혁이지!”

“....미친, 너 변태야? 아니, 그걸 어떻게 안 거야 대체.”

목덜미를 핥은 것만으로 자신의 정체를 파악해내는 니아 아리엘의 모습에 강혁은 어처구니없는 얼굴로 가면을 벗을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런 강혁의 모습을 바라보며 니아 아리엘은 그저 배시시 미소 지을 따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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