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혼자 올 마스터-23화 (24/178)

나 혼자 올 마스터 #23

“칼퇴....아니 퇴근이라도 시켜줘....”

‘....저건 좀 미안하네.’

공무원 비스무리한 협회인 만큼 평소 칼퇴를 해오던 그에게 연장 근무란 너무나도 고된 일일 터였다.

실제로 초반에만 해도 열심히 돌아보며 창고 목록을 뒤져주던 그는 더 이상 여기에 없었다.

그저 살의가 깃든 눈빛으로 강혁을 쳐다보는 직장인만이 존재할 뿐.

그나마 다행인 점은 창고에 들어온 지 8시간이 되는 시점에서 강혁은 자신에게 딱 맞는 물건을 발견했다는 것이었다.

“이걸로 하겠습니다.”

“....굳이 저 때문에 이상한 물건을 고를 필요는 없습니다. 찾아보니까 해독이 불가능한 고서라고 되어 있는데요.”

용케도 퇴근하고 싶은 마음을 억누르고 자신에게 도움이 되는 말을 하는 그의 모습에 강혁은 고개를 내저었다.

솔직하게 말해서 강혁은 그가 퇴근을 하든 말든 의미가 없었다.

그런데 굳이 자신의 보상을 포기하면서 그의 퇴근을 도와준다?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그저 남들에게는 아무런 쓸모도 없는 고서이지만 강혁에게는....

[이해할 수 없는 언어를 발견했습니다.]

[당신의 재능이 이해할 수 없는 언어를 번역합니다.]

[재능 : 하급 언어학[LV.3]을 획득하였습니다.]

[고서의 숨겨진 제목을 번역합니다.]

[초심자를 위한 마법서]

[당신의 재능이 새로운 재능을 발견하였습니다.]

[지금부터 초심자를 위한 마법서를 번역 후, 읽을 때마다 숙련도가 쌓이며 일정 숙련도가 넘을 때마다 마법 재능이 성장합니다.]

[재능 : 하급 마법[LV.1]을 획득하였습니다.]

‘....운이 좋군.’

협회의 3급 창고에는 분명 진귀한 것들이 많았다.

블랙 오크의 것을 뛰어넘는 부산물과 이미 만들어진 무구들까지.

나아가 새로운 재능을 확정적으로 익힐 수 있는 신기한 아티팩트들마저 존재했다.

하나하나가 세상에 공개되면 큰 파장을 불러올 만큼 대단한 것들이지만 강혁의 시선을 끌진 못했다.

‘블랙 오크의 부산물보다 뛰어난 부산물은 나중에 내가 더 강해져서 구하면 되고 무구도 마찬가지. 재능을 익히는 아티팩트는 내게 별 쓸모가 없기도 하고.’

올 마스터라는 전무후무한 재능 덕분에 새로운 재능은 물론 특성과 신체마저 알아서 획득하는 강혁에겐 별 쓸모가 없는 것들이었다.

그러던 와중 강혁의 눈에 들어온 고서가 잭팟이 터진 것이었다.

‘마법. 설마 내가 마법을 익히게 될 줄이야.’

마법.

각성이라는 신기한 일보다도 더욱 신기한 재능.

당연하게도 각성은 필수고 머리도 똑똑해야만 하며 마법에 대한 재능마저도 필요하다.

덕분에 세간에선 마법 재능을 얻고도 범재 수준의 머리인 탓에 제대로 된 마법을 사용하지 못하는 이들도 더러 있을 정도.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법사들은 강했다.

연구라는 특이한 방법으로 새로운 마법을 개발하고 강력한 한 방, 뛰어난 보조, 단단한 방어.

하나의 재능으로 여러 개의 재능을 커버하는 완벽함까지.

마법이 가진 가능성은 무한하다고 봐도 무방했다.

그리고 강혁은 마법이라는 재능의 극에 오른 존재를 알고 있다.

더불어 그가 보여준 마법의 극은 강혁을 매료시키기엔 충분했다.

‘현자, 루카스 폴른. 그 녀석이 보여준 마법은 정말이지....대단했지.’

하늘을 날고 운석을 떨어뜨리며 지옥불을 만들어내는 그야말로 신화 속의 대마법사와도 같은 모습.

그 모습은 몇 년이나 지난 과거임에도 강혁의 머릿속 깊은 곳에 각인되어 있었다.

그렇기에 강혁은 자신에게 마법 재능이 생기는 순간 고서를 택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리고 자신을 위해서 희생(?)한 강혁에게 눈물을 뚝뚝 흘리는 협회 직원과 함께 강혁은 엘리베이터를 타고 지상으로 향했다.

“그럼 전 이만 퇴근합니다~”

“들어가시죠.”

미소와 함께 가벼운 발걸음으로 협회를 빠져나가는 직원을 배웅한 뒤, 강혁은 근처 벤치에 주저앉았다.

‘집까지 기다릴 수가 없다.’

새로운 재능을 익힌다는 사실과 자신이 가장 배우고 싶었던 재능인 마법을 얻었다는 사실에 강혁은 기다릴 수 없었다.

결국 공원에 마련된 벤치에 앉아 고서를 펼쳐든 강혁은 순식간에 고서에 빠져들었다.

*

‘흠, 대충 이런 식이었나? 알고 나니 쉽군.’

사실 강혁은 머리가 꽤 좋은 편이었다.

그렇지 않고서야 시작부터 중급에 달하는 몬스터 지식을 전부 알고 있었을 리가 없지 않은가?

더군다나 강혁은 배움도 빨랐다.

그래서 발터 밀란 또한 각성 전 잠시나마 강혁을 가르쳤을 때, 통탄을 금치 못했을 정도.

최강의 10인마저 아까워할 정도의 오성.

그런 오성이 재능과 만나자 그 시너지는 어마어마했다.

[재능 : 하급 마법[LV.1]이 [LV.2]로 성장하였습니다.]

[재능 : 하급 마법[LV.2]이 [LV.3]으로 성장하였습니다.]

[재능 : 하급 마법[LV.3]이 [LV.4]로 성장하였습니다.]

[재능 : 하급 마법[LV.4]....]

한 시간도 채 되지 않아 미친 듯이 레벨이 오르는 마법 재능만 보더라도 그걸 잘 알 수 있으리라.

본래라면 말도 안 되는 일이겠지만 강혁에게는 최근 몇 달 동안 재능을 성장시키는 데에 주력한 경험이 있다.

그런 덕분에 강혁은 재능을 성장시킬 때에 가장 중요한 걸 알고 있었다.

‘결과보다는 과정을. 과정보다는 처음을 봐야한다.’

예를 들어 찌르기를 배운다고 가정할 때, 다른 이들은 찌르기의 파괴력을 비롯한 결과를 본다면 강혁은 그 반대를 본다.

찌르기를 할 때 스텝은 어떻게 밟아야 하는지, 어떤 근육이 어떤 방식으로 움직이는 지를 말이다.

물론 강혁도 처음부터 그렇게 재능을 배우진 않았다.

오히려 전자에 가까운 방식으로 재능을 익혔고, 많은 스승(?)들을 거친 지금에서야 후자에 가깝게 변한 것이었다.

몇 달 동안 고생한 덕을 지금에서야 제대로 보는 셈.

앞으로 더 많은 재능을 얻게 될 테니 강혁으로서는 나쁘지 않은 결과였다.

뛰어난 오성과 노가다로 익힌 재능 성장법까지.

폭풍 성장의 기초는 제대로 갖춰졌고, 막 한 시간이 지났을 무렵 강혁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재능 : 하급 마법[LV.5]가 [LV.6]으로 성장하였습니다.]

“후우, 오늘은 여기까지 해야겠군.”

기초에 가까운 마법들이었지만 마법이라는 새로운 문제들은 오성이 뛰어난 강혁으로서도 어려웠다.

머리가 지끈거리는 듯한 착각마저 느끼면서 강혁은 고서를 아공간 주머니에 던져넣었다.

‘기본적인 속성 마법은 물론이고 인챈트 마법까지 배운 건 꽤 크다. 아직 고서를 전부 보지 않은 걸 감안할 때 이 정도면 충분히 괜찮은 선택이었어.’

파이어, 워터, 윈드 등의 속성 마법들.

위력 자체는 마법이라고 부르기에 뭐할 정도로 낮긴 하지만 인챈트 마법이 함께하면 말이 달라진다.

인챈트란 마법을 무기나 방어구 등에 부여해주는 마법으로 마법사들이 헌터들에게 높은 대우를 받는 이유이기도 하다.

물론 영구 인챈트를 할 정도로 수준이 높진 않지만 그래도 전투 시마다 그때그때에 맞는 인챈트를 하는 편이 강혁에겐 더 좋았기에 별 문제는 없었다.

더군다나 강혁의 성장 가능성은 무궁무진한 만큼 언젠간 영구 인챈트 또한 강혁은 가능할 터였다.

‘배도 고프니 돌아가서 창수 아재랑 밥이나 먹으러 갈까.’

던전 클리어 대가로 보상도 얻었다.

뭐, 주 수입원은 던전에서 얻은 몬스터들의 시체라곤 하지만 짐꾼을 데리고 다니지 않는 강혁에겐 살짝 힘든 일이긴 했다.

‘짐꾼을 한 명 구해야 하나?’

솔직히 필요하긴 했다.

돈은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데에 필수기도 하고.

하지만 자신의 모든 걸 내보여야 하는 던전의 특성상 짐꾼을 데리고 다니면 정보 유출에 대한 생각이 드는 것도 당연한 일.

‘어디 튼튼하고 짐 잘 들고 입 무거운 그런 애 어디 없나.’

마치 우리들의 상상 속 동물인 여자친구 같은 존재를 강혁이 그리고 있을 때였다.

-....꺄아아악!

‘....비명 소리? 강남 한복판에서?’

세상이 변하고 범죄율도 꽤 높아졌다.

하지만 그건 헌터들이 많이 없는 곳에 국한된 일.

오히려 헌터들이나 길드 본부 등이 많이 몰린 곳에선 범죄율이 급감했다.

즉, 강남에 위치한 헌터 협회 인근에서 일반인이나 헌터 혹은 빌런이 범죄를 저지를 확률은 매우 낮다는 것이고.

그것이 의미하는 바는 간단했다.

‘던전이다.’

던전.

이제는 사람들에게 어느 정도 익숙해졌지만 두려움 만큼은 여전한 그 이름이 바로 비명의 근원일 터였다.

거기까지 생각을 마친 강혁은 주위를 둘러보곤 순식간에 장비들을 착용했다.

오늘 막 개시한 블랙 오크의 가죽으로 만든 가죽 갑옷과 뼈로 만들어진 장검.

화룡점정으로 올 블랙인 현재 상황에 맞는 흑철로 만든 뿔 가면까지.

이 자리에 더 이상 준 S급 헌터 이강혁은 존재하지 않았다.

철컥-

“무슨 일인지 확인이나 하러 가볼까.”

블랙 오크의 뼈로 만든 장검을 허리춤에 장비한 뒤, 강혁은 비명이 들린 곳을 향해 몸을 날렸다.

그리고 비명의 근원지에 도착한 강혁의 눈에 보인 것은 바로....

“....폭발한다, 모두 피해!”

생성된 지 얼마 되어 보이지 않은 던전의 게이트가 폭발하는 모습이었다.

전 세계에 몇 안 되는 희귀 케이스 던전.

폭발형 던전이 강남 한복판에서 나타나는 순간이었다.

본래 던전은 터져나감과 동시에 몬스터를 뱉어낸다.

그리고 폭발형 던전은 생성되기 무섭게 클리어할 수조차 없게 곧바로 폭발해버리는 유형.

그것이 의미하는 바는 단 하나.

“....몬스터 웨이브다.”

던전 내에서 생성되고 단 한 마리도 죽지 않은 어마어마한 수의 몬스터들이 강남 한복판에 모습을 드러낸다는 얘기였다.

거기까지 생각을 마친 강혁은 신과 악마를 믿지 말라는 분노의 말도 잊은 채, 신에게 기도할 수밖에 없었다.

‘제발 B급 이상 던전이 아니기를.’

10년의 짬밥답게 폭발형 던전임을 확인한 강혁이 최대한 낮은 등급이길 바랬다.

못해도 C급 던전이길 바라는 강혁의 바램이 무색하게도 던전이 터져나감과 동시에 모습을 드러낸 몬스터는....

-크워어어어!

“....빌어먹을! 왜 트롤이야!”

A급 몬스터 트롤이었다.

물론 강혁에겐 그리 어려운 상대는 아니었다.

새롭게 만든 방어구와 무기를 장비하고 있으며 S급 몬스터의 강함을 지닌 블랙 오크마저 처치했다.

A급인 트롤은 충분히 상대할만하다는 사실.

하지만 중요한 건 이곳은 던전 안이 아니고 주변에 민간인들과 건물들이 산재해 있는 현실, 지구다.

더불어 몬스터 웨이브의 무서운 점은 저렇게 나타난 몬스터들이 마치 주변을 멸망시키기라도 할 것처럼 어그로가 잘 먹히지 않았다.

즉, 강혁이 한 마리를 상대하는 사이에 다른 한 마리가 시민들을 학살하고 다른 한 마리는 건물을 때려 부순다는 얘기.

하지만 강혁이 굳이 C급 이하라고 한정 지은 것은 일반 몬스터 때문이 아니었다.

B급 이상이라면 확정적으로 등장하는 보스 몬스터.

그리고 이번 폭발형 던전에서 뛰쳐나온 보스 몬스터는 다름 아니라....

-오우워어어어어!

“....우리 구면이지? 반갑다?”

실기 시험 당시에 홀로그램으로나마 만났던 A급 보스 몬스터.

오우거였다.

모습을 드러내기 무섭게 이 자리에서 강혁이 가장 강력한 존재임을 알아챈 오우거가 포효와 함께 강혁을 향해 달려들었다.

그 모습을 본 순간 강혁은 가면의 존재에게 걸어두었던 제한 중 하나를 풀어냈다.

푸화아아악!

“....이강혁은 트리플 에너지, 가면의 존재는 더블 에너지. 나쁘진 않네.”

세상을 뒤덮은 밤과 같이 짙은 마기의 날개가 강혁의 등 뒤에서 돋아났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검을 뽑아든 강혁은 마나 소드를 발현 후, 곧바로 검을 휘둘렀다.

“섬(閃)!”

이제는 가볍게 내지르는 것만으로 실기 시험 때만큼의 위력을 가지게 된 섬이 눈부신 광채와 함께 오우거를 베었다.

하지만 광채가 사라진 자리에 우뚝 서 있는 오우거를 본 순간 강혁은 얼굴을 굳힐 수밖에 없었다.

“....가짜랑 진짜는 다르다는 거지?”

실기 시험에서 오우거의 몸과 머리를 일격에 분리했던 일격이건만 오우거는 큰 피해는 없어 보였기 때문이다.

홀로그램으로 만들어진 가짜와 피와 살 그리고 뼈 등으로 이루어진 진짜의 차이를 느끼며 강혁은 오싹함을 느꼈다.

물론 강혁이 느낀 건 오싹함만이 아니었다.

“....이거 좀 흥분되네.”

전신을 가득 채우는 고양감과 흥분.

그 두 가지의 감정에 가면 속 강혁의 얼굴은 붉게 달아올랐다.

블랙 오크와의 싸움에서 이미 한 번 느꼈지만 확신하지 못했던 자신의 성향을 강혁은 인정해야만 했다.

‘역시 난 싸우는 게 좋은 것 같다.’

10년에 달하는 세월 동안 노력을 할 수 있었던 이유.

지금 이 자리에서 가슴이 두근거리는 기분과 강적을 쓰러뜨렸을 때의 쾌감.

그것을 느끼기 위해서 자신이 노력했음을 강혁은 인정했다.

그렇기에 강혁은 가면 너머로 서늘한 시선을 오우거에게 보내며 미소지었다.

“너도 내 발판이 되어줘.”

더 강한 존재.

A급, A급 보스, S급, 마물, 마족.

그리고 그 너머에 있을 드래곤과 같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강함을 지닌 존재들까지.

강혁은 그들에게 닿기 위해서 오우거라는 발판을 향해 강혁은 자신의 가진 것들을 털어넣었다.

츠츠츠츠....

마기의 날개에 담긴 막대한 마기들이 서서히 강혁의 검에 응집되기 시작했다.

거의 150에 가까운 마기.

당연하게도 마기와 신성력의 불균형으로 인해서 전신이 비명을 내질러댔지만 강혁은 개의치 않았다.

오히려.

“인챈트, 아이스, 파이어, 윈드.”

이번에 새롭게 배운 마법들을 자신의 장검에 각인시켰다.

얼음과 불 그리고 바람의 힘이 검에 깃드는 걸 느끼며 강혁이 전방을 바라보았다.

[검에 담긴 마기가 증폭 되었습니다. (3배)]

눈앞에 나타난 메시지창과 동시에 강혁은 자신이 쥔 검이 무겁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450에 달하는 어마어마한 마기가 응집된 검.

쥐고 있는 것만으로 팔이 부들부들 떨릴 정도로 강맹한 힘이 깃든 장검이 부숴질 것처럼 진동했다.

기껏 만든 장검이 하루 만에 부숴질 것 같다는 생각을 한 순간 강혁은 검을 휘두르고 있었다.

“섬(閃).”

강혁의 검이 마치 세계를 가를 것처럼 휘둘러짐과 동시에 눈에 보일 정도로 유형화된 마기가 오우거를 향해 날아갔다.

-....크워어어어!

자신을 향해 날아드는 마기를 느낀 오우거가 괴성을 내지르며 팔을 교차하여 방어했다.

두꺼운 가죽과 뛰어난 물리 저항력 그리고 질긴 근육과 단단한 뼈까지.

모든 것들이 조화롭게 모여 오우거는 강혁의 마기 세례를 견뎌냈다.

물론.

“....폭(爆).”

현재 강혁이 지닌 전체 마기에 1.5배에 달하는 어마어마한 양의 마기가 폭발하기 전까지만 해도 말이다.

오우거와 줄다리기를 하며 마지막 발악을 하던 마기가 터져나가는 순간 강남 일대가 어둠에 잠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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