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혼자 올 마스터 #20
격변 이후 나타난 던전들의 종류는 여러가지가 있다.
첫 번째로는 가장 많이 나타나는 소멸형.
소멸형 던전의 경우에는 일정 시간 안에 던전을 클리어하지 않으면 터져나가 주위에 몬스터들을 흩뿌리는 경우였다.
당연히 위험했고, 던전 등급에 따라 터지는 데에 시간들도 차이가 있었지만 대부분은 빨리빨리 제거하기 위해서 노력했다.
괜히 내버려 뒀다가 던전이 터져나가기라도 하면 큰 문제였으니까.
두 번째는 영구형.
말 그대로 던전의 핵을 부수지 않는 한 영구적으로 유지되는 던전이었다.
일정 주기로 새롭게 리셋되며 몬스터들이 계속해서 나타나며 던전 내부를 탐사하거나 던전 내부의 광물을 캘 수 있는 하나의 자원이었다.
덕분에 영구형 던전의 수가 곧 국력의 상징이 되기도 했다.
마지막은 강혁이 휘말렸던 폐쇄형이 있었다.
물론 이것들 말고도 다양한 던전들이 존재했지만 큰틀로 따지자면 이 세 개가 전부였다.
그리고 강혁이 방문하게 될 오크 군락 던전은 첫 번째에 해당하는 던전이었다.
*
“요즘 이강혁은 뭐하나 모르겠네.”
“그러게나 말이다. 준 S급이라고 띄워줄 때까지만 해도 던전들을 박살내고 다닐 줄 알았는데.”
“그거 허풍 아닐까? 이강혁이라면 그럴만 하잖아?”
“에이, 설마. 헌터 협회 본부에서도 인정했다잖아.”
“우상화 시키기 위해서 그런 걸지도 모르지. 요즘 헌터들에 대한 인식들이 좀 나빠지곤 있으니까.”
“....빌런 말하는 거지?”
협회에서 파견된 두 명의 협회 직원들은 곧 찾아올 헌터를 기다리며 수다를 떨었다.
주된 이야기는 헌터와 이강혁에 관한 이야기들.
그렇게 한참을 웃고 떠들면서 시간을 죽일 때, 그들이 기다리던 이가 나타났다.
“....이강혁!”
호랑이도 제 말하면 나타난다고 자신들이 물고 뜯던 강혁이 나타나자 둘은 귀신이라도 본 것마냥 소스라치게 놀라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였다.
강혁 그들에게 시선 한 번 주지 않고 자신이 던전을 구매 했음을 확인하는 증서 하나만을 보여준 채, 던전 안으로 들어갔다.
물론 한 마디 말을 남기는 걸 잊지 않았다.
“남 험담하는 건 좋은데 상황은 보고 험담해요. 그러다가 진짜 훅 갑니다.”
“....”
자신들의 말을 강혁이 전부 들었음을 암시하는 말에 협회 직원들이 몸이 딱딱하게 굳었다.
그런 그들을 뒤로한 채, 강혁은 던전 게이트 너머로 모습을 감추었다.
“....입 조심하면서 살자.”
“....그래야겠네.”
만약 인성이 덜 된 헌터였다면 자신들은 아마 뼈도 추리지 못했을 거라 생각하며 그들은 입을 꾹 다물었다.
그리곤 시간을 재기 시작했다.
클리어 기록을 확인하기 위한 작업으로 모든 던전들은 이러한 과정들을 거치게 된다.
그때까지만 해도 자신들은 언제나처럼 했던 일이 세상을 놀라게 할 거라고는 그들은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
“후우, 아무도 없으니까 좋네.”
-쯧, 몇 달 만에 처음으로 움직이는구나. 좀이 쑤셔 죽는 줄 알았다!
“....쑤실 몸도 없는 양반이 뭐가 좀이 쑤신다는 건지.”
머릿속에서 툴툴대는 분노의 투정에 강혁은 고개를 절레절레 내저으며 아공간 주머니를 열었다.
척- 처적-
직접 무두질한 가죽 갑옷을 착용하고 장검 그리고 대궁까지 등에 메단 강혁은 마지막으로 가면을 썼다.
“....착용감 좋고.”
흑철 특유의 서늘함을 느끼며 가면 속에서 미소를 지은 강혁이 장검을 검집에 집어넣곤 대궁을 집어 들었다.
“일단 활 맛 좀 보자.”
최근 헌터 이강혁으로서의 모습만을 보여주느라 활을 잡지 못한 강혁은 근질근질한 손을 풀기 위해서 화살을 꺼내 시위에 먹였다.
그와 동시에.
-취이이익!
오크 특유의 취익! 소리와 함께 숲속에서 일단의 오크 무리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고.
피잉! 피피피핑!
오크들의 모습이 드러나기 무섭게 강혁의 시위가 순식간에 네댓 번이나 움직였고, 오크들의 미간에는 화살의 꽁지만이 남아있었다.
털썩-
다섯 마리의 오크들이 무너져내리는 모습을 바라보며 강혁은 찌르르하게 울리는 손맛에 미소를 지었다.
“흥분되네. 안 그래?”
-....내 힘이나 빨리 써라.
툴툴대지만 그 안에 깃든 즐거움을 느낀 강혁은 그에 동의라도 하듯이 전신에서 마기를 뿜어냈다.
처음 자신이 각성 검사에서 마기를 드러냈을 때와 같이 한 쌍의 마기의 날개가 강혁의 등에서 돋아났다.
그와 동시에 마기의 날개에서 뿜어져나오는 분노의 기운이 숲속을 뒤흔들기 시작했다.
숲속 깊은 곳에 숨거나 쉬고 있던 모든 오크들.
그들은 분노의 마기에 닿자마자 상태이상 : 광란과 광분에 빠져들었다.
그 결과.
-취이이익!
-취익! 취익!
수십 마리가 넘는 오크들의 분노 가득한 취익 소리를 들으며 강혁은 장검을 손에 쥐었다.
10년 만에 제대로 된 사냥을 하게 되는 순간이었다.
*
오크.
성인 남성보다 살짝 작은 키를 가졌지만 전신이 근육으로 이루어진 녹색 괴물.
세간에서 그들의 평가 등급은 C~B.
단체일 경우에는 무려 B~A까지도 치솟는 강함을 지닌 괴물이 바로 오크였다.
지능이 딸린다는 약점이 있긴 했지만 그들의 파괴적인 면모는 지능의 고하 따위는 잊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그리고 그런 오크들에게 광란과 광분이 곁들여지자 그 파괴력은 매우 컸다.
물론.
-취익!
-취이익!
쾅쾅쾅!
그 파괴력을 적이 아닌 동족들에게 휘두른다는 것이 문제였지만 말이다.
광란으로 인해서 지능이 저하가 되고 광분으로 인해서 본능이 더욱 날카로워지며 시야가 좁아졌다.
결국 곁에 있는 동족마저 알아보지 못하고 주먹과 몽둥이를 휘두르는 참사가 일어나는 것이었다.
이런 말도 안 되는 모습은 비단 어느 한 곳에서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는 게 문제였다.
강혁이 클리어하기 위해서 들어온 오크 군락은 숲 전체가 범위였다.
거기에 오크들은 게릴라에 능했으면 1대1 다대일 모두에 능한 타고난 전사.
즉, 숲이라는 강혁에게 불리한 지형에 더해 언제 어디서 공격 당할지 모른다는 패널티가 강혁에게 주어진 채로 시작된다는 것.
그런데 분노의 마기가 숲 전체를 뒤덮게 되면서 그것이 역전이 되었다.
숲은 더 이상 강혁을 위협할 수 없었고, 숨어서 기습의 묘리를 살려야 하는 오크들은 저들끼리 싸우기 바빴다.
더불어 광란과 광분으로 인해서 신체 능력마저 상승한 이들이 본능에 눈이 멀어 목숨마저 도외시하는 공격은 무척이나 위협적이었다.
그게 동족을 향해서 문제였지만.
“잘들 싸우네. 쓸만한 걸?”
-쓸만하다니! 내 힘은 칠죄 중에서 상위권에 속하는 어마어마한 능력이란 말이다! 고개를 조아리고 내게 경배를 올려라!
우쭐대는 분노의 목소리를 애써 무시하며 강혁은 저 멀리서 저들끼리 주먹을 휘둘러대는 일반 오크를 향해 다가갔다.
오크들은 그 종류가 다양했다.
일반 오크, 오크 전사, 오크 투사, 오크 주술사 등.
다양한 종류답게 다양한 힘을 지닌 이들의 강함은 각양각색이었다.
그렇지만 눈앞에 일반 오크는 가장 약한 부류.
추가로 저들끼리 싸우느라 눈이 먼 오크이기에 강혁은 겁을 먹지 않았다.
오히려.
스릉-
검집에 있던 검을 빼든 강혁은 천천히 속도를 높혔고, 이윽고 오크들의 흐르는 핏물마저 볼 수 있을 때.
스걱-
크게 한 번 장검을 휘둘렀다.
평범한 참격.
하지만 그 참격이 가져온 결과는 평범하지 않았다.
강혁이 노린 것은 상처가 더 깊은 쪽.
당연히 강혁의 공격을 제대로 막아내기가 힘들었던 오크는 그대로 머리와 몸이 분리되어 목숨을 잃었다.
그리고 자신이 싸우던 적이 죽었음에도 다른 오크 하나는 개의치 않고 강혁을 향해 흉포성을 드러냈다.
-취에에엑!
섬뜩하리만큼 끔찍한 오크의 바람 빠지는 소리에도 불구하고 강혁은 서늘하게 그 모습을 바라보며 낮게 읊조렸다.
“닥쳐.”
-....취익.
분노의 마기가 깃든 가면의 효과였다.
가면을 본 이들은 자연스레 공포 효과에 빠지고 그것이 가중될 경우에는....
쿵!
-췩! 취이이익!
무릎을 꿇는 오크의 모습 또한 볼 수 있었다.
광란과 광분으로 두려움을 잃은 오크마저도 두려움에 떨게 만드는 분노의 마기에 강혁은 만족스러움을 감출 수 없었다.
-쩔지? 쩔지?
“그래, 쩐다. 쩔어.”
철 없는 중고등학생이 할 법한 말로 자신을 포장하는 분노의 말을 무시하지 못했을 정도로 대단한 능력.
그리고 자신의 앞에 무릎을 꿇은 근육 돼지, 오크에게 강혁은 참격을 선물로 주었다.
스걱-
날카롭게 벼려진 강혁의 장검은 오크의 질긴 가죽과 튼튼한 근육 그리고 단단한 뼈까지 가볍게 갈라버렸다.
이유는 마나로 강화된 신체에 마나가 장검에 깃들어 퍼렇게 빛나고 있었기 때문이다.
‘마나 소드. 나쁘지 않군.’
마나를 검에 두르는 걸 마나 소드라고 부르고 그 다음 단계인 검기는 그 마나를 유형화시켜 길게 뽑아내는 걸 일컫는다.
‘검기 다음은 검강이라고 하는데 그건 검성말고 쓰는 걸 본 적이 없으니 논외인 걸로.’
검을 다루는 이들의 최종 목적지는 검강이라곤 하지만 지금의 강혁에겐 멀기만한 일이었다.
아무튼 마나 소드만 하더라도 충분히 위력적인 기술이었기에 오크 정도의 목을 가르는 건 그리 어렵지 않았다.
두 마리의 오크를 처리하고 무언가 자신의 몸에 스며드는 걸 느낀 강혁은 짙게 미소지었다.
“이러니까 헌터들이 게임 같다고 하지.”
마치 RPG 게임에서 몬스터를 잡으면 경험치를 주는 것처럼 오크를 처리하니 그들의 기운을 흡수할 수 있었다.
물론 스탯이 변할 정도로 유의미하진 않았지만 이게 모이고 모인다면 분명 변화가 있을 터.
괜히 티끌 모아 태산이라는 말이 있는 게 아니었다.
그리고 10년 만에 처음으로 다른 헌터들처럼 몬스터들의 기운을 흡수해본 강혁은 이 행복을 놓치고 싶지 않았다.
“밤새도록 사냥해도 피곤하지 않을 것 같아.”
몸이 가볍다.
마기를 다량으로 소모하여 몸이 삐걱거리긴 하지만 괜찮았다.
그 정도는 충분히 감내할 수 있을 정도로 현재의 강혁은 날아갈 듯이 좋았기 때문이다.
강혁의 이런 마음을 대변하기라도 하듯이 숲 곳곳에서 저들끼리 전투를 벌이는 오크들의 소리가 강혁을 반겨주었다.
-취이이익!
-취익! 췩!
남들이 들었다면 밤에 잠을 이루지 못할 악몽이 되었지만 강혁에게는 아니었다.
“이 사랑스러운 기운 보따리들 같으니라고. 와달라고 노래를 부르는구나.”
몇 개월 동안 훈련에 훈련을 거치면서 성장만을 거듭한 강혁에게는 자신을 향해 천상의 노랫소리처럼 들렸다.
그렇게 생각을 마친 강혁은 미친 놈마냥 헤실헤실 미소를 지으면서 소리가 들리는 곳을 향해 몸을 날렸다.
-미친 놈.
분노조차 인정할 정도로 그의 미침 정도(?)는 극에 달했다.
물론 본인은 그걸 인정하지 않았지만 말이다.
*
타닥타닥-
빨갛게 타오르며 불꽃을 피워내는 모닥불을 바라보며 강혁은 미소를 지었다.
“거의 다 잡았어. 이 정도면 전 세계로 따져도 탑에 들겠지?”
-아까도 말했지만 너는 정말 미친 놈이다.
“10년을 기다렸어. 이 정도는 해야하지 않겠어?”
-....오랜만에 나도 즐거웠으니 반박은 못하겠군.
지난 몇 개월 동안 수련만 거듭하는 탓에 분노도 꽤 지쳐있었다.
그러다 이번에 오크 군락 토벌을 하게 되면서 미쳐 날뛰는 강혁의 모습이 분노는 마음에 들었다.
툴툴대며 미쳤다고 말하긴 했지만 본인마저 즐겼으니 그에겐 강혁을 탓할 자격이 없었다.
그렇게 하루동안 강혁은 미친 듯이 숲을 헤집고 다녔고, 그 결과 숲에 존재하는 모든 오크들의 9할을 혼자서 잡아내는 미친 짓을 해냈다.
“캬, 확실히 분노가 주술사 같은 종류한테는 치명적이던데?”
-당연하지! 정신이 흔들리면 제대로 공격도 방어도 못하는 반푼이들 따위는 이 몸 앞에선 아무 것도 아니다!
그게 가능했던 이유는 바로 분노 때문이었다.
닿기만 하면 광분과 광란에 빠지고 가면까지 보면 추가로 디버프를 받는다.
거기에 지능이 낮은 오크가 광분과 광란까지 빠지니 주술이나 마법 같은 집중이 필요한 능력은 거의 사용할 수가 없을 정도.
덕분에 가장 까다로웠던 오크 주술사는 변변찮은 주술 하나 쓰지 못하고 지팡이만 휘두르다가 머리통이 깨졌다.
분노 덕을 톡톡히 보아 하루도 되지 않아 거의 모든 오크를 처치한 강혁은 휴식을 마치고 마무리를 지을 생각 중이었다.
24시간 전에 B급 던전 솔로 클리어라는 전무후무한 기록을 세울 생각에 강혁이 들떠 있을 때였다.
-쿠워어어어어!
“....? 이거 마기 아닌가?”
-....마기 맞다. 하지만 고작 오크 따위가 가지고 있을 기운이 아닌데....뭐지?
두 사람, 아니 한 사람과 한 존재가 의문을 느낀 순간 강혁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가보는 게 맞겠지?”
-동의한다. 어차피 이곳에 들어온 이상 저놈을 잡아야하지 않겠나?
“그건 맞는 말이네.”
던전에 들어온 이상 모든 몬스터의 말살은 필수불가결하다.
그렇기에 분노의 말에 고개를 끄덕거리며 수긍한 강혁은 모닥불을 끄고 외침이 들려온 곳을 향해 몸을 날렸다.
*
-크워어어!
“여기 안이군.”
무저갱처럼 짙은 어둠으로 가득한 동굴의 앞에 선 강혁의 중얼거림에 분노가 동의했다.
-네 말이 맞다. 저 안에서 짙은 마기가 느껴지는군. 마족인가?
“....마족은 지금 수준으론 빡센데.”
마족.
악마들의 피를 이어 탄생한 몬스터로 그 강함은 S급 헌터에 필적하거나 그를 넘어선다.
즉, 강혁에게는 살짝 힘들 수도 있는 상대라는 것.
하지만 강혁은 등을 돌려 도망을 가기보단 무저갱과 같은 어둠 속에 발을 내딛는 걸 택했다.
“도망치는 건 충분히 해봤으니까 이젠 나아가는 걸 해볼 차례 아니겠어?”
10년.
그 시간 동안 투쟁도 했지만 도망을 더 많이 한 사람이 바로 강혁이다.
그게 콤플렉스가 되었고, 헌터가 된 뒤로 그걸 지워내기 위해 무던히도 노력하던 강혁은 이번 일을 통해 콤플렉스를 완전히 털어내려했다.
그런 강혁을 응원이라도 하듯이 분노가 강혁을 다그쳤다.
-그래! 가라! 가서 분노의 악마에게 인정 받은 네 녀석의 힘을 톡톡히 보여줘라!
응원인지 자기 자랑인지 모를 분노의 말과 함께 강혁은 동굴 안으로 사라졌다.
*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동굴 안이었지만 강혁은 트리플 에너지 덕분에 무리 없이 동굴의 끝을 향해 걸었다.
그러던 강혁의 시야에 무언가가 잡혔다.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더욱 어두운 무언가.
어둠 속에서 어둠을 느끼는 듯한 기묘한 무언가는 다름 아니라 오크였다.
-크워....
“....저건 뭐야? 처음 보는 놈인데.”
전신이 검은 오크는 본 적도 없고, 중급에 달하는 몬스터 지식으로도 찾을 수 없는 새로운 몬스터.
다행히도 강혁에게는 분노라는 몬스터 도감(?)이 있었다.
-블랙 오크다. 마기에 잠식된 오크지. 조심해라. 녀석은 마족은 아니지만 그에 준하는 녀석이니까. 워낙에 희귀한 녀석이라 나도 생각을 못했군.
오만히기 그지 없었던 분노의 조심하란 말에 강혁은 긴장하면서 마기의 날개를 펼쳤다.
마기는 상하관계가 극명한 기운이다.
양보단 질이 우선시 된다는 의미.
신성력과는 상반되는 기운이었고, 분노의 마기는 악마의 마기.
즉, 블랙 오크와 같은 마족 비스무리한 녀석에겐 항거할 수 없는 힘이라고 생각한 것이었다.
자신의 마기 앞에 블랙 오크가 여타 다른 오크들처럼 무릎을 꿇을 거라 생각하며 강혁이 입을 열었다.
“꿇어라, 이게 너와 나의 눈높....?”
짐짓 오만하게 말을 이어 나가던 강혁은 놀람을 금치 못했다.
강혁의 생각은 반쯤 옳았다.
만약 눈앞의 존재가 마족이었다면 '분노'의 마기를 느끼고 무릎을 꿇었을 테니까.
하지만 눈앞의 존재는 분노가 말한 것처럼 마족이 아니라....
-멍청아! 마물에 가까운 저 녀석에 마기에 굴종하는 게 아니라 투쟁한다. 네가 나의 마기를 꺼내면....!
“말 안 해도 나도 보고 있어!”
-크워어어어어!
쿵쿵쿵!
마물이었기 때문에 강혁은 자신의 말을 끝맺을 수 없었다.
분노의 외침 때문이 아니라 블랙 오크가 검은자 밖에 존재하지 않는 눈으로 자신을 노려보며 달려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결국 강혁은 바삐 장검을 꺼내 돌진을 막았고.
쾅!
블랙 오크의 돌진에 담긴 충격을 이기지 못하고 벽에 처박히고 말았다.
“퉤! 저놈 잡으면 마기에 도움 되겠지?”
-되다마다. 빌어먹을 신체 때문에 삥 뜯기긴 하겠지만 충분히 도움이 될 거다.
“그래, 오늘 저녁은 흑돼지 통구이다!”
하지만 돌진을 맞는 순간 몸을 뒤로 빼 충격을 분산, 마나로 신체를 강화 및 신성력으로 보호를 한 강혁은 꽤 멀쩡한 모습으로 침을 탁 뱉으며 전의를 불태웠다.
절대로 흑돼지 통구이가 먹고 싶어서는 아니었다.
강혁이 한 말을 알아들은 건지 블랙 오크는 콧김을 거세게 내쉬면서 다시금 돌진했다.
블랙 오크의 그런 저돌적인 돌진을 강혁은 피하지 않았다.
오히려 달려오는 그를 바라보며 도발까지 날렸다.
“흑돼지 통구이이이이이!!!”
....절대로 흑돼지 통구이를 원한 게 아니라 도발을 위해서였다. 아마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