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혼자 올 마스터-19화 (20/178)

나 혼자 올 마스터 #19

“....웩!”

“이 정도면 그래도 훌륭하군. 버티긴 버틴 걸 보니까 말이야.”

“후우, 진짜 죽는 줄 알았다고.”

“저 정도면 그래도 내 피보다는 살짝 약한 수준이다. 그런데 신기하군. 첫날에는 내 피를 반 컵 분량이나 먹었던 놈이 한 달 동안 고작 10단계라니. 아쉬워.”

“....”

한 달.

강혁이 발터 밀란과 함께한 시간이었다.

그동안 강혁은 총 20개에 달하는 독병 중에서 10개까지 클리어하는 기염을 토해냈다.

물론 발터 밀란의 말에 찔리는 부분이 있긴 했지만 강혁은 개의치 않았다.

‘아무래도 첫날엔 보정 효과가 좀 있었던 것 같단 말이지.’

불완전한 만독불침을 얻으면서 일시적으로 만독불침을 잠깐 지녔던 건지 첫날은 간신히 살아남았던 강혁은 자신이 얼마나 무모했는지를 깨달았다.

‘너무 급했다. 발터 밀란의 말대로 조금은 천천히 가야할 지도 모르겠어.’

뭐, 여기서 말하는 천천히도 일반 헌터보다는 몇 배....아니, 어쩌면 수십 배나 빠를 지도 몰랐지만.

아무튼 한 달 동안의 성과는 그 빛을 환하게 비추어 주었다.

[중급 독기[LV.9]가 상급 독기[LV.1]로 성장합니다!]

[재능의 성장으로 신체가 함께 성장합니다.]

[모든 스탯이 30씩 상승합니다.]

‘어마어마하군....’

최근 가파른 성장세를 기록하며 어지간한 것에는 놀라지 않던 강혁임에도 불구하고 이번 일은 꽤 놀라웠다.

무려 30이나 되는 스탯들이 성장을 했으니 놀라지 않는 게 이상했다.

물론 이 정도의 성장이 이해가 가긴 했다.

지난 한 달은 강혁이 생각하는 지옥을 갱신시킬 정도였으니까.

‘식도와 기도가 녹아내리는 기분은 끔찍했지.’

다행히 강혁의 마기가 식도와 기도를 붙들고, 신성력으로 상처가 덧나지 않게 막은 뒤에 발터 밀란이 부른 S급 헌터의 치료로 후유증은 없었지만 섬뜩한 경험이었다.

하지만 그 한 달간의 시련에 보답이라도 받듯이 강혁은 크게 성장할 수 있었다.

처음 각성할 당시만 해도 하나밖에 없었던 상급의 재능이 이번 독기의 성장으로 두 개가 되었으니까.

전신을 타고 흐르는 독혈(毒血)을 느끼며 강혁이 기분 좋은 미소를 머금으며 상태창을 확인했다.

[이강혁]

재능 : [올 마스터]

신체 : [반성반마(半聖半魔)] [강체(强體)]

특성 : [한계돌파] [성자] [분노] [인내] [청출어람] [불완전한 만독불침]

세부 재능 : 상급 전투 감각[LV.1] 상급 독기[LV.1] 중급 몬스터 지식[LV.5] 중급 대장일[LV.2] 중급 무두질[LV.1] 중급 궁술[LV. 2] 중급 검술[LV. 4] 중급 무투[LV.5] 중급 은신[LV.3]

[근력] : 162 [체력] : 158 [민첩] : 160 [지력] : 127 [마나] : 160 [신성력] : 150 [마기] : 150

한 달간 다양한 훈련 일정도 소화한 덕분에 스탯들은 소폭 상승했었고.

거기에 은신까지 중급에 도달하며 스탯들이 다시 한번 10씩 올랐다.

그런데 여기에 독기가 상급에 도달하게 되면서 무려 30이나 되는 스탯이 오른 현재 강혁의 스탯은 무시무시했다.

‘....전 스탯 S급도 그리 멀지 않았군.’

기본 200부터 시작하는 스탯 S급.

두어 달 전까지만 하더라도 F급, 아니 각성이라도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것과는 정말 천지차이인 셈.

그 사실이 강혁은 감격스러웠다.

자신이 노력을 하면 재능은 그에 맞는 성장을 하고 그 성장은 자신이라는 존재 자체를 성장시키는 상황이 말이다.

덕분에 특성 : 청출어람의 사기성을 실감하면서도 강혁은 발터 밀란을 바라보며 혀를 내둘렀다.

‘상급에 도달했는데 비활성화가 되지 않았어. 대체 저 녀석은 어느 단계까지 이른 거야?’

상급에 달한 독기 재능.

하지만 그걸로도 아직 발터 밀란에게 닿기란 요원한 듯 싶었다.

그래서일가?

남들이라면 자칫 오만과 자만에 빠질 수 있는 상황이었음에도 강혁은 그런 수렁에 빠지지 않을 수 있었다.

오히려.

“발터, 너는 어느 정도까지 독을 섭취했지?”

발터 밀란이라는 남들이라면 넘볼 수조차 없는 거대한 벽을 바라보며 넘을 생각을 했다.

자신에게 오만과 자만은 사치라고 주장이라도 하는 것처럼.

그런 강혁의 물음에 발터 밀란은 피식 웃으며 왼쪽에서 다섯 번째에 놓인 병을 집어들었다.

“여기까지다.”

“....의외로 안 높은 건가?”

“그럴 리가. 이 이상은 나도 먹으면 죽을 거라는 생각이 들기에 도전하지 않았을 정도로 강력한 독들이다. 그리고 마지막 이 독은....”

“아무런 색깔도 없군.”

“무형지독(無形至毒)이다. 내가 만든 최고의 걸작이자 재앙이지. 전 단계인 19번째에 나만의 독을 섞어 만든 거다. 만약 네가 이것까지 먹을 수 있다면....정말 만독불침을 이룬 거겠지. 나조차도 이루지 못한 그것을 말이야.”

“....그래서 일단 19번째는 누구의 독이지?”

“격변의 시대에서 우연찮게 구할 수 있었던 몬스터의 독이다. 지금은 찾아볼 수도 없지. 아니, 찾을 수 있다 해도 찾고 싶지 않다.”

치를 떨며 고개를 내젓는 발터 밀란의 모습에 강혁은 딱딱하게 굳어 버렸다.

‘....발터 밀란이 독물(毒物)을 두려워한다고? 과연 격변의 시대는 내가 직접 겪었음에도 모르는 것이 천지로군.’

독의 극에 이르렀다고 평가받는 발터 밀란조차 꺼려 할 정도의 독물.

직접 그 시대를 겪고, 전장에서 굴렀음에도 본 적조차 없는 존재의 등장에 강혁의 심장이 두근거렸다.

최강의 10인조차 두려워하고 꺼려하는 몬스터들.

언젠간 그들을 자신의 손으로 사냥하겠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그리고 미래의 자신과 강력한 몬스터의 맞대결을 그리고 있는 강혁에게 발터 밀란은 작별을 고했다.

“아쉽지만 여기까지가 내 가르침이다.”

“....난 아직 극에 이르지 못했는데?”

“애초에 극은 나도 이르지 못했다. 그리고 한국에 너무 오래 머물렀어. 본래라면 짧게 머물렀다가 돌아갔을 텐데....네 탓이다. 빌어먹을 제자 놈아.”

“그런 칭찬을 하면 너무 부끄러운데.”

자신의 애정(?) 담긴 칭찬(?)에 몸을 배배 꼬는 강혁의 뒤통수를 후려 갈기고 싶은 마음을 간신히 억누르며 그는 축객령을 내렸다.

“아래 내려가서 칼튼에게 가라. 녀석은 던전 브로커의 일도 맡고 있으니 네게 필요한 던전을 구해다 줄 거다.”

킬튼은 강혁이 처음 술집을 방문했을 때, 그를 맞이해주었던 바텐더였다.

그리고 한 달 동안의 교습(?)으로 친해질대로 친해진 칼튼은 강혁에겐 그저 평범한 바텐더였다.

그렇기에 대충 고개를 끄덕거린 강혁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고개를 꾸벅 숙였다.

“빌어먹게도 신세 졌습니다!”

“....어디서 이상한 건 보고 와 가지고. 꺼져라.”

예전 격변의 시기 이전에 보던 만화책에서 보았던 명언(?)을 남긴 채 1층으로 내려가는 강혁의 뒷모습을 옅은 미소와 함께 발터 밀란은 바라보았다.

물론.

“....암조(暗潮). 하나밖에 없는 제자 놈의 뒤를 털거나 해를 입히려는 녀석이 있으면 처리해라. 만약 급이 높은 이가 있다면 내게 보고해라. 내가 직접 나설 테니까.”

“명을 받듭니다.”

분명 방안에 존재하고 있었음에도 강혁이 눈치조차 못 챘던 발터 밀란의 친위대 암조(暗潮)가 다시금 그림자 안으로 스며들었다.

전원 S급으로 이루어진 암살자 집단이 강혁의 뒤를 보호하는 순간이었다.

‘김승태, 네가 한 장난질은 잘 알고 있다. 그때 당시엔 진짜 제자가 아니었으니 지금은 넘어간다만....한 번 더 눈에 띈다면 그때는 목숨을 걸어야 할 거다.’

지금은 미국으로 돌아간 니아 아리엘이 건네주었던 말.

실기 시험에 등장했던 오우거가 강혁을 누르기 위한 승태의 노림수였음을 전해 들은 발터 밀란은 참았다.

그때 당시에 강혁은 자신의 제자라고 보기엔 어려웠고, 친구라고 보기엔 엄청 가깝진 않았기에.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그는 자신의 진전을 잇고, 자신에게 훈련까지 받은 단 하나 뿐인 제자.

만약 김승태가 주제도 모르고 그를 건든다면 뼈저린 대가를 치러야 할 터였다.

물론 발터 밀란은 알고 있었다.

승태는 분명 언제고 강혁을 노릴 것이라고, 그렇기에 급이 다른 이가 나타나면 보고를 하라고 명령을 내린 것이었다.

그가 연관되어 있다는 꼬리표가 드러나는 순간.

‘오랜만에 암살행을 나가게 되겠군.’

그가 10년 동안 해온 암살행에 플러스 1이 될 터였다.

마피아 두목, 마약 카르텔 등.

쟁쟁한 라인업에 승태는 자신의 이름을 올리는 명예(?)를 쥐게 될 것이었다.

아직은 오지 않은 미래의 모습이지만 말이다.

*

“칼튼, 드디어 발터의 손아귀에서 벗어나게 되었는데 추천해줄 곳 있습니까?”

“손아귀라니. 발터 님께서 들으면 섭섭하실 텐데.”

“어차피 자잘한 건 신경도 안 써서 문제는 없습니다.”

발터의 마음 따윈 헤아리지 않는 강혁의 모습에 칼튼은 은근 마음이 여린 자신의 보스를 향해 애도를 보냈다.

아무튼 다시금 본업으로 돌아온 칼튼은 서류를 뒤적거리더니 이내 하나를 집어서 강혁에게 보여주었다.

“....요번에 B급 던전 하나가 나왔네.”

“B급? 괜찮군.”

B급.

A급으로 인정받은 데다가 한 달 동안에 성장으로 한층 S급에 가까워진 강혁에게 B급은 충분히 괜찮은 던전이었다.

여기서 충분히 괜찮다. 라는 의미는 혼자서 돌아도 무리가 없을 정도의 던전이라는 뜻이었다.

즉.

“현재 강함을 측정해보긴 딱 좋겠네.”

“혼자 갈 생각인가?”

“나한테 동료가 어딨습니까? 아님 뭐, 같이 던전이라도 도시렵니까?”

옅은 미소와 함께 추파(?)를 던지는 강혁의 모습에 칼튼은 피식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내저었다.

“늙은이에게 너무 많은 걸 바라진 말게나.”

“....에이, 저번에 볼 때 보니까 아직 현역이시던데?”

“큼! 그건 잊어주게나. 보스의 손님인 줄 몰랐으니까 말일세.”

한 달 전, 처음 강혁이 술집을 방문했을 때를 꼬집자 칼튼은 무안함을 감추기 위해서 헛기침을 하며 시선을 돌렸다.

“아무튼 갈 텐가?”

“가야죠.”

“던전 비용은 달아놓겠네. 벌어서 갚게나.”

“....감사합니다.”

칼튼의 배려, 정확하게는 발터 밀란에 배려에 감사하며 강혁은 2층 계단 쪽을 향해 살짝 목례를 하고는 던전 정보지를 집어들었다.

“경기도....오크 군락이라....한 3일쯤 걸리겠네. 그때 돈 벌어서 다시 오겠습니다. 이자까지 두둑히 쳐서 갚을게요.”

“기대하고 있지.”

자신감 넘치는 강혁의 목소리에 칼튼은 빙그레 미소를 지었다.

아직은 치기 어린 젊은 헌터의 모습이라고 생각하면서 말이다.

짬밥으로만 친다면 강혁이 위였지만 실질적으로 던전을 돈 것으로 판단하면 칼튼이 위였기에 그의 판단은 거의 옳았다.

평균적으로 B급 던전의 클리어는 3일이 맞다.

다만 그건 B급 파티를 기준으로 잡았을 때의 기준.

강혁처럼 솔로로 던전을 클리어 할 경우엔 일주일이 보통이다.

‘보스께서 가르침을 주신 것과 실기 시험에서 보여준 퍼포먼스 등을 계산하면 일주일은 아니고 5일 정도겠군.’

정보에 능한 브로커답게 강혁의 한 달 전을 완벽하게 꿰뚫은 칼튼은 거기에 지난 한 달 동안 강해진 수치를 더해 완벽한 결과를 뽑아냈다.

그 결과가 5일이었다.

하지만 오랜세월 던전을 돌고, 정보를 모으며 최고의 스카우터라고 불려도 모자람이 없는 칼튼조차 알지 못하는 것이 있었다.

‘3일도 좀 많나? 하긴 평균 150급 스탯에 재능들을 계산하면 S급 수준은 될 테니까....2일이면 충분하겠지?’

그가 계산했던 강혁의 성장치는 한참이나 잘못되었다는 것을 말이다.

물론 강혁이 받아들었던 던전 또한 알려진 바와는 살짝 달랐지만 지금의 강혁은 그 사실을 알지 못했다.

그렇게 서로의 생각이 틀린지도 모른채, 강혁은 술집을 나섰고, 칼튼은 그런 강혁을 바라보며 놀라워했다.

아니, 정확하게는....

“암조라....보스께서 아주 작정을 하셨군.”

술집을 빠져나가는 강혁의 뒤를 쫓는 십여 개의 그림자들을 바라보며 놀라 했다는 게 옳으리라.

그들이야말로 발터 밀란이 가진 최고의 비수였기에.

이제는 은퇴한 전 S급 헌터이자 발터 밀란의 오른팔 칼튼은 조용한 술집을 스윽 훑으며 짙은 미소와 함께 입가에 시가를 물었다.

‘보스께서 은퇴를 하신다면....같이 낚시나 다녀도 괜찮을 것 같군.’

너무나도 바쁘게 살아온 10년이었기에 퍽 평범한 미래를 꿈꾸며 칼튼은 시가에 불을 붙였다.

치익-

시가의 매캐한 연기 술집을 가득 채우고, 연기가 완전히 가라앉을 때쯤 술집은 텅 비어 있었다.

마치 아무도 없었다는 듯이 깨끗한 테이블과 의자만이 그 자리를 채우고 있었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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