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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혼자 올 마스터-17화 (18/178)

나 혼자 올 마스터 #17

“....갔나.”

아무도 없는 호텔 방안을 둘러보며 강혁은 나지막히 중얼거렸다.

실기 시험이 끝나고 난 뒤, 니아 아리엘이 말했던 선물.

그 선물에서 강혁이 요구한 것은 다름 아니라....

“발터 밀란의 한국 거주지 정보라....괜찮군.”

최강의 10인 중 한 명인 발터 밀란의 정보였다.

물론 그 뒤로 강혁은 부루퉁한 얼굴의 니아 아리엘을 맞이해야 했지만 그 이유를 강혁은 알지 못했다.

아무튼 니아 아리엘은 강혁에 발터 밀란에 대한 정보를 가르쳐주곤 자신의 스위트룸까지 강혁에게 내주었다.

덕분에 오랜만에 푹 쉰 강혁의 컨디션은 아주 좋았다.

“그러고보니 새로운 특성도 얻었었지.”

새로운 특성.

니아 아리엘의 인정을 받자 생겨난 특성을 그제야 기억해 낸 강혁은 침대에서 일어나며 새로운 특성을 살폈다.

[청출어람]

뛰어난 스승에게 인정을 받은 제자만이 얻을 수 있습니다.

뛰어난 이들이 당신에게 자신의 기술을 전수하고 싶어집니다.

당신은 언젠가 반드시 당신을 가르친 스승을 넘어섭니다.

스승에게 가르침을 받는 재능의 성장 속도가 증가합니다.

* 재능의 경지가 스승과 같아질 경우 마지막 옵션은 적용되지 않습니다.

“좋군.”

청출어람 특성은 패시브 계열의 특성이었다.

언제나 상시 발동되는 패시브답게 엄청 뛰어나다거나 하진 않았다.

다만 충분히 매력적이며 다양한 재능을 지닌 강혁에게는 아주 좋은 특성이었다.

당장에 강혁이 가진 대부분의 특성은 A~S급 헌터들의 재능보다 낮다.

즉, 그 누구를 붙잡고 가르침을 받더라도 재능을 성장시키기가 한층 더 수월해진다는 의미.

물론 강혁이 아무나 붙잡고 그러진 않겠지만 그래도 기분 좋은 성과임은 틀림없었다.

애초에 강혁은 인정 하나만을 받았을 뿐인데 부가적으로 특성이 따라왔기 때문이다.

‘....뭐, 일주일 내내 니아 아리엘과 뒹군 보람이 있다는 건가.’

꽤 인내심과 끈기가 강하던 강혁마저도 도망치고 싶게 만들 정도로 지옥 같았던 일주일.

그 일주일이 그리 끔찍하기만 했던 건 아니었구나....라고 생각하며 강혁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새로운 특성의 확인도 끝났고, 발터 밀란에 대한 정보도 얻었다.

“과연 내가 어느 정도인지 확인 받으러 가보실까.”

이제 강혁에게 남은 건 단 하나.

한 달여 동안 준비했던 시험의 결과를 확인받는 것뿐이었다.

*

헌터 협회.

어제 방문했던 곳이지만 강혁은 감회가 새로웠다.

아마 오늘 이후로 강혁의 삶은 180도 변하게 될 테니 더더욱 그럴 터.

거기까지 생각을 마친 강혁은 협회 안에 마련된 대강당으로 향했다.

가는 곳마다 널려 있는 기자들과 스카우터들이 길을 막았지만 질문에 대충 대답을 해준 뒤, 강혁은 그들을 지나쳤다.

조금이라도 더 빨리 결과를 듣고 싶은 마음이 만들어 낸 일이었다.

끼익-

-....이강혁이다.

-와, 원래 저렇게 생겼었나? 묘하게 잘생겨진 것 같네.

-능력이 곧 잘생김이니까. 최근 이강혁 행보 보면 추남도 미남처럼 보일 거다.

수근대는 다른 이들의 목소리를 들으며 대충 빈 자리에 걸터앉았다.

달라진 강혁의 모습에 친해지고자 하는 이들이 그의 곁에서 기웃거렸지만 강혁의 기세에 아무도 옆에 앉지 못했다.

“안녕하세요.”

“....그래, 어제는 니아 녀석이 장난이 심했지?”

“아뇨, 괜찮습니다.”

엘리자베스 할론.

최강의 성녀라고도 불리는 그녀가 강혁의 옆자리의 주인공이었다.

어제에 이은 강혁의 거듭된 사과에 엘리자베스는 얼굴을 붉히면서도 고개를 내저었다.

자신이 갑작스레 방해를 받아서 화를 내긴 했지만 그녀는 연장자에 자신의 아버지와 동급의 존재.

당연히 그녀가 숙이는 것이 맞는 이였기 때문이다.

“어제는 그 분이랑 어떻게 되셨나요?”

하지만 두 사람의 다음 행적이 궁금한 것도 사실이었다.

그리고 이어진 강혁의 무신경한 대답에 그녀의 얼굴이 홍당무처럼 변했다.

“같이 호텔 갔어.”

“....!!!”

물론 그곳에 가서 강혁에게 방을 넘겨준 뒤, 니아 아리엘은 새로 옆방에 방을 잡았지만 그걸 모르는 그녀의 머릿속에 오만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호텔, 침대, 건장한 남녀 등.

이제 막 성인이 된 그녀에게 그런(?) 상상들은 너무나도 치명적이었다.

결국 홍당무처럼 변한 얼굴에 머리 위에서 김이 스멀스멀 뿜어져 나올 때쯤 결과 발표가 시작됐다.

“차호진, E급!”

“마세훈, D급!”

“서태진, C급!”

E~C까지.

꽤 고르게 분포된 발표가 이어졌다.

E급을 받은 이들은 아쉬움을 C급을 받은 이들은 쾌재를 내지르며 발표는 계속해서 진행되었다.

하지만 끝을 향해 나아가도 B급을 받은 이들은 단 한 명도 없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역시 철혈 쪽을 다 탈락시킨 게 크긴 큰가 보네.’

한국에서 가장 독보적인 인재 풀을 지닌 철혈.

그곳의 유망주들은 C~B급의 평가를 받고 있었다.

그런 이들이 전부 탈락해버렸으니 C급의 수는 확연하게 줄었고, B급 또한 비슷했다.

물론 마지막 쯔음에는 한두 명 나오긴 했지만 역대 최저치인 것만큼은 확실했다.

그렇지만 모두 마지막까지 기대감을 감추지 못했다.

메인디쉬가 버젓이 남아 있었으니까.

결과 발표는 끝을 향해 달려갔고, 마지막으로 엘리자베스와 강혁만이 호명을 기다렸다.

“엘리자베스 할론, A급!”

“와아아아아!”

참으로 오랜만에 등장한 태생 A급 헌터.

주변에서 호명을 받던 헌터들은 물론이고 스카우터들과 기자들 또한 환호를 아끼지 않았다.

새로운 강자의 탄생은 지구를 더욱 평화롭게 만드는 일이기에.

설령 자신들 길드와 연이 없더라도 축하하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엘리자베스의 호명이 끝나자 사람들의 시선이 강혁에게로 모아졌다.

실기 시험에서 오우거를 잡은 남자.

물론 발표에선 오류로 인한 실수 등으로 알려지긴 했지만 어차피 시험에 오우거가 나왔어도 잡을 수 있는 이들은 없었다.

설령 역대급 유망주 소리를 들으며 시작부터 A급, B급으로 시작한 이들 또한 그건 마찬가지.

그런 만큼 사람들은 강혁의 시작 등급에 관심을 기울였고, 이내 결과를 호명하는 담당자의 입이 열렸다.

“이강혁, A급!”

“....? 끝이야?”

A급.

분명 낮은 등급은 아니었다.

애초에 시작부터 A급을 달성한 이들은 정말 손에 꼽을 정도로 적다.

그런데 오늘 이곳에서 태생 A급이 무려 두 명이나 탄생했다.

이것만 해도 전대미문의 사건인 것.

하지만 이곳에 모인 이들은 강혁이 보인 믿지 못할 일을 듣고 보았다.

오우거를 잡는 데에 최다 지분을 가진 이.

그것이 바로 강혁이었기 때문이다.

태생 S급.

단 한 번도 나오지 않았던 전대미문의 사건을 눈앞에서 볼 수 있을 거라 기대한 이들도 부지기수였다.

물론 사람들은 하나둘 수긍하기 시작했다.

‘하긴 오우거를 잡았어도 시작부터 S급은 너무가긴 했지.’

‘맞아맞아, A급 정도면 충분할 거야.’

S급.

전 세계를 기준으로 잡아도 수백, 수천밖에 되지 않는 극소수의 존재들.

S급이 되기 위해서는 무력은 당연했고, 다양한 조건들이 달라붙었다.

그 조건들을 모조리 달성한 이들만이 S급이라는 영광과 명예를 거머쥘 수 있었을 정도.

당연히 이제 막 시험을 마친 새내기에게 주어질 것은 아니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어진 담당자의 말에 대강당 내부는 충격에 휩싸였다.

“....이지만, A급과 S급에 사이에 위치한 것으로 판별. A급 던전 솔로 클리어 시에 곧바로 S급으로 승격시키는 것으로 결정했습니다. 이 모든 결과는 본부에서 내려온 것으로 저희 한국 헌터 협회는 대리인으로서 이 말을 전하는 겁니다.”

준 S급.

강혁에게 주어진 전례 없는 새로운 등급이었다.

거기에 추가로 A급 던전 솔로 클리어까지 해낼 경우 S급으로 승격이라는 파격적인 조건까지.

강혁의 성장세로 보아할 때, A급 던전 솔로 클리어는 거의 확정이라고 가정할 때 강혁은 이미 S급이 된 것과 다를 바 없었다.

그 사실에 이제 헌터가 된 지망생들은 물론이고, 스카우터들 또한 강혁을 향해서 고개를 돌렸지만.

“....뭐야? 어디 갔어?”

중급을 바라보는 은신을 사용한 강혁은 이미 그 자리에서 사라지고 없었다.

그저 예상치 못한 결과 당황하고 있는 엘리자베스만이 강혁의 빈 자리의 옆에 앉아있을 뿐.

결국 그들은 꿩 대신 닭이라는 옛 명언을 떠올리며 엘리자베스에게로 향했다.

그 날 엘리자베스는 25명의 사람들에게 시달렸다.

*

“....여긴가.”

헌터 협회를 빠져나온 뒤, 강혁은 며칠간 잠자코 시간을 보냈다.

창수와 함께 철도 두드리고 아무도 없는 대련장에서 검도 휘둘러가면서 말이다.

그렇게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났을 때쯤 강혁이 행동에 나섰다.

“발터 밀란....참 허름한 곳에서도 지내는구나. 몇 년이 지났지만 네 취향은 아직도 알다가도 모르겠다.”

발터 밀란.

최강의 10인 중 한 명이자 뛰어난 암살자인 그를 만나기 위해서 강혁은 허름한 술집 앞에 서 있었다.

최강의 10인 중에선 7위 정도로 하위권에 속한 이지만 그 누구도 발터 밀란을 경시하지 못했다.

비단 최강의 10인이라서가 아닌 만약 그가 정면대결이 아니라 암습을 한다면 1위인 검성조차 위험할 거라는 평가 때문이었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검성 또한 거기에 대해서 딱히 반박을 하지 않았기에 그 파장은 더욱 컸다.

그런 발터 밀란의 가장 큰 장점은 바로....

‘....독기. 전신이 독으로 이루어진 독인(毒人).’

독이었다.

그의 피는 사람을 죽이고, 기절시키고, 마비시키는 등.

다양한 종류의 독으로 바뀌었다.

덕분에 그는 살왕(殺王)이라는 별명과 함께 독왕(毒王)이라는 별명과 독인(毒人)이라는 별명 등을 얻었다.

본인은 독인이라는 별명을 가장 마음에 들어한 것은 그의 주변인만이 아는 사실이었다.

그리고 참으로 오랜만에 발터를 만날 생각에 강혁은 살짝 떨리는 마음을 진정시키곤 술집의 문을 열었다.

딸랑~

강혁이 들어가자 왁자지껄하던 술집의 분위기가 뚝! 하고 가라앉았다.

강혁이 들어온 문을 바라보며 눈을 부라리는 각양각색의 사람들을 지나쳐 바텐더의 앞에 강혁이 걸터앉았다.

바텐더는 그런 강혁의 모습에 빙그레 웃으며 물었다.

“주문하시겠습니까?”

“꿀꿀 우는 소와 음머하고 우는 돼지고기로 만든 요리로 주시죠.”

“....!!!”

이상한 말이었다.

꿀꿀 우는 소, 음머하고 우는 돼지.

정반대에 가까운 질 나쁜 농담에 바텐더가 어색하게 웃을 때, 강혁이 쐐기를 박았다.

“발터 밀란을 만나러 왔다. 여기로 오면 만날 수 있다고 하던데....안에 있나?”

“....공격해!”

발터 밀란을 찾는 강혁의 모습에 어색하게 웃던 바텐더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음과 동시에 강혁을 향해 무기들이 날아들었다.

방금까지 술을 마시며 웃고 떠들던 이들 하나하나가 숙련된 헌터였던 것.

하지만 강혁은 당황하지 않았다.

발터 밀란이 거주하는 술집에 평범한 이들이 술을 즐긴다?

애초부터가 말도 안 되는 이야기라는 얘기.

그리곤 자신을 향해 날아드는 검을 쳐 올린 뒤, 반격을 하려던 그때였다.

“거기까지 하고 올라와. 어차피 너희들로는 이기지도 못하니까.”

묵직한 저음의 목소리가 술집 안에 울려 퍼지고 강혁을 향해 뻗어진 무기들이 회수되었다.

단 한 마디로 술집 내부의 이들을 움직인 사람은 당연하게도.

“오랜만이다, 발터.”

“빌어먹을, 귀찮은 손님이 왔군. 니아겠지?”

“잘 아네.”

“젠장! 망할 오우거녀에겐 남의 사생활을 지켜준다는 예의조차 없다니까.”

눈 밑에 판다마냥 진한 다크서클을 달고 있는 사내, 발터 밀란이 목소리의 주인공이었다.

“오랜만에 봤으니 쫓아내진 않겠다.”

“제자가 찾아왔는데 스승님이 그러면 안 되지.”

“쯧! 그놈의 스승 소리 할 거면 그냥 꺼져라.”

“할 얘기가 있는데 올라가도 되나?”

“....따라와라.”

삐걱삐걱-

자신의 말을 마치곤 삐걱대는 나무 계단을 밟고 2층으로 다시 올라가는 발터의 모습에 강혁은 피식 웃으며 그 뒤를 따랐다.

그리고 두 사람의 모습이 완전히 사라지자 술집의 인물들은 방금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이 웃고 떠들며 술판을 벌이기 시작했다.

물론 그들의 탁자 밑에 숨겨진 무기들은 시퍼렇게 빛나며 언제든지 침입자를 베어버릴 준비가 끝나 있음은 말할 필요도 없으리라.

*

2층으로 향하는 계단 위.

발터 밀란은 살짝 의아하다는 듯이 고개를 돌려 강혁을 바라보며 물었다.

“신기하군.”

“뭐가 말이지?”

“발걸음 소리가 들리질 않아. 마치 은신의 재능이라도 가지고 있는 것처럼 말이야.”

순전히 궁금증 때문에 물어본 것이었다.

설마 강혁이 10년 동안의 노력 끝에 재능 없이도 재능을 흉내낼 수 있는 경지에 이르른 것인가? 하는 궁금증 말이다.

하지만 아쉽게도 강혁은 그런 경지 따위에 이르지 않았다.

그저-

“역시 살왕답네. 은신 재능 가진 건 어떻게 알았어? 남들은 눈치도 못 채던데.”

“....!!!”

은신의 재능을 지녔을 뿐.

강혁은 자신의 말에 무표정한 얼굴이 깨어지고 그 자리를 놀람이 채워나가는 모습을 보며 입을 열었다.

“아, 그리고 오늘 너를 만나러 온 건 독기 재능 때문에 온 거야. 그러니까 잘 부탁해?”

“....몇 년 사이에 대체 어떤 괴물이 돼서 돌아온 거냐.”

‘정확하게는 몇 년이 아니라 한 달 정도밖에 안 됐지만 굳이 말할 필요는 없겠지.’

현재 세간에 알려진 강혁의 재능은 검술 단 하나.

그런데 여기에 은신과 독기까지 합쳐지면 총 3개다.

전 세계로 따져도 손에 꼽히는 재능의 가짓수에 발터 밀란은 혀를 내둘렀다.

물론 이 놀람은 2층에서 이어질 놀람에 비하면 새 발의 피였다는 사실을 지금의 발터 밀란은 알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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