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혼자 올 마스터 #16
쾅쾅쾅쾅!
실기 시험을 위해서 만들어진 필드가 오우거의 두꺼운 주먹에 의해서 파괴되었다.
만들어진 생물이라곤 하나 시험을 위해서 물리력을 지닌 만큼 그 충격은 대단하기 짝이 없었다.
하지만 그런 지상 최강의 생물체라고도 종종 언급되는 오우거를 상대로 엘리자베스는 꽤 잘 버텼다.
물론-
까득-
“....언제쯤 되는거에요!”
그녀가 저도 모르게 이를 갈면서 목소리를 높힐 정도로 현재 상황은 그리 좋지만은 않았지만.
S급 탱커들조차 혀를 내두르게 만드는 오우거의 주먹질.
그것을 두꺼운 신성력 보호막으로 막아내고, 흘려냈음에도 불구하고 그녀가 입고 있는 충격은 무척이나 컸다.
그렇지만 그녀가 온 힘을 다해서 버티고 있는 이유는 단 하나.
등 뒤에서 오우거를 잡겠다고 선언한 강혁 때문이었다.
‘....내가 왜 도움을 받아 가지고.’
평소라면 할 리가 없는 생각까지 하면서 그녀는 전력을 다해서 오우거를 막아 세웠다.
엘리자베스가 훌륭하게 고기 방패 노릇을 하는 동안 강혁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모든 걸 털기 시작했다.
숨길 건 숨기고 헌터 이강혁으로서 보일 수 있는 모든 것을 말이다.
‘신성력이랑 마기는 사용해도 된다. 추가로 분노도 쓸 수 있어.’
마음속으로 사용해도 되는 것과 안 되는 것을 분리를 끝낸 강혁은 계산을 마쳤다.
‘....100프로 잡는다.’
오우거.
어쩌면 S급과 A급을 가르는 벽이나 다를 바 없는 존재.
그런 존재를 두 명이지만 잡는다는 것 자체가 기적이나 다를 바 없다.
‘잡았을 때가 기대가 되네.’
벌써부터 미래를 그리던 강혁은 이내 사냥 준비를 시작했다.
‘우선 공격은 섬으로 간다.’
섬과 쾌.
강혁이 가지고 있는 두 개의 기술.
그리고 둘 다 막강한 파괴력을 지니고 있으며 수연에게조차 인정을 받은 독보적인 기술.
그중에서 강혁이 택한 건 섬과 쾌 중에서 섬이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조금이지만 섬 쪽이 더 강하니 어쩔 수 없지.’
일격필살.
발검술답게 선딜레이와 후딜레이가 무척이나 크지만 그 파괴력만큼은 일품.
기술의 선정까지 끝나고 강혁은 섬(閃)을 준비했다.
‘마나로 신체를 강화한다.’
섬의 첫 번째.
강혁의 전신을 돌고 있는 마나.
그것들로 강혁의 전신을 강화시킨다.
한 달 전과 달리 완연한 A급의 마나가 강혁의 신체를 강화시켰다.
지금 이 순간 강혁의 신체는 S급에 버금가는 단단한 신체가 되었다.
‘신성력으로 신체를 보호한다.’
섬의 두 번째.
마나로 강화한 신체가 무너지지 않도록 신성력으로 보호하는 것이 그 두 번째였다.
이어서 사용할 마기의 파괴력은 단단한 강혁의 신체조차 반동을 견디기 힘들 정도였으니까.
더군다나 이번엔 ‘분노’마저 사용할 생각이었으니 더더욱 완벽하게 보호해야만 했다.
‘마지막은 마기로 공격력을 극대화 시킨다.’
섬의 마지막.
신체가 반동을 버틸 준비가 완료되고 난 뒤, 마기라는 최강의 공격력을 가진 기운을 덧씌운다.
마기를 끌어 올리고 검과 전신에 코팅되는 마기와 함께 강혁의 신체가 부들부들 떨려왔다.
하지만 강혁은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마기를 끌어 올렸고, 마기가 정확하게 3분의 1이 남은 시점에서 멈추어졌다.
본래라면 여기서 섬의 준비는 끝이 났을 터.
그렇지만 오늘만큼은 아니었다.
지금 준비된 평범한(?) 섬으로서는 오우거를 일격에 죽일 수 없고, 그렇게 되면 강혁의 실패.
실패를 결코 용납할 수없는 강혁은 마지막으로 ‘분노’라는 조미료를 끼얹었다.
휘청-
‘....머리가 어질어질하고, 세상이 붉게 보이는군.’
분노를 자기 자신에게 사용함과 동시에 지력이 떨어지고 모든 스탯이 크게 상승하였다.
다만 그 대가로 두통과 정신을 유지하기가 힘들어진 강혁은 비틀거리며 중심을 잡기 위해 노력했다.
짧지만 빠르게 광전사 상태에서 정신을 다잡은 강혁은 모든 준비를 마치고 엘리자베스를 내려치고 있는 오우거를 바라보았다.
준비를 마친 강혁이 검집을 꽉 붙잡으며 소리쳤다.
“피해라!”
강혁의 외침에 오우거의 주먹질에 출렁이던 보호막에서 엘리자베스가 살짝 몸을 떨었다.
현재 강혁의 신체는 S급에 마기와 신성력, 마나 등이 뒤섞여서 어마어마한 격의 성장을 이룩한 상태.
물론 그 대가로 벌써부터 전신이 삐걱대곤 있었지만 어쨌든 현재 강혁의 강함은 S급을 넘어서 있었다.
강혁의 목소리에는 ‘힘’이 담겨 있었고, 그 힘은 오우거 앞에서도 기죽지 않던 엘리자베스를 움찔하게 만들었다.
그러던 것도 잠시.
뒤조차 돌아보지 않고 고개를 살짝 끄덕거린 엘리자베스가 옆으로 몸을 날린 순간.
철컥-
“....섬(閃).”
섬(閃)을 낮게 읊조린 강혁의 발이 바닥에서 떼어졌고, 순간 강혁의 모습은 세상에서 사라졌다.
갑자기 사라진 강혁의 모습에 오우거의 얼굴에 당황이 번지는 순간 강혁이 오우거의 코앞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보물 상자는 이제 보물을 뱉고 죽어라.”
입가에 완연한 미소를 머금은 채, 강혁의 검이 검집에서 빠져나오며 검붉은 마기를 토해냈다.
그와 동시에.
스걱....툭!
지상 최강의 생물체, 폭군, A급 헌터 도살자 등.
헌터 업계에서 그 위용을 널리 알린 오우거의 몸과 머리가 분리되었다.
죽는 순간까지도 죽음을 인지하지 못한 오우거의 머리의 의아한 얼굴을 끝으로 오우거의 사체는 눈 녹듯 사라졌다.
그 모습을 끝으로 안내 방송이 시험장 내부에 울려퍼졌다.
-시험 종료 되었습니다.
길고 길었던 실기 시험이 끝나는 순간이었다.
*
“....미친.”
“....저게 이강혁이라고?”
라운지에 모인 헌터들과 스카우터들.
그들은 놀람을 감추지 못했다.
사실 철혈의 유망주들을 처리했을 때까지만 해도 그들은 개의치 않았다.
어차피 그들의 수준은 C~B.
자신들보다 낮고 약했으니까.
강혁 또한 그보다 한 단계 높은 A 정도에 랭크 되겠거니하고 생각을 했던 것.
하지만 갑작스런 오우거의 등장에 어리둥절한 것도 잠시.
강혁이 엘리자베스를 구해주는 모습에 한번 놀라고.
엘리자베스가 탱커 역할을 자처하는 모습에 다시 한번 놀랐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강혁의 발검 한 번에 오우거의 몸과 머리가 분리되는 기적에 그들은 강혁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강혁의 10년은 헛되지 않았다고.
대기만성이란 저런 것이구나....하는 생각을 말이다.
비단 이런 반응은 A급들의 라운지에서만 나오지 않았다.
“허....장난 아닌데?”
“저 정도면 짬만 좀 차면 바로 S급으로 승격해도 되겠어.”
“....영입해볼까?”
처음 강혁에게 관심을 보이지 않던 S급 헌터들.
그들은 강혁에게 짙은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자신들과 비교하더라도 꿇리지 않는 모습.
거기에 트리플 에너지라는 전대미문의 자원 스탯까지.
더불어 그 트리플 에너지를 통해 자신들마저 껄끄러워하는 오우거를 일검에 양단해버리는 무지막지한 모습까지.
솔직한 말로 같은 헌터라면 그 모습에 반하지(?) 않는 이들은 없으리라.
그와 동시에 그들의 시선은 한곳으로 쏠렸다.
“으....크아아아악!”
두 눈이 시뻘개진 채 발광을 하는 승태의 모습에 헌터들은 시선을 피할 수밖에 없었다.
눈이 돌아간 승태에게 걸렸다간 험한 꼴을 당할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철혈의 유망주가 모조리 패배해버렸고, 오우거마저 처리한 결과 강혁은 일약 스타가 되었다.
그리고 그들도 대부분 알고 있었다.
실기 시험에 등장할 리 없는 오우거가 왜 등장했는지, 승태가 잠시 자리를 비운 것까지도.
다만 그걸 입 밖으로 꺼내는 멍청한 이는 없었다.
물론 세상에는 그들과 같은 생각을 하는 이들만 있는 건 아니었다.
“시끄러워, 여기 전세 냈어?”
“어떤 미친....?”
자신을 향해 내뱉은 것이 분명한 누군가에 비웃음 담긴 말에 안 그래도 발광하던 승태의 고개가 홱 돌아갔다.
최강의 10인인 자신을 비웃은 놈을 샌드백마냥 두들기기 위해서 말이다.
하지만 고개가 돌아가고 그곳에 서 있는 이를 확인한 승태의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다.
“뭐? 미친? 그 뒤에 이어서 말해보지 그래?”
“....죄송합니다, 무신이신지 모르고 제가 실수를....”
“니아 아리엘이 왜 여기에?”
놀란 건 승태만이 아니었다.
무신 니아 아리엘.
언제나 미국에서 생활하던 그녀가 갑자기 실기 시험을 살피는 라운지에 나타나다니.
믿을 수 없는 사실에 그들의 얼굴에 물음표가 떠오를 때, 니아 아리엘은 그들의 궁금증을 풀어주었다.
“내 꺼니까 침 바르면 다 뒤져.”
“....예!”
내 꺼.
언제나 나른한 미소를 머금은 채, 있는 듯 없는 듯 존재감을 표하던 니아 아리엘의 180도 다른 모습.
그 모습에 프라이드 높은 S급 헌터들은 마치 새내기가 된 것처럼 군기가 바짝든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주위를 쫘악 한 번 훑으며 만족스러운 미소를 머금던 니아 아리엘의 시선에 한 사람이 잡혔다.
“....누가 아줌마 거에요?”
군기가 잔뜩든 헌터들의 얼굴에 다시금 놀람의 빛이 어렸다.
니아 아리엘의 말에 반기를 든 사람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자칫 잘못하면 이 자리에 있는 이들이 무신의 분노에 휩쓸릴 수도 있었지만 그들은 반기를 든 사람에게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그녀와 똑같은 최강의 10인이자 방금 전 공손하게 사죄한 분노조절잘해 승태보다도 더 강한 수연이 바로 누군가였으니까.
“내 친구니까 내 거지. 안 그래?”
“제 오빤데요.”
“친오빠 아니잖아?”
“....친오빠보다 더 깊은 오빠 동생 사이....”
“됐다, 난 열심히 한 우리 강혁이한테 선물이나 주러가야겠네. 너 같은 꼬맹이랑 말싸움할 시간이 없어서 이만~”
“....!!!”
색기 어린 얼굴로 후훗하는 미소와 함께 손을 살랑살랑 흔들며 떠나는 니아 아리엘의 모습에 수연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그리고 그 모습을 바라보던 S급 헌터들마저 니아 아리엘에 대한 두려움도 잊은 채, 스크린에 비쳐지는 강혁을 바라보며 부러움 담긴 시선을 보냈다.
‘부럽다....’
니아 아리엘.
그녀는 최강의 10인이기 이전에 뭇 남성들의 마음을 흔들어놓기에 충분한 미모와 몸매를 소유한 여성이었으니까.
그런 그녀가 색기 어린 얼굴로 미소를 지으니 산전수전 다 겪은 S급 헌터들마저 마음이 동하지 않는 건 무리였다.
물론 강혁은 아무런 마음도 동하지 않았지만 말이다.
*
시험이 끝나고 삐걱대는 전신에 눈살을 찌푸리는 강혁에 엘리자베스가 다가왔다.
“....감사합니다.”
“감사할 것까지야. 어차피 우린 서로 돕는 사이였으니까 그런 감사는 필요 없어.”
“하지만....”
오우거와의 전투에서의 공을 따지자면 7대3이었다.
당연히 강혁이 7이었다.
엘리자베스가 없었다면 강혁이 일격을 날리지도 못했겠지만 반대로 엘리자베스 또한 마찬가지였다.
그녀는 강혁이 없었다면 3의 배분조차 받지 못했을 테니까.
감사 인사에도 별다른 말 없이 손을 내젓는 강혁의 모습에 엘리자베스가 생각을 마치고 입을 열었다.
“저기 혹시 가면의 존....”
“내 친구 강혁아!”
“....니아. 애 앞에서 이게 무슨 짓이야.”
“왜? 수고한 친구에게 선물을 주는 건데.”
“치워라, 숨 막힌다.”
하지만 그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뛰쳐나온 니아 아리엘이 강혁을 끌어안았다.
자신 따윈 안중에도 없는 듯 행동하는 니아 아리엘의 모습에 엘리자베스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저기, 제가 먼저 말하고 있었습니다.”
“그래? 그럼 나중에 해.”
“....예의가 없다고 생각하시진 않나요, 아줌마.”
“....오늘따라 예의 없는 꼬맹이들이 많네?”
“전 꼬맹이가 아닙니다. 엄연한 20살....”
“....풋!”
“....!!!”
니아 아리엘의 시선이 향한 곳을 확인한 엘리자베스의 얼굴이 새빨개짐과 동시에 자신의 손으로 가슴께를 가렸다.
그녀 또한 뭇 남성들에게 사랑받을 정도의 외모와 몸매를 지녔지만 이미 완성된 니아 아리엘에게 비비기엔 무리가 있었다.
자신의 조소에 붉게 물든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며 니아 아리엘이 손을 내저었다.
“꼬맹아, 너희 아빠한테 말해서 혼내주기 전에 발 닦고 잠이나 자렴.”
“....이강혁 씨, 나중에 꼭 대화 한 번 해주세요.”
“....미안하다, 얘가 원래 좀 장난끼 많....컥!”
미안함 담긴 강혁의 사과가 끝나기도 전에 다시 한번 니아 아리엘에 품에 갇혀버린(?) 강혁의 모습에 엘리자베스는 고개를 꾸벅 한 번 숙여 보이곤 후다닥 도망갔다.
귀까지 빨개진 그녀의 모습은 영락없는 어린애의 그것과 닮아 있었다.
*
“꼬맹이가 취향이었어?”
“말도 안 되는 소리. 루터 아재에게 맞아 죽을 일 있어?”
“그으런가?”
키득키득 웃으며 장난꾸러기 같은 얼굴을 하는 니아 아리엘의 모습에 강혁은 한숨을 내쉬었다.
평소엔 세상 귀찮다는 듯이 행동하는 그녀지만 재밌는 장난감이 생겼을 땐, 그 태도가 180도 변한다는 걸 그는 잘 알고 있었다.
“애 놀리지 말고 무슨 용건이야?”
“친구 만나는데 용건이 필요한가?”
“응, 네가 그냥 올 리가 없잖아?”
“....예리하네?”
“10년 지기 친구니까.”
“....은근 카사노바라니까.”
“뭐라고?”
얼굴을 살짝 붉히며 작게 말하는 니아 아리엘의 모습에 강혁이 되물었지만 그녀는 그저 싱긋 웃기만 할 뿐 대답해주지 않았다.
자주 있는 일이기에 강혁은 다시금 용건이나 말하라며 그녀를 재촉했고.
그녀는 강혁을 벽 쪽으로 밀어붙이며 야릇한 미소와 함께 입을 열었다.
“열심히 한 우리 제자에게 스승님이 선물 하나 주려고 하는데....어떤 선물을 받고 싶어?”
[뛰어난 스승의 인정을 받았습니다.]
[특성 : 청출어람을 획득했습니다.]
‘....? 이건 또 뭐야?’
그녀의 말과 함께 새롭게 획득한 특성에 시선을 둘 새도 없이 강혁은 그녀의 선물에 대한 고민에 빠져들었다.
붉게 상기된 니아 아리엘의 얼굴.
후줄근한 흰 티 너머로 보이는 육감적인 모습과 함께 강혁은 결정했다는 듯이 입을 열었다.
“내가 원하는 선물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