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혼자 올 마스터-13화 (14/178)

나 혼자 올 마스터 #13

쪼오오옥....

“야, 삐졌어?”

“....”

“삐졌네.”

“....”

옆에서 히죽이죽 웃어대는 니아 아리엘을 무시하며 강혁은 아무런 죄도 없는 빨대만 빨아댔다.

이미 커피는 모조리 자신의 뱃속으로 사라졌음에도 말이다.

물론 니아 아리엘의 조르기에 기절한 게 분하고 부끄러운 것도 있었지만 수연과의 대련을 복기하는 중이었기에 무시한 것이었다.

....아마도.

‘....몸이 많이 삐걱거리는데.’

수연과의 대련에서 강혁은 세 가지의 자원을 모조리 사용했다.

마나, 마기, 신성력.

그리고 사용된 양을 따져보면 마나 1.5, 마기 1.0, 신성력 0.5였다.

즉, 자원의 소모에 큰 불균형이 있다는 얘기.

마나야 별 상관없지만 마기와 신성력은 아니었다.

마기와 신성력.

본래라면 공존할 수 없는 두 기운을 품고 있는 걸 신체 : 반성반마로 억누르고 있는 강혁이다.

그런데 섬과 쾌를 동시에 사용하게 되면서 마기의 비율이 신성력의 절반으로 뚝 떨어졌다.

그 결과 강혁의 전신이 비명을 내질렀다.

부족한 마기가 넘쳐나는 신성력을 누르지 못해서 벌어지는 결과.

다행히 전신을 치료하는 것으로 신성력을 대폭 사용하긴 했지만 이건 큰 문제였다.

‘마기와 신성력의 소모가 동일한 기술이 있다면 좋겠지만 그런 기술은 많지 않지. 그렇다고 무턱대고 기운들을 때려넣는 것도 좋지는 않고.’

0.5만 써도 되는 걸 1.0이나 사용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아니, 자칫 잘못하면 기술의 불균형이 일어나 더 위험할 수도 있는 상황.

결국 이 상황을 타파할 방법은 하나였다.

‘새로운 신체를 얻어야만 한다.’

강혁은 신체 : 반성반마의 정보를 기억하고 있었다.

마기나 신성력 둘 중 하나가 부족해지면 신체가 붕괴할 것이라고.

절반 정도만 차이나도 전신이 박살나고 불타는 것 같은 고통인데 만약 한 쪽의 기운을 모조리 소모하면 정말 신체가 붕괴할 지도 몰랐다.

그리고 그걸 방지하기 위해서 신체 : 반성반마의 정보창은 새로운 신체를 얻을 것을 종용했다.

신성력과 마기의 불균형으로 인한 신체의 붕괴를 버틸 수 있을 정도로 굳건한 신체를 말이다.

하지만 문제는 아직도 남아 있었다.

‘대체 신체를 어떻게 구하냐고....’

현재 강혁이 가진 신체는 단 하나.

분노와 인내를 얻으면서 얻게 된 반성반마 하나뿐.

당연히 신체를 얻을 방법 따윈 모른다.

‘애초에 신체를 가진 사람들이라고 해봐야 최강의 10인급 밖에 없을 텐데....하아, 대체 어디서 구하....어?’

최강의 10인.

그들이라면 강혁 자신처럼 신체를 가지고 있겠지만 그걸 물어보기 마땅치 않겠다....라고 생각하던 그때 강혁은 뒤통수를 망치로 얻어맞은 듯한 느낌을 받았다.

‘....미친, 지금 내 앞에 두 명이나 있잖아?’

남들은 평생 가도 한 번 만나기 힘든 이들.

그런 이들이 지금 눈앞에서 같이 커피를 마시면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익숙함이란 참 무서운 것이라는 걸 다시금 느끼게 해주는 사실.

그냥 친구, 동생이라고만 생각하다보니 그들의 본래 위치를 잠시 잊었던 것.

그 사실을 깨달은 강혁이 두 눈을 부라리려 두 사람을 스캔하기 시작했다.

‘신체도 재능이랑 똑같아. 올 마스터의 재능으로 살피고 살피다보면 분명 결과가 나올 거다.’

확신이 담긴 생각과 함께 강혁의 두 눈이 두 사람을 빠르게 훑었다.

“오....오빠? 지금 어딜 보는 거야!”

그리고 그런 강혁의 시선에 수연은 얼굴을 붉히며 소리를 빽! 내질렀고.

“헤에? 너도 남자구나?”

완벽한 서양인스러운 몸을 가진 니아 아리엘은 나른함과 즐거움이 공존하는 미소를 지으며 몸매를 과시했다.

물론 강혁은 두 사람의 몸매 따위(?)나 보려고 눈을 부릅뜬 것이 아니었다.

두 사람이 들었다면 어이가 없었겠지만 강혁은 진지했다.

이런 강혁의 마음을 대변하기라도 하듯.

[특성 : 헤라클라스를 발견했습니다.]

[격이 너무 낮아 신체 : 데미갓 바디(Demi God Body)를 획득할 수 없습니다.]

[올 마스터의 재능은 모든 걸 포용합니다.]

[한 단계 낮은 신체 : 강체(强體)를 파악합니다.]

[더 많은 정보를 받아들이고 새로운 신체를 획득하십시오.]

“....빙고.”

“뭐?”

“아리엘, 잠시 시간 좀 있나?”

“오....오빠? 저 아줌마랑은 왜....”

“쉬잇- 꼬맹아, 네 마음은 잘 알겠지만 여기서부턴 어른들의 세계야.”

“이잇....! 누구보고 꼬맹이라는 거에요! 아줌마 주제에!”

“....너희 둘은 참 신기해. 어떻게 내가 싫어하는 말만 골라서 할까?”

파지지직-

두 여인들 사이에서 튀어 오르는 무형의 스파크의 모습에 강혁은 식은땀을 삐질삐질 흘려야만 했다.

‘....얘네들 왜 그래?’

그저 본인은 니아 아리엘과 몸을 섞으며(?) 강체를 얻고 싶었을 뿐이었는데 말이다.

*

“헤헤헤.”

“....쳇.”

“둘 다 참 이상하네. 왜 그러는 거야?”

수연과 일주일 동안 방문했던 헌터용 대련장.

다시금 그곳에 도착하여 몸을 풀던 강혁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수연은 기분 좋다는 듯이 배시시 웃고 있었고, 니아 아리엘은 아쉽다는 듯이 혀를 찼으니까.

하지만 왜 그러는지 알려줄 생각은 없어보였기에 빠르게 포기한 강혁은 니아 아리엘에게 부탁했다.

“강해지고 싶다. 10년의 공백을 채울 수 있을 만큼.”

“....마음에 드네. 좋아, 도와줄게. 대신 ‘재능’이 없는 네가 얼마나 따라올 수 있을지는 모르겠네. 내 ‘무재(武才)’에 대해선 알지?”

끄덕-

니아 아리엘의 말에 강혁은 고개를 끄덕였다.

무재(武才).

무신, 니아 아리엘을 있게 만든 재능.

그리고 이미 니아 아리엘을 만나자마자 강혁은 그녀의 무재를 확인하고 얻으려고 했었지만 실패했다.

[재능 : 무재(武才)를 획득하기에 재능의 가짓수가 부족합니다.]

[특정 조건을 달성 시에 무재를 획득할 수 있습니다.]

‘아쉽군. 하지만 어떤 조건인지는 짐작이 가.’

무재란 무에 대한 재능을 일컫는 것.

강혁이 익히고 있는 각종 무기술들.

검술, 궁술과 같은 재능들을 일정 이상으로 성장시키고 더 다양한 재능들을 얻게 된다면 니아 아리엘의 무재(武才)를 얻을 수 있으리라.

물론 다른 이라면 여러 개의 재능을 원하는 대로 얻을 수 없을 테니 불가능한 일이겠지만 강혁은 아니었다.

‘지금은 얻을 수 없지만 언젠간 얻는다.’

강혁은 자신의 재능 : 올 마스터를 믿었다.

수없이 많은 무기술들을 획득하고, 자신의 의지와 끈기로 그것들을 성장시키는 순간 어느새 재능 : 무재(武才)가 자신의 곁에 있을 것이라고 믿었다.

그런 믿음을 끝으로 강혁은 주먹에 붕대를 감았다.

‘니아 아리엘의 육체를 더 가까이서 보려면 무투가 옳다.’

남들이 들었다면 미쳤다고 생각하겠지만 강혁에게 별다른 방법은 없었다.

신체를 파악하기 위해선 근육의 움직임 등을 모조리 살펴야 하는데 검 같은 걸로는 그것들을 모두 파악하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그리고 강혁은 이번 기회에 재능 : 무투(武鬪)도 획득할 생각이었다.

분명 무투의 재능은 무재(武才)를 획득하는 데에 중요한 파츠일 것이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뭐, 무투라는 재능 자체도 필요하기도 했고.

아무튼 모든 준비를 끝낸 강혁이 아직은 살짝 어설프게 자세를 잡았다.

풋풋한 무투 뉴비의 모습에 니아 아리엘은 나른한 미소를 지우고 고혹적인 미소를 머금었다.

여자에 둔감한 강혁마저 일순 흔들렸을 정도의 미소.

하지만 그것도 잠시였다.

쿠구구구구-

‘....컥!’

미소를 짓는 니아 아리엘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거센 기세에 강혁은 숨조차 제대로 쉴 수 없었다.

이미 예상한 상황이긴 했지만 당황하지 않기란 불가능했다.

‘....이게 3위권 실력자의 기세인가.’

최강의 10인은 대부분 비슷한 실력을 가지고 있긴 하다.

사람들 또한 최강의 10인의 실력을 각자 다르게 평가하곤 했을 정도.

다만 단 3명.

그 3명 만큼은 자신들끼리 번갈아가며 순위를 차지했다.

‘검성, 현자, 무신.’

그리고 눈앞의 니아 아리엘이 10년이 넘는 세월 동안 거의 최강자의 자리를 유지해 온 존재인 것.

당연히 수연과도 비교가 되지 않았다.

열이면 열. 백이면 백.

니아 아리엘과 수연이 싸우면 수연의 패배는 거의 확정이다.

그걸 알기에 니아 아리엘의 깐족거림에도 수연이 도발만 할 뿐 진짜로 싸울 생각은 못 했을 정도.

그런 니아 아리엘이 참으로 오랜만에 재밌다는 미소를 머금으며 주먹을 쥐락펴락했다.

“신체는 B급으로 해줄게. 마나도 안 쓰고. 오로지 무투만으로 상대한다.”

“....고맙다.”

수연조차도 마나도 안 쓴 상태로 신체 능력 B급까진 내리지 못했다.

결국 차선책이 A급에서 팔 한쪽을 안 쓰는 것이었으니까.

그런데 니아 아리엘은 B급으로 낮춘 것도 모자라 마나 또한 사용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자신을 무시하는 듯한 처사에도 강혁은 화를 내기보단 감사했다.

그녀의 말이 자신을 무시해서가 아니라 오히려 높게 치고 있다는 것이라는 걸 알고 있기에.

‘애초에 이제 각성한 지 한 달된 애송이에게 무신이 B급 신체로 싸워주는 걸 감사하게 여겨야지.’

막말로 니아 아리엘은 B급, 아니 C급의 신체로도 S급 헌터를 두들겨 팰 수 있는 존재다.

물론 마나가 있다는 가정 하에.

그런데 아무리 마나를 안 쓴다지만 이제 갓 한 달 정도 되는 새내기에게 B급 신체로 상대한다?

이건 무시가 아니라 인정이었다.

그 사실을 상기하며 강혁은 배움의 자세로 대련에 임했고, 모든 준비가 끝난 그 순간.

“선공은 내 거다.”

“이런 미친.”

니아 아리엘은 후공 따윈 주지 않겠다는 말과 함께 투포환처럼 강혁을 향해 쇄도했다.

자신보다 약자에게 선공도 주지 않는 그녀의 모습에 강혁은 팔을 X자로 교차하며 방어를 시작했다.

퍼버버버벅-!

“....큭.”

“강혁아, 난 너를 믿고 있었어. 언제나 포기하지 않는 네 모습을, 강해진 네 미래를 기다리고 있었다고!”

“이 미친 전투광 같으니!”

반쯤 풀린 눈으로 기다리고 있었다는 말을 내뱉는 니아 아리엘의 묵직한 주먹을 느끼며 강혁의 눈은 니아 아리엘의 전신을 살피고 또 살폈다.

주먹을 뻗을 때, 어느 근육이 수축하고 팽창하는지.

스텝을 밟을 때, 어느 근육이 움직이는지 등.

단 하나도 놓치지 않겠다는 듯이 강혁이 눈이 빙글빙글 돌았다.

그런 상황 속에서도 데미지를 흘릴 건 흘리는 강혁의 눈앞에 메시지창이 미친 듯이 떠올랐다.

[재능 : 상급 전투 감각이 활성화됩니다.]

[장인의 경지에 이른 재능 : 무투를 목도 했습니다.]

[재능 : 하급 무투[LV.3]을 획득했습니다.]

[재능 : 하급 무투[LV.3]이 성장합니다.]

[재능 : 하급 무투[LV.3]이....]

[상대방의 신체를 파악하는 중입니다.]

[현재 파악 정도 : 1%.]

상급 전투 감각이 활성화 됨에 따라 주변의 시간이 느려진 듯한 착각을 느끼며 가드 넘어 강혁의 눈이 니아 아리엘을 바라보았다.

오싹!

‘재밌어. 네가 지금이라도 각성해서 너무 행복해!’

자신의 모든 것을 낱낱이 해부하는 듯한 강혁의 시선에 흥분과 고양을 느끼며 니아 아리엘이 주먹을 내질렀다.

‘내 모든 것을 가져가도 좋아. 더 강해져서 나를 즐겁게 해줘!’

누구에게나 나른한 미소를 짓는 그녀는 원래 성격이 그런 것이 아니었다.

오히려 그녀의 성격은 전투광에 투쟁에 미친 성격.

하지만 그 성격을 꺼내들 정도로 재미있는 존재가 없었기에 나른한 미소를 띈 채 지내왔던 것.

그나마 그녀의 본성을 볼 수 있는 던전 내부는 언제나 니아 아리엘 혼자 들어갔기에 누구도 보지 못했다.

다만 바로 지금.

“....저 미친 아줌마 더 강해진 것 같은데.”

그녀의 본성을 몇 년 만에 다시금 확인하게 된 수연이 손톱을 깨물었다.

긴장할 때마다 나오는 그녀의 본능이었다.

‘....오빠는 절대 저 아줌마에게 뺏기지 않아. 더....더 강해져야겠어.’

강혁과 니아 아리엘의 대련을 바라보며 수연이 속으로 다짐했다.

자신이 사랑하는 존재를 지키기 위해서 더욱 강해져야겠다고, 자기보다 몇 살이나 많은 아줌마(?) 따위에게 강혁을 뺏기지 않겠다고!

한국에 있는 A급과 S급 던전이 잠시 동안이지만 씨가 마르게 되는 계기였다.

그렇게 강혁은 실기 시험까지 일주일 남은 시점에서 최강의 10인 중 한 명인 무신 니아 아리엘과의 특훈(?)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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