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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혼자 올 마스터-12화 (13/178)

나 혼자 올 마스터 #12

딱! 따악! 따다다닥!

목검들이 부딪치면 만들어내는 소리가 대련장을 가득 채웠다.

‘역시 수연이가 봐줘도 이 정도인가....’

처음 수연과 대련을 한 이후 일주일의 시간이 흘렀다.

첫날 강혁을 때려눕힌 것이 미안했는지 수연은 강혁 대련을 해주기로 약속했다.

어쩌면 철혈에서 강혁이 쫓겨났을 때, 막지 못한 것에 대한 죄책감 때문일지도 모른다.

어쨌든 강혁에겐 좋은 일이었다.

최강의 10인.

그것도 상급 그 이상의 검술 재능을 가진 것으로 추정되는 이가 대련 상대를 자처했으니까.

덕분에 지난 일주일 동안 강혁은 정말 파죽지세로 성장했다.

9레벨에서 멈춰 있던 검술이 중급을 돌파한 것도 모자라서 무려 중급 2레벨에 도달했을 정도.

중급으로 성장한 검술 재능 덕에 강혁의 현재 스탯은 C급을 넘어섰다.

마나를 비롯한 마기와 신성력은 C급을 넘어 B에 다다라 있었고.

‘이 기세라면 실기 시험 전에 스탯들은 B급까지 올릴 수 있을 지도 모르겠다. 마나와 같은 자원 스탯은 A도 노려봄직하고.’

강혁이 이런 자신감을 드러내는 것도 당연했다.

현재 레벨 9에 다다른 재능은 총 2개.

궁술과 독기였다.

대장일과 무두질을 할 때부터 수연과의 대련을 하는 일주일 내내 입에서 독초를 떼어놓지 않았으니 당연한 결과.

만약 실기 시험 이전에 저 두 개를 중급으로 올린다면 강혁이 얻는 스탯은 무려 올 스탯 20!

‘사대 스탯은 B급에 도달하고 자원 스탯은 A급을 코앞에 두게 된다. 그렇게 되면 A도 무리는 아니지. 아니 어쩌면....S급도 가능하지 않을까?’

S급.

그것도 시험을 치루자마자 S급이라는 전례 없는 결과를 생각하는 강혁의 입가에 흐릿한 미소가 걸렸다.

물론 그것도 잠시.

푹-

“빈틈.”

“....컥!”

S급이라는 꿀같이 달콤한 상상에 빠져 빈틈을 드러낸 강혁의 옆구리를 수연이 푹하고 찔렀다.

옆구리에서 찌르르 울려 퍼지는 고통과 함께 강혁의 방어가 풀어지자 그걸 놓치지 않은 수연이 재차 옆구리를 찔러댔다.

“....그만해. 내가 졌으니까.”

“헤헤.”

강혁이 졌다는 말과 함께 두 손을 머리 위로 들고 나서야 수연의 목검 찌르기는 끝이 났다.

포기하는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며 배시시 웃는 수연의 모습에 강혁은 인상을 찌푸렸다.

“다시 해.”

“오늘만 벌써 3번짼데 괜찮아요?”

“딱 한 번만 더 하면 돼. 너랑 검을 나누면서 조금 느낀 게 있거든.”

“음....알겠어요.”

강혁이 자존심 상해하는 이유는 하나였다.

현재 수연은 한 손을 안 쓰고 있었으며 신체 능력 등을 A급 수준에 맞추고 있었다.

즉, 현재 강혁이 밀리는 이유는 단 하나.

‘....그냥 검술 차이가 너무 크다.’

강혁의 스탯들은 지난 일주일 사이에 크게 성장했고, 검술도 중급의 벽을 뚫어버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강혁은 수연의 털끝 하나 건드릴 수가 없었다.

물론 그냥 대련을 열심히 하는 것 자체로도 검술은 꾸준하게 상승하긴 했지만 아쉬운 건 아쉬운 거였다.

그 결과 강혁은 지난 일주일 동안 절치부심해서 그녀에게 닿을 방법을 강구했다.

그리고 바로 지금 그 방법을 시험해 볼 생각이었다.

이런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수연은 다시금 자세를 잡았다.

좀 전의 화사하게 웃던 그녀의 모습은 온데 간데 없이 사라지고 그 자리에는 무표정한 얼굴의 나찰 한 명이 서 있었다.

[공포가 전신을 짓누릅니다.]

[재능 : 공포 저항이 발동합니다.]

[저항하였습니다.]

인내까지 가진 않았지만 무려 재능으로 무마시켜야 할 수준의 공포.

그런 공포를 수연은 그저 자세를 다잡고 집중하는 것만으로 일으켰다.

‘저게 최강의 10인 중에서 중위권이라는 게 믿기지가 않는다.’

최강의 10인.

지구에서 가장 강한 열 명의 헌터를 통틀어 이르는 말.

그리고 수연은 그 중에서 5위에서 6위 정도였다.

즉, 수연의 위로 5명 가량의 강자 더 존재한다는 의미.

뭐, 상성도 있고 그때그때 컨디션에 따라 순위는 변동될 여지는 있었지만 강혁의 생각은 틀리지 않았다.

그 말은 곧 수연의 밑에 있는 이들이라도 수연을 이길 수 있다는 얘기이기도 했으니 5명이라는 숫자는 그리 많은 건 아니었다.

아무튼 수연의 강함에 혀를 내두르는 것도 잠시 자신의 전신을 짓누르는 무형의 기운을 인내하여 저항한 강혁이 목검을 휘두르며 전진했다.

“하압!”

기합성과 함께 빠르게 휘둘러진 목검이 수연의 틈을 노리고 날아들었다.

일반적인 B급과 A급마저도 당할 공격이었지만 수연은 무난하게 손목을 가볍게 돌리는 것으로 공격을 무위로 돌렸다.

누군가 보았던 무슨 저딴 미친 검술이 있냐며 기함을 터뜨리겠지만 강혁은 아니었다.

‘놀라는 건 지난 일주일이면 충분해.’

이미 이 정도는 강혁의 예상 내였다.

지난 일주일 간의 대련으로 강혁은 수연의 검술이 최소 상급, 어쩌면 그 너머일지도 모른다고 결론을 내린 상황.

아직 중급에 이른 검술 따위로, 그것도 진심을 담은 일격도 아닌데 수연을 건드리는 건 무리.

그렇기에 강혁은 막힌 공격에 연연하지 않고 공격을 이어나갔다.

딱! 딱! 따다닥!

목검과 목검이 부딪치면 나는 경쾌한 나무 소리가 대련장 전체에 가득해졌다.

하지만 강혁과 수연은 그런 소리 따윈 개의치 않고 서로에게만 집중했다.

‘....이것도 어쩌면 데이트의 일환이 아닐까?’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며 집중한다.

그 사실에 지난 일주일 동안 해탈해버린 수연의 자조 어린 생각과 함께 미세한 틈이 수연에게 생겨났다.

‘....빈틈!’

물론 그런 수연의 마음 따윈 헤아리지 못한 강혁은 빈틈에만 집중하면 빈틈을 향해 목검을 꽂아냈다.

“....윽.”

의도한 빈틈도 아니었기에 간신히 초인적인 검술로 강혁의 목검을 막아낸 수현은 목검에서 찌르르 전해지는 충격에 신음을 삼켰다.

‘....어떻게 된 게 일주일 사이에 힘이 이렇게 강해진 건지 모르겠네.’

일주일 전 강혁의 힘을 상기하며 속으로 혀를 내두른 그녀는 손을 한 번 내저어 저림을 떨쳐냈다.

그리고 곧바로 공격을 이어나가려고 했지만 이미 강혁은 저만치 떨어진 상태였다.

그 사실에 그녀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왜 물러난 거지? 분명 좋은 기회였는데.’

틈을 제대로 노렸고, 그 틈 때문에 1초 정도의 무방비 상태가 있었다.

그 상황에서 공격을 속행했다면 수연은 꽤 크게 당황했을 게 분명했다.

물론 공격을 허용하진 않았을 거다.

아무리 신체 능력을 A급에 맞추었다곤 하나 그녀는 최강의 10인이었으니까.

그렇지만 지금 물러난 건 제대로 된 선택이 아닌 것은 맞았다.

만약 수연이 아니라 다른 이였다면 방금 그 빈틈으로 죽을 수도 있는 치명적인 빈틈이었으니.

그런 생각으로 수연이 따끔하게 한 마디를 하려고 할 때였다.

“오빠....”

“스으읍....”

저만치 물러난 강혁은 자신의 손을 검집처럼 사용한 채로 상체를 기이할 정도로 앞으로 숙였다.

강혁의 손에 ‘납검’된 목검의 손잡이를 부숴져라 꽉 쥔 상태로 강혁은 1초의 빈틈이 만들어낸 찰나의 순간 자신이 준비한 비장의 한 수를 꺼내 들었다.

“섬(閃).”

흠칫!

서늘하게 내려앉은 강혁의 목소리에 수연은 순간 두려움을 느꼈다.

그리고 그 사실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내가 두려워? 오빠가?’

분명 강혁은 강했다.

고작 한 달도 안 되는 사이에 어마어마하게 강해졌고, 또 거기서 계속 성장하고 있는 강혁의 성장세는 두려울 정도.

하지만 최강의 10인인 그녀를 두렵게 할 정도는 아니었다.

다만 지금 분명 그녀는 두려움이라는 감정을 느꼈다.

최강의 10인이 된 이후에는 단 한 번도 느껴보지 못했던 감정.

그리고 그녀는 자신이 느낀 감정을 부정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 감정을 있는 힘껏 받아들였다.

두려움.

사람의 몸을 굳게하고 나락에 빠뜨리게 하는 감정이기도 하지만 극복할 수만 있다면 사람을 더욱 강하게 만드는 감정.

오랜만에 느껴본 이 감정을 날려버리고 싶지 않았던 수연은 진지한 눈으로 강혁을 바라보았고.

파앙!

공기막이 터져나가는 소리와 함께 강혁의 몸이 빛살처럼 쏘아졌다.

마나로 신체를 강화했기에 가능한 몸놀림.

그 목표는 수연이었다.

강혁의 몸이 수연의 코앞까지 도달하는 순간 손이라는 검집에서 빠져나오는 목검이 수연을 향해 휘둘러졌다.

빛의 속도라는 말을 붙여도 모자람이 없는 속도.

그 대가로 신성력으로 보호한 전신, 그중에서도 손바닥이 타들어 갔지만 강혁은 개의치 않았다.

오로지 극쾌의 발검을 성공시키겠다는 일념뿐.

강혁의 일념 때문일지 일주일 동안 고민하고 고민해 온 강혁의 일격은 성공적으로 수연에게 닿았다.

쩌엉-

대련장 전체를 찌르르 울리는 목검과 목검의 부딪침에 수연은 이를 앙다물어야했다.

하지만 그뿐이었다.

‘....막았다!’

A급의 신체 능력으론 살짝 힘들었지만 결국엔 막아낸 것.

그리고 발검술이라는 능력의 한계를 수연은 잘 알았다.

‘검은 넣었다 뺐다 하는 사이의 틈은 무척 길어. 다시 한번 쓸 수는 없을 거야.’

발검술.

말 그대로 검을 넣었다 뺐다 하는 검술의 이름이다.

즉, 이번과 같은 공격을 다시 한 번하는 건 불가능하다는 의미.

좀 전에는 1초의 틈을 이용해서 발검술을 사용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수연이 두 눈 똑바로 뜨고 강혁을 바라보고 있다.

그리고 강혁 또한 검을 회수할 수 없었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자면....

“쾌(快).”

회수할 생각이 없었다.

빛의 속도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빠른 발검술 섬(閃)에 이은 그보단 조금 느리지만 그에 비견되는 속도의 찌르기, 쾌(快).

이것이 바로 강혁이 수연만을 위해서 준비해 온 비장의 일격, 아니 이격인 셈.

그리고 강혁의 일주일은 그 순간 수연에게 분명히 닿았다.

푹-

수연의 어깨.

검은 쥐지 않은 왼쪽의 어깨에 강혁의 목검이 닿은 것이다.

물론 그 대가는 적지 않았지만.

빠각!

“....컥!”

왼쪽 어깨에 닿았지만 모든 힘을 소모한 강혁은 이어진 수연의 공격을 방어할 수 없었고, 그 결과는 일주일 전과 같았다.

“오....오빠!”

당황한 수연의 목소리.

다행히도 등 뒤에선 벽이 쪼개지는 소리가 들리지 않아 다행이다....라는 생각을 하며 강혁은 눈을 감았다.

왠지 모르게 데자뷰가 느껴지는 광경이었다.

*

“....아으, 머리야.”

“미안....”

“뭐, 네 잘못은 아니지. 애초에 대련이니까.”

다행히도 이번에 강혁은 무척 빠르게 깨어났다.

수연이 제대로 된 공격을 한 것이 아닌 반사적으로 내지른 카운터격의 공격이었고, 무엇보다 신체 능력 자체도 A급 수준이어서였다.

“....솔직히 마지막 두 번의 공격은 좀 놀랐어. 순간 두려움마저 느꼈을 정도니까.”

“그래? 일주일이 헛되진 않았네.”

솔직하게 말하는 수연의 모습에 강혁은 만족스러워했다.

아무리 수연이 A급의 신체 능력으로 상대했다곤 하나 최강의 10인조차 잠시 동안 두려워했을 공격.

일주일의 시간이 아깝지 않았다.

“그럼 이제 돌아갈까? 돌아가는 길에 카페라도 들려서 커피라도 한잔하자.”

“응! 좋아!”

“그럼 정리를 좀 하고....”

밝게 웃는 수연의 모습에 강혁 또한 입가에 미소를 머금은 채로 주변의 정리를 하려고 할 때였다.

정리를 시작하는 강혁의 귀에 장난기 어린 여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왜 벌써 가? 나랑도 좀 놀아줘.”

익숙하디 익숙한 목소리에 강혁의 목이 삐걱하는 착각의 소리와 함께 목소리의 근원지로 돌아갔다.

그리고 자신이 알고 있는 사람이 맞다는 걸 확인한 강혁이 한숨을 내쉬었다.

“오우거녀. 네가 여긴 무슨 일....”

“너 내가 오우거녀라고 부르지 말랬지. 진짜 죽을래?”

꽈아아악....!

“커....커걱! 태애앱....”

“이 미친 아줌마가 뭐하는 거야! 오빠를 빨리 놔줘! 그러다가 진짜 죽어!”

“괜찮아, 괜찮아. 내가 많이 해봐서 아는데 이런 거로 죽진 않거든.”

“....컥.”

“....어라.”

“....”

장난기 어린 목소리로 분노한 수연을 상대하던 여성과 분노하던 수연의 시선이 두 눈을 까뒤집은 채 입에 게거품을 물고 있는 강혁에게로 향했다.

강혁에게 오우거녀라는 별명(?)을 불린 여성.

‘....범인은 니아 아리엘....’

그녀의 이름을 다잉 메시지(?)로 남기며 강혁은 기절에서 깨어난 지 5분 만에 다시 기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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