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혼자 올 마스터 #11
‘재능이 성장하면 스탯도 성장한다. 완전 사기네.’
사실 헌터들이 스탯을 성장시키는 방법은 세 개 정도다.
첫 번째는 누구나 잘 아는 던전을 돌면서 던전 내의 기운을 얻고, 몬스터를 잡으면서 성장하는 것.
이것 때문에 초반엔 완전 게임 같다고 사람들이 말하곤 했을 정도.
물론 목숨이 걸린 게임인 만큼 실제 게임처럼 하루종일 던전을 도는 일은 불가능했지만.
두 번째는 헬스장 같은 곳에서 직접 신체를 단련하는 것이었다.
다만 이 방법은 효율이 너무 안 나오지만 헌터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하고 있는 방법이다.
목숨은 하나였으니 어쩔 수 없었다.
마지막은 강혁이 얻었던 특성 : 성자처럼 스탯을 주는 특성을 얻는 것이 마지막 방법이었다.
‘세 번째는 순전히 운에 가깝지만.’
그런데 3개 밖에 없는 걸로 알려진 방법에 강혁은 한 가지가 추가된 것이었다.
그리고 그 방법은 강혁으로선 반길 수밖에 없는 방법이기도 했다.
어차피 재능은 성장시켜야 한다.
고작 하급의 재능으로 만족할 정도로 강혁의 그릇이 작진 않았으니까.
결국 강혁은 재능을 성장시키면 스탯이라는 보너스가 따라오는 셈.
물론 새로운 방법을 알게 된 이상 재능을 성장시키는 속도를 끌어올릴 필요성이 생기긴 했다.
‘궁술과 검술이 9레벨에서 멈춰 있었지 아마?’
검술은 처음 각성하고 난 뒤, 끌려간 던전에서 한계 돌파를 사용하여 9레벨을 올렸다.
궁술 또한 비슷했다.
남는 시간에 한계 돌파를 사용하여 궁술의 레벨을 높였으니까.
다만 문제는 있었다.
한계 돌파를 사용한 뒤에 오르는 레벨이 9에서 멈춘 것이 바로 그 문제였다.
그렇지만 강혁은 걱정하지 않았다.
‘아저씨의 도움으로 9레벨의 재능이 중급으로 성장했다. 이 말은 즉 누군가의 도움이 있다면 그 두 개도 올릴 수 있을 터.’
창수의 도움을 받고 나서 성장한 대장일 재능 덕분에 재능을 성장시킬 방법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물론 지금 당장 검술과 궁술을 성장시킬 정도의 능력을 가진 이를 섭외하는 건 힘들다는 걸 알기에 강혁은 눈앞에 집중했다.
땅! 땅! 땅!
중급으로 성장한 대장일과 장인급 대장장이인 창수의 도움으로 어느새 강혁이 만든 검이 완성되어가고 있었다.
그리고 강혁이 무아지경의 상태로 망치를 두드린 지 한 시간이 지났을 무렵.
“....완성했다.”
재능을 얻고 난 뒤, 처음으로 만든 무구가 성공적으로 강혁의 손에서 탄생했다.
*
[장인의 도움이 깃든 강철 장검]
질 좋은 철을 주재료로 사용했기에 단단하고 마나의 전도율이 높다.
만든 본인이 착용 시, 보정 효과 발생.
* 보정 효과 : 절삭력, 강도, 마나 전도율 증가.
“....괜찮구나.”
큼큼 헛기침을 하며 중얼거리는 창수의 말에 강혁은 멍하니 자신이 만든 장검을 바라보았다.
‘....멋있다.’
평범한 장검이었지만 강혁은 눈앞의 장검이 세상의 그 어떤 명검보다도 멋있게 느껴졌다.
물론 장검이 지닌 옵션 또한 충분히 만족스럽기도 했다.
강혁 본인에게 딱 맞춰서 제작된 장검.
누구에게 팔 생각도 없었기에 강혁으로선 무척이나 좋은 장검 축에 속했다.
“그런데 정말 대장일 재능을 얻은 거냐?”
“얻었으니까 이런 걸 만들었겠죠?”
“....그것도 그렇구나.”
방금 만든 장검을 대충 휘두르며 말하는 강혁의 모습에 창수는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상태창이 있는 장검.
그건 오로지 대장일의 재능이 있는 이만이 만들 수 있는 물건이었으니까.
“그럼 더블 탤런트군. 10년 동안 헛짓거리하는 줄 알았더니 그래도 이제야 빛을 보아서 다행이야. 검술 재능과 대장일 재능을 얻은 게냐?”
“....비슷하죠.”
고작해야 더블 탤런트 따위로는 강혁의 재능과 비빌 수조차 없지만 그걸 모르는 창수는 그저 감격하고 있을 따름이었다.
자식과도 같던 강혁이 무재능으로 얼마나 오랫동안 고통 받았는 지를 잘 알기 때문이다.
그런데 하나도 아니고 무려 두 개의 재능을 얻었으니 그가 느끼는 희열은 세상 그 어떤 오락보다 뛰어날 터였다.
물론 강혁은 고작 두 개가 아니라 수십 개가 넘는 재능을 가지고 있고, 앞으로도 더 많은 재능을 얻을 것이었지만.
“그럼 이제 다른 것도 만들고 싶은데 도와주실래요?”
하지만 강혁은 고작 검 한 자루 만든 것으로 만족하지 않았다.
헌터가 던전에 들어갈 때, 갖가지 장비들을 착용하고 들어가는 것처럼 강혁의 무구 제작은 지금부터 시작이었다.
방금 막 무구 제작을 끝냈음에도 쉴 생각이 없어보이는 강혁의 모습에 창수는 오히려 씨익 웃어 보였다.
“중간에 힘들다고 땡깡 부려도 안 봐준다.”
그 날부터 창수의 공방에서는 2주 동안 철과 가죽을 두들기는 소리가 끊이지 않고 들려왔다.
*
[하급 : 무두질[LV.9]가 성장하여 중급 : 무두질[LV.1]이 되었습니다.]
[재능의 성장으로 신체가 함께 성장합니다.]
[모든 스탯이 10씩 상승합니다.]
“....힘들다, 힘들어.”
가죽의 무두질 작업은 무척이나 고되었다.
가죽을 질기고 단단하게 하는 약품에 가죽을 담구었다가 다시금 망치질로 무두질을 하는 작업은 쉬운 일이 아니었으니까.
하지만 그 대가 만큼은 무척이나 달콤했다.
무려 2주 동안 창수의 옆에서 일을 한 대가로 강혁은 중급 재능을 하나 더 획득할 수 있었다.
중급으로 재능이 상승하고 다시금 오른 10개의 스탯들을 확인하는 강혁의 입가엔 짙은 미소가 걸렸다.
[이강혁]
재능 : [올 마스터]
신체 : [반성반마(半聖半魔)]
특성 : [한계돌파] [성자] [분노] [인내]
세부 재능 : 상급 전투 감각[LV.1] 중급 몬스터 지식[LV.5] 중급 대장일[LV.2] 중급 무두질[LV.1] 하급 궁술[LV. 9] 하급 검술[LV. 9]....
[근력] : 50 [체력] : 45 [민첩] : 48 [지력] : 43 [마나] : 70 [신성력] : 70 [마기] : 70
근력은 이미 C급에 도달했고, 나머지도 C급을 코앞에 두고 있었다.
각성 검사를 받고 난 뒤 고작 2주 만에 급변한 강혁의 상태창을 누군가 본다면 기겁을 할 정도.
물론 수십 개에 달하는 재능만 하더라도 공포스럽긴 마찬가지였지만.
그래도 아쉬운 점은 분명 존재했다.
‘2주 동안 대장일도 미친 듯이 했는데 레벨이 고작 하나가 오르다니. 재능 노가다도 여간 힘든 게 아니군.’
하급까지만 해도 무럭무럭 성장하던 레벨이 중급부터 턱! 하고 막혀버린 것.
장인급 존재가 곁에 붙어서 과외처럼 알려주는데도 고작 한 단계 올랐다는 걸로 미루어 볼 때, 상급의 재능은 강혁에겐 요원했다.
그렇기에 강혁은 더더욱 재능 : 상급 전투 감각이 신기했다.
‘대체 어떻게 저 재능은 상급일까?’
중급만 해도 이 정도에 10년 동안 모아온 지식의 결정체가 중급 몬스터 지식이었다.
그런데 각성과 함께 생긴 상급 전투 감각은 강혁으로서도 오리무중인 셈.
결국 생각을 마친 강혁은 고개를 절레절레 내저으며 재능에 대한 생각을 털어냈다.
지금은 재능이 문제가 아니라 지난 2주간의 성과를 확인할 시간이었으니까.
[장인의 도움이 깃든 가죽 갑옷 세트]
숙련된 장인과 새싹이 함께 무두질을 하여 무척이나 질기고 강철과 같은 단단함을 지닌 가죽 갑옷 세트다.
갑옷, 하의, 장갑, 부츠로 이루어져 있으며 전부 착용 시 보정 효과가 있습니다.
만든 본인이 착용 시, 보정 효과 발생.
* 보정 효과 : 본인이 착용할 시, 가죽 갑옷 세트의 방어력 상승 및 신체가 가벼워짐.
[장인의 도움이 깃든 접이식 대궁]
숙련된 장인과 새싹이 함께 개조한 접이식 대궁.
만든 본인이 착용 시, 보정 효과 발생.
* 보정 효과 : 화살의 공격력 증가, 관통력 증가.
가죽 갑옷 풀 세트와 접이식 대궁까지.
헌터 이강혁으로 활동할 것은 물론 가면의 존재로 활동할 것까지 대비한 것이었다.
‘대신 가면의 존재로 활동할 때에는 갑옷 위에 옷을 입어야겠네.’
앞으로 강혁의 유명세가 늘어나면 가죽 갑옷을 알아보는 이들도 있을 터.
그걸 방지하기 위해서는 가면의 존재일 때, 가죽 갑옷 풀 세트를 입은 걸 들키면 안 된다.
그렇기에 무슨 옷을 입을까? 고민을 하던 강혁은 이내 잡생각을 떨쳐내고 마지막으로 만든 것을 꺼냈다.
창수조차 모르게 만든 ‘이것’은 2주 동안 강혁이 만든 것들 중에서 가장 뛰어난 능력을 자랑했다.
[분노의 마기가 깃든 뿔 가면]
가볍지만 단단한 흑철로 만들어진 뿔 가면.
분노의 마기가 깃든 가면을 본 이들은 상태 이상 : 공포에 빠집니다.
만든 본인이 착용 시, 보정 효과 발생.
* 보정 효과 : 가면에 분노의 마기 주입 시, 가면을 본 모든 이들이 상태 이상 : 광분과 광란에 빠집니다.
특성 : 분노의 효과를 고스란히 담은 것도 모자라 상태 이상 : 공포라는 추가 효과마저 붙은 가면.
거기에 마기에 닿은 것이 아니라 보기만 해도 상태 이상에 빠뜨리기에 어찌보면 특성 : 분노를 사용하는 것보다도 이게 더 좋았다.
특성의 원주인인 ‘분노’조차도 무척이나 잘 만든 가면이라며 극찬할 정도였으니 말 다하지 않았는가?
하지만 가면을 바라보며 감탄을 터뜨리던 것도 잠시 강혁은 가면을 비롯한 다른 무구들을 모두 아공간 주머니에 던져넣었다.
뚜벅뚜벅-
‘누구지?’
공방 안으로 들어오는 누군가의 인기척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창수의 공방은 외부인은 결코 찾아올 수 없게 설계되어 있다.
고작해야 공방인데 인식 저하 마법마저 새겨져 있을 정도인 만큼 일반인은 알고도 못 찾아온다.
강혁 또한 각성 전에는 창수가 직접 마중 나와서 데리고 갔었다.
즉, 이곳에 들어오는 이는 공방에 대해 알고 있고 일반인도 아니라는 의미.
그 사실에 경계를 하던 강혁은 이윽고 모습을 드러낸 누군가의 모습에 긴장이 탁하고 풀려버렸다.
“수연이 네가 여긴 왠일이야.”
한수연.
최강의 10인 중 한 명이자 강혁이 얼마 전까지만 해도 몸을 담고 있던 철혈의 부길드장이 바로 누군가였기 때문이다.
강혁의 물음에 두리번거리던 수연이 배시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오빠 보려고 왔지. 요즘 공방에서 박혀지낸다는 거 창수 아저씨한테 들었거든.”
“....그걸 또 곧이곧대로 말하다니. 오늘 점심에 마비초를 섞어야겠어.”
자신의 위치를 수연에게 곧이곧대로 바친 창수에 대한 생각으로 강혁이 이를 박박 갈고 있을 때였다.
‘잠깐 수연이가 왔다는 건 시간이 좀 있다는 건가?’
한수연, 시간....이런 생각이 강혁의 뇌리를 스쳐 지나갔고.
“수연아, 너 오늘 시간 좀 있어?”
“어? 어....있는데 왜?”
“그럼 나랑 어디 좀 같이 가자.”
“어....어딘데?”
“가면 알아.”
시간이 있다는 수연의 말에 강혁은 희희낙락해하며 수연의 팔목을 붙잡고 어디론가로 향했다.
S급도 아닌 강혁의 손 따윈 단박에 뿌리칠 수 있는 수연이었지만 그녀는 그저 얼굴만 붉힌 채, 강혁에게 끌려갈 따름이었다.
이유는 오직 그녀만이 알고 있으리라.
‘이건 말로만 듣던 데이트 신청인가?’
드라마로 배운 연애의 패착도 모른 채, 수연은 두근거리는 심장을 진정시키며 강혁이 향할 목적지를 상상했다.
영화관, 카페, 놀이 공원 등.
연인들이 가는 곳들이 그녀의 머릿속에 떠올랐다.
물론 현실은 그리 녹록치 않았지만.
*
“....오빠?”
“나랑 대련 좀 해주라.”
“에휴, 기대한 내가 바보지.”
“....?”
자신이 예상한 곳과 전혀 다른 곳.
헌터 전용 대련장으로 자신을 끌고 온 강혁을 바라보며 한숨을 내뱉었다.
하지만 의아하다는 듯이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는 강혁의 모습에 고개를 절레절레 내저으며 대련용 목검을 집어 들었다.
“안 봐줄 거야.”
“....네가 안 봐주면 나 죽어.”
강혁이 최근 아무리 강해지고 재능의 성장으로 스탯들도 C급에 가까워졌다지만 눈앞의 수연은 S급들마저 짓누르는 존재.
그런 그녀가 안 봐준다면 S급들마저 비 오는 날 먼지 나듯이 두들겨 맞는다.
물론 강혁은 포기하지 않았다.
‘검술의 재능을 올릴 기회야.’
수연의 재능은 총 세 개다.
은신, 검술, 신성술.
다르게 말해서 암살자와 기사와 성기사가 골고루 섞인 것이라는 말씀.
즉, 창수와 마찬가지로 장인급에 다다른 검술을 보유하고 있다는 얘기.
그런 그녀와의 대련을 통해서 검술 재능으로 중급으로 상승시키겠다는 생각과 함께 강혁 또한 대련용 목검을 집어 들었다.
“그럼 간다?”
강혁의 준비가 끝났음을 확인한 수연이 강혁에게 시작해도 되는지를 물었고, 강혁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까지만 해도 강혁은 한 번 정도는 공격을 막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수십 개에 달하는 재능과 강해진 스탯.
봐주지 않겠다고 말하긴 했지만 마음씨 착한 수연이 정말 그럴 리가 없다는 생각 등.
여러 가지가 종합되어 내려진 평가였다.
그리고 그 평가는.
-....피해라 멍청아!
“....!!!”
[재능 : 상급 전투 감각이 활성화됩니다.]
[재능 : 상급 전투 감각으로도 파악할 수 없습니다.]
[충격에 대비하십시오.]
머릿속에 울려퍼지는 분노의 다급한 목소리와 상급 전투 감각의 경고와 함께 깨어졌다.
쾅!
목검과 목검의 부딪침이었지만 정작 수연의 검격을 막아낸 강혁은 그대로 허공을 날아 벽에 부딪쳤다.
쩌저적-
등 뒤에서 들려오는 벽에 금이 가는 소리와 깜짝 놀란 얼굴로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수연의 모습과 함께 강혁은 정신을 잃었다.
‘....이게 최강의 10인.’
전력의 10분의 1. 어쩌면 100분의 1도 아닐 공격 한 방에 리타이어 되었지만 오히려 강혁은 기분이 좋았다.
자신이 넘어서야 할 벽을 간접적이나마 체험하게 된 것 같아서가 바로 그 이유였다.
고작 일격에 기절해버린 강혁이 눈을 뜨는 건 그날 밤이었다.
강혁과 수연 사이의 벽이 얼마나 두터운 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모습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