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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혼자 올 마스터-10화 (11/178)

나 혼자 올 마스터 #10

각성 검사 이후 대한민국은 한 번 뒤집어졌다.

이유는 하나.

강혁의 트리플 에너지 때문이었다.

전 세계를 뒤져봐도 보이지 않은 세 개의 자원을 보유한 유일한 헌터.

물론 지금은 평균 등급이 C급이지만 사람들은 강혁을 생각하며 기대감을 품었다.

지금의 S급, 최강의 10인 구도를 깨버릴 새로운 강자의 등장을 예상하면서.

그런데 각성 검사 후 단 2일 만에 사람들은 또 다시 놀라야만 했다.

[트리플 에너지 보유자, 이강혁. 필기 시험 만점!]

[엘리자베스 할론, 필기 시험 96점으로 역대 기록은 깨버렸지만 이강혁이라는 벽을 넘진 못하다!]

[이런 이강혁을 내쫓은 철혈, 그들은 과연 세계 1위의 길드는 맞는 건가? 그들의 안목을 다시 한번 의심해 볼 일.]

트리플 에너지로 대한민국, 나아가 세계를 놀라게 한 강혁이 다시 한번 폭탄을 터뜨렸기 때문이다.

필기 시험 만점.

사실 필기 시험은 무조건 틀리라고 던진 문제들이 중간중간 존재한다.

그 덕분에 헌터 지망생들은 대부분 그 문제를 틀리는 일이 빈번하다.

그런데 강혁은 그런 지뢰 문제들마저 풀어버렸다는 사실.

결국 사람들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10년 동안 욕을 먹고, 하늘이 버린 재능이라는 치욕적인 칭호마저 획득한 강혁이 드디어 날개를 펼쳤음을.

그리고 기사가 나온 그 날 철혈의 길드 본부에서 누군가의 괴성이 들렸다는 제보가 들려왔다.

*

팔락-

“헤에, 드디어 각성했구나?”

사무실 안.

평범함의 극치라고도 볼 수 있을 정도로 평범한 사무실 안에서 사무실과는 달리 화려한 금발 여인이 미소를 짓고 있었다.

원인은 그녀의 손에 들린 신문이었다.

신문에는 무표정한 얼굴의 강혁의 사진과 함께 고작 며칠 사이에 세계를 뒤집어놓은 강혁의 업적을 알리는 기사들로 가득했다.

그리고 그걸 바라보며 고혹적인 미소를 짓던 그녀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오랜만에 한국으로 가볼까. 오랜 친구를 만나러.”

그 말을 끝으로 그녀는 사무실에서 빠져나와 자신의 일터로 향했다.

“니아 아리엘 씨. 오늘도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빨리 하죠.”

“....네?”

“할 일이 좀 생겼거든요.”

“아....알겠습니다.”

미국 헌터 협회의 협회장을 맡은 사내의 얼굴에 식은땀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지금 그의 눈앞에서 나른한 미소를 짓고 있는 그녀가 얼마나 무지막지한 인물인지 잘 알고 있었으니까.

그와 동시에 협회장은 부랴부랴 부하들을 닦달하여 던전으로 향하는 길목을 열었다.

이미 주변에 일반인들은 없었지만 워낙 던전이 강력하기에 취한 조치였다.

그리고 수십의 A급 헌터들이 달라붙어서 간신히 틀어막은 입구를 향해 니아 아리엘이라고 불린 여성이 홀로 뚜벅뚜벅 걸어갔다.

이윽고 완전히 개방된 던전의 안으로 그녀는 양손에 건틀렛 하나만을 낀 채, 사라졌다.

키이이잉-

그녀가 들어가고 던전이 완전히 닫힌 것을 확인한 협회장이 자리에 털썩 주저앉으며 식은땀을 닦았다.

“....저게 최강의 10인. 무신, 니아 아리엘.”

S급 던전.

S급 헌터일지라도 다수 A급 헌터들과 팀을 짜야만 클리어할 수 있다는 강력한 던전.

그런 던전을 동네 마실 나가듯이 들어가는 니아 아리엘의 충격적인 모습에 모든 이들은 멍하니 닫힌 던전의 입구만을 바라보았다.

*

질겅질겅-

지구 반대편에 열린 S급 던전 따위에 관심도 없는 강혁은 무언가를 질겅질겅 씹으며 어디론가로 향하는 중이었다.

-어딜 가는 거냐? 이젠 공부는 안 해도 되는 거냐?

‘어, 어차피 이제 합격도 했으니까.’

-그럼 이제 던전을 들어가는 거냐?

들뜬 분노의 목소리에 강혁은 고개를 절레절레 내저었다.

‘아니? 그건 나중에.’

-....왜지? 빨리 내 힘을 사용해봐라!

인내는 이미 한 번 분노의 힘을 막는데 사용해 본 적이 있다.

그런데 분노의 힘은 사용해 본 적이 없다.

그도 그럴 것이....

[분노]

주변에 분노의 마기를 흩뿌립니다.

마기에 닿은 적들은 상태 이상 : 광분과 광란에 빠집니다.

광분과 광란에 빠진 적의 모든 스탯이 떨어지며, 지력은 크게 떨어집니다.

자기 자신에게 사용할 경우 ‘광전사’ 상태에 돌입합니다.

‘광전사’ 상태에서는 모든 스탯이 크게 상승하며 지력이 떨어집니다.

‘이걸 지금 어떻게 써?’

분노의 힘은 너무나도 강했다.

디버프와 버프가 공존하는 특성인 만큼 최강을 논하기엔 충분할 정도.

하지만 너무 강하기에 일상 생활에서 사용하기엔 무리가 있었고, 오로지 던전에서 사냥을 할 때만 사용할 수 있었다.

그리고 아직 강혁은 던전에 들어갈 수 없다.

‘....가면의 존재로 활동하면 어떻게든 해볼만 하겠지만 지금은 어쩔 수 없지. 그리고 해야 할 일도 있으니까.’

버려진 던전이라면 모를까, 주위에 산재한 협회 관리 던전은 강혁이 어쩔 도리가 없다.

물론 필요하다는 확신이 든다면 무조건 들어가겠지만 딱히 들어갈 필요는 없었다.

‘뭐, 나랑 같이 던전에 들어갈 강한 헌터 한 명이 있다면 괜찮겠지만....지금은 그런 사람도 없으니.’

최강의 10인인 수연이 얼마나 바쁜지는 강혁도 잘 안다.

그런 그녀에게 던전에 들어가는 걸 도와달라고 부탁하는 것도 참 웃긴 일.

더군다나 얼마 전, 각성 검사와 필기 시험 2연타로 김승태가 분노했다는 사실 또한 강혁은 잘 알고 있었다.

자신과 철혈의 이름에 강혁이 먹칠했다고 생각 중일 김승태를 생각하며 고개를 내저은 강혁이 목적지에 도착했다.

*

깡! 깡! 까앙!

“여긴 언제 와도 시끄럽고 덥네요.”

“며칠 동안 코빼기도 보이지 않더니 왠일이냐?”

“저 헌터 되려고 시험 준비 중입니다.”

“말세구나. 너 같은 놈팽이가 헌터라니.”

강혁의 목적지는 대장간이었다.

언뜻보면 무척이나 허름해 보였지만 그 안의 들어선 물건들은 심상치 않았다.

용광로를 비롯한 각종 대장 기구들은 물론 강혁과 대화 중인 노인이 만든 무구들의 질 또한 무척 높았을 정도.

만약 헌터가 그것들을 봤다면 눈에 불을 켜고 돈다발을 내밀었을 정도로 질이 좋았다.

하지만 강혁은 딱히 무구들에 관심을 보이진 않았다.

‘내가 쓸 무구는 내가 직접 만든다.’

쓸데없는 자존심은 아니었다.

본래 자신은 자신이 가장 잘 아는 법.

그리고 무구란 사람에 따라 맞는 게 있고, 안 맞는 게 있다.

강혁은 자신이 쓸 무구인 만큼 자신이 맞는 게 가장 완벽한 효율을 끌어올릴 수 있을 거라 확신했다.

그렇기에 강혁은 무언가를 질겅질겅 씹으며 노인의 작업을 구경했다.

물론 노인의 작업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뗑그렁~

“에잉, 왔으면 일이나 하지 왜 남 작업을 구경하고 난리야? 그리고 먹을 걸 가져왔으면 혼자 먹지 말고 나눠 먹어야 하는 법도 모르느냐?”

“드시려고요?”

“그럼? 너 혼자 먹으려고?”

“그럼 드세요, 여기요.”

노인의 호통에 강혁은 품에서 풀 하나를 꺼내 그에게 건네주었다.

자신에 손에 들린 풀과 강혁을 번갈아 바라보던 노인이 어처구니 없다는 얼굴로 강혁을 바라보았다.

“넌 이걸 사람 먹으라고 주는 거냐?”

“네.”

질겅질겅-

보란 듯이 하나 더 꺼내 입에 집어넣곤 질겅질겅 씹기 시작하는 강혁의 모습에 노인은 떨떠름한 얼굴로 풀을 입안에 넣고 씹었다.

그리고.

“....입안이 점점 뻣뻣해지는 것 같은데 기분 탓이냐?”

“정상인데요. 그거 마비초에요.”

“퉤퉤! 이런 미친 새끼가!”

“아니, 자기가 달라하곤 왜 저한테 승질이에요?”

“세상에 어떤 미친 새끼가 사람한테 마비초를 먹으라고 건네줘!”

“여기 있잖아요.”

“....미친 놈.”

당당한 강혁의 모습에 노인은 입맛을 버렸다는 듯이 바닥에 침을 탁 뱉으면서 마비의 기운을 날려버렸다.

숙련된 대장장이이기에 앞서 그 또한 뛰어난 각성자(헌터)였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이윽고 다시 망치를 잡은 그가 작업을 재개했다.

방금 전, 한 소리를 들었음에도 불구하고 강혁은 그저 마비초를 질겅질겅 씹으며 그의 작업을 계속 살폈다.

‘한국 최고의 장인의 재능과 기술을 얻을 수만 있다면....최고의 장비를 만들 수 있다.’

이유는 간단했다.

강혁의 눈앞에서 땀을 뻘뻘 흘리며 작업에 몰두하고 있는 탄탄한 몸의 노인이 바로 블랙 스미스들의 정점.

장인의 칭호를 받은 이였기 때문이다.

장인, 최창수의 작업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강혁은 빠르게 솟구치는 메시지창을 옆으로 밀었다.

[장인의 기술을 엿보았습니다.]

[재능 : 하급 야금술의 레벨이 올랐습니다.]

[재능 : 하급 대장일의 레벨이 올랐습니다.]

‘내 재능이 만족스러울 정도가 되는 날. 내가 만들 무구를 직접 제작한다.’

그런 다짐과 함께 강혁은 그의 기술을 단 하나라도 놓칠까 두 눈을 부릅뜨고 모든 작업을 머릿속에 담았다.

물론 중간중간 마비초를 입안에 던져 넣는 것도 잊지 않았다.

[재능 : 하급 독기가 성장 중입니다.]

[마비가 강해집니다.]

[인내하여 저항하였습니다.]

[재능 : 하급 마비 저항[LV.3]을 획득하셨습니다.]

*

땅! 땅! 깡! 깡!

‘....저 녀석 요즘 왜 저러지?’

요 며칠 사이 최창수는 자신의 뒤에서 자신을 바라만 볼 뿐, 무구 제작 등은 일체하지 않는 강혁의 모습이 의아해했다.

그도 그럴 것이 강혁은 일주일 전까지만 하더라도 매일 같이 자신의 공방(대장간)으로 나와 무구 제작에 열중했기 때문이다.

‘헌터가 된다더니....망치는 놓은 게냐?’

며칠 만에 모습을 드러냈을 때, 최창수는 강혁을 쌀쌀맞게 대했다.

하지만 한 켠으론 반갑기도 했다.

며칠 사이 모습을 보이지 않는 강혁의 모습에 혹시 무슨 일이라도 생긴 게 아닐까? 걱정이 될 만큼.

그런데 며칠 뒤, 건강하게 나타나 헌터가 되겠다는 그의 말에 그는 기뻐하는 한편 아쉬워했다.

‘10년 동안 바라던 일을 가지는 건 좋다만....네가 망치를 놓은 게 그리 좋지만은 않구나.’

그와 강혁에겐 공통점이 있었다.

가족들을 격변 시기에 모두 잃었다는 점.

그래서인지 창수는 강혁이 아들 혹은 손자처럼 느껴졌다.

그래서 강혁에게 하나라도 더 알려주고자 그가 무언가를 배우려고 할 때마다 자신의 기술들을 아낌없이 가르쳐주었다.

그렇지만 재능의 유무는 강혁에게 너무나도 큰 벽이 되었다.

‘차라리 대장장이 관련 재능을 얻었다면 좋았을 것을....’

만약 그랬다면 이런 은둔 생활도 접고 함께 대장장이 일을 하며 다시금 가게를 여는 것도 좋았을 거라 생각하며 창수가 아쉬워할 때였다.

“아저씨.”

“....뭐냐.”

좀 전의 생각과는 퉁명스레 대답하는 창수의 모습에도 강혁은 옅은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저 화로 좀 써도 됩니까?”

“....언제는 내 허락 맡고 썼느냐? 마음대로 해라.”

“감사합니다.”

창수의 성격을 잘 아는 강혁은 옅은 미소를 입가에 머금은 채로 본래 자신이 애용하던 화로 앞에 앉아 불을 피웠다.

그리고 활활 타오르는 화로에 원하는 금속을 던져 넣고 기다렸다.

시간이 흐르고 금속이 모조리 액체로 변할 때쯤 쇳물을 꺼낸 강혁이 틀에 쇳물을 붓고는 망치질을 시작했다.

땅! 땅! 땅!

‘....무슨?!’

그리고 강혁이 망치질하는 모습을 곁눈질로 쳐다보던 창수의 눈에 놀람이 번져갔다.

대장장이 일을 오래한 만큼 그의 눈은 정확했다.

그런 그의 눈이 말해주고 있었다.

강혁의 저 망치질 등은 결코 대장일의 재능이 없다면 불가능한 일이라는 것을.

그렇기에 창수는 본래 무뚝뚝한 모습을 던져버리고 놀란 목소리로 물을 수밖에 없었다.

“너....헌터가 아니라 대장일의 재능을 얻은 것 아니냐?”

제발 강혁이 고개를 끄덕이길 바라며 기대감 어린 눈빛으로 바라보는 창수의 시선을 느끼며 강혁은 고개를 내저었다.

그 사실에 창수는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내가 늙어서 재능의 유무조차 파악하지 못하는 건가. 나도 이젠 은퇴를....’

그가 자신의 늙음을 탓하며 은퇴를 고려할 때, 망치질 소리 사이로 강혁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둘 다 얻은 겁니다. 그리고 전 헌터가 된다고 했지 대장일을 포기한다곤 안 했습니다. 못난 제자를 앞으로도 많이 가르쳐 주십쇼. 스승님.”

“....!”

시끄러운 망치질 소리가 공방 안을 가득 채우고 있었음에도 또렷하게 강혁의 말을 들은 창수의 얼굴에 놀람이 번져나갔다.

그리고.

“누가 네놈의 스승님이냐!”

“....”

“망치질을 할 때에는 말을 하지 말고 오로지 눈앞에만 집중하라고 하지 않았느냐!”

“아니, 방금은 스승 아니라고....”

“어허! 또또 말대꾸! 망치질이나 하거라!”

찰싹! 찰싹!

부끄러운지 살짝 얼굴을 붉히면서 손바닥으로 강혁을 두들기며 강혁을 바른길로 인도하는 창수였다.

그리고 창수의 가르침이 옳다는 것을 증명이라도 하듯이 강혁의 대장일 재능이 가파르게 성장하기 시작하였고.

[하급 : 대장일[LV.9]가 성장하여 중급 : 대장일[LV.1]이 되었습니다.]

[재능의 성장으로 신체가 함께 성장합니다.]

[모든 스탯이 10씩 상승합니다.]

‘....미쳤는데?’

강혁은 그 날 자신이 강해질 새로운 방법을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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