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혼자 올 마스터 #9
“....이강혁 마기 C! 신성력 C!”
살짝 놀란 얼굴로 자신의 등급을 말해주는 감독관의 얼굴을 바라보며 강혁은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좋다. 이걸로 나와 가면의 존재의 연관성을 일부 지웠다.’
검사를 받는 중간중간 휴대폰으로 지난 5일 간의 기사들을 모조리 훑은 강혁은 마기와 신성력을 밝혔다.
이유는 간단했다.
가면의 존재는 마기와 신성력을 사용하지 않았다.
물론 그때 당시에는 없어서 못 쓴 거였지만 그걸 아는 사람은 없다.
즉, 강혁과 가면의 존재를 동일시하기란 무척이나 힘들일 터.
‘뭐, 의심할 여지는 있지만 확신할 수는 없겠지.’
직접 가면의 존재와 본인을 만나보지 않는 한 의심조차 하는 사람이 없을 게 분명했다.
마나와 검술 그리고 궁술 등의 재능으로 S급이라고 평가받는 상황.
거기서 마기와 신성력까지 가지고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이는 솔직히 없다.
‘가면의 존재는 마나를 다루는 기본이 튼튼한 정통 S급. 그에 반해서 10년 만에 각성을 한 이강혁은 신성력과 마기 그리고 마나를 다루는 트리플 에너지를 지닌 변종. 확연하게 다르지.’
사실 신성력과 마기는 드러내지 않는 편이 좋긴 했다.
실력의 3할은 숨기라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니까.
하지만 강혁에게 선택권은 별로 없었다.
‘마기와 신성력을 감추고 A급을 딸 자신이 없다.’
세간에 알려진 바에 따르면 가면의 존재는 S급 헌터에 육박하는 강함을 지니고 있다고 되어 있다.
저 멀리서 자신을 바라보는 엘리자베스의 증언 탓임을 강혁은 잘 알고 있다.
다만 강혁은 본인은 자신의 강함을 누구보다 잘 안다.
그리고 그가 객관적으로 평가한 자신의 강함은 최대 A.
물론 5일 전, 강혁과 엘리자베스가 갇힌 폐쇄형 던전의 강함이 예상외로 강했다.
추가로 B급 이상에서만 등장한다는 보스 몬스터까지 홀로 잡았다고 알려졌다.
뭐, 강혁이 아닌 다른 이가 폐쇄형 던전에 갇혔다면 S급이 아니라 S급 할애비가 왔어도 클리어하지 못했겠지만.
아무튼 사람들의 오해가 겹친 탓에 강함이 뻥튀기가 됐지만 강혁은 자신의 주제를 잘 알았다.
헌터가 된 뒤에 프리랜서로 활약하기 위해선 강함이 필수.
그렇기에 강혁은 신성력과 마기를 밝히는 강수를 두었다.
‘가면의 존재와 이강혁. 두 명의 존재로 활약한다.’
그리고 A급 헌터 이강혁과 재야에 숨어지내는 S급 헌터 가면의 존재.
이렇게 두 명의 인물로 활약할 생각을 하며 강혁은 조용히 미소를 지었다.
*
“오늘은 특종 거리가 참 많네.”
“그러게요, 최강의 성녀인 엘리자베스와 하늘이 버린 재능 이강혁이라니. 둘 중 하나만 해도 특종인데 말이죠.”
“크으, 기대가 된다. 과연 이강혁은 얼마나 낮은 성적을 거뒀을까?”
체육관 밖에서 헌터 지망생들이 나오길 기다리며 기자들은 기분 좋은 상상을 했다.
이강혁.
10년 동안 각성하지 못한 헌터이되 헌터가 아닌 인물.
실제로 몇 년 전엔 헌터 라이센스마저 박탈이 되었다.
시간이 지나도 나오지 않은 걸 보니 각성은 한 것 같았지만 이미 한 번 박힌 인식이 바뀌기란 쉽지 않았다.
이곳에 모인 대부분의 기자들이 이강혁이 얼마나 뛰어날 지보다 얼마나 못날 지에 대해서 얘기할 정도였으니까.
그리고 그들이 한창 이강혁을 물고 뜯고 맛보고 즐기고 있을 때, 체육관의 문이 열리고 헌터 지망생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자, 이강혁은 어딨냐!”
“엘리자베스도!”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는 수십의 지망생들.
그들 중에서 오늘의 특종감인 엘리자베스와 이강혁을 찾기 위해서 기자들이 눈을 부라렸다.
물론 그들은 둘 모두 찾기 쉬울 것이라고 예상했다.
‘엘리자베스 쪽은 지망생들이 많이 몰려 있을 거고.’
‘이강혁 쪽은 아무도 없을 테지!’
사람이 많은 곳과 아예 없는 곳.
그 두 곳만 찾으면 두 사람의 위치를 확인할 수 있을 터.
그렇기에 그들이 눈을 부라리며 사람들의 수를 파악할 때, 그들은 무언가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왜 지망생들이 무리를 두 개로 나눠서 지었지?’
분명 엘리자베스에게만 사람들이 몰려 있을 것으로 예상한 것이 틀린 것이다.
‘다른 유망주가 있었나? 그것도 엘리자베스와 비견되는?’
그들의 이런 생각도 당연했다.
설마 이강혁이 다른 이들의 관심을 받을 거라곤 생각을 못하는 것.
아무튼 예기치 못한 상황에 혼란에 빠진 그들은 결국 귀를 쫑긋 세우고 다른 지망생들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트리플 에너지라니. 정말 대단하십니다!
-제 친형이 길드를 운영하는데 같이 들어가시지 않을래요?
‘....트리플 에너지?’
‘더블도 아니고 트리플?’
‘....이건 특종이다!’
트리플 에너지.
전 세계에서 단 한 번도 나오지 않은 기이한 현상.
그 단어를 듣는 순간 기자들은 더 볼 것도 없다는 듯이 앞다투어 말이 들린 무리로 향해 달려갔고.
“....이강혁?”
“뭐야, 왜 네가 거기서 나와?”
그들은 다른 이들에게 둘러싸여 어색함에 볼을 긁적거리고 있는 강혁을 볼 수 있었다.
*
[10년의 기다림, 트리플 에너지로 제대로 도약하다!]
[4대 스탯은 D이지만 세 개의 자원 스탯 모두 C!]
[필기와 실기가 기대되는 두 명의 새로운 유망주! 이강혁과 엘리자베스 할론.]
[10년의 노련함과 신성의 대결. 그 승자는 과연 누구?]
“....참, 태세전환하고는.”
노련함은커녕 욕만 바가지로 먹던 강혁의 눈으로 본 기사들은 참으로 어이가 없었다.
허구헌날 자신에 관한 기사를 쓸데마다 무재능, 하늘이 버린 재능 등.
욕이란 욕은 다하던 이들이 이제는 자신의 10년을 노련함이라는 단어로 바꿔버렸다.
그 사실에 어이가 없었지만 강혁은 고개를 내저을 뿐 딱히 화를 내거나 하진 않았다.
‘기레기들이 그렇지 뭐.’
그들은 언제나 자극적인 것들을 찾아 올린다.
딱 그들이 원하는 제목상인데다가 저거 가지고 따진다고 해도 그들은 알 권리 등을 주장하며 기사를 바꾸지도 내리지도 않을 게 분명했다.
이미 10년의 세월 동안 그 사실을 여실히 깨달은 강혁이었다.
‘대체 내 사생활이랑 국민의 알 권리랑 무슨 상관인지는 모르겠다만.’
10년 동안 바뀌지 않은 기자들에 대한 생각하는 걸 멈춘 강혁은 각성 검사 이후 2일이 지난 지금.
헌터 라이센스 필기 시험을 위해 집을 나섰다.
*
“이번 시험은 전례 없을 정도로 어려울 것이라고 저는 장담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저 양반은 아직도 말 참 많네.’
헌터 협회에서 나온 얼굴 마담이 늘어놓는 연설을 들으며 강혁은 하품을 했다.
지난 이틀.
중급 몬스터 지식을 5레벨까지 올리기 위해서 잠 자는 시간마저 줄인 대가였다.
결국 5레벨을 찍는 쾌거를 이룩하긴 했지만 2일 간의 밤샘으로 인한 피로는 헌터의 몸으로도 빡셌다.
“이상입니다. 지망생 여러분들 유의미한 성과를 거두길 바라겠습니다.”
길고 긴 연설이 끝나고 지망생들은 자신의 앞에 놓이는 시험지를 태워버릴 정도로 노려보았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헌터 라이센스 필기 시작하겠습니다. 부정 행위 시에는....”
감독관의 케케묵은 안내와 함께 필기 시험이 시작됐다..
사락- 사락- 사락-
종이 넘어가는 소리만이 들려오는 고요한 시험실.
그곳에서 재능 : 중급 몬스터 지식[LV.5]의 폭주가 시작되었다.
*
사각사각사각사각-
지난 일주일 간의 노력을 증명이라도 하듯이 강혁은 미친 듯이 문제를 풀어넘겼다.
‘방패와 검을 든 오크의 이름은 무엇인가? 오크 전사.’
‘던전 내에서 발견된 흔적을 보고 몬스터를 맞추시오. 코볼트.’
누군가는 왜 전투를 하는 헌터가 이런 잡다한 지식을 알아야하느냐 물을 수도 있다.
그리고 그건 틀린 말이었다.
오히려 전투를 하는 헌터이기에 이런 지식들을 알고 있어야 했다.
던전 내부는 언제나 다르다.
즉, 언제 어떤 종류와 몬스터가 나올지 모른다는 얘기.
그렇기에 헌터는 언제나 새로운 상황이 나타날 걸 대비해야만 한다.
그런데 이미 밝혀진 정보마저 모른다?
그건 곧 정보가 곧 힘인 곳에서 자신의 힘 일부를 포기하겠다는 말과 다르지 않다.
그런 면에서 볼 때, 강혁의 힘은 대단했다.
시험 시간 1시간.
시험 문제 60개.
즉, 1분의 한 문제씩 풀어야 하고 난이도 또한 수능보다도 더 높은 문제를 수십 초만에 풀어넘겼으니까.
물론 그게 가능한 이유는 하나.
‘....와이번이 지상에서 몇 미터 높이를 가장 좋아하는지 고르시오? 뭐, 이딴 미친 문제가. 패스.’
사람이 풀라고 만든 문제가 아닌 것으로 추정되는 건 포기하고 빠르게 넘겼기 때문이다.
하지만 빠르게 넘겼을 뿐, 강혁은 문제를 포기한 것이 아니었다.
시험 시작 후 30분.
강혁은 20문제가량을 남기고 모든 문제를 풀었다.
중급에 달하는 그의 몬스터 지식으로도 20문제나 풀지 못한 것.
그 사실에 강혁은 아쉽기도 했지만 이내 다음 단계로 돌입했다.
강혁이 모르는 문제들은 그냥 휙휙 넘길 수 있던 가장 큰 이유.
‘한계 돌파. 몬스터 지식.’
한계 돌파가 바로 강혁의 자신감의 근원이었다.
[특성 : 한계 돌파를 사용하셨습니다.]
[특성의 사용으로 중급 몬스터 지식[LV.5]가 상급 몬스터 지식 [LV.1]로 초월하였습니다.]
[지속 시간은 10분입니다.]
[10분이 지나고 난 뒤, 무리한 재능 사용으로 인해 몬스터 지식 재능을 사용할 수 없습니다.]
특성을 사용하자마자 강혁은 머릿속이 맑아지는 듯한 착각을 느꼈다.
그리고 그 착각을 느끼자마자 강혁은 다시금 문제에 집중했다.
‘와이번이 지상에서 몇 미터 높이를 가장 좋아하는지 고르시오? 쉽군, 35M.’
‘오우거의 힘이 몇 톤 수준인지 KG 단위까지 말하시오? 10,857KG.’
방금 전에 몰라서 넘겼던 문제들이 이제는 읽자마자 답안이 머릿속에 떠오르는 진귀한 경험을 하면서 강혁은 빠르게 나머지 20문제를 풀어나갔다.
그리고 문제를 보는 순간 마치 자신이 해당 몬스터가 된 듯한 착각과 지식을 느끼며 강혁은 단 10분 만에 나머지 20문제를 모조리 풀었고.
“다 풀었습니다.”
헌터 라이센스 필기 시험 역사상 최초로 20분여 가량을 남기고 퇴실했다.
물론 그 모습을 보는 강혁과 같은 실의 지망생들은 그가 포기했다며 그를 비웃었지만 결과만이 모든 걸 말해줄 터였다.
*
“하아, 언제 나오냐. 언제....”
“빨리 좀 나왔으면 좋겠는데....”
헌터 라이센스 필기 시험이 치러지는 거대한 빌딩 앞에서 기자들이 진을 치고 기다리는 중이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시험이 끝나고 빌딩 앞에 설치된 전광판에 떠오를 최고 점수자들을 파악하기 위함이었다.
필기 시험의 시간은 1시간.
아직도 20분 가까이 남아 있는 만큼 기다림에 지친 기자들이 하나둘 자리에 주저앉을 때.
끼익-
빌딩의 문이 열리고 한 인영이 모습을 드러냈다.
하지만 기자들 중 누구도 그에게 관심을 주지 않았다.
‘중도 포기자네.’
‘중도 포기자군. 쯔쯧.’
중도 포기자.
헌터 필기 시험이 어려운 만큼 중간에 포기하고 나오는 이들도 부지기수.
당연히 지금 나오는 이 또한 중도 포기자라고 기자들은 생각했다.
다만 인영의 얼굴이 드러나는 순간 그들은 중도 포기자라는 생각도 잊은 채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이강혁!”
요즘 가장 핫한 존재를 꼽으라면 두 명이 나온다.
한 명은 엘리자베스 할론이고 나머지 한 명은 이강혁이다.
그중에서 한 사람이 벌써 나온 것.
안타까운 사실에도 불구하고 기자들의 얼굴에는 환희가 번졌다.
‘이강혁, 어려운 필기 시험에 중도 포기!’
‘10년의 세월은 어디로?’
‘이거면 특종이다!’
각자 머릿속에 떠오른 특종의 제목들.
그걸 생각이 환희가 번지지 않는 게 이상할 터.
더 물어본 것도 없다는 듯이 대충 이강혁의 사진 한 장 찍고 기사를 써내려가는 그들의 앞에 전광판에 불이 들어왔다.
“어? 뭐야, 불 왜 들어와?”
전광판에 불이 들어오는 경우는 단 하나.
시험을 끝낸 이가 있고, 채점이 끝나고 점수가 공개될 때다.
그런데 아직 시험 종료까지 20분이나 남았고, 이강혁은 중도 포기를 했으니 전광판이 켜질 이유가 없었다.
전광판은 중도 포기자의 점수까진 띄워주지 않으니까.
그렇기에 기자들의 고개가 갸우뚱거릴 때, 전광판은 띡! 하는 소리와 함께 한 사람의 필기 점수를 표기했다.
[1. 이강혁, 필기 시험 100점.]
“....! 시발, 야 이강혁 잡아!”
“뒤지게 빠르네. 어디 갔어?!”
그리고 전광판을 보자마자 그들의 고개가 이강혁이 걸어갔던 길 쪽으로 홱! 돌아갔지만 이미 그곳엔 아무도 없었다.
대박 특종을 놓쳤다는 생각에 기자들은 땅을 치고 후회했지만 이내 자세를 바로 한 그들은 열심히 타이핑을 시작했다.
‘전 세계 최초....필기 시험....만점자는....10년의 노련함을 가진....이강혁....’
‘무려 20분이나 빠르게 나왔지만 100점을 달성한 그의 공부 비법은 과연....?’
좀 전까지만 해도 내다 버린 10년이라고 생각하던 이들치곤 참 빠른 태세전환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