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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혼자 올 마스터-8화 (9/178)

나 혼자 올 마스터 #8

5일이 지났다.

그동안 강혁은 정말 밥 먹고 자는 시간 볼일을 보는 시간 등.

꼭 필요한 시간을 제외하면 책상 앞에만 앉아 있었다.

덕분에 몬스터 지식의 레벨도 한 단계 올리는 쾌거를 이룩했다.

‘스탯을 올리면 무척 빡센 운동을 하거나 던전을 들어가야 하는데 그럴 바에야 공부나 하는 게 낫다.’

괜히 헌터들이 헌팅 이후 남는 시간 내내 헬스장에 틀어박히는 게 아니다.

그리고 그런 방식은 딱히 효율이 좋지 않다.

다만 하루종일 던전에 들어가면 목숨이 남아나질 않기 때문에 떨어지는 효율을 택할 뿐.

물론 강혁은 그럴 생각이 전혀 없었지만.

‘솔로 플레이로 C급 정도 던전만 주구장창 돌아도 충분히 유의미한 스탯 상승을 노릴 수 있다.’

현재 강혁의 스탯은 C급 수준.

하지만 다른 부가 스탯들과 재능의 양으로 그걸 커버할 수 있다.

즉, 남들과는 다른 출발선에 서 있었던 얘기.

‘....출발선에 서는데 10년이 걸렸지만.’

씁쓸하게 얘기는 뒤로한 채, 강혁은 5일 만에 밖으로 나갈 채비를 했다.

-어딜 가는 거냐?

“검사받으러 간다.”

하던 공부도 내팽개치고 밖으로 나가는 이유는 단 하나.

각성 검사를 받기 위함이었다.

본래 각성을 하자마자 검사를 한다.

다만 무언가 변한 게 있거나 하면 재검사를 받는다.

그리고 강혁은 각성을 하기 전, 혹시나 하는 마음에 검사를 받고 일반인 판정을 받았다.

‘시험 이틀 전에 각성 검사가 있어서 다행이군.’

각성 검사는 24시간 열리는 게 아니었는데 다행히도 시험 시작 이틀 전에 강혁은 각성 검사를 받을 수 있었다.

헌터 라이센스 시험을 치루기 위해선 각성 검사가 필수였기에 강혁에겐 참으로 이득이라고 볼 수 있었다.

“그럼 다녀온다.”

지난 5일 동안 집안에만 처박혀 있었기 때문에 강혁은 알지 못했다.

본래는 정기적으로 열리는 각성 검사가 헌터 라이센스 시험 이틀 전에 열리게 되었는지를.

*

“엘리자베스양! 오늘 각성 검사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헌터 협회에서 엘리자베스 양을 위해 라이센스 필기가 있기 이틀 전에 특별히 각성 검사를 시작했는데 그에 하실 말씀은 있으십니까?”

각성 시험이 라이센스 필기 시험 이틀 전에 열린 이유.

그건 다름 아니라 얼마 전 최강의 성녀라는 타이틀을 가지게 된 엘리자베스 때문이었다.

그녀는 가면의 존재에게 도움을 받았고, 그에 따라 라이센스를 얻겠다고 밝혔다.

그런데 그녀는 특성의 진화를 겪었기에 다시 각성을 받아야만 했고, 헌터 협회가 그녀의 편의를 봐준 것이었다.

자신에게 쏟아지는 질문 세례에 그녀는 대충 고맙다는 말과 함께 각성 검사를 실시하는 체육관 안으로 들어갔다.

사실 말이 체육관이 그 안은 어마어마한 크기와 예비 헌터들을 측정하기 위한 시설들로 가득했다.

“우와....엄청 크다.”

“나도 헌터가 될 수 있겠지?”

그녀가 들어오기 전부터 체육관 안은 예비 헌터 지망생들로 가득했다.

그런 틈바구니 속으로 엘리자베스가 걸어들어오자 사람들의 선망이 담긴 시선을 그녀를 바라보았다.

“와....엘리자베스 할론이다....”

“진짜 예쁘다....이번에 특성 진화도 했다며? 다 가졌네.”

부러운 섞인 시선에도 엘리자베스는 아무렇지 않게 자신의 자리로 가 접수를 마치고 대기했다.

바로 그때, 다시 한번 주위가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뭐야, 하늘이 버린 재능도 왔어?”

“라이센스 박탈 당했다고 들었는데 다시 따려고 온 건가?”

“상태창도 없는데 어떻게 각성 검사를 받아. 말이 되는 소리를 해라.”

소란은 비슷했지만 이유는 달랐다.

하나는 선망이고 하나는 떨떠름, 비웃음 등으로 인한 소란이었으니까.

하지만 소란과 함께 나타난 강혁의 존재를 보는 순간 엘리자베스의 눈이 반짝였다.

‘저 사람이 아버지가 말씀하셨던....’

그녀는 강남 폐쇄형 던전 사건 이후, 자신의 아버지 루터 할론에게 물었었다.

가면의 존재가 했던 말들이 사실인지 확인받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그녀는 가면의 존재가 했던 모든 말이 사실이라는 걸 자신의 아버지에게서 들을 수 있었다.

-그런데 그건 어디서 들은 거냐? 네가 나랑 동시대에 활동했던 녀석과 만난 거냐? 아, 그러고 보니 한국에 강혁이 녀석이 있었군. 설마 걔와 만난 게냐? 혹시 만났다면 잘 위로해주거라. 마음도 착하고 의지도 있지만 각성을 못 했을 뿐이니까.

가면의 존재에 대한 건 한마디도 하지 않았지만 아버지의 말에 그녀는 강혁을 의심 중이었다.

‘....각성을 못 했다는 게 가장 걸렸는데 각성 검사에도 나왔다는 거면 얼마 전에 각성을 했을 수도 있어. 만약 정말 그렇다면 저분께서....?’

마지막 수수께끼였던 각성 문제 또한 오늘로서 해결 되었으니 그녀의 머릿속에서 강혁 = 가면의 존재라는 공식이 성립하기 시작했다.

실제로도 맞긴 했으나 지금의 그녀가 확신하기엔 무리가 있었다.

‘....막 각성한 헌터가 S급 헌터급 신위를 보여준다는 건 말도 안 되지.’

이유는 간단했다.

얼마 전에 각성한 헌터가 변종 몬스터들을 상대로 학살을 벌일 수 있으며 보스 몬스터마저 홀로 사냥할 수 있을 리가 없었으니까.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한 줄기 의심의 끈을 놓지 않았다.

물론 그 의심은 나쁜 의미의 의심은 아니었다.

‘만약 당신 가면의 존재가 맞다면....은혜를 갚기 위해서 무엇이든 하겠어요.’

그녀의 올곧은 마음은 은혜를 받기만 할 줄 몰랐기 때문이다.

그런 생각과 함께 그녀는 남들의 비웃음 담긴 시선에도 무덤덤하게 신청서를 작성하는 강혁을 바라보았다.

*

‘왜 오늘 각성 검사가 있나 했더니 루터 아재의 딸내미 때문이었나.’

-얼마 전에 내 던전에 들어왔던 기분 나쁜 계집애로군.

‘말 함부로 하지 마라.’

-....쳇.

머릿속에서 들려오는 분노의 혀 차는 소리를 들으며 원서 작성을 마친 강혁은 대기석에 걸터앉았다.

각성 검사는 꽤 오래 걸린다.

근력, 체력, 민첩, 지력 등.

4대 스탯들의 검사를 실시 하는데 그게 사람이 많다 보니 시간이 꽤 지체되는 감이 있다.

결국 기다림의 싸움이라는 얘기.

거기다가 체력이 소진되면 다른 검사를 하는데 이상을 줄 수 있기에 충분한 휴식도 필요했다.

즉, 안 그래도 긴 검사 시간이 휴식 시간 때문에 더 미뤄진다는 얘기.

그나마 다행인 점은 오늘은 본래 정해진 정기 검사가 아니기에 검사에 응한 사람이 별로 없다는 점이었다.

이런 강혁의 생각을 뒤로한 채, 각성 검사는 시작되었다.

*

“엘리자베스 할론, 근력 C!”

“와....성녀인데 뭔 힘이 저렇게 쌔?”

“부럽다....”

마나와 같은 자원 스탯이 아닌 4대 스탯이지만 어쨌든 C는 C.

사람들은 근력 스탯이 50을 넘어선 엘리자베스를 바라보며 부러움 섞인 시선을 내비쳤다.

그리고 그 부러움 섞인 시선은 이어진 강혁의 검사에서 비웃음으로 바뀌었다.

“이강혁, 근력 D!”

“풉, 각성은 하긴 한 것 같은데 너무 초라하진 않아?”

“그러게, 옆에 성녀랑 너무 비교 된다.”

D.

그리 낮은 수치는 아니다.

유망주들의 등급이 C라는 걸 가정하면 강혁은 언제든 유망주 위치에 오를 수 있다는 얘기.

다만 강혁의 10년 노력을 모르는 이는 아무도 없다.

10년을 노력해서 D로 시작하다니.

강혁을 바라보는 이들의 시선에 비웃음이 걸리는 것도 당연했다.

오죽하면 강혁을 검사하던 감독관마저 측은한 얼굴로 강혁을 바라봤겠는가?

하지만 강혁은 근력 검사를 마치고 찌뿌둥한 몸을 풀기 바빴다.

‘스탯은 얼마든지 올릴 수 있다.’

올 마스터의 재능을 얻고 난 뒤, 강혁은 자신의 스탯 성장에 한계란 없다는 걸 깨달았다.

누군가 가르쳐 준 것은 아니었다.

그저 자연스레 알게 됐을 뿐.

강혁의 저점은 낮았지만 반대로 고점은 어마어마하게 높은 셈.

굳이 지금부터 걱정하고 남의 시선에 기 죽을 필요는 없다는 얘기.

‘어차피 중요한 건 재능이고, 특성이다.’

스탯은 부차적인 것.

특성 > 재능 > 스탯 순인 만큼 강혁은 딱히 걱정되진 않았다.

각성 검사에서 총합 D에서 C 정도만 받아도 필기와 실기를 거치면 강혁은 B에서 A는 확정으로 받을 테니까.

근력 검사 이후에도 검사는 계속해서 이어졌다.

“엘리자베스 할론, 체력 D!”

“엘리자베스 할론, 민첩 C!”

“엘리자베스 할론, 지력 B!”

평균 C에 달하는 유망주의 화려한 면면을 보여주며 엘리자베스는 예비 헌터들의 관심을 받았고.

반대로 강혁은.

“이강혁, 체력 D!”

“이강혁, 민첩 D!”

“이강혁, 지력 D!”

올 마스터답게 올 D를 받는 쾌거(?)를 거두었다.

그에 따라 사람들의 입가에 걸린 비웃음은 더욱 커졌다.

“진짜 하늘이 버리긴 했나보다. 어떻게 올 D가 나오지?”

“야, 내가 10년 했으면 적어도 C는 나오겠다.”

강혁보다 낮은 등급을 받은 이들마저도 강혁을 비웃는 기이한 현상.

그들은 자신이 강혁보다 낫다며 자기 위로를 하고 있는 셈이었다.

-내가 10년 동안 헌터 일하면 저것보단 잘 나오겠지~

하는 생각인 것.

비웃음과 경멸로 가득찬 체육관에서 유일하게 강혁에게 그런 시선을 보내지 않는 건 엘리자베스가 유일했다.

길고 길었던 각성 검사 끝나고 마지막 남은 검사이자 가장 중요한 검사가 지망생들을 기다렸다.

“자원 검사 시작하겠습니다!”

자원 검사.

마나, 신성력, 마기.

이 세 개의 기운의 양을 평가하는 일이었다.

당연하게도 가장 중요한 일기도 했다.

4대 스탯이 좀 낮다고 할지라도 자원 검사에서 고득점을 할 수 있다면 그는 성공한 셈이었으니까.

하나둘 번호에 맞춰 검사를 시작하고 사람들의 희비가 갈렸다.

“최태진, 마나 D!”

“좋았어!”

“하효신, 마나 E!”

“....하아, 망했네.”

“우지호, 마나 F!”

“한강 온도가 몇 도더라?”

이미 자신의 상태창을 통해서 자신의 스탯을 알고 있는 이들마저도 혹시나? 하는 마음을 버리지 못하던 이들이 좌절하기 시작했다.

하나둘 사람들이 걸러지기 시작하고 메인 디쉬가 등장했다.

파아앗!

“오....역시, 성녀. 처음으로 신성력이네.”

3대 자원인 마나, 신성력, 마기 중에서 대부분은 마나 자원을 사용한다.

그 중에서 특별한 소수만이 신성력과 마기를 다루고.

물론 마나, 신성력, 마기 등.

두 가지의 기운을 다루는 이들도 있었지만 그리 많진 않았다.

다만 더블 에너지(Double Energy)를 다루는 이들은 한 단계 높은 평가를 받는 만큼 귀한 대접을 받았다.

그리고 오늘 긴급 각성 검사를 받으러 온 이들 중 최초로 성녀인 엘리자베스가 신성력 평가를 받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녀의 평가가 끝났고, 사람들은 놀람을 감추지 못했다.

“엘리자베스 할론, 신성력 A!”

“....실화냐?”

A급.

그녀의 신성력이 A급이라는 말이 감독관의 입에서 나오고 사람들은 허탈함을 감추지 못했다.

제아무리 성녀라고 할지라도 조금은 낮은 B를 예상한 이들이 많았던 것.

하지만 시작부터 유망주 중 최고라고 할 수 있는 A급을 받아버렸으니 C를 받고 좋아하던 이들마저도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었다.

“이강혁! 이강혁을 보자!”

“그래, 내 잃어버린 자존감을 돌려줘!”

결국 사람들은 자신보다 못난 인간을 찾기 시작했고, 그건 다름 아니라 강혁이었다.

사람들의 응원(?)과 함께 자원 검사를 시작한 감독관은 살짝 놀란 얼굴로 강혁의 등급을 말해주었다.

“이강혁, 마나 C!”

“....쳇, 마나 하나는 좀 높네.”

다만 강혁은 그들의 기대(?)와는 달리 C라는 꽤 준수한 성적을 받았다.

마나 스탯은 다른 스탯보다 한 단계 위의 평가를 받는 만큼 앞선 초라한(?) 성적을 커버하기에 충분했으니까.

그 사실에 사람들이 툴툴거리고 감독관은 축하한다며 강혁의 어깨를 두드려줄 때였다.

“감독관님.”

“음? 무슨 일인가?”

“검사를 더 받고 싶습니다.”

“....? 검사? 무슨 검사? 이미 모든 검사는 끝났다만.”

4대 스탯 검사 이후 자원 검사까지가 각성 검사의 끝.

이미 모든 검사가 끝났는데 뭔 검사란 말인가?

감독관은 물론 강혁은 구경하던 사람들마저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을 때, 강혁은 검사받을 준비를 시작했다.

파아아앗! 푸화아악!

방금 엘리자베스가 보여준 것보단 약하지만 환하게 빛나는 신성력과 그에 대비되는 마기가 강혁의 어깨에서 뿜어져 나온 것이다.

마치 천사와 악마의 날개와 같은 모습.

그걸 본 순간 사람들은 너무 놀라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강혁을 멍하니 쳐다보았고, 그런 이들의 시선 따윈 아랑곳하지 않으며 강혁이 말했다.

“아직 신성력이랑 마기 검사를 안 했습니다.”

“트리플 에너지!”

신성력과 마기의 검사를 받고 싶다는 말에 지망생 중 누군가가 트리플 에너지! 라는 감탄을 내뱉었고.

그와 동시에 여태까지 강혁을 헐뜯고 비난하던 이들의 얼굴에 그늘이 지기 시작했다.

물론 그들과는 별개로 엘리자베스의 얼굴은 환해졌다.

‘역시....역시 당신이 가면의 존재인가요?’

남들의 시선은 무심하다는 듯이 쳐다보던 그녀의 두 눈이 강혁을 바라볼 때만큼은 밤하늘의 별처럼 반짝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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