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혼자 올 마스터 #5
스걱-
‘....이거 좀 쎈데?’
코볼트와 고블린과 대면하게 된 강혁은 녀석들을 베어내면서 식은땀을 흘렸다.
그가 아는 코볼트와 고블린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강했기 때문이다.
개개인의 강함이 대략 최소 E급이었다.
더군다나 무리를 지은 만큼 이들의 등급은 D~C 정도.
이제 막 각성한 예비 헌터 따위가 잡을 만한 성질의 강함과 수가 아니었다.
처음 화살을 쏠 때만 해도 픽픽 쓰러지기에 해볼만하다고 생각한 것과는 정반대의 결과인 셈.
하지만 강혁은 두려워하지 않았다.
흉포하고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광전사 같은 몬스터들이지만 침착하게 그들을 베고 방어하며 자신의 특성을 상기했다.
‘한계 돌파....그거라면 해볼만 하다.’
한계 돌파.
던전에 들어오자마자 특성의 정보를 확인했던 강혁은 특성을 사용한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음을 확신했다.
[한계돌파]
재능 하나를 한 단계 강화시킵니다.
* 상급 재능은 아직 불가능합니다.
지속 시간 : 10분.
재사용 대기 시간 : 24시간.
간단한 설명이지만 그 능력 자체는 간단하지 않았다.
‘저거라면 하급의 재능을 중급으로, 중급의 재능을 상급의 재능으로 초월할 수 있다.’
이미 앞선 궁술과 검술을 통해 하급의 재능이 일반 헌터들의 재능보다 못 미친다는 걸 파악했다.
만약 궁술 재능을 가진 헌터가 여기서 활을 쐈다면 화살대가 절반만 남는 것이 아니라 모조리 틀어박혔을 테니까.
검술 재능도 비슷했다.
하지만 중급이라면 다를 터.
‘중급 정도면 일반 헌터들의 재능과 비슷하거나 동급일 거야. 그리고 상급은....헌터들의 재능보다 한 단계 위. 어떤 재능을 초월해야 하지?’
아쉽게도 상급에 달한 재능은 불가능하다고 되어있었기에 나는 아쉬움을 금치 못했다.
강혁이 가진 상급 재능은 딱 하나.
전투 감각 뿐이었다.
그런데 몬스터들과 싸우면서 강혁은 이 전투 감각이 얼마나 사기적인지 몸소 느꼈다.
‘놈들이 어떻게 움직일지가 눈에 보인다고 해야 하나? 아무튼 이걸 초월했으면 훨씬 수월했을 것 같은데.’
마치 미래를 보는 듯한 기분이었다.
그것도 1~2초 뒤에 미래를 말이다.
뭐, 아쉽게도 상급 재능의 한계 초월은 불가능했다.
결국 선택지는 두 개였다.
‘몬스터 지식과 검술 재능 둘 중에 하나를 골라야 한다.’
몬스터 지식 같은 경우에는 전투 도중에도 계속해서 코볼트와 고블린에 대한 정보들을 내게 전달해주고 있었다.
종족의 특징, 약점, 서식지 등등.
지금 상황에선 쓸모 없는 것도 있었고, 전투에 크게 도움이 되는 것들도 많았다.
이 재능이 상급으로 오른다면 분명 도움이 될 것은 분명했다.
하지만 강혁의 선택은 검술이었다.
“검술 재능을 초월하겠다.”
[특성 : 한계 초월을 사용하셨습니다.]
[특성의 사용으로 하급 검술 [LV.7]이 중급 검술 [LV.1]로 초월하였습니다.]
[지속 시간은 10분입니다.]
[10분이 지나고 난 뒤, 무리한 재능 사용으로 인해 검술 재능을 사용할 수 없습니다.]
설명창에는 없던 패널티가 있었지만 강혁은 개의치 않았다.
“....이게 중급 검술 재능. 장난 아니군. 검술 계열 헌터들은 이런 기분을 매일 느꼈던 건가?”
중급에 다다른 검술 재능.
레벨은 고작 1이지만 하급 검술 7레벨 따위와는 비교도 되지 않았다.
마치 검과 자신이 하나가 된 듯한 기분.
그런 묘한 기분과 함께 강혁이 검을 휘둘렀다.
스거거걱-
-키에에엑!
“....! 이건 좀 놀라운데.”
하급 검술일 때까지만 해도 최소 두 번, 많으면 세네 번까지도 공격해야 죽던 몬스터들이 일격에 반으로 양단 되었다.
별로 힘을 들이지 않았음에도 손쉽게 죽어버리는 몬스터들의 모습에 강혁 본인이 놀랄 정도.
하지만 강혁과는 달리 동료가 반으로 갈라져서 죽었음에도 코볼트와 고블린은 개의치 않고 강혁에게 달려들었다.
죽음에 대한 두려움 따위가 없는 그들에게 죽음은 발을 묶을 수 있는 족쇄가 아니었으니까.
광전사와도 같은 몬스터들의 흉포함을 코앞에서 느끼며 강혁은....
“사냥 시작이다.”
가면 속에서 미소를 지었다.
10년 동안 변변찮은 사냥 한 번 해보지 못한 그의 울분이 바로 지금 풀어지는 순간이었다.
*
“아....”
버스 앞에 도달한 엘리자베스는 눈앞의 광경을 바라보며 감탄을 내뱉었다.
코볼트를 베는 그의 손길은 유려했으며 고블린의 목을 날려버리는 그의 검술은 우아했다.
마치 자신을 유혹이라도 하듯이 아름다운 그 모습에 한 눈을 팔던 그녀는 퍼뜩 정신을 차렸다.
“이럴 시간이 없어. 일단 도와야 돼.”
아무리 눈앞의 헌터가 더블 탤런트의 거물이라고 하더라도 이곳의 몬스터는 뭔가 이상했다.
두려움도 모르고 힘은 더욱 강했다.
그런 몬스터들이 수십에 달했으니 아무리 더블 탤런트라도 위험할 거라는 생각에 그녀가 허겁지겁 버스 위로 올라갈 때였다.
-키에에엑!
“꺄아아악!”
헌터의 강화된 신체로 버스를 오르는 그녀의 눈앞에 코볼트 한 마리가 얼굴을 들이밀었다.
두 눈은 시뻘겋고 입에서 침이 질질 흐르는 괴상망측한 모습에 그녀가 새된 비명을 내지를 때였다.
스걱-
“조심하지? 몬스터들은 봐주는 거라곤 없으니까.”
“....감사합니다.”
그녀를 향해 더러운 아가리를 쩍 벌리던 코볼트의 머리가 허공을 날았다.
가면의 사내의 도움으로 위기를 모면한 엘리자베스는 그가 내민 손을 붙잡고 버스 위로 올라왔다.
그리곤 놀람을 금치 못했다.
“....혼자서 이 만큼이나?”
“슬슬 빡셌는데 마침 잘 왔네. 도와주려고 온 거지?”
사내를 쫓아 버스에 오른 몬스터들 중에서 절반 가까이 되는 이들이 죽어있었으니 놀라는 것도 당연했다.
그것도 잠시 사내의 말에 그녀는 움찔하며 몸을 떨었다.
이 정도의 강함을 지닌 사내에게 자신이 도움이 될까? 하는 생각 때문이었다.
“제가 도울 수 있을까요? 폐만 끼치는 게 아닌지....”
“아, 성녀였지. 그럼 버프라도 걸어줘. 최대한 빨리 끝내볼게.”
약한 모습을 보이는 그녀의 모습에 사내는 그제야 그녀가 성녀라는 걸 깨닫곤 참전보단 버프를 권했다.
자연스러운 그의 모습에 그녀가 이를 앙 다물면서 고개를 내저었다.
좀 전의 모습에 두려움을 느꼈지만 그녀는 이제 평범한 성녀가 아니었다.
“....특성이 진화를 했어요. 전투 관련 재능도 얻었으니 저도 도움이 될 수 있을 거에요.”
“....네가 그렇다면야. 그럼 좀만 부탁할게. 슬슬 한계거든.”
한계라는 말에 엘리자베스는 고개를 갸웃거렸지만 이내 결연한 표정을 쥐며 두 주먹을 말아쥐었다.
좀 전의 추태를 지우기라도 하듯이 그녀의 주먹에 신성력이 맺히기 시작했다.
하지만 각오와는 별개로 두려움에 몸이 뻣뻣하게 굳는 것만큼은 막을 수 없었다.
바로 그때였다.
툭툭-
“첫 전투지?”
“....네.”
“루터 아재....아니, 루터 할론도 처음에는 너랑 똑같았어.”
“....네?”
최강의 10인이자 최강의 성기사인 자신의 아버지가 겁쟁이인 자신과 똑같았다니?
믿을 수 없는 말에 그녀가 분노조차 토해내지 못하고 멍하니 가면의 사내를 바라볼 때, 가면의 사내는 웃음기 맺힌 목소리로 그녀를 응원해주었다.
“천하의 루터 할론도 너와 같은 모습이 있었지. 그런데 지금의 그를 보며 누가 그를 겁쟁이라고 욕할 수 있을까. 너 또한 그렇게 될 수 있다. 그러니 자신감을 가져.”
“....네!”
검은 뿔 가면에 가려져 얼굴은 보이지 않지만 그의 말에서 엘리자베스는 따스함을 느낄 수 있었다.
어떻게 그가 자신의 아버지의 과거를 알고 있는지 궁금했지만 그녀는 그걸 되묻지 않았다.
격려가 끝나고 기운이 빠진 건지 버스 천장에 털썩 주저앉는 그를 뒤로한 채로 엘리자베스가 사내의 사냥을 이어받았다.
마치 그녀의 특성처럼 예전 최강의 성녀라고 불리던 잔다르크와도 같은 용맹한 모습이었다.
*
[한계 초월이 종료되었습니다.]
[1시간 동안 검술 재능을 사용할 수 없습니다.]
[재능 : 검술의 레벨이 2단계 올랐습니다.]
[재능 : 궁술의 레벨이 1단계 올랐습니다.]
‘후우, 아슬아슬했네.’
엘리자베스가 버스 위로 올라왔을 때까지 8분.
딱 2분이 남은 시점이었다.
만약 그녀가 버프를 걸어주었다면 남은 2분 안에 나머지 몬스터를 쓸어버릴 수도 있었지만 강혁은 그러지 않았다.
‘꼬꼬마 아가씨에게도 경험은 필요하겠지.’
첫 전투라 몸이 살짝 굳은 것도 모두 풀어진 마당.
굳이 직접 움직여가며 전투를 속행할 이유를 찾지 못한 것이었다.
한계 초월이 끝나고 검만 쥐면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마저 사라진 강혁에게 메시지창이 떠올랐다.
[성녀와 관련된 특성을 발견했습니다.]
[특성 : 성녀를 획득했습니다!]
[오류! 성녀는 여성만 획득할 수 있는 특성입니다.]
[특성 : 성녀가 특성 : 성자로 변경됩니다.]
‘....뭐, 뭐야?’
특성.
전 세계를 뒤져도 하나라도 얻은 사람을 찾기가 힘들다는 특성.
그 특성을 하루 만에 두 개나 얻게 된 강혁의 두 눈에 놀람이 맴돌았다.
과연 모든 걸 마스터 했다는 올 마스터다운 위용이라는 생각을 하며 강혁은 성자 특성을 확인했다.
[성자]
(패시브 특성)
신성력 스탯이 개방됩니다.
신성력 스탯을 100 얻습니다.
주변에서 찬양 및 따르는 이들이 있을 경우 추가 신성력과 신성력 회복 속도가 증가합니다.
‘....말도 안 되는구만.’
고작해야 전투하는 모습만을 봤을 뿐인데 상대방의 특성 등을 얻다니 참으로 말도 안 되는 재능이라고 생각하며 강혁은 고개를 내저었다.
하지만 전투로 인해서 피곤해진 그의 입가에 맺힌 미소만큼은 무척이나 짙었다.
그리고 강혁이 성자 특성을 살피며 기뻐하고 있을 때, 엘리자베스는 몬스터들의 머리통을 수박처럼 터뜨리며 날뛰고 있었다.
‘....루터 아재랑 똑닮았네.’
초창기 성직자의 재능을 가졌던 그가 성기사의 재능으로 진화하고나서 그는 미친 황소가 되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코흘리개였던 그의 딸이 이제는 그와 똑닮은 모습으로 몬스터들을 사냥하고 있었다.
겁에 질렸던 좀 전의 모습 따윈 남아 있지 않았다.
얼마나 지났을까?
두 주먹에 코볼트와 고블린의 초록색 피를 잔뜩 묻힌 그녀가 강혁에게로 다가왔다.
첫 전투였지만 전투를 마친 그녀의 얼굴은 오히려 전투를 하기 전보다 밝았다.
“전부 처리했어요.”
“그래, 그럼 이제 끝인가 보군.”
혹시라도 그녀가 나중에 자신을 알아보지 못하게 목소리 변조까지 해가며 대답한 강혁이 던전 클리어를 기다릴 때였다.
띠링-
‘....? 뭐야, 또 특성인가? 아니, 이번엔 얻을 사람도 없는데?’
성자 특성을 얻을 때와 같은 메시지창 소리에 강혁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하지만 이어서 나타난 메시지창을 확인한 강혁의 얼굴에 놀람이 번져나갔다.
[던전의 주인, ‘분노’가 당신을 바라봅니다.]
[‘분노’가 당신이 자신을 찾으러 오길 기다립니다.]
[던전의 주인이 당신의 던전 클리어를 허락하지 않습니다.]
[클리어 조건이 생성됩니다.]
[분노의 던전]
클리어 조건 : 던전의 주인을 만나고 그의 인정을 받을 것.
* 당신이 잘 찾아올 수 있도록 안내가 준비되어 있습니다.
* 혼자서 만나야 합니다.
클리어 실패 시 : 전원 사망.
‘....뭐 이딴 미친놈이 다 있지?’
성자 특성을 얻었다는 기쁨도 잠시 보스 몬스터와 1대1 면담(?)을 하게 된 강혁의 얼굴이 와락 일그러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