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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혼자 올 마스터-3화 (4/178)

나 혼자 올 마스터 #3

쾅!

무언가 부딪치는 소리와 함께 강혁이 탄 버스가 크게 흔들렸다.

하지만 이미 던전 발생을 예상했을 때부터 강혁은 주변을 단단히 붙잡고 있었기에 충격은 없었다.

물론 모든 이들이 멀쩡한 건 아니었다.

“으으....머리가....”

“아아악! 다리! 내 다리!”

“흐으윽....눈....눈이 안 보여요....”

충격에 머리를 박고 피를 철철 흘리는 이.

다리가 부러졌는지 기형적으로 뒤틀린 다리를 붙잡고 고통을 호소하는 이.

창문이 깨지며 비산한 유리 파편에 눈을 다친 이.

여러 종류의 고통을 호소하는 사람들의 틈바구니 속에서 강혁은 침착하게 현 상황을 파악했다.

‘던전의 종류는....빌어먹게도 폐쇄형이군.’

세상이 바뀌고 나타난 던전과 몬스터.

당연하게도 가장 중요한 건 던전이었다.

몬스터는 던전에서 빠져나온 부산물에 불과했으니까.

즉, 던전만 제때제때 클리어하면 어지간해서 몬스터가 현실로 나올 일은 없다.

그렇지만 언제나 예외는 있는 법.

지금 강혁이 갇힌 던전과 같은 경우 때문에 던전이 클리어 되지 못하고 몬스터들을 지구로 쏟아내는 것이다.

폐쇄형 던전.

보통의 던전은 입구가 생기고 제한 시간 안에 그 던전을 클리어하는 형식이다.

거의 8할에서 9할 가까이 되는 던전이 그런 방식이다.

그리고 1할에서 2할 정도 되는 확률로 지금과 같은 특수 던전이 나타난다.

그중에서도 폐쇄형 던전은 참으로 엿 같다는 평가를 받는 던전이다.

이유는 간단했다.

‘이 안에 처음 들어온 인원으로 던전을 클리어해야 한다.’

언제나 입구가 열려 있고, 언제든지 바깥과 안을 오가며 공략을 진행하는 일반 던전과는 달리 폐쇄형 던전은 처음 집어삼킨 인원으로 공략을 해야했다.

그들이 일반인이든 헌터든 그건 중요하지 않았다.

그냥 못 깨면 다 죽고 던전은 터지고 주변은 개박살나겠지.

물론 바깥의 걱정을 하진 않았다.

‘명색이 강남인데 피해가 있을 리가 없지.’

비싼 땅값을 자랑하는 강남.

당연히 대부분 거대 길드들은 강남에 똬리를 틀었다.

즉, 거대 길드의 앞마당에서 벌어지는 일인 만큼 적어도 던전을 클리어하지 못한다고 할 지라도 바깥은 별 문제 없을 터.

중요한 건 바로 지금이었다.

‘사람들을 모아야 하나? 흠....고민 되는데.’

지금 당장 강혁이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았다.

강남인 만큼 헌터들도 섞여 들어왔을 거란 기대감이 있긴 했지만 그건 도박수에 가깝다.

그리고 그가 이 많은 인원을 모조리 지켜준다?

솔직히 기대하기 어려운 일.

결국 자신의 몸은 자신이 지켜야 하는 법.

다행히 강혁은 던전에 들어오기 전 각성을 했다.

‘그것도 올 마스터라는 세상에서 가장 뛰어난 재능을. 뭐, 여기서 죽으면 말짱 도루묵이지만.’

10년 동안 바라마지 않던 일이었고, 그 행운을 쥐자마자 죽게 생겼지만 강혁은 희한하게도 걱정이 되지 않았다.

‘왠지 죽을 것 같지가 않다.’

사람이 두려움을 느끼는 이유가 무엇인가?

죽음.

영원한 안식을 두려워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죽을 거라는 생각이 들지 않으니 두렵지 않을 수밖에.

다른 이들이 고통에 몸부리 치고 두려움에 몸을 떨 때, 강혁은 던전을 확인했다.

헌터만의 특권이라고 할 수 있는 일이었고, 이내 강혁의 눈앞에 던전의 정보가 떠올랐다.

[분노의 던전]

“....? 이게 끝이라고?”

던전의 정보.

이건 헌터들이 던전을 공략할 때, 가장 중요시하는 것이다.

던전의 이름이나 정보를 통해서 나타날 몬스터들을 추측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근데 강혁의 눈앞에 나타난 건 이름이 끝이었다.

즉, 정보가 무척이나 한정되었다는 의미.

그걸 깨닫자 강혁은 식은땀을 삐질삐질 흘렸다.

‘....X됐다.’

무언가가 잘못 되어가고 있음을 느낄 때, 비명소리가 울려퍼졌다.

“꺄아아악!”

여성의 날카로운 비명 소리와 함께 들려오는 또 다른 소리에 강혁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키에에엑!

-케르르륵!

“....코볼트와 고블린인가.”

던전하면 몬스터. 몬스터하면 던전이라는 말이 있듯이 몬스터가 등장하는 건 당연한 수순이었다.

그리고 몬스터들은 모두 인간을 증오하며 모조리 죽이려는 습성을 지니고 있다.

즉, 누군가 몬스터에게 공격을 당하고 있다는 얘기였고.

그걸 깨닫는 순간 강혁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물론 곧바로 뛰어나가는 우를 범하지 않았다.

현재 강혁은 막 각성한 새내기에 불과했다.

재능 하나 만큼은 세계 제일이라지만 그것도 미래의 일.

어떤 몬스터인지도 모르는데 곧바로 나가는 건 멍청한 일이다.

결국 다시 자리에 주저앉은 강혁은 빠르게 자신의 박스를 뒤적거리기 시작했다.

“일단 착용하고 보자. 얼굴을 가릴 것과 무구들 위주로.”

부상자는 물론 다치지 않은 이들마저 바깥에 있는 한 명의 헌터에게로 쏠렸기에 버스 안은 한산했다.

덕분에 강혁은 그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빠르게 박스를 뒤졌다.

‘누군진 모르겠지만 시간 좀 끌어달라고.’

적어도 강남 주변에서 휘말린 헌터인 만큼 고블린과 코볼트 따위에게 몇 분도 버티지 못하지 않을거란 생각과 함께.

*

-키에에엑!

“....별로 상황이 좋진 않네요.”

텅!

-케르륵....

-켁켁!

-케르르....

순백의 법복을 차려입고 있는 금발의 미녀의 눈살이 살짝 찌푸려졌다.

상황이 너무나도 좋지 않았기에 저절로 찡그려진 것이었다.

하지만 그걸 티를 내기엔 그녀 뒤에 모여 있는 사람들이 너무 많았다.

“서....성녀님 저희가 살 수 있을까요?”

“걱정마세요. 분명 버티면 저흴 도와줄 사람들이 올 겁니다.”

“휴우....다행이다....”

겁에 질린 한 사람의 질문에 성녀라고 불린 미녀는 힘겹게 미소를 지으며 그를 독려했다.

그녀의 말에 우윳빛 방어막 안에서 성녀의 뒤에 숨어 있던 사람들이 안도의 한숨을 내뱉었다.

성녀.

현존하는 새내기 중에서 가장 이름 높은 이들 중 한 명이자 최강의 10인 중 한 명인 성기사 루터 할론의 딸이다.

그녀의 이름은 엘리자베스 할론.

한국에서 라이센스를 따고 길드 생활을 하기 위해서 한국에 방문해 있던 그녀의 안색은 창백했다.

다른 이들을 안심시키기 위해서 구조대가 올 거라곤 했지만 그녀는 구조대가 오지 않을 걸 알았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자면 ‘못’ 올 걸 알았다.

‘폐쇄형 던전....’

폐쇄형 던전은 그 누구도 들어올 수 없다.

그렇기에 폐쇄형이라고 불리고 많은 일반인들의 지옥이라고 불리는 법.

다만 일반인들은 폐쇄형 던전에 대해선 잘 모른다.

헌터는 물론이고 관련 업계 종사자들이 쉬쉬하기도 하고 폐쇄형 던전에 갇힌 일반인들은 대부분 죽기 때문이다.

이유는 간단했다.

바깥에서의 지원도 없이 일반인들이 몬스터를 잡는다?

말도 안 된다.

하다 못해서 F급이나 E급 헌터들이나 잡는 몬스터라고 할 지라도 일반인 수십을 학살할 수 있다.

그런데 그런 몬스터 수십 마리를 일반인들끼리 잡는다?

‘절대로 불가능 해. 그리고 나도 마찬가지지만....’

성녀라는 어마어마한 별명을 가지고 있지만 그녀는 자기 주제를 잘 알았다.

성기사처럼 전투에서도 유별난 강함을 보이는 것이 아니라 보조할 때 그 진가가 발휘되는 성직자가 바로 그녀다.

하지만 지금 폐쇄형 던전에 보이는 거라곤 일반인들뿐.

그녀가 보기에 이미 던전에 휘말린 모든 인원이 그녀 곁에 있었다.

그리고 헌터는 단 한 명도 보이지 않는다.

꽈아악....

‘죽는 건가?’

죽음.

그 단어를 생각하자 등 뒤에 식은땀이 흐르고 입술을 깨물며 그녀는 자신의 보호막을 두들기는 몬스터들을 노려봤다.

‘코볼트랑 고블린. 평범한 몬스터지만 나는 못 잡아.’

F~E 정도.

무리가 많다면 D 정도를 받는 몬스터.

만약 그녀가 쭉쭉 성장한다면 다른 헌터의 도움 따위 필요 없이 홀로 잡을 수 있겠지만 지금은 아니다.

물론 몬스터의 공격을 허용하지 않는 보호막은 물론 신체 능력을 올려주는 버프가 남았지만 쓸 곳이 마땅찮았다.

일반인에게 버프를 쓴다?

그럴 바에야 차라리 자기자신에게 버프를 두르고 몬스터를 공격하는 게 맞으리라.

그렇지만 그녀는 그러지 못했다.

‘....무서워. 역시 난 아직 약한 건가.’

두려웠다.

최강의 10인을 아버지로 두고 그 재능을 이어 받아 성녀라는 과분한 칭호마저 얻었다.

거기에 막대한 신성력까지 가지고 시작한 그녀의 예상 등급은 B에서 A.

가히 최상급 재능을 지녔다고 볼 수 있었다.

남들이 보았다면 금수저라고 칭송했겠지만 그녀에겐 아니었다.

직접 싸울 힘 따위 없는 보조 직업군.

그 사실이 그녀는 마음에 들지 않았다.

하다 못해서 자신의 아버지처럼 성기사 쪽으로 갈 수 있었다면 좋았겠지만 아쉽게도 그건 불가능했다.

‘내 특성이 이렇게 싫었던 건 처음인 것 같은데. 너무 무력해....’

그녀의 특성은 ‘성녀’였다.

세간에 알려진 칭호와 똑같은 그 특성은 그녀에게 막대한 신성력을 주었지만 그 대가로 전투 재능을 앗아갔다.

물론 재능이 없어도 신성력을 사용한 버프를 두른다면 어느 정도의 전투는 되겠지만 전투 직업군과 비교한다면 많이 처진다.

그 사실 뼈에 사무치도록 아쉬운 그녀였다.

하지만 이미 주사위는 던져졌고, 그녀는 자신의 뒤에서 벌벌 떨고 있는 이들을 지킬 의무가 있었다.

“최강의 10인 루터 할론의 딸이자 성녀라는 이름의 무게를 진 엘리자베스 할론은 여러분을 끝까지 지킬 겁니다.”

“오오오....성녀님....!”

성스러움마저 느껴지는 엘리자베스의 말에 사람들은 무릎을 꿇고 눈물을 흘리며 그녀를 찬송했다.

그와 동시에 그녀는 소모한 신성력이 서서히 되돌아오는 걸 느꼈다.

특성 : 성녀의 능력이었다.

남들에게 찬송 받고, 찬양받을 경우 신성력이 복구되는 어마어마한 능력.

이것 말고도 다양한 능력을 지닌 특성 : 성녀는 그야말로 S급 특성이었다.

정작 엘리자베스 본인은 특성이 마음에 들지 않았으니까.

그래도 그녀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이 정도면 조금은 더 버틸 수 있어. 이대로....이대로 던전이 무너질 때까지 버틸 수만 있다면 다들 살릴 수 있을 거야.’

던전을 클리어하는 방법은 다양하다.

그중에서 가장 대표적인 두 가지 방법.

첫 번째는 던전 내에 모든 몬스터를 처치하는 것이고.

두 번째는 던전의 제한 시간까지 버티는 것이다.

물론 후자는 클리어가 아니다.

그저 던전이 개방만 될 뿐 던전이 클리어 되지 않는다.

그렇게 되면 몬스터들이 던전 바깥으로 나가게 된다.

하지만 지금은 찬물 더운물을 가릴 처지가 아니라는 걸 그녀는 알고 있다.

‘어차피 우리가 전부 죽으면 던전은 자동으로 개방된다. 그럴 바에야 최대한 버티고 버텨서 바깥에서 대응할 시간을 주는 게 맞아.’

폐쇄형 던전이 개방되는 경우는 던전 내에 모든 몬스터를 처리하거나 제한 시간 동안 버티는 것이다.

즉, 그녀와 다른 이들이 살아남을 방법은 단 하나.

제한 시간이 다 될 때까지 버티고 버티는 것.

-키에에엑!

-케에엑!

-켁! 케르르륵!

쩍! 쩌적-

“....윽.”

그렇지만 하늘은 그녀의 편이 아닌 듯 했다.

점점 더 늘어나는 몬스터들의 수.

붉게 물든 두 눈에 평소보다 더 흉폭한 모습까지.

흉폭한 것에 더해서 힘마저 강해진 건지 고작해야 코볼트와 고블린 따위의 몬스터들의 주먹질에 엘리자베스의 견고한 보호막에 금이 가게 했다.

점점 버티기가 힘들어지고 신성력이 빠르게 고갈 되어가고 있을 때였다.

핑!

“....화살 소리?”

몇 분 지나지도 않았지만 피로에 찌든 그녀의 귀에 화살이 쏘아지는 소리가 들렸고.

퍽!

그녀의 코앞에서 보호막을 두들겨대던 코볼트의 머리통에 화살이 꽂혔다.

-....케르륵.

머리를 뚫리고도 살아 있을 수 있는 존재는 없듯이 코볼트 또한 마찬가지였다.

좀 전의 흉포함은 거짓이었다는 듯이 스르륵 허물어지는 코볼트의 모습에 엘리자베스는 물론 모든 사람들이 시선이 화살이 날아온 곳으로 향했다.

그리고 그곳에는.

“....가면?”

검은 뿔 가면을 쓴 누군가가 커다란 대궁을 들고 고고하게 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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