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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혼자 올 마스터-2화 (3/178)

나 혼자 올 마스터 #2

“....큭!”

얼마나 멍하니 그 메시지창을 지켜봤을까?

강혁은 발에서부터 퍼지는 고통에 신음을 내뱉었다.

각종 장비들과 서류들로 가득한 박스의 무게는 수십 키로는 가뿐하게 넘는다.

거기다가 강혁의 가슴팍에서부터 떨어진 높이마저 더해지니 순간적인 무게는 100키로에 가까울 정도.

하지만.

“....의외로 안 아프네. 역시 정말 각성을 한 게 맞긴 한가보군.”

처음에야 재능을 각성했다는 그 메시지에 놀라서 아픔을 못 느꼈다곤 하나 지금은 아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강혁의 발을 짓누르는 박스는 변함이 없었고, 강혁은 정신을 차렸으니까.

그런데도 불구하고 고통은커녕 박스의 무게마저 제대로 느껴지지 않는다.

이러한 기이한 일이 가능한 이유는 단 하나.

‘재능을 얻고 신체 능력도 일반인을 초월했다.’

본래 헌터들은 평범한 일반인의 신체를 가지고 있었다.

그런 이들이 재능 한두 개 각성한다고 해서 바위를 쪼개고 일격에 일반인을 죽이는 몬스터들을 사냥할 수 있을까?

절대로 불가능한 일.

그래서일까?

헌터들은 각성을 하며 재능을 얻고, 거기에 추가적으로 신체 능력마저 일반인을 초월하게 된다.

강혁 또한 이번에 재능을 얻게 되면서 신체 능력도 함께 강해진 것.

그 사실에 본래 차가운 인상이던 강혁의 얼굴에 미소가 맺혔다.

평소 강혁을 알던 이들이라면 상상도 못할 일.

“일단 박스부터 집자.”

기쁨도 잠시.

빠르게 곁을 스쳐 지나가는 사람들의 시선을 느낀 강혁은 머쓱한 얼굴로 박스를 집어 들었다.

“....역시 가볍네.”

다시 한번 자신의 생각이 옳았음을 확인한 강혁이 고개를 돌려 철혈의 길드 건물을 바라봤다.

‘....돌아갈까? 나 각성도 했고, 올 마스터라는 어마어마한 재능마저 얻었다. 이제 나는 철혈에 충분히 어울리는 인재이지 않을까?’

10년의 세월을 바친 철혈.

언제나 괄시당하고 모욕만 당하던 생활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이 힘....이 힘만 있다면 나도 최강의 10인에 낄 수 있어.’

최강의 10인.

다른 말로는 태초의 10인이라고도 부르는 말.

물론 격변 시점에서 각성한 수는 10명이 아니었다.

다만 지금보다 훨씬 위험하고 갖춰진 인프라조차 없기에 대부분 죽고 강한 이들만 살아남았을 뿐.

그리고 강혁 또한 가장 처음에 각성을 하고 최강의 10인과 동시대에서 헌터 노릇을 해온 바가 있다.

그래서 더더욱 강함을, 헌터를 갈구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래, 가서 말해보자. 내가 재능을 얻었음을. 그리고 이 재능이 현존하는 그 어떤 재능들보다 대단함을 알게 된다면 김승태 그 빌어먹을 자식도 인정할 수밖에 없겠지.”

생각은 끝났다.

자신의 재능에 대한 가치, 미래의 성장성 등.

모든 걸 따져본 결과 강혁은 세상에 등장한 그 어떤 유망주보다 대단했다.

결정을 내리자마자 박스를 든 채로 철혈의 길드 건물로 되돌아가던 강혁은 제자리에 우뚝 멈춰섰다.

“....근데 내가 굳이 철혈로 돌아가야 할까?”

철혈.

10년의 생활을 투자했지만 돌아온 건 해고라는 차디찬 결과뿐.

그런 곳에 ‘나 각성했으니 다시 받아줘.’라고 꼬리까지 흔들면서 돌아가야 할까? 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강혁의 재능은 어마어마했다.

올 마스터.

말 그대로 모든 재능을 가지고 있다는 의미.

3개? 5개?

비교조차 되지 않는다.

앞으로 시간이 더 지난다면 수십, 수백 개의 재능을 가지게 될 지도 모른다.

최강의 10인?

앞으로 몇 년 안에 모조리 제껴버릴 자신도 있었다.

강혁이 헌터가 되지 못한 전투 재능이 없어서가 아니라 ‘재능’이 없어서였으니까.

그런데 세상 모든 재능이 강혁에게 주어졌다.

이제 강혁에게 남은 건 하나 뿐이었다.

‘최강이 될 수 있다. 최강의 10인 모두를 발아래에 둘 수 있는 최강이.’

수십억 인구 중에서 정점에 오른 10인.

그들 모두를 발아래에 둘 정도로 강해지는 것.

그것이야말로 강혁에게 주어진 목적일 터.

거기까지 생각을 마친 강혁은 돌아가려던 발걸음을 돌려 버스 정류장을 향해 뚜벅뚜벅 걸어갔다.

‘철혈. 언젠간 다시 올 거다. 다만 그때는 신이 버린 재능의 이강혁이 아니라 올 마스터 이강혁으로서 오겠지.’

자신을 내친 이들을 향한 말 한마디를 남긴 채로 강혁은 모습을 감추었다.

*

삑-

[성인입니다.]

교통카드 단말기에서 들려온 기계음을 들으며 구석진 자리로 이동한 강혁은 박스를 대충 바닥에 내려놨다.

그리고.

‘상태창.’

재능을 각성하고 난 뒤, 처음으로 상태창을 열어보았다.

헌터라면 누구나 있는 상태창.

물론 재능을 각성하고 난 뒤에야 볼 수 있기에 강혁은 10년 동안 보지 못했던 것.

매일 같이 아침에 일어날 때마다 거울을 보며 상태창을 외쳐댔다.

하지만 단 한 번도 그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던 상태창이 바로 지금 강혁의 눈에 들어왔다.

[이강혁]

재능 : [올 마스터]

특성 : [한계돌파]

세부 재능 : 상급 전투 감각[LV.1] 중급 몬스터 지식[LV.3] 하급 궁술[LV. 5] 하급 검술[LV. 7]....

[근력] : 21 [체력] : 15 [민첩] : 19 [지력] : 13 [마나] : 30

“....장난 아니네.”

특성과 재능.

하나같이 화려하기 그지없었다.

올 마스터라는 처음 들어보는 재능과 여러 개의 재능을 지닌 이들마저 가지지 못한 이들이 수두룩한 특성까지.

현재의 강혁의 상태창을 누군가 본다면 놀람을 금치 못하리라.

낮은 스탯들만 제외한다면 ‘혹시 최강의 10인?’ 같은 물음을 들어도 이상할 게 없었으니까.

그리고 강혁의 스탯 또한 최강의 10인에 비교했을 때, 낮은 것이지 갓 각성한 헌터치곤 높은 편에 속했다.

‘....뭐, 10년차 헌터....아니, 지망생치곤 낮은 편이지.’

물론 스탯이라는 게 각성 전 단련된 신체 정도에 따라서 그 성장폭이 다르다.

평범한 멸치 몸을 한 사람과 근육질 몸을 한 사람이 각성을 하면 스탯이 전혀 다르게 나온다.

그래도 ‘마나’라는 신기한 힘 덕분에 부족한 근력이나 체력 등을 보충할 수 있어서 크게 상관은 없었다.

그랬다.

스탯 중에서 가장 중요한 스탯은 누가 뭐래도 마나였다.

그리고 현재 강혁의 마나 스택은 무려 30.

‘C급 헌터가 30이었지?’

다른 스탯과 달리 잘 오르지 않는 마나 스탯답게 30이라는 꽤 낮아 보이는 수치로도 C급 헌터 수준이었다.

대신에 B급 헌터부터는 그 커트 라인이 급격하게 올라간다.

B급은 50 A급은 100 S급은 무려 그 두 배인 200이었으니까.

다만 S급 헌터들의 다른 스탯들이 300을 넘어선다는 걸 생각하면 확실히 낮긴 했다.

헌터 라이센스를 취득할 때의 검사를 통해 모든 스탯을 종합해서 확인 후, 등급을 매긴다.

10년 동안 헌터 밥을 먹어온 강혁답게 자신의 스탯들을 보자마자 자신의 등급을 얼추 예상할 수 있었다.

‘D~C 정도인가.’

일반인의 신체 능력을 스탯으로 환산하면 평균 10 정도.

현재 강혁의 근력과 민첩은 그 두 배에 육박하지만 상대적으로 체력과 지력이 낮았다.

다만 보기 드물게 마나 스탯이 높았기에 시작부터 C급 정도는 달고 시작할 가능성은 컸다.

이것만 해도 무척이나 대단한 일이었다.

‘대부분의 헌터들은 시작할 때, F에서 E를 받지. 그리고 거대 길드에서 눈독을 들이는 기준점 또한 D급부터다. 이것만 하더라도 충분하지.’

세계에서 내로라하는 이들이 속한 거대 길드.

그들은 시작부터 D급을 받은 이들에게만 스카웃 제안을 한다.

물론 철혈이야 압도적 1등을 구가하는 중이기에 C급에게나 제안을 하지만 말이다.

즉, 강혁은 시작부터 거대 길드 보증 수표를 들고 있는 셈이었다.

철혈 정도를 제외하면 입맛에 맞는 길드에 아무 곳이나 들어갈 수 있다는 말.

애초에 철혈은 갈 생각도 없었으니 그에 대한 생각은 접었다.

아니, 정확하게는....

‘솔직히 내가 길드에 들어가야 할까?’

길드.

격변이 일어나고 몬스터들이 나타나고 던전이라는 괴상망측한 공간이 생겨났다.

그럴 때, 길드는 아직은 약한 헌터들을 모으고 강한 헌터들을 모아 강한 몬스터나 던전에 도전했다.

즉, 길드라는 건 약하거나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기 위한 곳이라는 의미였다.

그리고 강혁은 보완 따위 필요없는 절대 강자가 될 생각이었다.

그런 강혁에게 길드란 족쇄에 불과했다.

거기까지 생각을 마친 강혁이 택한 것은 바로 ‘프리랜서’였다.

어디에도 속하지 않고 필요하다면 대가를 받고 특정 집단에서 잠시 일을 하는 프리랜서.

지금의 강혁에게 딱 맞는 일이었다.

다만 프리랜서에는 큰 문제가 있었다.

‘일단 내 능력부터 입증해야 한다는 건데.’

프리랜서란 직업은 헌터들 사이에서도 유명하다면 유명하다.

자신의 강함을 인정 받은 이들만이 택할 수 있는 직업.

그리고 프리랜서 중에서 최강이라고 불리는 이 또한 있기에 다들 프리랜서는 강한 이들만 한다고 알려져 있었다.

실제로도 프리랜서는 홀로 수십의 헌터를 압도할 정도로 강한 이들에게만 주어진다.

즉, 자신이 하고 싶다고 해서 될 수 있는 게 아니란 거다.

결국 자신의 힘을 증명해야 된다는 생각에 강혁은 한숨을 내쉬면 박스에 담긴 무구들을 손으로 쓸어보였다.

‘이것들도 손 좀 봐야겠네.’

충분히 좋은 물건들이긴 했지만 대장장이 재능이 없을 때 만든 물건이라 헌터로서 사용하기엔 문제가 좀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 각성을 통해 생겨난 하급 대장장이 세부 재능으로 인해서 걱정은 사라졌다.

이제 시간과 재료만 있다면 충분히 자신이 쓸 수 있을 정도로 괜찮은 물건을 만들 수 있을 거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세부 재능은 뭔지 잘 모르겠지만 상관 없겠지.’

하급, 중급, 상급으로 나뉜 세부 재능들의 목록을 쭉 둘러보던 강혁은 고개를 내저었다.

일반 헌터들은 저런 등급이 없다.

그저 재능 : 검술, 재능 : 궁술. 이런 식으로 적혀있을 뿐이니까.

자신이 특별하고 유별나다는 걸 다시금 깨닫게 된 강혁은 세부 재능에 대해선 일단 접어두었다.

어차피 알지도 못하는 일에 심력을 쏟는 것만큼 멍청한 일은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쓸모없는 일에서 시선을 돌린 강혁은 특성에게로 눈을 돌렸다.

‘특성 확인.’

전 세계를 뒤져도 얼마 안 된다는 특성.

그걸 각성하자마자 얻게 되었으니 강혁은 두근대는 심장을 진정시키는 것에 애먼 힘을 써야 했다.

속으로 중얼거린 특성 확인이라는 말과 함께 강혁의 눈앞에 푸른 창이 나타나는 순간이었다.

섬뜩-

‘....이건?’

오랜 세월 현장에서 구르고 각성까지 마치고 예비 헌터까지 된 강혁의 기감에 섬뜩한 기운이 잡혔다.

그와 동시에 버스에 타고 있던 승객들이 비명을 내지르기 시작했다.

“더....던전 생성이다!”

격변 이후 몬스터와 함께 최고의 위험을 자랑하는 던전.

그런 던전이 생성됨과 동시에 주위에 있던 것들을 빨아들였다.

물론.

“....운수 좋은 날이로군.”

각성하자마자 던전에 끌려가는 신세가 된 강혁은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무구들이 든 박스를 꽈악 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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