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혼자 올 마스터-1화 (2/178)

나 혼자 올 마스터 #1

“이강혁, 자네는 해고일세.”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해고라는 말 모르나?”

해고라는 말에 강혁은 어이가 없었다.

내가 길드에서 보낸 노고에 대한 대가가 고작 해고라니?

그게 말이나 되는 처사인가?

하지만 이어진 길드의 마스터이자 태초의 헌터 중 1인이며 최강의 10인 중 한 명인 김승태의 말에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었다.

그가 자신보다 나이가 더 어림에도 강혁은 고개를 들 생각조차 못했다.

“비루한 신체. 하나에 정착하지 못하고 떠돌아다니는 떠돌이. 재능 하나 없는 일반인. 이게 업계에서의 네 평가지.”

“....알고 있습니다.”

으득-

그의 말에 절로 이가 갈렸지만 반박할 말이 있을 리가 있나.

비루한 신체.

솔직히 강혁의 몸은 좋은 편에 속한다.

근육들은 오밀조밀하게 자리 잡았고, 키도 컸으며 어깨는 떡 벌어져 있는 몸.

남자라면 한 번쯤 꿈꿨을 몸매가 바로 강혁의 몸이다.

‘....10년 전이었다면 말이지.’

강혁의 나이는 이제 서른.

10년 전, 세상이 이 꼬라지가 되기 전이었다면 남녀노소가 반했을 몸이지만 지금은 아니다.

아니, 정확하게는 이쪽 업계에서는 별로였다.

이유는 간단했다.

‘재능 하나 없다는 게 이렇게 크구만.’

재능.

이쪽 업계.

흔히들 헌터들이라고 부르는 업계에서 재능은 절대적이다.

굳건한 몸? 마르지 않는 체력?

분명 중요하다.

사람을 죽이고 집채만한 돌덩이를 집어던지는 몬스터들과 싸우기 위해서는 있으면 분명히 좋긴 하니까.

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재능이다.

‘검의 재능, 활의 재능, 신성력의 재능....망할 재능지상주의 같으니.’

헌터들은 대부분 재능을 한 가지 이상 가지고 있다.

그리고 그 재능은 몬스터와의 전투를 가능케 해준다.

총이나 미사일, 탱크와 같은 현대 무기로도 제대로 상대하지 못하는 괴물들을 막기 위한 재능.

사람들을 그래서 헌터들을 찬양하고 존경하고 흠모했다.

자신들을 구하기 위해서 신이 내린 재능, 하늘이 내린 재능이라고들 입버릇처럼 말했을 정도.

‘....신이 버린 재능, 하늘이 버린 재능. 이것도 이젠 지긋지긋하다.’

그래서일까?

태초의 헌터들과 함께 각성은 했지만 재능 하나 얻지 못한 강혁에 대한 평가는 무척이나 박했다.

물론 강혁은 이해했다.

눈앞에서 내게 해고 통보를 내린 길드 ‘철혈’의 길드장 김승태 또한 10년 전 나와 함께 전장을 누볐으니까.

지금 둘 사이의 간극을 본다면 누구나 내게 손가락질을 할 터였다.

그는 세계 최고의 길드를 운영하는 길드장.

그에 반해서 강혁은 ‘재능’ 하나 없이 노력으로 갈고닦은 기술만이 가득한 최하급 헌터.

비교 자체가 될 리가 있나.

하지만 강혁은 억울했다.

‘내 노력이 부족했나? 그럴 리가. 최정상의 헌터들, 나와 함께 전장에서 뛰었던 현 최강의 10인들보다도 내가 더 열심히 노력했다. 혹시나 재능이 생기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그런데 대체 왜! 대체 왜 내게는 재능이 생기지 않는 거냔 말이다.’

처음 각성할 때, 재능을 얻지 못한 이들도 분명 있었다.

그리고 그들은 시간이 지나고 하나둘 재능을 얻었고, 종국에는 재능 없는 헌터는 강혁, 한 명밖에 남지 않았다.

주변에서 재능을 하나둘씩 얻어가는 걸 보며 강혁은 미친 듯이 기술들을 갈고 닦았다.

손이 굳은살로 도배가 될 정도로 검을 쥐고 시위를 당겼으며.

뜨거운 화로 앞에서 하루 12시간씩 망치를 두들겼다.

하루에 한 번씩 신의 사원과 악마의 제단에 가서 기도를 올렸다.

그 결과 강혁은 재능에 미치지 못하는 기술들을 얻었다.

‘검술, 궁술, 독술, 야금술, 재봉술, 신성력, 마기. 모두 얻었다. 하지만 왜 재능 만큼은 생기지 않는 거냔 말이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강혁이 깨달은 건 단 하나였다.

기술은 재능을 이길 수 없다는 거였다.

강혁이 휘두른 검은 몬스터에게 제대로 된 상처를 주지 못했고, 신성력은 타박상과 까진 상처만 치료했다.

마기는 그저 더부룩한 기분만 들게 했고, 강혁이 만든 갑옷과 옷은 제대로 된 방어력을 갖추지 못했다.

즉, 강혁의 10년은 의미가 없었다.

“자네 같은 헌터는 우리 철혈에 어울리지 않아. 같은 태초의 헌터라서 편의를 봐준 것도 이제 끝이다.”

김승태의 말이 가슴을 후벼팠지만 강혁은 아무런 대꾸도 하지 못한 채, 고개를 끄덕거릴 따름이었다.

그런 강혁의 모습을 바라보며 비릿한 미소를 지은 김승태가 축객령을 내렸다.

“나가게. 자네가 길드에서 만들어 온 것들은 모조리 가져가고. 네가 만든 건 잡동사니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니까.”

까득!

10년의 넘는 세월의 정수가 담긴 것들을 잡동사니라고 모욕하는 김승태의 언사에 강혁은 이를 갈았다.

하지만 그게 끝이었다.

“알겠....습니다....”

그저 그의 방을 나가며 고개를 조아릴 뿐.

여기서 그가 김승태에게 대들어봤자 남는 건 패배와 업계에 냉혹한 평가 밖에 없다.

‘헤드라인에 하늘이 버린 헌터 이강혁, 철혈 길드장에게 대들다. 정도가 걸리려나.’

세상은 강자의 편이다.

그리고 강혁은 약자였고, 김승태는 강자에 속했다.

즉, 강혁은 힘으로도 인맥으로도 그를 이길 방법이 없었다.

그저 참고 또 참을 따름.

촤르르르-

자신의 공방으로 돌아온 강혁은 자신의 손때가 탄 무구와 제작 장비들을 정리했다.

커다란 박스에 10년의 세월을 담는 데에 걸린 시간은 10분도 되지 않았다.

그 사실에 강혁은 씁쓸한 미소를 머금었다.

‘내 10년은 이것밖에 되지 않았나.’

박스 하나조차 가득 채우지 못하는 것이 나의 10년이라는 생각에 숨이 턱 막히는 기분이었다.

평소에 무시하고 있던 현실이 강혁을 덮쳤다.

하지만 무거운 현실에도 강혁은 터벅터벅 발걸음을 옮겼다.

길드 건물의 바깥으로 향하는 강혁의 귀로 자신을 비웃는 길드원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휴, 재수 옴 붙은 놈 드디어 나가네.

-난 저 녀석 때문에 길드 망하는 줄 알았잖아. 저 녀석 재수가 적당히 안 좋아야지.

-재능도 없는 헌터는 저 녀석밖에 없지 않아? 나였으면 그냥 한강 갔다.

-뭐라는 거야? 쟤 헌터 아닌데.

-....? 왜?

-재능 없어서 헌터 라이센스 박탈 당한 지가 언젠데 헌터래. 같은 헌터라는 테두리로 묶지 마라. 기분 나쁘니까.

-하하하하! 그래, 그것도 그렇네. 그럼 헌터가 아니라 짐꾼으로 부르자고. 저 녀석한테 그게 딱 어울려!

누구 하나 그를 걱정하는 이들이 없었다.

그저 원색적인 비난만을 내뱉는 길드원들의 모습에도 강혁은 무덤덤했다.

‘엘리트들이 다 그렇지 뭐.’

자신보다 훨씬 나이가 어린 이들.

연차가 낮은 이들이 수두룩하지만 여긴 철혈이다.

세계 1위의 길드이자 최강의 10인 중 한 명인 김승태가 길드장으로 있는 길드 ‘철혈’.

이곳에 들어올 수 있는 이들은 하나 같이 쟁쟁한 이들밖에 없다.

F부터 S.

총 7개의 단계 중에서 시작부터 C 이상의 단계를 배정 받은 이들만이 들어올 수 있는 곳.

그곳에서 강혁이 머물러 있다는 것만으로도 그들은 불쾌해했다.

언젠가는 A.

나아가 S급이라는 지고의 경지까지 다다를 자신들과 F만도 못한 머저리가 같은 길드 소속이라는 게 기분 나쁠 수밖에.

하지만 이런 냉대에도 단 한 사람만이 강혁에게로 다가와 걱정 어린 시선을 보냈다.

“오빠....진짜 괜찮겠어? 철혈에서 나가면 오빠는....”

“괜찮아, 수연아. 어떻게든 되지 않겠어? 10년이란 짬밥이 있는데?”

“하지만....”

한수연.

흰 피부에 앵두 같은 입술과 똘망똘망한 두 눈까지.

지나가던 남자들이 한 번쯤은 돌아볼 법한 미녀가 강혁을 걱정했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철혈의 길드원들은 강혁의 욕을 그만두었다.

그녀가 강혁을 욕하는 걸 싫어한다는 사실을 모르는 길드원들은 없었기 때문이다.

그녀에게 밉보이기 싫어서라는 이유도 있지만 가장 중요한 점은 바로....

“하지만은 무슨. 그리고 최강의 10인이 최악의 헌터에게 붙어 있으면 말 나온다.”

“....그런 거 난 신경 안 써.”

“난 써. 그러니까 걱정은 접어두고 올라가서 일 봐. 최강의 10인이 노닥거릴 시간이 있나?”

철혈의 길드 마스터 김승태와 같은 최강의 10인 중 한 명이라는 점이었다.

철혈이 세계 1위의 길드일 수 있는 이유.

그 이유가 바로 수연에게 있었다.

전 세계를 뒤져봐도 두 명이나 되는 최강의 10인이 한 길드에 속해 있는 경우는 없었다.

다들 길드장이라는 위치에 있거나 그에 상응하는 자리에 있었으니까.

하지만 수연이 철혈에 머물렀고, 그 이유는 간단했다.

“....애초에 난 오빠랑 승태가 있어서 이 길드에 머무른 거야. 그런데 오빠가 없으면 난 여기에 있을 이유가....”

“쉿, 너 그거 말하면 그 자식 난리 난다. 그리고 난 정말 괜찮으니까 올라가. 나중에 시간 나면 연락할게.”

“....알겠어, 절대....절대 이상한 생각하면 안 된다?”

“그래, 알겠다.”

이상한 생각.

그것이 의미하는 바를 모를 강혁이 아니었기에 대충 고개를 끄덕여준 뒤, 강혁은 그녀를 지나쳤다.

강혁이 자신을 지나쳐 문을 빠져나갈 때까지 수연은 강혁의 뒷모습을 바라보다 이내 자취를 감추었다.

로비에 모여 있던 B~A급에 해당하는 길드원들이 눈치채지도 못할 정도로 은밀한 움직임이었다.

*

“후우....결국 쫓겨났네.”

철혈.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몸을 담은 길드에서 쫓겨난 강혁의 기분은 의외로 홀가분했다.

처음에는 화도 나고 짜증도 났지만 결국은 모든 걸 인정했다.

자신이 부족했기에 쫓겨날 수밖에 없었으니까.

그리고 철혈은 자신에게 해줄 수 있는 최대한의 것들을 해주었다.

재능을 각성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았으니까.

‘....뭐, 수연이가 한 거겠지만.’

철혈의 길드장, 김승태가 자신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는 건 이미 알고 있던 강혁이다.

그가 자신에게 지원을 해줄 리 없고, 그에 비견되는 직위와 힘을 가진 수연이 해준 거라는 걸 그는 알고 있었다.

‘결국 재능을 얻진 못했지만....어떻게든 되겠지.’

10년에 달하는 시간.

그동안 재능 하나 얻지 못했다.

수연이 처음 3개의 재능을 각성하고 10년 동안 추가로 2개의 재능을 얻은 것에 비하면 참으로 볼품없는 일.

하지만 후회하지 않았다.

‘10년 전으로 돌아가도 나는 지금처럼 기술들을 갈고 닦으며 재능을 얻기 위해 노력할 거다. 돌아가신 부모님을 위해서라도.’

10년 전, 대격변이라고도 부르는 그 시기에 부모님을 잃었다.

비단 강혁에게만 일어난 참사가 아니었다.

전 세계적으로 벌어진 재해라고 불릴 법한 사건.

그 사건 이후로 강혁은 헌터가 되었다.

각성도 했고, 각성 덕분에 재능은 없어도 몸뚱이는 얼추 튼튼해졌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점점 강해지는 몬스터들과 헌터들과는 달리 강혁은 제자리였다.

그때부터 강혁은 재능을 갈구하기 시작했고, 그렇게 10년이란 시간이 흘렀다.

그리고 강혁은 바뀌지 않았다.

“....진짜 짐꾼이라도 찾아봐야 하나.”

짐꾼.

헌터들이 몬스터를 사냥할 때, 부산물들을 들고 가기 위해서 부리는 이들.

목숨 값이 걸린 만큼 돈은 두둑하게 주기에 먹고 사는 데에 지장은 없을 터였다.

더군다나 강혁은 이래봬도 10년 짬밥을 먹은 헌터이지 않은가?

헌터가 아니라 짐꾼으로라면 강혁을 데려가고 싶어하는 이들은 널리고 널렸다.

‘재능’은 아니지만 ‘기술’의 가짓수 만큼은 많은 강혁을 짐꾼으로 부리고 싶어하는 이들은 많았다.

특히나 태초의 헌터인 강혁을 짐꾼으로 부리고 싶어하는 변태 같은 성향을 지닌 이들도 있었기에 강혁은 굶을 걱정은 않았다.

다만 짐꾼은 몬스터를 잡을 수가 없다.

괜히 어그로 튀면 파티가 전멸할 수도 있기에 짐꾼이 몬스터를 공격하면 블랙리스트에 오르고 다시는 파티에 낄 수 없게 된다.

‘하아, 별 볼일 없는 재능이라도 있으면 F급 헌터로라도 활동하는 건데....’

헌터와 일반인을 가르는 재능.

그 재능이라도 있었으면 하는 바램을 담아 토해낸 한숨을 끝으로 강혁이 자신의 집으로 향하기 위해 발걸음을 내딛는 순간이었다.

“....어?”

[재능을 각성하셨습니다.]

10년 동안 바라마지 않던 재능.

그 첫 번째 재능을 각성했다.

그리고 재능을 확인하는 순간 강혁의 얼굴에 놀람이 번져갔다.

쿵!

무거운 박스를 놓치고 박스가 발등을 찍었지만 고통조차 느끼지 못할 정도로 그는 놀라웠다.

[재능 : 올 마스터를 획득하셨습니다.]

단 하나의 재능였지만 모든 재능을 얻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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