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5화
성진이 쓰게 웃으며 고르곤 여황을 보고 웃었다.
“어떻게 눈치를 챈 거냐?”
성진이 하대를 하자 고르곤의 여황 옆에 있던 나가들의 눈썹이 꿈뚤했다.
“감히, 우리 여황님에게 하대를 해? 인간 따위가?”
그러나 고르곤 여황은 손을 들어 근위병들을 제지했다.
“저분은 인간 따위가 아니다. 그랬다면 내가 왜 성으로 초대를 했겠나, 무시하고 말았지?”
성진의 감은 눈의 [광기의 공주]가 말했다.
-여~ 역시 고르곤 여황 답군, 점으로 본 거냐, 아니면 우리 마법을 관통한 거냐?-
성진의 감은 눈에서 흘러나오는 여성의 목소리에 근위병들은 기겁했다. 상대는 정말 인간이 아니었다.
고르곤 여황이 웃으며 말했다.
“제가 어떻게 감히 성진 검황님의 마법을 관통했겠습니까, 겨우 점으로 친 거지요?”
성진이 웃으며 앞으로 가서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독주를 까서 잔에 따라 마시고 말했다.
“그럼, 내 진정한 모습을 알고 있겠네?”
그러자 고르곤의 여황이 -소음 차단 마법-을 걸고 말했다.
“예, 그렇습니다. -추방당한 신-이시지요.”
그러자 성진의 감은 눈의 [광기의 공주]가 말했다.
-정확히 말해라. -종말을 막은 신-이다.-
고르곤의 여황이 웃으며 말했다.
“예, 그렇지요. 홀로 -종말을 막은 신- 이시지요?”
성진이 다시 독주를 따라 마시자 독안의 검왕이 쓰윽 옆에 와서 독주를 잔에 따라 마시고 있었다.
혼자 홀짝이며 독주를 마시는 독안의 검왕을 보고 성진이 웃으며 말했다.
“아주~ 술만 보면, 못 참으시는군요?”
“자네는, 회담을 하게! 난 마시겠네.”
성진이 고르곤의 여황에게 물었다.
“이 만찬을, 우리가 먹어도 되나?”
고르곤의 여황이 주름이 자글자글한 얼굴로 웃었다.
“다, 드시라고 준비한 겁니다.”
그러자 뒤에서 서 있던 이들이 자리에 앉아서 진수성찬을 들었다. 적진이기에 많이는 못 먹고 맛만 보는 수준이었다. 그렇지만 정말 진수성찬이었다.
뭐 독안의 검왕만 성진의 실력을 알기에 신경 안 쓰고 먹고 마시고 있었다.
성진이 독주를 마시며 고르곤의 여황에게 물었다.
“자 그래, 나를 왜 보자고 한 거지?”
“예, 저희도 다른 도박의 도시나, 검의 도시처럼 영지와 작위를 인정해 주셨으면 합니다.”
성진이 쓰게 웃으며 말했다.
“점을 쳐보니, 사자왕의 승률이 별로인가 보지?”
고르곤의 여황이 술을 따라 마시다가 웃으며 말했다.
“글쎄요, 그걸 꼭 점까지 쳐봐야 알 수 있을까요, [종말의 늑대] -펜리르-가 실체를 강림해도, 불의 마녀가 소환한 -불의 정령왕-과 1대 1로 붙어도 승부를 예상 못 하는데, 거기에 -가이아-의 성녀와 성진 검황님이 힘을 보탠다면, 승부는 뻔하지요?”
성진이 웃으며 독주를 따라 마시며 말했다.
“그래, 그런데 여기서 내가 확답을 줄 수 있는 위치는 아닌데?”
“성진 검황님이, 서신을 남겨 주시면 됩니다. 그걸 가지고 -엘프 제국-과 협상을 하겠습니다.”
성진이 가만히 보고 있다가 고르곤의 여황이 술잔에 인간의 피를 섞어서 마시는 걸 보고 말했다.
“인간을, 잡아먹으면 더 이상의 협상은 없다.”
고르곤의 여황이 인간의 피가 섞인 술을 마시며 웃었다.
“아~ 오해이십니다. 저희는 죄 없는 인간은 안 먹습니다.”
“그럼, 그 피는 뭐냐?”
“이건 살인자나 도둑, 강간범등 중범죄를 저지른 자의 피입니다. 또 죽이지는 않고 피만 적당히 빼고 있습니다.”
“그래서 아까 여관에서 종업원이 나가 마법사를 보고 덜덜 떨었구나?”
“뭐, 저희도 요즘 세상에서 영지를 다스리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위압을 보여야 합니다. 안 그러면 정말 영지가 개판이 납니다.”
성진이 인정을 하듯이 독주를 마시며 고개를 끄덕였다.
“공포 정치인가?”
“뭐…… 인정합니다. 공포 정치입니다. 그렇다고 인간을 업신여기지는 않습니다.”
“뭐, 전쟁 전 혼란을 누르려면, 어쩔 수 없는 건 이해한다.”
고르곤의 여황이 주름이 자글자글한 얼굴로 웃고 있었다.
“인정해 주신다니 감사합니다.”
“그래. 하지만 죄가 없는 인간을 함부로 잡아먹었다가는 내가 직접 징벌을 내리겠다.”
고르곤의 여황이 고개를 끄덕이고 서류와 펜을 성진에게 가져다가 주라고 했다.
성진이 그걸 받고 간단히 황제에게 올리는 문서를 작성해 주었다. 그리고 그걸 마법으로 복사해서 한 부를 정보부 요원에서 주었다. 알아서 눈치껏 암호로 바꾸어서 -엘프 제국-으로 보낼 것이다
성진이 일어나려고 하자 독안의 검왕이 성진을 잡았다.
“나, 이거 한 그릇만 더 먹고 가자. 성진 검황?”
성진이 뭔가 보니 고기가 잔뜩 들어가서 얼큰한 육개장, 우육탕, 비슷한 거 였다. 성진의 독안의 검왕에게 말했다.
“아, 과식하지 마세요.”
하지만 독안의 검왕이 끝까지 국을 다 먹겠다고 툴툴댔다.
“늙어서 그런지 속이 허 하면 잠이 안 온다네, 이해하게.”
“뭐가 허해요, 한 세 그릇은 드시더만요?”
독안의 검왕은 끝까지 국물을 다 먹고 일어났다. 그걸 보고 고르곤의 여황이 말했다.
“우리 초대 손님이 우리가 만든 국을 맛있게 드시는군, 내 주방에 말해서 한 솥 만들어서 보내 드리리다.”
그러자 좋다고 하며 독안의 검왕이 나갔다. 그러자 불의 마녀가 성진에게 말했다.
“성진 검황님, 아무래도 독안의 검왕님이 식탐이 느는 게 수상해요?”
“왜?”
“저희 엄마가 치매 끼가 있으신데, 자꾸 음식을 숨기고 드세요.”
“에이~ 아니야. 내가 불의 마녀 너의 어머니를 보니, 우리 묘인족 아기 꼴통 먹이려고 그러는 거고, 독안의 검왕님은 벽을 깨려고 저러시는 거야.”
“예? 벽을 깨는데, 왜 저렇게 보통 할머니처럼 변해요?”
“그게, 자유라는 거야.”
성진은 일행과 같이 여관으로 돌아왔다. 그러고 잠을 청하려고 하니 진수성찬이 와서 차려지자 독안의 검왕만이 좋아했다.
정보부 요원들은 암호로 서류를 작성해서 급히 -엘프 제국-의 숨은 라인을 찾으러 나갔다.
* * * * *
-엘프 제국-의 황실,,
밤늦은 시간에 긴급으로 서신을 받은 커그 정보부 장관이 황궁에 황제를 찾아왔다.
암호로 쓰여 있는 서신을 풀어서 황제에게 재작성해 주었다. 황제가 서신을 천천히 읽어 보더니 입꼬리가 올라갔다.
“음~ 성진 검황이, 생각보다 일을 잘하고 있군?”
“예! 그렇습니다. 또 하나의 도시에 무혈입성 입니다.”
그러나 황제가 문서에서 나가라는 단어에 민감하게 말했다.
“나가들이 약속을 지킬까? 뭐 범죄자를 잡아먹는 거라면 상관없지만, 욕심을 부려서 일반 영주민 까지 잡아먹는다면 어떻게 처리하지?”
“그때는, 성진 검황이 나서서 처리하겠다고 했습니다.”
“그래, 응? 여기보니 고르곤 여황의 약조도 있구만?”
“예, 나가들에게는 고르곤 여황이 어머니와 다름없습니다. 그러니 감히 고르곤 여황의 명을 거역하지는 않을 겁니다.”
“이제, 거의 다 넘어 왔고. 별 쓸모없는 지역의 작은 도시들과 황도만 남았군?”
“예, 그렇습니다.”
“지금, -사자 제국-의 귀족들 중 일부가 황도를 포위하고 있다고?”
“예, 다 들고 일어난 겁니다.”
“왜 그런 거지?”
“사자왕이, 산제물로 귀족들의 자식까지 바쳤습니다.”
엘프 황제가 쯧쯧 거리며 말했다.
“미쳤군?”
“미쳤지요, 아마 -마신-의 영향을 받으면 받을수록, 기행과 광기가 더해 갈 겁니다.”
“그래, 얼마나 모였단 말인가?”
“수백의 귀족들이 모였답니다.”
“그런데 사자왕이 그걸 내버려 둔다고?”
“예! 지금 진짜 제정신이 아닙니다.”
황제가 쓴맛을 다시며 와인을 따라 마셨다.
“우리에게는 절호의 기회가 온 거지만, -사자 제국- 은 무너져 가겠구만?”
“일단, 저희 정보원들을, 보내서 작업 중입니다.”
엘프 황제가 쓰게 웃었다.
“무슨 작업 중인가?”
“성진 검황이 황도를 습격할 때, 도와 달라는 작업을 치고 있습니다. 그러면 그들의 영지와 작위를 인정해 준다고 하는 거지요.”
“그래, 뭐 어차피 우리의 목표는 사자왕이다. 땅 따위는 더 필요도 없다.”
정보부 커그 공작이 입을 열었다.
“그런데, -신성 제국-이 진격을 시작했습니다.”
그 말을 듣고 황제가 허탈하게 웃었다. 이러면 작전에 차질이 생긴다.
“우리보다, 더 화가 났던 건가?”
“수많은 -가이아-의 신도들이 제물로 바쳐진 데에 인내심이 한계에 달한 거지요.”
“그래, 그러면 우리도 진격해야겠지?”
“예, 진격시키겠습니다”
다음날,
-사자 제국-과 국경에서 대치하고 있던 -엘프 제국-의 대군이 진격을 시작했다.
레티온 공자와 레오나 공녀도 갑작스러운 진격 나팔에 급히 성진의 텐트를 접고 보병의 행렬에 참가했다.
레티온이 갑작스러운 전장의 상황에 얼떨떨해하며 말했다.
“레오나야, 뭐 들은 거 있냐?”
레오나도 덜덜 떨리는 걸 애써서 참으며 말했다.
“저도, 들은 거 없어요. 성진 검황님이 작전을 끝내고 오시면 진격하기로 했는데, 갑자기 왜 이렇게 된 거지요?”
그리고 -사자 제국-의 국경의 수비대와 -엘프 제국-의 대군이 충돌하기 시작했다.
-캉!
-캉!
-캉!
“막아라!”
“뚫어라! 기사들 전진!”
기사들이 달려 나가는데 한쪽에서 -신성 제국-의 성기사들이 합류했다.
“-가이아-님을 위하여!”
“-아레스-님을 위하여!”
기사들과 싸우던 -사자 제국-의 국경 수비대가 무너지기 시작했다. -엘프 제국- 과는 거의 동등하게 싸우더니 성기사들에게는 파죽지세로 무너져 나갔다.
레티온이 레오나에게 물었다.
“이게, 무슨 조화냐?”
레오나가 전장을 보며 말했다.
“아마도 이교도의 세례를 받은 -사자 제국- 국경 수비대가 성기사들에는 상성이 안 좋은가 봅니다.”
그렇게 날이 질 때까지 국경에서 싸운 결과 -엘프 제국-과 -신성 제국-의 연합은 -사자 제국- 국경 수비대를 전멸시킬 수가 있었다.
이교도 사제들이 저주를 내리고 싸웠으나 초반에만 밀리고 -신성 제국-의 사제들이 축복을 내리고 밀고 들어오자 속절없이 무너져 갔다.
* * * * *
성진의 일행은 마법사의 도시를 출발했다. 나오며 고르곤의 여황에게 말린 육포와 말린 과일을 받고 전쟁이 이미 시작되었다고 전해 들었다.
낙타를 타고 가며 성진이 정보부 요원에게 말했다.
“아니, 우리가 사자왕을 치고 빠지면 전쟁을 시작한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그러자 정보부 요원이 말했다.
“어제, 대충 긴급으로 소식을 전해 들었는데. -신성 제국-이 참지 못하고 진격을 시작했답니다.”
성진이 낙타를 타고 달리며 말했다.
“이거, 이러다가 사막 한가운데서 사자왕하고 한판 뜨겠는데요?”
독안의 검왕도 한숨을 쉬며 말했다.
“어쩐지 잘 풀리더라니?”
불의 마녀가 성진에게 말했다.
“그럼 사자왕이 황궁에서 튀어나온 다는 건가요?”
“그럴 가능성이 크지?”
“하아~ 이러면 우리 인원만 가지고는 모자라겠는데요?”
성진이 달리며 저 멀리 있는 마을을 보았다.
“오늘은 저 마을에 도착해서 어딘가 모여 있다는 귀족들을 찾아보자. 그들이라도 이용해야지?”
성진은 달리며 육포와 물을 마시고 저녁때가 되서야 겨우 저 멀리 있는 마을에 도착했다.
성진의 일행이 마을에 도착하자 갑옷을 입은 기사들이 눈에 살기를 뿌리고 있었다. 모일 장소가 없는지 길가에서 검을 숫돌로 갈고 있는 자까지 있었다.
그들이 성진을 보자 다들 갸웃거렸다. 이 상황에 황도로 가는 이들이 없기 때문이다. 어제 전쟁이 시작돼서 무력이 있는 자들은 다 강제 징집되어 국경으로 진격하고 있기 때문이다.
성진의 일행이 돈을 주고 낙타에게 채소와 콩을 듬뿍 주라고 하고 식당으로 들어갔다.
식당 주인은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살벌한 기사들도 많은데 검을 찬 성진의 일행이 오자 한바탕 싸움이 벌어지지 않을까 울상이었다.
이 가게가 마을의 유일한 수입원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남편은 전투병으로 징집된 터라 지금 가게에서 이들이 싸우면 말릴 수나 있을 사람이 없다.
성진의 일행이 자리에 앉자 어린 종업원이 나와서 떨며 말했다.
“뭘, 드릴까요?”
성진이 메뉴판을 대충 보며 말했다.
“제일, 좋은 거로 17인분 가지고 와라.”
“예, 손님.”
그리고 나서 음식을 기다리며 독주를 마시고 있자 한 기사가 와서 의자를 당기고 앉아서 성진의 앞에 앉았다.
“자네, 이 길로 가면 황도인 걸 알고 가나?”
성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알지.”
“지금, 전쟁이 시작됐는데, 가는 건가?”
“그럼, 지금이 딱 좋아.”
“뭐 하러 가는 거지?”
성진이 웃으며 말했다.
“사자왕의 목을 따러 간다.”
그러자 성진을 제외한 일행들이 검에 손을 올렸다. 그러나 성진을 공격할 줄 알았던 기사는 눈이 벌게지며 말했다.
“사자왕의, 목을 딸 자신이 있나?”
성진이 그 기사를 보고 물었다.
“그럼, 너희는 내가 사자왕 목을 벨 때까지 막아 줄 수는 있나?”
그러자 가게에 남아 있던 기사들이 다 일어섰다.
“우리가 막으면, 네가 정말 사자왕의 목을 따줄 수 있나?”
성진이 웃으며 격을 풀었다.
[타락 천사]의 격까지는 안 풀었지만, [검황급]까지 격을 풀자 마수의 기운이 가게 안을 가득 채웠다.
그러자 기사들이 덜덜 떨면서도 기뻐했다.
“너도, 사자왕에게 한이 있는 자구나! 나도 아들이 산 제물로 바쳐졌다. 정말 네가 사자왕의 목을 벤다면 우리가 시간을 벌어 주마.”
성진이 웃으며 말했다.
“얼마나 모여 있냐?”
“[백작급]만 300명이다. 병사도 천여 명이다.”
성진이 머리를 긁으며 물었다.
“[후작급]이나 [공작급]은 없냐?”
“있었는데, 사람이 모이길 참지 못하고 홀로 황궁으로 뛰어들다가 다들 돌아가셨다.”
성진이 독안의 검왕에게 물었다.
“이 300명 정도의 [백작급] 인원을 가지고, 얼마나 사자왕의 근위대를 막을 수 있겠습니까?”
독안의 검왕이 쓴맛을 다시며 독주를 마셨다.
“나를 포함해서, [왕급] 1명 [공작급] 10명 [후작급] 4명 그리고 [백작급] 300명으로 사자왕의 근위대를 막아 보라고?”
“예.”
“허허~ 길어야 30분이야. 그 이상은 나도 힘들다.”
그 말에 사자왕에게 복수를 하려던 기사들이 발끈했으나 다른 기사들이 달랬다.
“어쩔 수 없다. 사실을 말하는 것이다. 이들이 사자왕을 칠 때까지 우리가 근위대를 막아야 한다.”
한 기사가 성진을 보더니 물었다.
“당신은 누구요?”
성진이 웃으며 말했다.
“나? -엘프 제국-의 성진 검황 인데?”
그와 동시에 식당에 있는 기사들의 검이 다 뽑혀 나왔다. 성진은 그들이 검을 겨누는 걸 보고 웃으며 말했다.
“나 아니고, 자네들 복수를 대신해 줄 사람 있으면 그 사람 찾아 가봐라?”
그러자 다들 분노를 참으며 이를 갈았다.
너 눈을 왜 그렇게 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