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82화
성진이 와인을 마시며 말했다.
“아~ 제가? 공주의 검을 막은 검법이요?”
검제가 열심히 끄덕였다.
“그래. 그거 말일세? 마치 거울 속의 자신과 싸우는 것 같더만?”
성진이 와인을 마시며 웃었다.
“아이고~ 볼때기야. 공주님이 어지간히 세게 물었나 보네요?”
검제가 성진의 볼에 난 이빨 자국을 보고 웃었다.
“치아가, 다 나타날 정도로 꽉 물렸군?”
“아, 이러고 막 연회장에 돌아 다녀야지.”
“왜 그러려고 하는가?”
“귀족들이 물어보면 공주한테 물렸다고 사방팔방 떠들어야지요?”
그 말에 검제가 배를 잡고 웃었다.
“공주도 공주지만 자네도 만만치 않군?”
“누가 물래요? 자기도 망신을 당해 봐야지요.”
그 시간 공주는 자신의 왕비인 어머니에게 불려가서 잔소리를 귀에서 피가 날 정도로 듣고 있었다.
성진은 검제의 끈질긴 물음에 답해 주었다.
“아…… 그 검법이요?”
“거참, 말 좀 그만 돌리게. 그 검법이 뭐냐니까?”
“공주님 이빨 검법입니다.”
“그거, 말고 좀!”
성진이 귀찮기도 하고 따라다녀서 고기도 못 먹자 입을 열었다.
“예 알려 드릴 께요.”
“그래? 그게 뭔가?”
“[이화 신공]하고 [태극 혜검] 입니다.”
“그건, 어디 [검법서]라도 없나? 좀 보고 싶은데?”
“있어요. 황제 폐하에게 가면 보실 수 있습니다.”
“응? 거기서 황제 폐하가 왜 나오나”
“예, 제가 전에 드렸어요. 가서 구경해 보세요.”
검제가 성진의 배포에 감탄했다.
“자네, 배포가 대단하군? 그 정도 [검법]을 제국에 바치다니.”
성진의 감은 왼쪽 눈의 [막내 공주]가 웃으며 말했다.
-익힐 수 있으면 익혀봐라?-
[막내 공주]의 도발의 말에도 검제가 자신만만해 하며 딸을 데리고 황제를 찾아서 갔다. 황제는 검제가 자신에게 [이화 신공]과 [태극 혜검]을 보고 요청하자 허락했다.
황제도 검후라고 불리는 자신의 딸도 못 익히고 있는 검법을 좀 익혀서 가르쳐 주었으면 하는 생각이었다.
그리고 하루 종일 검제는 황실 비급 검법 서고에서 나오지도 못했다.
그는 충격과 검의 묘리에 빠져서 헤매느라 나오지 못했다. 그러나 옆에서 배고프다고 하는 검제의 딸의 말에 정신 차리고 나왔다.
성진이 아직도 와인을 먹고 있자니 검제가 딸과 같이 성진의 옆에 앉았다. 성진이 고기를 먹으며 말했다.
“어? 일찍 나오셨네요?”
“자네는, 내가 그 검리에 빠질 줄 알았나?”
“검제님, 정도 되시면, 검의 묘리의 안개 속을 헤매는 것 같아도, 어느 정도 알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검제가 와인을 마시며 웃었다.
“허…… 말년에, 도전 욕구를 불태울 만 한 게 생겼군?”
그사이 검제의 딸이 성진에게 잘 보이려고 머리카락을 넘기며 성진에 미소를 날리고 있었다.
검제가 그런 딸을 보자 허허 거리며 웃었다.
“아, 그러고 보니 그 수술 이후, 우리 딸을 보는 건 처음이지?”
성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검제의 딸이 연신 미소를 날리고 있었다. 그러자 성진의 감은 왼쪽 눈의 [막내 공주]가 말했다.
-음~ 넌 무공은 딸리지만 미모가 좋으니 둘째 부인이다.-
성진이 급히 감은 왼쪽 눈을 가렸다.
“하하~ 이 아티팩트 들이, 자기들 멋대로라, 이해하십시오.”
그러는 사이 성진의 뒤에 공주가 와서 부들부들 거리며 서 있었다.
“세상에, 벌써 부터 둘째 부인을 고르시다니 빠르시군요?”
그 말에 천천히 음식과 와인을 즐기던 검제가 공주를 보고 기겁을 하며 딸의 손을 잡고 사라졌다. 검제의 딸은 성진과 좀 더 말을 나누고 싶었는데 공주에 의해 쫓겨나자 구시렁거리며 사라졌다.
성진이 웃으며 공주에게 말했다.
“아니? 벌써 어머니의 잔소리가 끝나셨습니까?”
“흥~ 내가 5명의 부인까지 허락했다고 하지만, 두고 보겠어요?”
성진의 감은 왼쪽 눈의 [막내 공주]가 웃었다.
-뭘 두고 봐? 성진이 청춘 사업에 방해되니까. 저리 좀 가라!-
그러나 공주는 밤까지 성진의 곁에 붙어서, 인사 오려는 여 귀족들에게 으르렁거리며 다 내쫒았다.
성진의 감은 오른쪽 눈의 [광기의 공주]가 웃으며 말했다.
-야~ 성진이 밥도 안 넘어 가겠다. 뭐라도 좀 먹고 하자.-
성진은 오늘 하루만 끝나고 바로 튈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러나……
승전 연회는 며칠이 계속되는 게 일반적이다.
성진은 귀빈용 침실로 안내되었고 씻고 잠을 청했다. 보통 여 시종들이 씻겨 주지만 공주가 자기가 씻겨 주겠다고 하다가 어머니인 왕비에게 끌려갔다.
* * * * *
다음날.
잔 거 같지도 않고 공주와 앉아 있는 성진을 보고 레티오 영주가 웃으며 말했다.
“아니? 자네가 정치를 하고 다녔나? 어째 자네가 더 피곤해 보여?”
성진의 옆에는 공주가 팔짱을 끼고 헤헤거리고 있었다. 성진이 공주를 보고 공포에 떨었다.
“와~ 내가, 이런 거에 공포를 느낄 줄이야.”
성진의 감은 왼쪽 눈의 [막내 공주]가 검후인 공주를 보고 핀잔을 주었다.
-성진이, 병나겠다. 좀 놔둬라!-
그러고 있자니 백발의 검황이 성진을 찾아왔다.
“음? 성진 검황 시간 있나?”
“예? 많습니다.”
그러자 공주가 검황에게 으르렁거렸다.
“거… 검황님, 눈치 좀 있으세요.”
검황이 웃으며 공주에게 말했다.
“내가, 볼 때는 성진 검황은 휴식이 필요한 것 같은데?”
그러나 공주가 성진의 팔짱을 꼭 끼고 말했다.
“나랑, 같이 있는 게 휴식이에요.”
성진의 표정을 보더니 노회한 검황이 웃었다.
“자네 표정이? 그 [검법서] 있는 색즉시공 공즉시색 인가?”
성진이 웃으며 말했다.
“에이~검황님, 막 가져다가 붙이지 마세요.”
“거참. 그 [검법서]를 보고 있으면 내가 [검법서]를 보는 건지 어디 종교 경전을 보는 건지 모르겠네. 좀 알려 주게.”
성진이 고개를 흔들었다.
“그건, 제가 알려 드린다고 알 수가 있는 [검법]이 아닙니다. 제가 뜻을 풀어 준다고 하면 그게 또 하나의 장벽으로 검황님의 검의 길에 남을 것입니다.”
성진의 말에 검황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군, 자네 말이 맞아. 모든 것을 다 공개한 것도 모자라서 해설서를 달라고 하니, 내가 다 창피 하구만. 내 남은 인생은, 저 [태극 혜검]을 풀어 보는 거에 도전해 보겠네.”
성진이 와인을 마시며 말했다.
“그럼, 잘 풀리시길 빕니다.”
검황도 성진을 보며 웃으며 말했다.
“자네도, 공주와 잘 풀리길 바라네.”
그러자 성진의 감은 왼쪽 눈의 [막내 공주]가 말했다.
-야 검황! 검법 서고에 가는 김에, 이 진드기 좀 데리고 가라! 야 검후야, 저 검황 따라가서 좀 배우고 와라.-
그러나 공주는 그러든지 말든지 성진에게 딱 달라붙어서 와인을 마시고 헤헤 거리며 좋아하고 있었다.
본래 이런 상황은 반대가 정상인데 어째 거꾸로 돌아가고 있었다. 둘째 날 저녁이 되자 성진이 황제에게 알현 신청을 했다.
빨리 볼일을 마치고 도망치려는 수였다. 더 이상 공주 곁에 있다가는 몸살이 날 것 같았다.
성진은 수천의 적들과 싸워도 이렇게 안 힘들었다.
성진이 알현을 청하자 황제도 물리치지 못하고 성진을 만나 주었다. 성진의 퀭한 얼굴을 보고 황제가 웃음을 터트렸다.
“아 미안하네. 성진 검황 우리 공주가 좀 집착이 심하지?”
성진의 감은 왼쪽 눈의 [막내 공주]가 말했다.
-좀? 두 번만 집착했다 가는 성진이 죽겠다?-
황제는 험험 거리며 말을 이었다.
“그래? 무슨 일로 나를 보자고 했나?”
성진은 피곤함을 떨쳐내고 말했다.
“예, 토지를 받을 수 있을까 해서요.”
“땅? 당연히 줘야지? 땅은 많네. -사자 제국-의 땅이 반이 우리 것이야. 얼마나 원하나? 작은 왕국을 만들 땅 정도면 되나?”
성진이 고개를 흔들었다.
“저는, 그렇게 큰 땅을 원한 게 아닙니다. 그러면 관리도 힘들어서요.”
“그럼?”
“제, 농장의 옆에 땅들을 원합니다.”
황제가 고개를 끄덕였다.
“아~자네 농장을 넓히게?”
“예. 그런데 주변 영주들에게 땅을 팔라고 팔라고 해도 도대체 팔 생각을 안 하네요?”
황제가 쓰게 웃었다. 자신도 성진의 농장의 생산물을 먹기에 그 땅들이 얼마나 금싸라기 같은 땅인 줄 모를 리가 없다.
“허어~ 어쩐다? 일단 내가 금화와 농노와 더 넓은 땅을 주는 조건으로 그 영주들과 합의를 해보겠네.”
성진이 웃으며 말했다.
“하아~ 친 황제파 귀족들이군요?”
황제가 웃으며 말했다.
“그게 아니어도? 그들의 땅을 새 영지로 옮겨서 친 황제파의 세를 불리기는 해야 하네.”
성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예, 그리고 또 다른 부탁이 있습니다.”
황제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래. 말하게 성진 검황이 필요한 거라면 들어 줘야지? 그런데? 우리 공주는 어떤가?”
성진의 감은 오른쪽 눈의 [광기의 공주]가 기겁을 했다.
-공주에게, 좀 예의범절 좀 가리켜라! 아주 사람을 주물러 터트리고 있다.-
황제는 웃음을 참으며 말했다.
“아~ 알았네. 그래 뭐가 필요한가?”
성진이 입을 열었다.
“저희 농장에서, [창]과 [권법]을 가르치는 두 명의 노예 출신 사범들에게 작위를 내려 주셨으면 합니다.”
그 말에 황제가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그 둘의 소문을 들었다네? 둘 다 상당한 실력자인데? 노예에서 머물던 걸 자네가 끌어 올려서 가르쳤다지?”
“예.”
“우리 창기사들이, [양가 창법]을 익히고 최상급인 [흑뢰 창법]을 배우러 가는 곳이기도 하고, 기사들이 전장에서 무기를 잃어버렸을 때 쓸 [권법]을 배우러 가는 곳이고, 그런 그들을 가르치는 사범들이니 작위를 내려 주지. 그런데 그들의 격이 어느 정도인가?”
“이미 [후작급]은 넘어서고 [공작급]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호오~ 상당하군?”
“둘 다, 재능이 넘치지요.”
“내가 둘에게 은근히 황궁으로 들어오라고 해도, 싫다고 거절하더군?”
성진이 웃으며 말했다.
“아니? 보석은 공주님이 한 명 뺏어 갔잖아요?”
“아~ 그 -저주 술사- 말인가?”
“잘, 지내고 있습니까?”
“자네, 눈이 정말 다르긴 다르더군? 벌써 5서클이 넘었다네.”
“그렇군요. 잘 배우고 잘살면 되는 거지요.”
“그래, 자네의 수족인 그 창기사하고 권법가 작위는 내가 알아서 내려주지. 거기서 배우는 [귀족급]들에게 피해 안 가게 해야지?”
“그럼 땅은요?”
“땅도, 더 큰 땅과 금과 노예를 주고, 맞교환해서 주겠네.”
성진은 고개를 끄덕이고 알았다고 하고 물러났다. 그리고 공주가 못 쫓아오게 레티오 영주에게 귀띔만 하고 후다닥 도망쳤다.
그날 밤 성진을 놓친 공주는 아버지에게 빨리 성진과 결혼시켜 달라고 징징거렸다고 한다.
성진이 집에 오자 저녁이었다. 대식구들이 같이 밥을 먹고 있었고 뚠뚠이와 얌순이, 뭉치, 얼룩이, 그리고 꼴통까지 구운 고기를 얻어먹고 있었다.
꼴통은 며칠 사이에 얼마나 많이 먹고 다녔는지 올챙이 배를 하고 다녔다.
성진을 보자 선화 기사가 밥을 먹다가 물었다.
“어? 성진 공자, 왜 이리 일찍 왔어?”
성진이 웃으며 뚠뚠이 옆에 앉았다. 뚠뚠이는 성진이 자신의 고기를 뺏어 먹으려는 줄 알고 입에 고기를 급히 욱여넣고 있었다.
성진이 웃으며 뚠뚠이의 등을 토닥여 주었다.
“탈 나겠다. 형이 아무리 먹을 게 없어도 네 것을 뺏어 먹겠냐?”
선화 기사가 성진의 눈빛을 보더니 웃었다.
“성진 공자? 아가씨들 등쌀에 못 이겨서 도망쳐 왔구나?”
선화 기사의 말에 성진이 웃으며 말했다.
“아휴~ 말도 마세요. 밥도 편하게 못 먹고, 와인도 편하게 못 먹었어요.”
“인기남은, 본래 그런 거야. 그나저나 아가씨들에게 에프터는 신청 받았냐?”
“아유~ 그런 거 필요 없어요. 전 혼자 살 겁니다.”
그러자 성진의 엄마인 제시가 쯧쯧거렸다.
“그래도? 결혼은 하고 아기는 낳고 살아야지?”
“아니요. 괜찮습니다.”
성진이 같이 밥을 먹고 있는 레드와 권한에게 말했다.
“둘은, 황제 폐하에게 말을 해서, [후작급] 작위를 받을 거야. 나중에 [공작급]에 올라서면, 그때 또다시 승작해서 받아.”
그러자 레드와 권한이 감동의 눈물을 흘렸다. 거지나 노예에서 평민으로, 그리고 이제는 귀족이 되니 어찌 감동을 안 받을 수가 있는가?
레드와 권한이 울고 있자니 성진이 어머니에게 말했다.
“농장을, 늘리려고 땅을 받았어요. 아마 농노도 어느 정도 같이 주실 것 같아요.”
제시가 좋아하며 말했다.
“어떻게? 주변 영주들을 설득했니?”
“제가, 한 건 아니고요? 황제께서 -사자 제국-의 빈 땅을 두 배로 주고 맞교환하는 것 같아요.”
“그럼, 성진이 네가 너무 손해 아니니?”
“에이~저는, 땅 욕심도 없고, 작위 욕심도 없어요.”
그리고 다음 날부터 성진의 주변이 정리되기 시작되었다. 레드와 권한은 그래도 [후작급] 작위 수여이기에 황궁에 갔다 왔고 성진은 드워프들에게 건축가를 소개받고 새집을 지을 준비를 했다.
그에 맞춰서 황제는 성진의 농장 주변의 땅을 가진 영주들을 설득해서 -사자 제국-의 땅으로 두배를 주고 이주시켰다. 물론 노예도 넉넉히 주어서 편하게 이주하게 했다.
성진은 건축을 시작하고 성진의 집은 영주성처럼 짓고 레드와 권한의 집 불의 마녀의 집까지 지어 버렸다. 전에 성진이 쓰던 집은 -하프 블러드- 기사단의 케인이 얻고 좋아했다.
성진은 중간 중간에 수술하고 전투 의안을 만들며 집이 완성되기를 기다렸다. 거의 반년이 지나자 집이 완성되었다.
드워프들에게 넉넉히 건축비를 지급하자 돈값을 확실히 한 것이다.
성진이 돌로 지어진 새집들에 가구까지 넣어주자 이제는 대가족이 먹는 식사는 아니었지만 다들 레드와 권한도 귀족이고 넉넉히 교육비를 받으니 먹고 사는 걱정은 없었다.
또 황궁에서 두 무술 교관은 지원비를 따로 더 받았다. 영지가 필요 없다고 하여서 지원해 주는 것이다.
권한은 딸과 계속 같이 살고 싶었지만 성진의 형이 자신이 가족을 부양하려면 성진의 농장에서 관리자를 계속해야 한다고 해서 어쩔 수 없이 성진의 집에서 살아야 했다.
뭐 1분도 안 걸리는 거리에서 사니 보고 싶으면 언제나 볼 수 있었다.
몇 달 후 성진은 형인 찰스 자식들이 태어나는 걸 볼 수 있었다.
꼬물 꼬물 하고 통통하니 아기들이 10달을 다 채우고 나왔다. 쌍둥이 자매였다. 찰스는 울고 말았다. 농노인 자신이 농노에서 벗어나서 농노가 아닌 귀족 집안의 자식을 가질 수 있다니 꿈만 같았다.
그 사이 -사자 제국-과 -피바다 오크 제국-은 반 토막이 난 땅으로 복수를 꿈꾸고 있었다.
너 눈을 왜 그렇게 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