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7화
성진이 완성된 전투 의안을 가지고 수술실로 갔다. 독안의 검왕은 긴장하며 앉아 있었다.
수술실로 가자 이번에는 더 많은 마법사와 마녀, 의사들이 견학을 위해 바글바글 했다.
성진의 손안에 있는 전투 의안은 살아 있는 작은 뱀 마냥 꿈틀꿈틀거렸다. 그걸 보고 독안의 검왕이 기겁을 했다.
“아니? 성진 공자? 그거 살아 있는 것 같잖아?”
성진이 의외로 벌레나 뱀을 싫어하는 것 같은 독안의 검왕을 보고 웃었다.
“에이~ 제가 무슨 재주로? 기계 생물을 창조합니까? 제 마나에 응하여서 시력을 잡는 행동을 하는 겁니다.”
성진이 자세히 전투 의안을 보니 정말 기계 기생충 같았다.
“어? 정말 그렇게도 보이네요?”
성진의 말에 독안의 검왕은 이를 갈았다.
“성진 공자? 지금 나를 놀리는 거지요?”
성진이 고개를 흔들었다.
“아닙니다. 어서 준비하시지요?”
성진이 그 말을 하자 독안의 검왕은 또 겁을 집어먹었다. 성진의 손안에 있는 전투 의안이 열심히 꿈틀거리며 기어 다니고 있었다.
“으~ 나…… 나…… 와인 한 잔만 먹으면 안 되나?”
성진이 웃으며 수술을 견학하는 선화 기사에게 말했다.
“선화 기사님, 가서 와인 한 병만 사다 주세요.”
선화 기사가 나가면서 말했다.
“꼭 돈 줘야 해? 성진 공자?”
선화도 요즘 들어 몰래 와인을 성진의 집에서 훔쳐 먹는데 그 가격을 알고 기겁을 했다. 자신의 몇 달 치 월급이었다.
성진이 웃으며 말했다.
“예, 당연히 드리지요.”
선화가 와인을 가지고 오자 독안의 검왕은 와인병을 통째로 받아 마셨다. 도저히 제정신으로는 꿈틀거리는 전투 의안 수술을 못 받겠다.
그러나 마법사와 마녀들은 뭔가 더 업그레이드 된 전투 의안을 살펴보느라고 정신이 없었다.
한 마녀가 성진이 들고 있는 전투 의안의 안구에 그려진 [마법진]을 보고 말했다.
“어? 저거 -스캔- [마법진]이 있네요?”
그 말에 독안의 검왕이 남은 한쪽 눈이 커졌다.
“뭐라? -스캔- [마법진]을 그려 넣었어?”
성진이 웃으며 말했다.
“아 걸렸네요? 선물로 드리는려던 건데?”
독안의 검왕은 이제 좋아하며 물었다.
“어떻게 작동하나?”
“그냥, 전투 안구에 마나만 밀어 넣으면 알아서 -스캔-이 됩니다.”
“왜? -마비 저주- 같은 건 안 넣고?”
성진이 웃으며 말했다.
“아~ 그건 [마법진]이 복잡 합니다. 그리고 너무 위험도 하고요?”
“음? 그럼 가능은 하다는 소리군?”
“아니요? 전 안 만들 겁니다.”
“아니, 왜?”
“너무 위험합니다. 제가 눈을 감고 다니는 이유를 아직도 모르시겠습니까?”
성진의 말을 들은 독안의 검왕이 가만히 생각했다.
“그렇군? 무언가를 세밀히 본다거나? 멀리 있는 걸 보려고 눈에 마나를 밀어 넣으면 바로 발동이 되겠군?”
“그렇지요? 너무 위험합니다.”
“혹시 -스캔 마법-을 집어넣고 돈을 더 청구하지는 않겠지?”
성진이 피식 웃었다.
“에이~ 제가 돈 벌려고 했으면 쓸어 담았습니다.”
독안의 검왕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건 인정하지? 자네가 마음만 먹었으면, 수술비를 100만 골드씩 불렀어도 줄을 섰을 거야.”
“자자~ 시작하시지요?”
“그래, 잘 부탁 하네.”
독안의 검왕이 수술대에 눕고 성진이 -소독 마법-과 -청소 마법-을 시전 했다. 마법사들과 마녀도 같이 했다.
이제는 그들도 체계적으로 따라 하고 있었다.
독안의 검왕 여제자들이 눈에 불을 켜고 수술대를 포위했다. 독안의 검왕이자 스승에게 해를 끼칠까 봐 그러는 것이다.
그러나 문밖에는 선화 기사도 있고 레드와 성기사들도 있다.
수술대들 보고 있는 자들 중에는 황실 마탑의 탑주도 있기에 여기를 습격하는 순간 불덩이가 될 것이다.
성진은 빠르고 정확하게 독안의 검왕의 안대를 벗기고 다시 한 번 더 -소독 마법-을 하고 눈을 벌렸다.
죽어 있는 안구를 적출하고 뼈를 갈랐다.
그리고 근육과 시신경 조직을 들어내고 -재생 마법-을 사용해서 죽어 있던 근육과 시신경을 살려냈다.
성진이 조심히 -융합 술식-을 사용하여서 시신경과 근육들을 연결했다. 이게 핵심 기술이다.
-융합 술식-을 얼마나 미세하고 잘 컨트롤 하냐에 따라 환자의 상태가 바뀐다.
성진의 경우에는 극소의 마이크로미터 단위로 시신경을 연결하니 마법사들이나 마녀들이 미치려고 하는 것이다.
자신의 마법연구실에서 식물들로 실험을 해보는데 -융합 술식-이 크게 먹혀서 실험 대상이 엉키기 일쑤다. 그러니 어떻게 감히 동물 실험을 할 수 있는가?
성진이 근육과 시신경을 연결하고 봉합까지 빠르게 진행했다. 전투 의안 수술의 경우에는 얼굴이기에 상처라도 나면 곤란해서 이다.
그래도 빨리 한다고 했으나 이미 해는 기울어져 있었다. 성진이 물을 마시며 잠이든 독안의 검왕을 깨웠다.
-마비 마법-과-수면 마법- 이 풀리자 독안의 검왕이 눈을 떴다. 더불어서 한쪽의 전투 의안도 눈을 떴다. 아니 작동을 시작했다.
독안의 검왕이 자리에 앉으며 두 눈으로 보는 세상의 모습을 보고 한쪽의 눈에서 눈물이 서렸다.
젊을 적 눈을 잃고 얼마나 고생을 하며 이 자리까지 올라섰나? 그녀가 눈물을 숨기며 말했다.
“그래? 성진 공자? 이제 신경 활성화 작업을 하지요?”
성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시지요? 엄청 고통스럽습니다.”
독안의 검왕이 고개를 끄덕였다.
“각오는 되어 있습니다.”
성진이 그녀의 의안을 벌리고 안쪽에 숨어 있는 정말 작은 육망성의 나사를 돌리며 마나를 주입했다.
그와 동시에 독안의 검왕이 눈을 불로 지지는 고통을 받았다.
그녀는 제자가 입에 물려주는 가죽도 밀어내고 말했다.
“나 독안이? 이까짓 고통도 못 참을 것 같냐?”
성진은 감탄했다. 눈이 불로 지져지는 고통은 정말 감당할 수 있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데 독안의 검왕은 그걸 참고 대려 웃고 있었다.
“이게? 눈이 있으니 느끼는 고통 아닌가? 난 감사히 받아 드릴 것이다.”
성진이 혀를 내둘렀다. 지금까지 본 이들 중에 제일 독한 여자였다. 그래서 독안이라고도 불리는지도 모르겠다.
그녀는 10분간의 고통을 웃으며 참아 냈다.
그리고 나서 성진에게 고개를 숙이고 인사를 했다.
“고맙네. 성진 공자. 내 이 은혜는 잊지 않겠네?”
그녀가 성진이 시술해 준 전투 의안으로 성진을 -스캔- 해 보았다. 그러나 성진은 이상하게 나왔다.
-이성진-
-레벨???-
-????-
-상대의 격이 너무 높아 -스캔- 마법이 먹히지 않습니다.-
독안의 검왕이 다른 이를 보고 다 스캔이 되는 걸 본 뒤에, 성진을 보고 감탄을 했다.
“자네는 정말 불가사의하군?”
성진이 웃으며 말했다.
“저를 -스캔- 해봐야? 아무것도 안 나옵니다. 제 눈에 있는 아티팩트들은 달리 신이 만든 게 아닙니다.”
성진은 손을 씻고 먼저 나갔다. 그러나 독안의 검왕은 나가고 싶어도 수많은 마법사와 마녀에게 둘러싸여서 나가지 못했다.
“한 번만 보여주고 가십시오!”
“제발 부탁드립니다.”
그러나 독안의 제자들이 길을 강제로 만들고 빠져나갔다. 누가 감히 독안의 검왕 몸에 손을 대려 한단 말인가?
아, 물론 있다. 황실 마탑의 탑주는 쫒아갔다.
한편 황실에서는……
황제가 기분 좋게 정보부 커그 공작과 와인을 마시고 있었다.
“그래? 독안의 검왕이 눈을 회복했다고?”
“예, 이제 경지가, 더 높아지겠지요?”
“그래, 얼마나 강해질까 기대가 되는군?”
황제가 정보부 커그 공작에게 물었다.
“수술비는, 얼마나 나왔다고 하던가?”
“예, 40만 골드가, 나왔다고 합니다.”
황제가 웃으며 너스레를 떨었다.
“하~ 성진 공자가, 나보다 더 부자 아니야?”
“아닙니다. 폐하. 이게 다 미스릴 가격이랍니다.”
황제가 기가 차서 웃었다.
“허허~ 100% 미스릴로 했구만?”
“예, 드워프 공방장이, 또 미스릴을 구해 왔답니다.”
“-드워프 제국-도 상당히 적극적이야?”
“그들도 배우는 게 있지요?”
“얼마나 배웠다던가?”
“뭐, 전투 의수나 전투 의족은 만드는데? 아직 시술은 성진 공자가 한답니다.”
“시술이 그렇게 힘든가?”
“예, 정말 실 같은 신경을, 이어서 붙이는데? 의사나 마법사들도 고배율 돋보기를 끼고도 못 따라 한답니다.”
황제가 잠시 생각에 잠기다가 커그 공작에게 물었다.
“독안의 검왕이, 수술비를 낼 돈은 있나?”
커그 공작이 쓰게 웃었다.
“없습니다. 분명 의뢰로 해결해 줄 겁니다.”
황제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그래? 그럼 내가 수술비를 줄 테니, 의뢰 하나 해달라고 하게.”
“어떤 의뢰입니까?”
“성진 공자와 대련을 한번 해보라고 하게.”
커그 공작이 의아해 하며 황제를 쳐다보았다.
“성진 공자를, 아끼지 않으셨습니까?”
“그러니 그런 거지? 우리 공주의 남편 자격이 있나 보는 거지?”
커그 공작은 어이없어서 웃지도 못했다. 황제는 딸 바보였다.
며칠후……
성진은 아침 수련을 하고 가만히 명상을 하고 있는데 독안의 검왕이 왔다. 성진을 보고 인사를 했다.
“성진 공자 덕분에, 두 눈으로 세상을 보니 정말 좋군요?”
“그러시면 다행입니다. 오늘은 무슨 일로 오신 겁니까?”
“예, 황제 폐하의, 의뢰를 받아서요?”
“예? 황제 폐하가 아프십니까?”
“아니요. 성진 공자와 대련을 한번 해보랍니다.”
성진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호오~ 황제께서, 무슨 일이 십니까?”
“소문에는, 황제께서 공주의 배필로, 성진 공자를 찍으셨다는데요?”
성진이 기가 막혀 입이 벌어졌다.
“아니? 제 의견은 왜 다들 1%도 반영 하지 않으십니까?”
“왜요? 검후라고 불리는 공주가 싫으신가요?”
성진은 대답을 피하고 찬물만 들이켰다.
“아, 정말~ 그 공주님도 집요하시네?”
성진은 그렇다고 독안의 검왕과 대련을 피할 생각이 없었다. 간만에 힘을 쓸 만한 상대를 만났으니 한번 몸을 풀어 주는 것도 좋다.
성진이 일어났다.
“여기 말고 영주성의 연무장으로 가지요?”
독안의 검왕이 고개를 끄덕였다.
“여기는 좀 좁지요?”
성진이 일어나자 선화 기사와 레드, 성기사들이 따라왔다. 그리고-하프 블러드- 기사단장 케인은 구경을 하기 위해 쫄래쫄래 따라왔다.
남의 싸움구경 만큼 재미있는 게 없기 때문이다.
성진이 영주에게 양해를 구하자 흔쾌히 승낙을 했다. 영주도 궁금했다. 성진의 실력이 말이다.
[후작급] 3명을 뚫고 살아 나왔으니 적어도 [공작급] 이상이라는 건데? 과연 [대공급] 으로 알려진 독안의 검왕을 이길 수 있을까 궁금했다.
성진과 독안의 검왕이 자리를 잡았다.
독안의 검왕이 성진의 감은 눈을 보고 웃었다.
“내가? 눈을 뜰 정도의 상대도 안 되나?”
성진이 웃으며 검에 손을 얹었다.
“제가, 눈을 뜨는 순간, 그건 반칙이지 않겠습니까?”
독안의 검왕이 어이없어서 웃었다.
“허~ 내가 남에게 한수를 접어주고 싸운 적은 많지만? 나 독안이 남에게 한수 접힌 대결을 받는 다라? 이거 생소한 경험 이구만?”
성진이 웃으며 검에 손을 얹었다.
“자, 준비하시지요?”
그러자 독안의 몸에서 풍기는 기운도 변했다. 그러나 성진처럼 마수의 기운을 풍기지는 않았다.
독안이 성진의 몸에서 풍기는 마수의 기운을 느끼고 말했다.
“이건? 드래곤의 기운인데? 자네 드래곤인가?”
성진이 웃으며 말했다.
“호~ 그 정도까지 유추하시다니, 대단하십니다. 하지만 안타깝게 전 인간입니다.”
독안은 솜털까지 일어서는 소름을 느꼈다. 용이 아니면서 용의 기운을 가지고 있다면 딱 하나다. 바로 드래곤 슬레이어들이다.
그러나 천여 년 전에 이미 드래곤 슬레이어의 명맥도 끊어졌다. 독안이 생각에 잠겨 있자 성진이 웃으며 말했다.
“안 들어오시면? 제가 들어갑니다?”
성진의 말에 독안의 이마에 힘줄이 붉어졌다.
“허~ 지금 나를 배려해줬다는 말인가?”
“예? 모르셨습니까?”
“그래? 그럼 나도 좀 배려를 받아 보지!”
순간 독안의 검왕이 튀어 나가며 발검을 했다. 그와 동시에 성진의 면전에 닿았다.
독안의 검왕이 성진에게 일격을 가하려는 순간 성진의 검이 검집에서 빠르게 뽑혀 나왔다.
성진의 검이 자색의 빛을 내고 불타고 있었고 독안의 검왕이 기겁을 하고 자신도 검기를 일으키며 성진을 갈랐다.
두검이 교차하며 격돌했다.
-카캉!
그러나 서로 튕겨져 나갔고, 바로 두 고수는 초식을 전개했다. 순간 수십 합이 교환 되었다.
-카카카카카카카캉!
-쩌엉!
성진은 검을 겨누고 멈춰 서 있었으나 독안의 검왕은 뒤로 튕겨 나가서 입가에 피를 흘리고 있었다.
성진의 내력을 견디지 못한 것이다.
독안이 입가에 흐르는 피를 닦으며 웃었다.
“내가, 검왕의 이름을 받은 후 적수가 없다고 여겼는데? 역시 세상은 넓구나?”
성진이 서서히 검을 높게 그리고 천천히 들었다.
“자, 이번에는 무거운 검이 갑니다.”
“호오~ 그 초식의 이름은 뭔가?”
“이 초식은 [월화 검법]의 [만월 단참] 이라고 합니다.”
독안의 미간이 좁아졌다.
“[월화 검법]이라고 했나?”
“혹시 들어 보셨습니까?”
“바다 넘어, 대륙에 있다는 이름 모를 제국의 검법으로, 알고 있는데? 대단하군?”
“호~ 그럼 -지네 제국-이 있기는 하군요?”
“잡담은, 여기까지 하지?”
독안의 검왕이 다시 자세를 잡고 성진에게 파고들었다. 성진의 검격이 독안의 검왕의 머리에 내리 꽂히고 그러는 순간에도 독안의 검왕은 성진의 심장을 찌르고 있었다.
-동귀 어진- 같이 죽자는 수법이었다.
독안답게 지독한 검초였다.
순간 성진의 검초가 변했다. 독안의 검왕 머리를 쪼개는 게 아니라 태극을 그렸다. [이화 신공]을 쓴 것이다.
성진이 만든 태극에 독안의 검왕의 찌르기가 빨려 들어가면서 되려 자신의 검초가 자신에게 되돌아오는 황당한 상황에 독안의 검왕이 자신의 검격을 막으며 뒤로 튕겨 나왔다.
“허~ 이런 검법도 있나?”
성진이 여전히 눈을 감은 채 말했다.
“[이화 신공]이라는 절대 방어 검법이지요?”
“절대 방어라? 자네는 얼마나 많은 검법을 알고 있지?”
“그게 중요한가요?”
“제일 강한 초식을 보고 싶군?”
“그걸 보면 죽습니다. 저를 살인자로 만드시고 싶습니까?”
“그럼? 나를 일 초식에 눌러 보게? 그럼 자네 의뢰를 하나 받아 주지?”
그 말에 성진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레드와 더불어서 집을 지키는 인원이 둘로 늘어나는 것이다.
성진이 검집에 검을 넣고 자세를 잡았다. 그런데 놀랍게도 성진의 검집에 하늘에서 벼락이 모였다.
-콰르르르르릉!
일곱 줄기의 벼락이 성진의 검집에 모이자 독안의 검왕이 긴장하며 물었다.
“그런 검법도 있나?”
“예. [뇌화 검법]이라고 합니다. 자, 갑니다!”
성진이 이제 먼저 [뇌전보]를 밟으며 튀어나왔다.
독안의 검왕 또한 자신의 최고 초식을 보여 주려고 찌르기 자세를 취했다.
너 눈을 왜 그렇게 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