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5화
성진이 그린 [정령 소환 마법진] 에서는 3층 높이의 불만 뿜어 내는 게 아니었다. 그 불은, 영지 어느 곳에서나 볼 수 있을 정도로 더 높이 솟아 올랐다.
그리고 거대한 중압감을 풍기며 불타는 거대한 문이 하나 더 열렸다.
그리고 불의 정령왕 -이프리트-가 튀어나왔다.
성진이 어이가 없어서 머리를 긁었다.
“어? 난 그냥 하위 정령을 소환했는데? 왜 형님이 거기서 나와?”
-이프리트- 는 온몸을 불로 태우며 나왔다. 그리고 성진을 보고 친한 척 인사를 건넸다.
“여~ 오랜만이야? 친구야.”
불덩이 그 자체인 -이프리트-가 성진의 표정을 보더니 갸웃 거렸다.
“어? 너 표정이 왜 그러냐? 죽었다고 그러더니, 살아 있다고 냄새를 풍기길래 왔는데 생판 모르는 사람처럼 대하냐?”
그리고 -이프리트-가 성진을 살펴보았다. 그리고 쓴맛을 다셨다.
“세상에, 눈은 뽑히고, 심장은 다른 [종말의 용]의 심장을 쓰고 있고, 기억은 봉인되어 있고…… 타 차원으로 쫓겨났냐?”
-이프리트-의 말에 성진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나를 안다고?”
-이프리트-가 분노에 휩싸이자 불길이 다시 한번 더 치쏫아 올랐다. 그러자 성진이 말렸다.
“형~ 형~ 화내지 마! 우리 집 타면 우리 다시 바닥에서 자야 해!”
-이프리트-가 쓰게 웃었다.
“날 보고 형이라니, 이 친구야. 하아…… 정말 그 차원으로 가서 다 불태워 버릴까?”
선화 기사나 -아레스- 성기가 -가이아- 성기사는 불의 정령왕을 직접 보자 위압에 덜덜 떨었다.
그가 서 있는 땅이 지금 지글 지글 끓고 있었다.
자고 있던 가족들은 놀라서 깨서 공포에 덜덜 떨고 있었다.
성진의 감은 오른쪽 눈의 [광기의 공주]가 말했다.
-그래도, 성진은 수천의 신을 죽였다. 그냥 진 건 아니다.-
그 말에 -이프리트-가 호탕하게 웃었다.
“크하하하~ 그래, 그래, 곧 죽어도 그냥 죽으면 안 되지 친구야!”
성진이 -이프리트- 에게 물었다.
“그런데, 정령왕의 불길 좀 줄이시지요? 근처를 다 태울 겁니까?”
-이프리트-가 주변을 보니 밭이 다 타고 있었다.
“이런~ 이런~ 미안하다.”
-이프리트-가 불을 줄이고 불로 의자를 만들고 앉았다.
“그래 친구야? 오늘은 왜 날 불렀냐? 어느 나라를 멸망시켜 줄까?”
그 말에 성진이 기겁을 했다. 정령왕이라 그런지 단위가 틀리다.
“아냐, 아니에요. 난 이 소녀에게 정령 계약을 하려고 한 겁니다?”
-이프리트-가 심드렁하게 말했다.
“야 말 편하게 해라, 우린 친구였다.”
“그래도 돼?”
“그럼? 친구 아니냐?”
성진이 킥킥 거리며 웃었다.
“그럼, 이 여자아이, 화상 좀 치료해 주고, 정령 하나만 빌려 주라.”
-이프리트-가 떨고 있는 부지깽이를 보고 웃었다.
“불의 속성력은 확실하구만? 그래, 친구한테 그런 거 못 도와줄까?”
그러더니 -이프리트-가 불로 인한 화상에서 화기를 흡수해서 원상태로 만들어 주었다. 더불어 불 정령왕의 가호를 내리자 그녀의 머리가 불타는 듯 붉어졌다.
그리고 -이프리트-가 말했다.
“너에게, 나의 힘을 빌려주마, 정령 따위는 필요 없다.”
그리고 이프리트가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이제 너의 이름은 -불의 마녀-다.”
그러자 그녀의 온몸이 불타올랐다. 성진이 불타고 있는 그녀가 다칠까 보았지만, 단지 불의 속성력을 받고 있는 거였다.
그녀가 희열에 넘쳐, 부들부들 떨며 말했다.
“감사합니다. 불의 왕이시여.”
“그래, 나중에 인간의 생을 다하거든, 정령의 세계로 들어와라.”
그녀는 이제 인간이면서도 불의 정령의 성격을 가지고 있는 반정령이 되었다. 성진이 그녀를 살폈다.
-불의 재능이 있는 자- -불의 정령왕의 가호를 받은 자-
-불의 마녀- -불의 반정령-
물리 공격 무효
불 속성 공격 무효
[브론즈 백작급]
레벨 3 - -> 레벨 300
힘 3 - - > 힘 300
민첩 3 - - > 민첩 300
지혜 3 - - > 지혜 300
HP 6 - -> HP 600
MP 6 - -> MP 600
-이프리트- 가 웃으며 말했다.
“자, 친구야. 이 정도 만들어 줬으면 죽지는 않겠지? 죽으면 내가 강림 해서 모든 걸 불바다를 만들어 주마!”
성진이 혀를 내둘렀다. 불의 마녀는 지금 성진도 상대하기 조금 곤란할 정도다. 물리 무효라니, 사기다.
“너무? 강하게 한 거 아니냐?”
불의 정령왕이 성진의 엄살에 비웃었다.
“에이~ 넌 더 무서워~ [종말의 용]의 심장과 [신급 아트펙트]를 눈에 박고 있잖으냐?”
성진이 쓰게 웃었다.
“하여간 고맙다. 내가 기억을 다시 찾으면 술 한잔하자.”
-이프리트-가 킬킬 웃으며 말했다.
“그래, 죽지 않는 불사조처럼 다시 부활해라!”
불의 정령왕이 문을 열고 사라지자 부지깽이 소녀는 더 이상 부지깽이 소녀가 아니었다. 붉은 머리에 아름다운 얼굴과 몸매를 가진, 마녀였다.
그리고 온몸에 불길을 뿜고 있었다.
그녀가 성진에게 와서 무릎을 숙였다.
“저에게, 주신 은혜 잊지 않겠습니다. 주인님.”
성진이 불의 마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냥 공자라고 불러라. 너, 그리고 이제 공부 좀 하고.”
“예 알겠습니다.”
성진이 그녀의 머리에 대고 각종 불 마법을 5써클까지 주입했다. 말도 없이 주입해서 고통이 컸으나 성진의 은혜인 걸 알고 불의 마녀는 이를 악물고 참았다.
“자, 이제는 어느 정도는 알겠지?”
“예, 공자님 큰길은 알겠습니다.”
“그래, 앞으로 혼자 공부할 수 있겠지?”
“예, 그렇습니다.”
잠시 후……
레티오 영주가 -흰 수리- 기사단과 -하프 블러드- 기사단을 이끌고 전신 무장을 하고 긴장하면서 성진의 집으로 들이닥쳤다. 그리고 불의 정령왕의 소환된 자리를 보고 혀를 내둘렀다.
엘프인 그가 불의 정령의 흔적을 모를 리가 없다. 아직도 땅은 지글지글 끓고 있었다.
“허~ 불의 정령왕을 소환했다고? 제물도 없이?”
-하프 블러드- 기사단의 단장인 케인이 선화 기사를 보고 물었다.
“선화 기사, 이게 사실인가? 정령 왕이 소환되었다고?”
선화 기사는 아직도 얼떨떨해서 말했다.
“예, 방금 불의 정령왕이, 왔다 갔습니다.”
케인 단장이 말에서 내려서 지글 거리를 땅을 살폈다.
“엄청난 열기이구만?”
그리고 붉은 머리의 불의 마녀를 보았다.
“당신은, 누구신가요?”
선화 기사가 대신 대답해 주었다. 지금 성진에게 머릿속에 엄청난 마법 지식을 받아서 얼이 빠져 있는 그녀 대신 말해 주었다.
“그녀는, 부지깽이 소녀입니다. 뭐 이제는 불의 정령왕의 가호를 받아서 불의 마녀가 되었습니다.”
그러자 레티오 영주가 쓴맛을 다시며 아까워했다. 버려진 농노 모녀가 저런 귀한 인재였다니, 자신의 안목이 낮은 걸 괴로워했다.
케인 단장이 그녀에게 다가갔다. 그러나 성진이 말렸다.
“그녀를 건들지 마세요. 화상 입습니다.”
“에? 그럴 리가?”
단장이 불의 마녀의 어깨를 툭 건드리자. 불길이 확~ 일어나며 케인 단장의 손을 감쌌다. 성진이 급히 마력을 일으켜 불을 꺼주었다.
그러나 이미 화상에 진물이 흐르고 있었다.
레티오 영주가 쯧쯧 거렸다.
“거~ 위험하다고 하는 건, 꼭 안 믿는구만? 케인 단장.”
성진이 웃으며 -치료 마법-을 시전해 주었다. 그걸 보고 레티오 영주가 성진을 보고 말했다.
“성진 공자? 우리 영지의 소속 마법사나 기사가 될 생각이 없나?”
성진이 웃으며 고개를 흔들었다.
“저는 가족이 좋습니다.”
“그래? 그거 참 안타깝군.”
레티오 영주가 안타까워하는 사이에 -흰수리- 기사단 소속의 엘프 마법사 성진이 그린 [정령 소환진]을 보고 말했다.
“그려진 [정령 소환진]은 [하급 정령 소환진]이 맞습니다.”
레티오 영주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런데 어떻게 불의 정령왕이 튀어 나왔데?”
-흰수리- 기사 단장도 신기해 했다.
“그러니까요? 참 신기하지요.”
그리고 레티오 영주가 성진에게 말했다.
“다음부터는, 미리 영주인 나에게 통보를 해주고, -소환 마법-을 시전해 주게. 이거 밤중에 엄청난 마나를 느끼고, 우리는 [귀족급] 마수가 날뛰는 줄 알고 총 출동 했다네?”
성진이 웃으며 사과를 했다.
“저도, 정령왕이 튀어나올 줄은 몰랐습니다.”
“근데, 왜 튀어나왔다고 하던가?”
그러자 성진의 감은 오른쪽 눈의 [광기의 공주]가 말을 잘랐다.
-불의 신과 나눈 말이다. 함부로 유출하면 무슨 꼴을 당할 줄 모른다.-
[광기의 공주]의 말에 레티오 공작이 쓴맛을 다셔야했다. 틀린 말은 아니다. 상대는 불의 정령왕, 성격이 더럽기로 유명했다.
전설에 의하면 자신의 기분에 거슬렸다고 도시 국가 몇 개를 불태웠다는 전설이 있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그건 알만한 사람들 사이에서는 널리 알려진 사실이었다.
레티오 영주는 고개를 끄덕이고 기사단을 이끌고 사라졌다.
그리고 선화 기사를 조용히 호출했으나, 선화 기사는 입을 닫았다.
“전 아직 죽고 싶지 않습니다.”
불의 정령왕과 마주쳤던 그녀는, 무슨 말들이 오갔는지 말하지 않았다. 레티오 영주는 하나만 더 물었다.
“그럼? 하나만 대답해 주게? 성진 공자가 우리 영지에 해가 되는 인물인가?”
“아닙니다. 도움이 됐으면 됐지, 전혀 해는 되지 않습니다.”
그러자 레티오 영주가 안심하고 선화 기사를 돌려보냈다.
* * * * *
며칠 후……
영지의 전속 마법사는 성진의 [고속 성장 촉진 마법진]이 그려진 두꺼운 [마법진] 책을 책상에 내리치고 있었다.
“이 미친 망할 [마법진], 죽어라!”
벌써 몇 십번이나 실패했는지 모른다. 이건 삼중 구조 [마법진]이란 걸 발견하고, 참았던 인내심이 터진 것이다.
“미친 [마법진]!! 죽어라!”
이제는 발로 책을 차고 밟고 있었다. 마법사로서는 [마법서]를 소중히 여겨야 하는데 인내심이 바닥이 나서 미치고 있었다.
지나가던 케인 단장이 이 소리를 듣고 문을 열어 보고 미쳐가는 마법사를 말렸다.
“왜 귀한 [마법서]에 그러십니까?”
“놔! 이 미친 [마법진]은, 불태워야 한다!”
결국 마법사는 케인 단장에게 이끌려 한낮에 술집으로 한잔하러 갔다. 술을 마시며 마법사가 이를 갈았다.
“저, 미친 [마법진]은 없애야 해! 저건 마법사를 미치게 하는 거야!”
케인 단장이 대충 눈치를 채고 속으로 웃었다. 성진마저도, 정보에 의하면 며칠을 실수하면서 [광기의 공주]에게 잔소리를 들으며 그렸다는 [마법진] 이다.
거기에서 나오는 과일이나 향신료들이 얼마나 맛이 좋은지 시종장도 영주 가족을 위해 조금씩 사 오고 있다고 한다.
자신도 지나가다가 몰래 따먹어 봤는데 이 계절에 나오기 힘든 딸기가 자라 있었고, 크기도 맛도 그렇게 맛있을 수가 없었다.
듣기로는 일주일에 한 번씩 수확을 한다고 하니 획기적인 [마법진] 이다.
그날 저녁, 성진은 영주성의 호출을 받았다.
성진이 영주의 앞에 앉자 영주가 성진의 밭에서 나온 포도를 먹고 있었다.
“음~ 자네 밭에서 나오는 포도는, 정말 일품이군?”
성진이 의아해했다.
“어? 그게 팔 정도로, 양이 나오나요?”
영주가 피식 웃었다.
“억지로, 돈을 주고 사 오는 거지.”
성진이 쓰게 웃었다. 아마도 농노 가족들이 영주성의 시종장이 팔라고 하니 겁먹고 판 것 같다. 농노가 아니라 영주성의 상인이었다고 해도, 있는 거 없는 거 다 퍼줬을 것이다.
성진이 자신의 앞에 있는 포도 주스를 먹으며 물었다.
“저는 왜? 호출하신 겁니까?”
영주가 어색하게 웃었다.
“하하~ 우리에게 그 [고속 성장 촉진 마법진]을 좀 그려 주게.”
성진이 웃으며 바로 거절했다.
“그건? 정말 귀찮은데요?”
“힘들다는 거 아네. 우리 영지 전속 마법사도 인내심이 바닥나서, [마법진] 책을 패고 있었다는군?”
그 말에 성진이 킥킥 거리며 웃었다.
“그거, 그려본 사람은 알 겁니다. 미친 짓입니다. 3중 [마법진] 입니다. 차라리 [정령 소환진]이 그리기가 더 편할 정도였습니다.”
영주는 성진을 어떻게 꾈까 고민을 하다가 입을 열었다.
“그럼 이건 어떤가?”
“뭐가요?”
“자네 집의 밭 옆에 땅을 주겠네. 대신 생산량의 반을 우리에게 팔게.”
“아주, 저에게 어떻게든 [마법진]을 그리게 하려고 머리를 짜십니다.”
“하하~ 어쩔 수 없다네? 지금 시기에, 나도 포도나 딸기를 먹고 싶다네. 그리고 황제에게 진상할 걸세.”
그 말에 감긴 성진의 오른쪽 눈의 [광기의 공주]가 웃었다.
-아니, 널 이 변방으로 내쫓은, 형을 아직 챙기는 건가?-
그렇다 레티오 영주는 황족이었다. 그리고 그의 형이 황제다. 레티오 영주가 술을 따라 술잔에 부어 마시며 말했다.
“그래도 형이다. 다른 형제가 황제가 되었다면 나를 죽였을 것이다. 그러나 나를 변방으로 보내서 목숨을 살려 주었어.”
그의 말에도 [광기의 공주]가 비웃었다.
-네가 그나마 성실하니 살려서 -던전 도시-를 맡기는 거겠지.-
쓸데없는 말이 길어지자 성진은 이제 일어났다.
“예 알겠습니다. 땅은 받고 생산량의 반을 팔지요.”
“그래 잘 생각했네, 내가 농노를 지원해 주지.”
성진이 웃으며 말했다.
“아주, 안달이 나셨습니다.”
“던전과 돌덩이밖에 없는 이 영지에서 특산물이 나온다네? 이게 어찌 기쁘지 아니 한가?”
성진은 집에 돌아가서 잠을 청했다. 요즘에 불의 마녀는 밤을 새우며 공부하느라고 정신이 없다. 영지의 마녀들이 새로운 마녀의 탄생을 기뻐하며 마법책들을 선물해 줘서 공부하고 있다.
성진은 명상을 하다가 잠자리에 들었다.
* * * * *
다음날……
성진은 수련하다가, 시종장과 영지 토지 관리인과 농노들 십여 명이 온 걸 보았다. 그리고 영지 토지 관리인이 영주가 성진에게 준 토지의 양의 보고 기가 막혔다.
“이건 너무 크잖아요? 이걸 4명의 가족들이 어떻게 다 관리를 합니까?”
그러자 시종장이 찔리는지 딴짓을 하며 턱을 긁었다.
“하하~ 그래서 농노 십여명을, 지원해 드립니다.”
농노들도 아무리 노예지만 저 넓은 땅의 밭을 개간하려니 기가 찬 듯 보였다. 돌 반, 흙 반이다. 이런 건 성벽 건축일보다 더 힘들다.
성진은 영주에게 당했음을 눈치채고 한숨을 쉬었다. 이건 영주가 성진에게 땅을 주고 일을 시키는 꼴이다. 성진이 소작농이 된 꼴이다.
성진은 일단 농노들에게 밥을 먹였다. 뭘 먹이고 일을 시켜야 힘이 난다. 성진 가족들이 삶은 고기와 삶은 감자를 가득 주자, 눈물을 흘리는 농노도 있었다.
그렇게 농지 개간을 맡기고 성진은 사냥을 나갔다. 불의 마녀의 늙은 엄마가 농사일을 돕는다고 나오려는 걸 막았다.
“그냥 집에서 쉬세요. 불의 마녀도 이제 한 식구니, 식구에게 일을 시킬 수는 없지요.”
불의 마녀도 사냥을 나가서 돕는다는 걸 성진이 말렸다.
“아직 멀었다. 넌 불 마법을 5써클까지 익히면 그때 같이 나가자.”
성진은 일행을 이끌고 숲으로 향했다.
너 눈을 왜 그렇게 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