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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5화 〉계속되는 사건 (65/72)



〈 65화 〉계속되는 사건

프로타 에고가 다시 달려들고 있음에도 세하는 자신 만만했다.


-출력 상 밀릴 이유가 없습니다.

세하도 엘렉티오를 몰아 프로타 에고와 정면으로 충돌했다. 엘렉티오의 사이킥 블레이드와 프로타 에고의 빛의 대검이 충돌하면서 날카로운 빛의 파편이 사방으로 튀었고 두 존재는 한 치의 물러섬도 없이 대치했다.


‘어딘가 기억에 남은 모습이로군.’

그 와중에 프로타 에고는 엘렉티오의 모습에서 뭔가를 느낀  같았다. 거기에 세하는 호쾌하게 외쳤다.


“왜냐하면  놈들을 박살 내줄 존재니까!”


엘렉티오의 손에 쥐어진 사이킥 블레이드의 빛이 더욱 강해졌다. 그렇게 강해진 파장에 프로타 에고가 튕겨져서 뒤로 밀려날 지경이었다.

파파팟!

아무래도 사이킥 에너지로 구현되는 만큼 무장 전환이 빨랐다. 어느새 엘렉티오가 라이플로 무장을 교체해서 광탄을 연사하기 시작했다. 거기에 프로타 에고가 대검과  뒤의 날개 등을 이용해 막아냈지만 피격 부위에서 계속 빛이 깎여 나가는 모습이 심상치 않아 보였다.

‘으음.’

점점 누적되는 타격에 프로타 에고가 신음성을 내는 것이 심상치 않았다. 하지만 세하는 날카로운 눈으로 눈앞의 디스플레이를 살피고 있었다.


‘역시 막 일깨워서인지 에너지 소모가 극심하네.’


분명 파흐트 계의 로드 3명을 순식간에 해치울 정도로 엘렉티오의 힘은 대단했다. 하지만 그만치 사이킥 에너지의 소모가 심했다.

‘게다가 지금 내 사이킥 에너지 용량에도 문제가 있고 말이야.’

아무래도 평소 생각한 것이 있어서 가능한 판단이었다. 그래서 프로타 에고를 밀어붙이면서도 그의 머릿속은 빠르게 돌아가고 있었다.

-하지만 프로타 에고도 난감해 하는 것 같군요.

이미 세하의 생각은 루이제와 실시간으로 이어져 있어서 빠른 의사소통이 가능했다. 그래서 세하는 이에 라이플에 출력을 높여서 굵직한 광선식으로 쏘아대기 시작했다.
프로타 에고는 이를 피해내고는 있었지만 세하는 엘렉티오를 바로 빠르게 돌격시켜서 다시 근접전으로 유도했다.


‘정말 놀랍군........’

프로타 에고의 음성은 이제 힘이 많이 줄어든 느낌이 들었다. 세하는 물론 거기에 답할 생각은 없었다. 계속 강화된 출력으로 사이킥 블레이드를 휘둘렀고 그로 인해 뿌려지는 빛의 궤적에 프로타 에고는 힘겹게 대처할 뿐이었다.

‘이거 치킨 게임이네.’


세하는 마음을 단단히 먹었다. 자신이 먼저 에너지가 다하더라도 강공을 유지하기로 했다. 그런 세하의 의지를 받아 엘렉티오는 계속해서 잔상을 남길 정도로 빠르게 사이킥 블레이드를 휘두르며 프로타 에고를 압박해나갔다.


-알겠습니다. 마스터. 일단 에너지 총량이 10퍼센트 이하가 되면 알려드리겠습니다.

루이제는 그런 세하를 떠밀듯이 말했다. 프로타 에고는 간간히 대검으로 엘렉티오의 검격을 막았지만 어느새 그런 대검의 중간이 금이 가기 시작했고 휘황하게 펼쳤던 날개 한 쪽도 잘려나갈 지경이었다.

‘빌어먹을.......’

처음으로 프로타 에고에게서 욕지기가 나왔다. 그리고 날개 한쪽이 잘려나간 탓에 어딘가 불안정하게 몸을 돌리며 날아가기 시작했다.


“저 자식 도망가네.”

세하는 그 뒤를 바짝 쫓기 보다는 눈앞에 가상 화면을 띄웠다. 그리고 그 중에서 가장 큰 버튼을 눌러버렸다. 거기에 루이제가 보고했다.


-디스트로이 캐논. 조준합니다.

전생  엑펠트의 대군에게 엘렉티오가 마지막으로 썼던 무기였다. 세하는 이 무기로 마무리를 짓고 싶었다. 아무튼 프로토콜이 입력되었고 엘렉티오의 중앙 코어에서 새하얀 빛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쏴!”


그리고 디스트로이 캐논이 충전됐다는 알림이 표시되기 무섭게 세하가 외쳤다. 그러자 순식간에 눈앞이 새하얀 섬광으로 뒤덮였다.

파콰콰쾅!


강렬하게 뻗어나가는 파괴의 빛이 그대로 프로타 에고에게 적중했다. 그리고 일어나는 커다란 폭발 속에서 셀 수 없을 정도의 빛의 파편이 흩날리기 시작했다.

‘두고... 보자... 우리는 이대로... 안.......’


프로타 에고의 음성이 제법 비통하게 들려왔다. 아무튼 그렇게 프로타 에고가 제거되자 하늘에 붉게 물들기 시작했다.

“이건?”


세하는 지금 드리우는 붉은 빛을 보며 아련한 기분이 들었다. 순수한 노을이었다. 어떤 불온한 기운도 섞이지 않은 그 자체였다.


“어......”

그리고 엑펠트에게 조종당했던 로드 중  명인 유피네쉬가 멍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회색빛이 걷히고 본래의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녹여 만들어낸 황금빛의 머리칼에 푸른 두 눈을 지닌 그는 이제야 본연의 감정으로 엘렉티오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음. 하나 건졌다고 해야 하나?”


세하는 그런 유피네쉬를 내려다보며 중얼거렸다. 그리고 살펴본 사이킥 에너지의 용량은 11퍼센트였다. 가히 한계 직전까지 몰아친 결과였다.



*
캠프가 설치된 신전으로 돌아오니 이미 어둑한 밤이 되어 있었다. 게다가 다들 세하가 유피네쉬가 돌아온  보고 굉장히 신기한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오. 돌아왔는가?”


엘파타르는 그런 유피네쉬를 반갑게 맞이했다. 유피네쉬는  순간 눈물을 흘렸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뭐야? 여기서도 한바탕 한 거야?”

세하는 일단 느와르레이드 슈트로 온 터라 바로 헬멧부터 해제했다. 그러자 신선한 공기가 폐로 훅 들어오는지라 그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그래. 원래대로라면 천상의 군대여야 할 텐데 내가 볼 때는 악마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지.”

헤러커가 제법 피곤한 얼굴로 말하고 있었다. 안 그래도 결계를 유지했던 이곳저곳이 파손된 티가 역력했고 전투의 흔적들도 보였다.

“나한테는 엑펠트에 지배당한 로드 넷과 프로타 에고가 들러붙었지.”

세하는 그렇게 말하고는 잠시 구석에 주저앉았다.


“민세하 헌터님? 괜찮으세요?”


아이에르가 놀라서 다가왔다. 아무래도 가장 최근에 세하에게 구원을 받은 탓인지 제법 놀란 기색이 역력해보였다.


“아무래도 격하게 힘을  덕분인지 피로하네. 하하하.......”

세하는 숨기지 않고 힘 없이 웃었다. 하지만 치유 마법 같은 건 없는지 아이에르가 울상이 되었고 그 뒤에 선 그레이스도 살짝 난감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거기에 세하는 별 기대도 안하고 눈을 감았다.

“좀 자고 있을 테니 별  있으면 깨워.”


세하는 그 사이 정말로 눈을 감았다. 물론 그대로 영원히 잠들 생각 따윈 없었다. 그런데 갑자기 머릿속에서부터 시원한 느낌이 감돌았다.


“뭐야?”


세하가 놀라 눈을 떠보니 시원한 하늘의 풍경이 보였다. 그리고 파흐트 게의 주신 우리스가 감격한 표정으로 존재하고 있었다.

“그대가 유피네쉬를 구했다고 들었다. 감사를 표한다.”

이제는 달리 공기를 울려서 말하지 않고 육성으로 말하고 있었다. 그 덕분에 과하지도 모자르지도 않은 우리스의 듣기 좋은 음성이  들려서 세하는 피식 웃고 말았다.


“아닙니다. 다른 로드 녀석들은 골로 보내버리고 말았습니다. 아무래도 프로타 에고 놈이 제대로 조종을 하는 것 같아서 말입니다.”


세하는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그런 가운데 우리스와 단둘이서 하늘 위를 맨몸으로 서 있는 것 같은지라 묘한 기분을 느끼고 있었다.


“어쩔 수 없는 일이지. 그 정도로 엑펠트의 힘은 강했으니까. 하지만 그대가 나서준 덕분에 이곳에서의 장악력이 상당히 떨어진 것을 알 수 있었다.”


우리스의 음성이 점점 크게 들리는 걸로 보아 세하는 상황이 나아진 것을 피부로  수 있었다.

“그렇게 말씀하시니 안심이 되는 군요. 그럼 자체의 전력으로 버틸 수 있겠습니까?”


이 세계의 주신에게 하는 말치고 건방지게 보일  있겠지만 세하는 그냥 물었다.

“물론이다. 프로타 에고라고 했었나? 뭐 집단지성 중에 뚝하니 떼어서 나타난 걸 말하는 것이겠지만 그 존재가 상당한 타격을 받을 것을  수 있었다.”

우리스는 어렵지 않게 답했다. 거기에 세하는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그러면 믿고 돌아가겠습니다.”



*
세하는 일단 파흐트 계에서 하루 정도 휴식을 취한 뒤 바로 지구로 귀환했다. 제너럴 마이트의 알페렌은 제법 황당하다는 반응이었지만 세하가 실제로 파흐트 계가 제법 안정이 된 증거로 우리스의 메시지를 전한 덕분에 논란은 사라졌다.


“정말 대단하세요.”

한국으로 돌아가는 길은 달리 슈트로 가진 않고 전세기 편으로 편안히 갔다. 그래서 레이린은 근처에서 세하를 정말 우러러 보는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모르겠어. 아무래도 전생이라는 게 있다 보니 그놈들에 대한 원한과 투쟁심이 그대로 이어져서 그런 것 같아.”


세하는 이렇게 밖에 말할 수 없었다. 돌아가는 길에 별 일이야 없었고 세하는 협회 본부로 가서 류한호에게 대략의 상황을 보고했다. 그리고 뒤도 돌아보지 않고 자신의 안전가옥으로 돌아갔다.

“이거 달리 교통수단이 필요 없네.”


어지간하면 슈트로 날아가면 되니 자택이  외진 곳에 있어도 상관이 없었다. 어떻게 서울과 파주 중간의 교외 지역. 그것도 꽤나 외진 지역에 있는 전원주택이 지금 세하의 집이었다.


‘물론 이건 그냥 겉모습이지.’

루이제가 함께 하고 헌터로서 벌어들인 수익이 상당한 덕분에 내부는 가히 보안 장치의 향연이라고 봐도 좋았다. 지금 보이는 문 앞에만 해도 광학미채에 스텔스 기능이 기본을 탑재된 오토 터렛이 다수 존재하고 있었다.

‘이렇게 쉬려고 들어갔더니 집안에 뭔가 일이 벌어지는 건 아니겠지?’

세하는 이상한 클리세를 떠올렸다. 거기에 루이제가 한심하다는 듯 말했다.


-그런 일은 없어요.
“그렇겠지? 하지만 안이 아니고 밖에 이미 기다리고 있는 것 같은데?”

세하는 그러면서 천천히 몸을 돌렸다. 그러자 어느새 나타났는지 아이에르가 황망해 하는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아... 안녕하세요.”


처음 보았을 때와 다르게 제법 수줍어하는 아이에르의 반응에 세하는 김이 빠지는 걸 느꼈다. 그러면서 귀찮다는 듯이 물었다.

“넌 언제  거냐?”
“방금요. 클랜 본부에 다녀왔다가 간신히 공간전이 마법을 써서 왔어요.”

그렇게 답하면서 아이에르는 주변을 쭈삣 거리면서 바라보았다. 아무래도 자세히는 몰라도 주변에 깔아 놓은 오토 터렛을 눈치 챈 거 같았다.


“감이 좋네.”

세하는 손가락을 튕겼다. 그러자 광학미채가 풀리며 오토 터렛의 살벌한 모습들이 드러났다. 거기에 아이에르는 흠칫했다.


“이제 보안 모드가 풀렸으니까 들어와. 아무래도 제법 긴 이야기가 되겠지?”


세하는 이제 모르겠다 라는 심정으로 아이에르를 안으로 들였다. 그리고 대충 응접실의 소파에 편하게 앉은 다음 물었다.

“그래서 무슨 일이야? 또 의뢰인가?”


세하는 아무래도 파흐트 계에서 돌아온 지 얼마 안 되서 피곤함이 가득해 보였다. 거기에 아이에르는 뭔가 급한 것 같으면서도 세하의 눈치를 가득 보고 있었다.

“아. 저기... 그러니까요.......”
“답답하네. 저번에 엑펠트가 들러붙어서 불렀을 때는 할 말을 잘도 하더니 오늘은 왜 그런거야?”


세하가 갑갑함에 언성이 높아지자 아이에르는 그대로 움츠러들고 말았다. 그래서 좀 심한  싶어서 세하가 잠시 말을 않고 있는데 아이에르는 갑자기 로드를 들더니 말했다.


“일단 클랜 리더께서 전해드리라는 메시지가 있어요. 그것부터 확인해주세요.”
“좋아.”


아무래도 메이지 클랜 상부에서 직접 세하에게 의뢰가 있는 모양이었다. 그래서 세하는 일단 팔짱을 끼고 소파에 몸을 가득히 기댔다. 그 사이 아이에르가 로드를 세하의 눈앞에 뻗었고 하나의 입체 영상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이 영상이 재생되고 있을 때라면 아이에르 팀장이 무사히 당신을 뵙고 있겠군요. 처음 뵙겠습니다. 민세하 헌터님. 저는 메이지 클랜의 리더 젠크리드 하이겐이라고 합니다.’

전형적인 마법사답게 청색의 로브를 입은 장년의 남성이 입을 열고 있었다. 하지만  표정이 제법 비장해 보여서 세하는 이번 일도 심상치 않은 것임을 깨달아야 했다.


‘아이에르가 민세하 헌터님 덕분에 무사히 엑펠트의 감염에서 벗어난 걸로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보다 더 큰 사건이 클랜 본부에서 벌어지려 하고 있습니다.’

세하는 거기까지 듣고서 인상이 찌푸려지고 말았다. 그래서 아이에르를 노려보았는데 아이에르는 그런 세하의 매서운 시선에 그만 고개를 숙이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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