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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4화 〉복귀 (64/72)



〈 64화 〉복귀

세하가 바로 공격을 시작하자 그 여파는 아르길을 비롯한 로드들에게 먼저 미쳤다.
다들 형편없이 폭발에 휘말려서 지면으로 처박히는 꼴이 처음 나타나서 위압적으로 굴던 것과 대비 되서 세하에게 통쾌함을 느끼게 만들었지만 프로타 에고는 달랐다.

‘재미있군.’


순식간에 프로타 에고가 폭발의 여파를 해치고 바로 세하의 정면으로 쇄도하며 대검을 휘둘렀다. 거기에 세하는 보조  4개의 사이킥 블레이드를 교차해서 막아냈지만 기체 자체가 뒤흔들릴 정도로 힘겨웠다.


‘위험한데.......’


눈앞의 디스플레이에 요란할 정도로 경고 표시가 이어지고 있었다.  그래도 미사일 같은 실탄 병기가 많아 보이는 디스트로이어 플롯이지만 실은 모든 것이 세하의 사이킥 에너지로 인해 구현되는 것들이었다.
그러니 계속 무기들을 쓸수록 출력이 저하되는 것이었고 지금 상황도 마찬가지였다. 루이제의 말대로 프로타 에고는 이번에는 정말로 단단히 준비했는지 세하가 출력  밀리는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마스터. 우선은 거리를 둬야 해요.

안 그래도 루이제의 조언이 이어지고 있어서 세하는 정신을 차렸다. 순식간에 사이킥 블레이드를 꺼버리고 부스터들을 풀가동해서 뒤로 거기를 벌렸다.
다행히도 초반에 두들겨 맞은 로드들은 이제야 간신히 정신을 차리고 올라오려고 하고 있었다. 세하는 거기를 향해 다시 한  미사일과 빔 등을 퍼부어서 저지하고 다시 달려들기 시작하는 프로타 에고를 맞이해야했다.

파치치칙!

이번에는 보조 암 하나에 사이킥 블레이드의 출력을 집중해서 부딪쳤다. 그래서 처음보다는 밀리지 않았지만 아무래도 보조 암 자체의 강도가 문제 있어서 서서히 금이  지경이었다.


‘네가 이렇게 밀리는 경우는 처음이구나. 민세하.’

프로타 에고가 이렇게 말했지만 세하는 흔들림 없이 답했다.


“세상일이라는 게 마냥 쉽고 잘 풀리는 건 아니잖아?”
‘그도 그렇겠군. 그러면 오늘이 네 놈에게는 최악의 날이 되겠군.’


프로타 에고는 세하로서는 놀라울 정도로 말을  받으며 대검에 힘을 줬다. 그러자 사이킥 블레이드를 들고 있던 보조암이 깨져버렸고 세하가 급히 남은 3개의 보조 암을 뻗으려고 했지만 그 조차도 프로타 에고가 베어버렸다.

‘진짜 오늘 위기네.’


오늘따라 프로타 에고의 말이 와 닿을 지경이었다. 게다가 로드들도 다시 공중으로 복귀해서 공격을 퍼붓고 있었다. 수도 없이 날아드는 회색빛의 화살에다가 날카로운 광선 그리고 빛의 거인 형태인 로드 무카론은 아예 묵직한 질량을 지닌 펀치를 날려 올 정도라서 세하는 정신없이 기체를 조종해서 피해내야 할 지경이었다.


‘으... 엄청 피곤하네.’

단순히 탑승한 상태에서 이렇게 급격한 전투를 이어간다면 좀 더 버틸  있었지만 지금의 세하는 말 그대로 슈트를 착용한 상태에서 부가 장비를 주렁주렁 단 격이었다. 그래서 서서히 육체의 피로도가 높아지고 있었다.


-일거에 화력을 쏟아 붓고 느와르레이드 슈트로 날아가서 캠프로 도주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루이제가 다시 조언했지만 세하는 내키지 않았다.


‘캠프에 있는 녀석들로  것들을 막을 수 있을까?’

프로타 에고도 문제였고 로드 넷도 문제였다. 안 그래도 파흐트 계의 흐름을 거의 장악한 것들이라서 세하가 여기 막지 못한다면 그대로 밀려버릴 공산이 커보였다.


‘내가 도발을 진하게 한 탓인가 진짜로 프로타 에고가 작정한 거 같네.’

육성으로 말하면 힘이 빠질 지경인지라 세하는 계속 텔레파시로 루이제에게 말했다.  그래도 날아드는 공격들을 필드로 막아내거나 회피하고 어떻게든 포화를 퍼부어 로드들은 막아내고 있었지만 프로타 에고가 지금은 가만히 거리를 두고서 지켜보고 있는 걸 보니 세하는 거기에도 압박감을 받을 지경이었다.


“크하하하! 결국 네 놈도 여기까지구나!”

특히 로드 중에 유피네쉬가 제일 시끄럽고 활동적이었다. 안 그래도 아름답다 할 수 있는 소년의 용모에 제일 천사 같은 모습이긴 했는데 세하로서는 짜증이 날 뿐이었다.

콰앙!


“켁!”


마침 방심하고 있었는지 사이킥 캐논이 그대로 유피네쉬의 명치에 작열하며 폭발했다. 그렇게 꼴 보기 싫은 적이 나가 떨어졌지만 이번에는 아르킬이 머리의 뿔을 들이밀며 정면으로 달려들고 있었다.


“큭!”

세하가 급하게 사이킥 필드를 펼쳐 막았지만 아르길의 양 뿔에서 날카로운 기운이 일어나면서 필드를 깎아내기 시작했고 그 때문에 막대한 불꽃이 사방에 튀고 있었다.


그어어어!

그 사이 무카론이 괴성을 지르며 달려들었다. 막대한 질량을 가진 주먹이 필드에 작열하다 세찬 파장이 일어나며 디스트로이어 플롯이 들썩 거릴 지경인지라 세하는 속에 있는 게워내지 않은 게 용할 지경이었다.


파파파팟!

몸이 긴 용의 형태를 띤 헤르엘은 계속해서 회색빛의 화살을 쏘아냈고 입에서는 강렬한 광선을 쏘아내고 있었다. 그것도 정면에 부딪치고 있는 아르길을 피했고 그 측면에서 두들기고 있는 무카론까지 피해가지 않도록 사이킥 필드를 타격하는 판국이었다.

‘흐음.’

프로타 에고는 여전히 팔짱을 끼고 있었다. 그 사이 유피네쉬가 다시 떠올랐지만 프로타 에고는 그를 제지했다.

‘조금만 참거라.’
“뭐라고요? 저 자를 없애야 우리의 고통이 없어지는 거 아닙니까?”

유피네쉬가 반항적인 표정으로 말했지만 프로타 에고는 가만히 있었다.

‘그 전에 네놈들의 고통이 심해질 수 있다.’
“크윽......”

프로타 에고가 조용히 하는 말에 유피네쉬는 가만히 있는 수밖에 없었다.  사이 다른 로드들이 계속 세하가 친 사이킥 필드를 두들기고 충격을 주고 있는 터라 프로타 에고는 천천히 대검을 들어올렸다.

‘확실히 할 필요가 있겠군.’

그리고 가볍게 대검이 가볍게 휘둘러졌지만  여파는 무시할 수 없었다. 모든 것을 물들일 거대한 빛의 파도가 일어나며 세하의 디스트로이어 플롯에게 날아들었다.


*
-마스터.

지오 그라함은 가끔 한가할 때면 일부로 격납고를 찾아서 엘렉티오의 콕피트에 앉아서 루이제와 대화를 나눴다.

-마스터는 이해를 못할 분이시네요. 처음에 AI는 거북하다고 하신 분이 아니신지요?


 말에 지오는 쓴 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워낙 뒈져나간 녀석들이 많다보니 대화 나눌 사람이 없어서 말이지.”
-불쌍하군요. 망한 인생입니다.


아직 기계적인 느낌이 남긴 했지만 충분히 힐난 하는 감정이 서려 있었다. 거기에 지오는 도리어 웃을 수 있었다.

“이렇게 계속 싸우다보면 파일럿도 부족해  거고 나도 언젠가는 죽을 지도 모르지. 엑펠트 녀석들의 공세는 상상을 초월하니 말이야.”
-마스터가 망한 인생이긴 하지만 적어도 저는 마지막까지 함께 할 겁니다.

갑자기 루이제가 꺼낸 진지한 말에 지오는 놀랐다.

“요즘 AI는 그런 소리도 하나?”
-적어도 마스터를 보조하는 것이 저 같은 AI의 주임무니까요. 그리고 멘탈 케어까지 가능하게 된다면 더할 나위가 없겠죠. 마스터는 항상 힘겹게 싸워야 하니까요. 많은 책임이 어깨에 걸려 있고 말이죠.

AI에서 나오는 것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따스하고 부드러운 음성이 이어졌다.

-저의 기능이 다할 때까지 마스터를 지키겠습니다. 아니, 어떻게든 지키고 살아나가실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
‘왜 갑자기 전생의 기억이 떠오르는 거야?’

세하는 자신이 지오 그라함이던 시절을 떠올렸다. 그 당시 루이제의 약속은 전생하고 민세하라는 존재가 돼서도 머릿속에 선명히 남아있었다.

“왜 그래요?”


그리고 루이제의 모습이 선명하게 세하의 바로 옆에 나타났다. 그녀는 분명 미소 짓고 있었다.

“아니... 그러니까 네가 완전 깡통 AI이던 시절 기억이 떠올랐단 말이지. 그런 주제에 어찌 그리 부드럽고 감미롭게 말을 하는 지.......”


세하는 왠지 자신이 횡설수설한다고 생각했다. 로드들에게 사이킥 필드가 거의 깨져나갈 상황에서 프로타 에고가 결정타를 날렸다. 그 덕에 모든 것이 새하얗게 보일 지경이라서 세하는 정말 끝장이라고 생각했었다.

“지금이라도 말씀드릴 수 있어요.”

그 순간 루이제의 붉은 눈동자가 마치 보석처럼 반짝였다.


“저의 기능이 다할 때까지 마스터를 지키겠습니다. 아니, 어떻게든 지키고 살아나가실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전생의 약속이 현 시점의 확연히 아름다운 모습을 보이는 루이제에게서 살아나고 있었다.


“PSGZ - X718. 엘렉티오. 이제야 마스터에게 돌아왔습니다.”

그리고 루이제가 보고하는 말은 어딘가 깊은 울림이 있었다. 거기에 세하는 무척 그립고도 고양되는 감각을 느끼며 눈앞의 풍경이 바뀌는   수 있었다.


“세상에... 진짜로 돌아왔잖아?”

분명 전생을 통해서 기억하는 모습이었다. 세하가 전생에 지오 그라함으로서 지구연방군 소속으로서 많은 활약을 했던 기체의 콕피트. 바로 그 풍경이었다.


“하지만 사이킥 에너지로 모든 것이 구현되는데다가 저의 시스템 제어가 더 진화했기에 상당히 쾌적하게 움직이실 수 있을 거예요.”


루이제는 그렇게 파일럿 시트에 앉아 있는 세하에게 윙크 해보이고 다시 모습을 감췄다.

-이제는 마음 놓고 제대로 싸워 보는 거예요.


완연한 전투를 위해 다시 세하의 머릿속에 직접적으로 말하는 루이제. 그리고 세하는 더 이상 아날로그 식으로 귀찮은 보조 장비 없이 편하게 콕피트에 앉아서 조종간을 잡을 수 있었다.

“간다!”


파콰콰쾅!


프로타 에고가 날렸던 빛의 파도가 돌연 그 중간에서부터 폭발해 버렸다. 거기에 프로타 에고는 움찔 할 수밖에 없었다.

‘이게 무슨........’

그리고 그 빛을 해치고 모습을 드러낸 존재가 있었다. 전고가 20m에 달하는 강철의 거인. 하지만 전신을 검은색으로 도색하고 날카롭고 날렵해 보이는 형태인 데다가 백팩과 레그 파츠 등에 있는 부스터가 능히 그 기체를 능숙하고 쾌속하게 비행을 가능하게 만들어주고 있었다.


파파파팟!


그 기체, 엘렉티오가 오른손에 든 라이플을 연사하기 시작했다. 빠르게 날아드는 광탄들이지만 거기에 적중한 당한 로드들은 심대한 타격을 입고 있었다. 엘렉티오가 모습을 드러내면서 발생시킨 충격파에 제일 큰 타격을 받은 것은 정면에 달려들던 아르길이었다. 안 그래도 전신이 새카맣게 그을린 상태였고 양 뿔이 거의 부러질 듯이 금이 가 있었는데 엘렉티오의 사격에 적중당하면서 아예  뿔들이 부러져나가고 말았다.


키아아아!

거기에 아르길이 날카로운 비명을 지르며 추락해나갔다. 다른 로드인 무카론은 빗발치는 광탄을 두터운  팔을 들어 막아냈지만 순식간에 폭발에 휘말리며 빛의 파편으로 양발이 흩어져 버렸고 곧이어 쇄도하는 엘렉티오의 왼손에서 거대한 빛의 검날이 튀어나며 그대로 그 형태를 십자 베기로 조각내 버렸다.
그렇게 빛의 거인 형태인 무카론이 아예 전신이 빛의 파편으로 흩어져 소멸해 버렸다. 거기에 용의 형상을 지닌 헤르엘은 급하게 뒤로 물러서며 앞서처럼 회색빛의 화살과 광선으로 공격했지만 엘렉티오에 발생하는 사이킥 필드는 큰 파장을 일으키면서 그 공격들을 모조리 무위로 만들어버렸고 순식간에 가속해서 헤르엘의 뒤를 잡아버렸다.


파파파팟!

그리고 양손에서 발출되는 빛의 검날에 의해 헤르엘 또한 셀 수 없을 정도로 조각나며 소멸하고 말았다.


“후우......”

세하는 거기까지 엘렉티오를 움직이고서 한숨을 내쉬었다.

“이거 끝내주는 군.”

솔직한 의견이었다. 사실 전생 전의 엘렉티오가 대단하긴 했지만 단순히 군사 병기에 사이킥 에너지를 쓸 수 있는 것뿐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신적인 존재들을 베어버리고 부셔버릴  있을 지경이었다.


-네. 솔직히 말이 엘렉티오이지. 이미 그 범용한 수준을 뛰어 넘은 지 오래입니다.


루이제의 표현이 세하의 자신감을 뒷받침했다. 그리고 세하는 여유 있게 엘렉티오를 움직여 프로타 에고와 유피네쉬의 정면으로 다가갔다.


‘놀랍군.’

프로타 에고가 말했다. 그 반면에 유피네쉬는 전신은 벌벌 떨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못했다. 거기에 프로타 에고는 유피네쉬에게 말했다.

‘물러가도록. 근처에 있다가는 우리가 너를 흡수해 버릴 지도 모르겠구나.’

그리고 프로타 에고가 대검을 자신의 가슴 앞으로 들더니 몸의 크기를 키워나가기 시작했다. 그러자 엘렉티오와 같은 높이가 됐으며  상태에서 투구 안쪽에서 핏빛 안광을 피어 올렸고 바로 엘렉티오에게 달려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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