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60화 〉이끌어 낸 것들 (60/72)



〈 60화 〉이끌어 낸 것들

세하는 정말로 지켜보기만 했다. 아이에르가 저공으로 비행하다가 달려드는 몬스터들과 교전을 벌임에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정말 수준급이네.’

 스태프보다는 실전형으로 짧은 로드를 들고서 능숙하게 공격 마법을 구사하는 아이에르. 화염, 빙설, 뇌전 등등 소위 원소 계열의 마법들이 마구 쏟아지며 몬스터들을 휩쓸었고  강렬한 공격에 몬스터들 대다수가 쓸려나간 터라 강한 개체들은 극히 경계하며 물러서는 판국이었다.


-마스터. 저걸 보시죠.

그 사이 루이제가 화면을 확대해서 아이에르의 상태를 보여줬다.  그래도 마법을 쓰기 무섭게 그녀의 오른팔에서 회색빛의 반응이 일어나고 있었다.

“큭!”

거기에 아이에르도 통증을 느꼈는지 표정이 일그러지고 있었다. 그럼에도 로드를 휘두르며 마법을 연사하는 것은 어렵지 않아 보였다.

‘아직 멀었어.’

하지만 세하가 원하는 반응은 보이지 않았다. 지금 나타나는 것들은 흔히 게이트에서 나오는 몬스터들이었다.


‘융합체. 아니 제대로 된 엑펠트 개체가 튀어나와서 아이에르와 접촉해야 해. 그러지 않고는.’

세하는 독하게 자신의 마음을 억눌렀다. 그런 세하의 마음을 알기에 루이제도 아무런 말을 않고 있었다. 그 사이 아이에르는 자신의 마력을 한계까지 쥐어짜는 지 계속해서 강렬한 마력의 파장이 일어나며 지면을 뒤흔들고 있는 판국이었다.


파치치칙!

그러기를 얼마나 지났을까? 세하가 원하던 반응이 나오기 시작했다. 기존의 몬스터들과는 다른 무언가 잔뜩 뭉쳐서 이뤄진 거대한 존재들이 게이트에서 모습을 드러낸 것인데 세하는 그것들이 엑펠트가 부리는 융합체인 것을 알  있었다.


‘나왔군.’

 몸집들이 무슨 공룡을 보는 것 같았다. 몸길이가 10m는 되어 보였고 체고는 3m는 될 것들이었다. 하지만 그것들의 표면에서 각종 무기물과 유기물들이 뒤엉켜 있는 꼴이라는 걸 알기에 세하는 제법 냉정한 눈으로 그것들을 볼 수 있었다.


“후우........”

융합체들이 나타나자 아이에르의 반응도 한층 진지해졌다. 하지만 오른팔에서 이는 반응이  커지고 있어서 그녀의 통증도 커지고 있었다.
게다가 아이에르가 마법을 사용하자 융합체들은 놀랍게도 온몸으로 그걸 받아냈는데 상당량의 마력들이 흡수되었고 일부는 반사되는 식으로 아이에르에게 날아들고 있었다.

-마스터.


루이제가 걱정이 서린 음성으로 불렀지만 세하는 대답하지 않았다. 아이에르가 점점 밀리기 시작하는 판국이었지만 세하는 처음 자리한 지점에서 전혀 벗어나지 않고 있었다.

“다들 위치 사수하세요.”

게다가 메이지 클랜의 마법사들도 동요하기 시작해서 세하는 공용 회선으로 차분하게 말했다. 아무래도 세하가 평정을 찾고 있어선지 마법사들의 동요가 빠르게 내려앉았다.


‘왔다.’

그때 눈앞의 디스플레이에서 큰 반응이 잡혔다. 그리고 아이에르를 중심으로 화면을 확대하니 융합체들 중간에서 갑자기 회색으로 물든 개체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것은 융합체들보다 2배는 큰 신체를 가지고 있었다. 게다가 머리는 두 개였고 꼬리 또한 그랬다. 엑펠트 개체로 추정되는 이유는 몸을 이루고 있는 표면이 유기물이나 무기물의 혼합이 아닌 오로지 회색의 에너지체로 이루어졌기에 세하는 확신에 가까운 감정이 들었다.

크아아아!


문제의 엑펠트가 괴성을 지르며 달려들었다. 안 그래도 다수의 융합체들을 상대하느라 지친 아이에르는 이를 피해내기가 힘겨워 보였다.
공격 마법의 위력도 처음만 못했다. 엑펠트는 육탄 돌격을 해서 오히려 그 파장을 흡수해버릴 지경이었다. 그에 따라 아이에르의 오른팔에서 일어나는 반응도 강해져서 결국 아이에르는 지면에 내려앉고 말았다.

“크윽.......”


아이에르의 오른팔에서 회색의 줄기들이 뻗어 나오며 엑펠트에게 연결되고 있었다. 그러자 강렬한 스파크가 일어나면서 아이에르가 비명을 질렀고 엑펠프 또한  개의 머리를 쳐들면서 포효했다.

“지금이다.”

그리고 세하가 행동을 개시했다. 그대로 라인버스터 슈트로 전환하면서 쾌속하게 내리꽂힌 것인데 바로 엑펠트의 등판에 충돌하고 말았다.

크아아아!

엑펠트가 처참한 비명을 질렀다. 하지만 세하는 마치 고무공처럼 튕겨서 지면에 착지하더니 양손에서 강렬한 화염을 퍼부으며 융합체들을 불태워버렸다.
세하가 지금까지 쌓아온 사이킥 에너지가 상당한 탓에 융합체들은 속절없이 불타오르고 있었고 그렇게 주변을 정리한 세하는 아에 양손에서 두터운 사이킥 블레이드를 일으키며 엑펠트에게 달려들었다.

‘이거 봐라?’

엑펠트는 그렇게 세하의 칼질에 썰려나가면서도 아이에르에게 떨어지지 않았다. 아무래도 그녀를 감염시키면서 얻는 게 적지 않기에 그런 것 같았다. 거기에 세하는 독하게 마음을 먹어야 했다.

퓨화화확!

세하의 의지에 영향 받아 사이킥 블레이드의 칼날이 아예 작열하는 지옥불처럼 타오르기 시작했다. 그걸 본 엑펠트는  이상 아이에르와 연결을 유지하지 못하고 떨어져야 했다.

“이 X 같은 기생충만도 못한 쓰레기야. 각오해라!”

세하는 엑펠트가 약해진 것을 깨닫고 더욱 기세를 올려서 달려들었다. 아직 남아 있는 융합체들과 엑펠트가 아예 흡수했던 마력의 파장을 방출하며 맞섰지만 라인버스터 슈트에서 발생한 리버스 필드는 아주 간단하게 반사시키며 융합체들과 엑펠트들을 타격했다.

키아아아!

하지만 문제가 있었다. 아이에르가 몸을 일으켰는데 그녀의 두 눈이 어느새 붉은 빛을 발하면서 날카로운 괴성을 내지르기 시작한 것이었다.


-마스터. 아무래도 변이된 것 같습니다.


위급한 상황이겠지만 루이제는 어딘가 평이하게 말하고 있었다. 세하도 마찬가지 인지라 심드렁하게 답했다.


“괜찮아.”

그리고 바로 몸을 돌려서 아이에르의 머리통을 후려갈겨버렸다. 가히 불꽃의 펀치. 거기에 아이에르는 허망할 정도로 혼절하고 말았다.

-마스터. 너무 무식한 거 아니에요?
“망설이는 사이에 일이 벌어지니 말이야.”


세하는 루이제가 힐난하는 말을 한 귀로 흘려버리며 다시 시선을 엑펠트와 융합체들에게 돌렸다. 그러는 사이 엑펠트가 주변의 융합체들을 죄다 흡수하면서 몸집을 키우기 시작했다.

“어쩔 수 없네. 엘리미네이터 아머로 가야겠어.”


세하는 엑펠트가 상당히 커지는  보고 바로 더 위의 단계에 접어들었다. 사이킥 에너지가 그만치 높아졌기에 준비 시간도 없이 순식간에 세하의 체고가 높아지기 시작했다.

-엘리미네이터 아머. 가동합니다.

루이제의 보고에 세하는 빨라진 속도를 체감했다. 아무튼 높이가 10미터는 훌쩍 넘는 거인이 되어버린 터라 엑펠트도 황당한  올려다보게 되었다.

퍼억!

세하는 바로 주먹을 날리고 봤다. 여전히 그 주먹 끝에서 불타는 사이킥 에너지가 일어나고 있어서 엑펠트의 두 머리는 순식간에 뒤흔들리며 휘청거렸다.
그러자 아머 왼손이 바로 반응했다. 그대로 커다란 포구로 변하면서 강렬한 에너지 포탄을 날렸고 거기에 적중당한 엑펠트는 비명도 못 지르고 나가떨어지고 말았다.


“나는 아무리 생각해도 사기인  같아.”


다른 헌터들은 하기 힘든 짓을 하며 세하가 중얼거렸다. 거기에 루이제는 포기한 듯이 한숨부터 내쉬고 있었다.


-마스터나 저의 존재 자체가 이레귤러니까요.
“그래. 아무튼 얼른 마무리 짓자.”

엑펠트가 쓰러져서 버둥거리는 사이 엘리미네이터 아머의 양 어깨에서 커다란 포문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도합 4개의 포문.  끝에서 강렬한 에너지의 격류가 모여들기 시작했다.


파콰콰쾅!


그리고 충전이 끝나기 무섭게 엑펠트를 향해서  강렬한 기운을 쏟아 부었다. 거기에 휩쓸린 엑펠트는 속절없이 분해될 뿐이었다.

“흐음.”

그럼에도 세하는 만족하지 않았다. 계속 센서와 레이더를 가동해서 주변을 살피기에 여념이 없었다.

-마스터답지 않게 너무 신중하신 거 같은데요?


엑펠트를 쓸어버릴 때는 화끈했지만 지금 세하의 반응은 다른 사람이라도 된 양 조심스러워 보였다. 그래서 루이제가 한 말에도 세하는 신경 쓰지 않고 탐색을 계속했다.


“아직 균열 지대 여파가 남아 있어서 말이야. 허이구.”


세하는 다시 일어나는 반응을 감지하고 헛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아이에르를 간염 시키려던 엑펠트는 쓸려나갔지만 이제 새로운 반응이 일어나고 있어서였다.

크르르르

드래곤의 모습을 뜨고 있었지만 세하는 그 존재가 익숙했다. 그래서 반가울 정도로 큰 소리로 말했다.

“어이! 헤러커! 반가운데?”
“......”

그 반면에 헤러커는 침묵했다. 일단 엘리미네이터 아머와 비슷할 정도로 육중한 체구인지라  존재가 마주하고 서자 상당한 중압감이 느껴질 정도였다.

“아무래도 한바탕 난리를 치니까 이리로  모양이지?”

세하는 자신의 우위를 느끼고 있었다. 어딘가 헤러커는 기가 죽은 것 같았다. 바로 달려들지 않는 것이 그 예였다. 그래서 더욱 힘을 받아서 말했다.


“프로타 에고?  망할 상관이 이제는  잡아먹을 거라고 하던가?”
“그럴 지도 모르지.”


거기에 헤러커가 반응했다. 크게 벌려진 입에서 화염의 기운이 일렁여서 세하는 바로 전투 태세를 갖췄다. 하지만 헤러커는 드래곤의 얼굴임에도 한숨을 내쉬며 입을 다물었다.

“그레이스는 살아 있나?”

헤러커의 질문에 세하는 피식 웃을 수밖에 없었다.


“왜? 죽으니 만도 못한 꼴로 착취당한다고는 생각 안 하나?”
“그랬다면 고통스러운 감정이 느껴졌겠지.”


헤러커의 덤덤한 반응에 세하는 서서히 마음을  수 있었다.

“그렇게 말하는 걸보니 싸울 생각은 없는 것 같군.”
“그렇다. 그리고 나도 그 쪽으로 붙을까 생각 중이다.”


헤러커의 사실상 전향 선언에 세하는 잠시 고민했다.


-마스터. 믿어도 될까요?

아무래도 고민스러운 상황이라서 루이제가 물었다. 거기에 세하도 생각이 깊어졌다.

‘저놈은 아무래도 전투력이 그대로 있어서 걱정이 되긴 하네. 그레이스는 말 그대로 탈탈 털려서 별 것 안 남았으니 제너럴 마이트에서 관리가 가능한 건데 말이야.’
-그렇겠지요. 하지만 지금의 반응으로 봐서는 진심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이런 생각도 드네요.

한창 텔레파시로 서로의 생각을 주고받는 와중에 루이제가 뭔가 가설을 제시했다.


-마스터가 저지른 짓 때문에 꽤나 엑펠트 반응이 이끌린다는 생각이 듭니다.
‘하이고. 아무래도 그런 것 같은데?’


세하와 루이제가 이렇게 대화를 나누는 사이에 헤러커의 뒤편에서 심상치 않은 반응이 일어나고 있었다. 거기에 헤러커도 놀라서 뒤를 돌아보고 있었다.

파치치칙!

아예 세찬 빛의 스파크가 일어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안에서 모습을 드러낸 것은 엘리미네이터 아머와 비슷한 체구를 지닌 빛의 거인이었다.

‘파흐트 계? 아니군.......’

세하는 순간 다른 차원인 파흐트 계의 존재를 떠올렸지만 서서히 회색으로 물들어가는 빛의 거인을 보고서 생각을 접었다. 아무튼  존재의 출현에 헤러커도 당황해 했다.


“이... 이건........”
‘헤러커. 아무래도 우리는 너의 존재까지 용납할 수 없겠구나.’

아무래도 프로타 에고의 정신이 관련된 것인지 빛의 거인이 공간을 울리며 말했다. 거기에 헤러커가 뭐라고 할 틈도 없이 빛의 거인이 순식간에 헤러커를 붙잡았고 완전히 흡수해버렸다.


“하아.......”

 모습을 보니 세하는 할 말이 없었다. 그야말로 순식간. 헤러커의 존재가 얼마나 허망한 지 알 수 있는 모습인지라 그런 것인데 빛의 거인은 헤러커를 흡수한 탓인지 그 표면이 마치 드래곤처럼 변해나갔다.


‘그대는 확실히 특이한 자로군. 우리의 파장에 영향 받지 않으니 말이다.’


그리고 빛의 거인이 세하를 바라보며 말했다. 거기에 세하는 자신의 뒤편에 쓰러져 있는 아이에르를 잠시 바라보다가 다시 시선을 빛의 거인에게 집중했다.


“그럴 수밖에. 그러니 네 놈들 조지면서 다니는 거고 말이야.”
‘우리를 끌어낸 것에 찬사를 표하고 싶군. 그대가 한 일이 아니라면 우리가 이렇게 나타날 일도 없었으니 말이다.’

빛의 거인이 다시 말하기 무섭게 아이에르의 몸이 들썩이기 시작했다. 거기에 세하는 한숨을 내쉬며 조치를 취하려고 했지만 빛의 거인이  빨랐다. 순식간에 그 거체가 엘리미네이터 아머의 옆을 지나가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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