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55화 〉또 한번의 변화 (55/72)



〈 55화 〉또 한번의 변화

세하의 외침은 순식간에 전장에 침묵을 가져왔다.


‘그... 그게... 무슨.......’

한창 위세 좋게 떠들던 파베가 말을  이을 지경이었다. 하지만 세하는 당당했다.

“당연히 할 소리지! 뭐 잘났다고 남의 차원  다 뺏어 먹고 큰 주제에 자랑질이냐!”
‘거... 건방진 놈!  놈의 오만함을 죽음으로 갚아라!’


파베가 다시금 외쳤다. 그러자 멈춰 있던 몬스터들이 다시 공격을 시작했다.

“시작부터 간다!”

그 사이 예열 시간을 거친 세하는 바로 엘리미네이터 아머를 장착했다. 순식간에 10미터의 거인이 된 그는 그대로  버스트 모드로 사이킥 캐논을 내뿜기 시작했다.


콰콰쾅!


이를 신호로 다시 전투가 재개됐다. 하지만 처음처럼 헌터들과 군병력들이 밀리지 않았다. 세하가 나선 덕분인지 파베의 피어가 생각 이상으로 효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었다.


‘일단은 이 정도네.’


세하가 화력 지원에 나선 덕분인지 오히려 헌터들과 군병력의 화력이 케나아찰 몬스터들을 압도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세하는 한층 여유를 가지고 전장을 살펴볼  있었다.

-마스터. 생각보다 엑펠트의 반응이 조용합니다.


루이제는 바로 파베의 행동을 체크하고 있었다. 루이제의 말대로 파베는 케나아찰 몬스터들의 후방에서 굳건히 버티고 있을 뿐 별다른 행동을 하지 않았다.


“지금 간 보는 거야. 하지만 우리는 다른 수가 없지.”


세하는 마음 같아서는 당장 파베에게 달려들고 싶었지만 지금 몰려드는 케나아찰의 몬스터들이 워낙 많아서 일단은 화력 지원에 집중했다. 아무튼 세하의 활약 덕분에 방어선의 유지가 쉬워져서 일단은 헌터들과 군병력의 표정들이 밝아지고 있었다.

‘이대로만 흐른다면 좋겠지만.’

세하도 그걸 파악하면서 내심 걱정이 들었다.

‘엘리미네이터 아머의 출력만으로 이번 일을 해결하기엔 부족해 보여. 일단 적의 수도 수고.’

계속 풀 버스트 모드로 사이킥 캐논을 내뿜으면서도 아득히 몰려드는 몬스터들의 모습은 세하로 하여금 뒷일을 걱정하게 만들었다.


‘가장 좋은 건 적의 머리를 쳐내는 거지. 하지만 드래곤 피어에 필적할 수준인 거 보면 저 놈은 지금까지 만난 엑펠트 중 가장 강한 녀석이 분명해.’


루이제는 아직 별다른 조언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세하는 그녀가 나름대로 상당한 분석을 하고 있음을 믿었다.

크아아아!


그 순간 파베가 괴성을 질렀다. 다시금 피어의 효력이 발휘되는  방어선의 움직임이 흐트러지기 시작했다.

“닥쳐!”

세하가 마주 외쳤다. 제법 파장이 상쇄되는 것 같았지만 출력의 차이는 어쩔 수 없는지 처음보다는 효력이 떨어졌다.

‘네 놈의 한계를 몸으로 느껴봐라!’


그리고 파베가 다시 외치며 입을 쩍 벌렸다.  안에서 급격한 기류의 흐름이 보이는 터라 세하는 이를 악물 수밖에 없었다.

“저 자라 자식이.......”

세하는 본능적으로 방어선 앞으로 달려갔다. 그리고 그 순간 파베의 입안에서 맹렬한 브레스가 뻗어 나왔다.

콰콰콰!

단순히 화염이나 냉기 같은 원소가 아니었다. 강렬한 풍압이 이어지긴 했지만  핵심은 날카로운 금속질의 송곳들이었다.

카카카캉!

이미 세하의 아머에는 사이킥 필드가 펼쳐져 있었다. 당연히 라인버스터 슈트보다 강력한 리버스 필드이기도 해서 그 충격량을 그대로 돌려줄 수 있었다.


“크윽!”

하지만 벌써부터 눈앞의 파장에서 금이 쩍쩍 가는 광경이 보이고 있었다. 세하는 그럼에도 이를 악물고 막아냈다.


퍼억! 퍽!

하지만 아머의 군데군데가 금속 브레스에 강타당해서 데미지를 입기 시작했다. 거기에 세하는 정신이 퍼뜩 들었다.

‘오늘  못하면 골로 간다.’


세하가 다시 집중하자 필드가 재성성 되었지만 이내 파장이 크게 일어나면서 다시 금이 가기 시작했다. 다시 말하자면 세하가 막지 못한다면 방어선에 심대한 피해가 갈 것이었다. 안 그래도 사선상에 있던 케나아찰의 몬스터들도 파베의 브레스에 휩쓸려 그대로 박살이 나고 있었다.


-마스터. 조금만 버텨요.

그때 계속 침묵하고 있던 루이제가 입을 열었다.

“버티라고?”
-네. 버티세요. 지금까지 싸워 온 경험치가 있으니 좀 더 버티면 기회가  것 같아요. 기동성이나 여러 가지 문제 때문에 걱정하셨잖아요? 이번 기회에 해결 할  있을 거예요.


오늘만큼은 정말 AI답게 차갑게 말하고 있었다. 아무튼 세하는 머릿속이 새하얗게 되도록 버티는 수밖에 없었다.


콰아아아!


가히 금속의 폭풍이라고 할 수 있었다. 닿는 모든 것을 박살내버리는 이 파괴의 향연에 세하는 정신이 아득해지는 거 같았다.


‘그나마 입으로 내뿜느라 헛소리를 안 하니 낫나?’

안 그래도 공기 중을 울리며 재수 없는 소리를 하는 파베를 생각하니 세하는 오기가 치솟았다. 전생하고 나서 이렇게 엑펠트에게 고전하는 것도 처음인지라 더욱 화가 났다.


‘끝까지 버틴다!’

세하는 소리 없는 비명까지 질렀다. 하지만 현실은 냉혹해서 이미 필드 곳곳에 금이 가고 있었고 아머의 곳곳에 타격이 가해지고 있었다.


“크흑!”

잘못하다가 무릎을 꿇을 뻔했다. 그랬다면 그대로 균형이 무너져서 머리와 흉부 등등 중요한 지점에 데미지가 쌓일 수 있었다. 그래서 세하는 아예 공세로 전환할까 고민할 정도였다.

-마스터.  됐습니다.

그때 기다렸던 루이제의 음성이 들려왔다.


-확실히 그간 고생하셨고 지금 데미지가 막대했던 게 도움이 되네요. 이제 엘리미네이터 아머의 새로운 기능을 발휘할 때입니다.


아무래도 세하가 아머 채로 공격을 받아내느라 답을 하기 어려웠다. 그래서 루이제가 대신 아머의 관제에 들어가기 시작했다.


‘어?’

세하의 눈앞이 새하얗게 물들었다. 그리고 루이제의 음성이 마치 꿈결처럼 그의 뇌리에 들려왔다.


-PSGX - 704. 디스트로이어 플롯입니다. 엘리미네이터 아머에 공중기동형 추가장비와 무장이 탑재된 형태죠. 그 덕분에 출력과 기동성은 엘리미네이터 아머의 2배입니다. 제가 처음에는 기동을 보조하겠습니다. 마스터는 사격에 집중해주세요.


갑자기 눈앞이 밝아지며 세하는 전신이 허공으로 치솟은 느낌이 들었다.


‘아니?’


그제야 파베의 음성이 들려왔다. 그도 갑자기 벌어진 일에 놀란  같았다. 어느덧 허공에 치솟은 세하를 올려다보고 있었는데 그 거체에도 제법 당황한 표정이 보일 지경이었다.

삐빅!


그때 세하의 눈앞에 각종 디스플레이가 표시되기 시작했다. 지면에 싹 깔린 케나아찰의 몬스터들을 락온하고 있었고  중에서 파베에 대한 락온이 가장 크게 뜨고 있었다.


“이건 뭐지?”

세하는 묻지 않을  없었다. 그러자 루이제는 태연스레 답했다.

“멀티 락온 시스템입니다. 제 보조 덕분에 수 만  개체를 한꺼번에 잡을 수 있지요. 물론 그만치 사이킥 에너지의 소모도 극심해지지만 마스터는 어차피 길게 끌 건 아니잖아요?


루이제의 말대로 였다. 세하는 그대로 의지를 담고 말했다.


“알았어. 그럼 가자!”


현재 세하의 엘리미네이터 아머는 전체적으로 엎드린 상태에서 그 양옆과 후방을 거대한 비행 형 장비들이 둘러싸고 있는 상태였다.
양옆에는 대구경의 캐논과 미사일 포트 그리고 거대한 웨폰 컨테이너들이 주렁주렁 달려 있었다. 후방에는 무수한 슬러스터와 바니어가 달려서 확실한 기동성을 보조할 것 같았다.

파파파팟!


갑자기 웨폰 컨테이너와 미사일 포트들이 일제히 열리며 그 안에서 마치 비가 내리는 것처럼 빛의 화살들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콰콰콰쾅!

거기에 휩쓸린 케나아찰의 몬스터들이 폭발에 휘감기며 사라져갔다. 그건 파베도 예외는 아니었다.

‘크아아악!’


폭발하는 빛의 폭풍 속에서 파베가 울부짖었다. 그리고 고개를 위로 들어서 예의 브레스를 내쏘았다.

-염려마세요.


하지만 루이제의 음성과 함께 세하의 전방에 앞서보다 강력한 파장의 필드가 펼쳐졌다.

-지금 저 정도의 공격으로는 마스터의 출력에 못 비비죠.

그리고 필드가 역전하며 그대로 굵직한 뇌격의 기둥이 되어서 파베를 강타했다.

‘크아아아!’
“되게 시끄럽네.”

세하도 이제 평정을 되찾아서 이제는 양옆에 달린 대구경 사이킥 캐논을 연사하기 시작했다. 한  한 발이 가히 천둥의 재현 같은 지라 세하도 온몸이 움찔할 지경이었다.

콰앙! 콰아앙!

그리고 적중할 때마다 파베의 전신이 뒤흔들리는 꼴이 당장에라도 위태로워 보였다. 등껍질을 둘러싼 가시의 산들이 죄다 부러져서 사방에 파편을 흩날리고 있었고 껍질 자체에도 금이 쩍쩍 가며 피가 흐를 지경이었다.


‘이노옴!’

파베가 고통에 차서 다시 브레스를 뿜었지만 그럴 때마다 세하의 필드에 튕겨나서 도리어 데미지를 입는 판국이었다.  덕분에 케나아찰의 몬스터들도 제어가 흐트러져서 더 이상 방어선을 공격하지 못했다.


‘두... 두고 보자!’

파베가 기어코 등을 돌렸다. 그리고 힘겹게 기어가며 정면의 게이트에 들어가려고 했다.


“어딜 가려고!”

하지만 세하는 그걸 놔둘 생각이 없었다. 그대로 급하강해서 파베에게 접근했다. 순식간에 파베의 거체가 눈앞에 보였다.

파치치칙!

이번에는 아머를 감싸고 있는 플롯에서 6개의 커다란 보조암이 튀어나왔고 그 끝에서는 굵직한 사이킥 블레이드를 발출했다. 그렇게 나타난 6개의 사이킥 블레이드는 잔혹할 정도로 파베의 전신을 난자했다.


‘크아아악!’

거기에 어딘가 잘려나가지 않은 것이 용했다. 그래도 파베는 아예 피투성이가 돼서 비틀거리고 있었다. 세하는 아예 보조암 4개는 파베를 붙잡고 나머지 2개에서 사이킥 블레이드를 뽑아서 그대로 찔러버리려고 했다.


“음?”

카카캉!

하지만 세하는 갑자기 쎄한 기분이 들어서 급격히 아머를 상승시켰다. 상당한 거체인 플롯 장착 상태이지만 보조암을 걷어 들이는 것과 파베가 점으로 보일 높이까지 상승하는 것이 거의 찰나에 가까운 시간이었다.


-헤러커와 그레이스 군요.

루이제가 이유를 밝혀내고 카메라를 확대시켰다. 그러자 막 기진맥진한 파베를 둘러싸고 있는 헤러커와 그레이스의 모습이 보였다.  존재 다 보통 인간에 가까운 크기였다.

“저것들이 결국 왔네. 그런데 루이제. 괜찮겠어?”
-아무래도 저 두 개체를 상대하려면 플롯 상태는 비추천합니다. 말 그대로 거함거포주의와도 맞먹는 수준이니까요. 일단 한차례 고화력으로 쏟아 붙고 급 하강하면서 라인버스터 슈트나 느와르레이드 슈트 상태로 상대할 것을 권합니다.

바로 루이제가 조언을 했고 세하는 거기에 실천으로 옮겼다.


파파파팟!


“!?”

다시 빗발치는 빛의 폭우에 헤러커와 그레이스는 순식간에 휘감겼다. 세하는 루이제의 조언대로 플롯을 급하강 시켰다.
이미 몬스터들은 죄다 게이트로 도주하고 있었다. 세하는 아예 목표를 엑펠트들로 삼고서 순식간에 라인버스터 슈트로 전환해서 리버스 필드를 폭발하듯 퍼뜨렸다.

파콰콰쾅!

세하가 착지하기 무섭게  지점을 중심으로 빛의 폭발이 일어났다. 하지만 그 사이를 비집고 금속의 가시가 치솟았고 세하는 이를 필드로 막아냈다.

파파파팟!


그러자 이번에는 그레이스의 창이 빛을 발하며 세하의 전신에 쇄도해 들어갔다. 거기에 세하는 왼팔에서 사이킥 블레이드를 뽑아내며 이를 받아쳤다.


“후우.......”

그제야 빛과 연기가 걷히고 참상이 드러났다. 가히 폭심지라 할 만  속에서 파베는 거의 숨만 간신히 쉬며 거체를 눕히고 있었고 헤러커와 그레이스는 제법 당황한 얼굴로 세하를 바라보고 있었다.

“이 망할 연놈들. 결국에는 왔군. 아무래도 동족이라서 그냥 죽게는 못 둔 다 이거냐?”


헤러커와 그레이스가  타격을 안 입은 걸 보고 세하는 내심 혀를 찼다. 하지만 속과 다르게 세하는 쩌렁쩌렁 고함을 치며  존재를 위협했다.


“저기. 민세하 님. 잠시 대화를 하죠.”


그레이스가 애타는 얼굴로 말했다. 분명 미인이고  표정에서 느껴지는 감정이 제법 애절해 보여서 먹힐 것 같았지만 세하는 매정했다.

“사람도 아닌 것이 어디서 정에 호소 하냐?”

그리고 볼 것도 없이 달려들었다. 사이킥 블레이드의 검광이 날카롭게 날아들며 순식간에 그레이스의 창과 부딪쳤다.

“이런.......”


거기에 헤러커도 당황할 지경이었다. 막상 고화력인 플롯 상태를 막았지만 오히려 단위 전투력이 막강한 세하는 인간형 상태의 일 대 일 상황에서는 더욱 능숙한지라 그레이스의 손속이 어지러워지는  눈에 보일 지경이었다.


“조금만 기다려라.”


헤러커는 머리를 지면에 박다 시피 한 파베에게 말하고 황급히 그레이스에게 달려가야 했다. 그때 세하의 검격에 그대로 그레이스의 창이 두 동강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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