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36화 〉선택의 이유 (36/72)



〈 36화 〉선택의 이유
세하는 균열 지대라는 말에 움찔했다.


-마스터.  그리 놀라시죠?

루이제가 놀리듯 말해서 세하는 금세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하지만 알페렌의 말에 세하는 다시 놀라야 했다.

“그것도 그대의 단독의 임무가 될 걸세. 민세하.”
“그 이유가 뭔지 자세히 설명해야  겁니다.”


세하는 일단 진정하고 다시 자리에 앉았다.  따라온 토마스도 제법 놀란 표정을 짓고 있었다.

“알페렌 여러분. 혹시 애리조나  지역의 균열 지대를 말씀하시는 겁니까?”


이어진 토마스의 질문에 레이린이 대신 답했다.


“네. 알페렌 여러분과 제가 동기화해서 정보를 찾아보니 그곳에 지대한 위험이 감지되고 있습니다.”


레이린의 말에 토마스는 한숨을 푸욱 쉬며 세하를 바라보았다.

“민세하 헌터님이  힘드시겠네요.”
“뭐 때문이지?”


세하는 갑자기 입이 툭 튀어나오고 말았다. 갑자기 사람 하나를 무슨 생지옥에 던져 넣는 분위기인지라 그런 것인데 알페렌이  영상을 띄우자 순식간에 심각한 표정이 되고 말았다.

“게이트 사태가 발생하면서 상당한 넓이의 균열 지대가 발생한 곳이지. 하지만 그만치 넓은 사막이 펼쳐져 있는 터라 미군과 제너럴 마이트는 이를 활용했었다네.”


알페렌 중 가장 중후한 목소리를 지닌 이가 입을 열었다. 그리고 뒤이어 들린 말에 세하는 기겁하고 말았다.

“바로 생체병기 실험장이었지.”




*
세하는 제너럴 마이트 본사내에 위치한 숙소에서 밤을 보내고 있었다.

‘어지간한 5성 호텔 급이네.’

살벌하게 헌터 길드나 군사 기지 같은 곳을 조금만 지나자 어지간한 유흥도시의 분위기가 나는 타운이 펼쳐져 있었고 그  가장 고급 호텔에 들어와 있었다.

-괜히 북미 최대의 헌터 길드가 아니겠죠.

루이제는 세하의 말에 긍정했다.

“하지만 말이야. 아무리 생각해도 거긴 아수라장인데.”

세하는 몸은 편했지만 알페렌과 레이린에게 들은 정보 때문에 마음이 심란했다.

-온갖 생체병기를 연구했던 곳입니다. 그만치 보안에 신경 썼고 몬스터들을 상대로 상당한 성과를 거두기도 했습니다.

그 사이 루이제는 세하의 눈앞에서 각종 자료를 늘어놓기 시작했다. 갑자기 사막에서 무슨 점막이 튀어나오며 몬스터들을 휘감으며 녹여버리질 않나 어떤 경우에는 병약해 보이는 사람이 다수의 몬스터를 조종해서 서로 싸우게 만드는 등 온갖 생물병기의 활약상이 보이고 있었다.


-하지만  모든 것이 변질되었고 균열 지대에서 지대한 위협이 됐다는 이야기입니다.

화면이 여럿 보였던 것이 사라지면서 알  없는 점액질이나 생체 조직 같은 것으로 둘러싸인 연구소의 내부가 보였다.

“후우... 그런데 저기 안에 엑펠트의 마커에 준하는 에너지가 감지된다는 거군.”

세하는 핵심을 이해했다. 거기에 루이제는 박수 소리까지 내며 답했다.

-네에. 잘 아시는 군요. 마스터. 하지만 지극히 위험한 곳이고 엑펠트마저 관련된 곳이니 함부로 전력을 투입할 수 없으니 이럴 때는 소수정예나 지대한 힘을 지닌 이가 단독으로 임무를 수행하는 게 맞겠죠.


“너는 내  맞냐?”


거기에 세하는 잠시 짜증을 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생각해보면 나 밖에 갈 사람이 없네.”
-네. 혹시 저를 못 믿으시는 건가요? 저는 마스터를 위해서 나노머신적인 작용도 가능해서 설사 아무리 강력한 바이러스나 질병 체제가 침입해도 막아낼 수 있습니다.
“그렇게 이야기하니 더 무서워진다.”

세하는 갑자기 루이제에 대한 무서운 생각이 머릿속에 감돌았다.

“갑자기 네가 수틀리면 나를 사니 못하는 꼴로 만들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흐음.

갑자기 루이제가 뭔가 생각하는 것 같은 반응을 보였다. 거기에 세하는 도끼눈을 뜨며 말했다.


“뭐야? 갑자기.”
-마스터 입장에서는 그러실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


오늘따라 루이제의 반응이 진지하게 보였다. 그래서 세하는 뭔가 마음이 답답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대화가 좀 더 용이하게 해드리고 싶습니다.
“뭐?”
-너무 놀라진 마세요.


갑자기 세하의 눈앞에 뭔가가 나타났다. 그 때문에 세하는 두 눈을 슥슥 비비며 계속 확인했다.


“이제 대화하기가  편하겠죠?”

세하의 눈앞이  은발에 보석처럼 빛나는 붉은 눈을 지닌 미녀가 자리하고 있었다. 마치 군대의 제복 같은 디자인인 정돈된 붉은 옷차림이라서 유혹적인 느낌은 없었지만 차가운 얼음과도 같은 절제미가 돋보이는 인상이라서 세하는 그만 얼어붙고 말았다.


“너 누구냐?”
“루이제입니다.”

은발의 미녀, 루이제는 고개를 숙이며 인사했다.


“일종의 영상 모드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으......”
“왜 그러세요? 불편하신가요?”


세하는 루이제가 두 눈을 깜빡이며 자신을 쳐다보는 것에 잠시 당황했다.


“계속 머릿속에서만 떠들다가 이렇게 나타나니 적응이  되서 그래.”

하지만 강력한 사이킥커답게 세하는 금세 정신을 차렸다. 거기에 루이제도 피식 웃었다.

“이건 말 그대로 영상이에요. 혹시라도 손을 대보셔야 촉감 같은  못 느낍니다.”
“이렇게 얼굴을 마주하니 낫긴 하군. 무슨 바람이 불어서 이런 짓을 하는 거야?”

세하로서는 전생 때도 본 적이 없는 루이제의 모습이었다. 거기에 루이제는 어딘가 쓸쓸하게 느껴지는 미소를 지었다.

“마스터가 불안해 하시니까요.”
“내가?”
“네. 또 다시 어려운 일에 혼자서 나서야 한다고 생각하시니 그래 보여요.”
“틀린 말은 아니네.”

세하는 순순히 인정했다.


“저의 존재는 마스터에게 귀속이 된 거에요. 마스터가 전생 때 전심전령을 다해서 사이킥 에너지를 발출해서 엑펠트의 대군과 동귀어진 했을  벌어진 일이었죠. 그러니 저의 생사여탈권은 마스터가 지니고 계세요.”


갑작스러운 고백에 세하는 제대로 말을 잇지 못했다. 거기에 루이제가 다시 짙은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안 믿기시나요?”
“내가 전생 때 참 대단한 일을 했구나 싶어서.”


세하는 고개를 절레절레 젓더니 어느새 결연한 눈이 돼서 루이제를 바라보았다.


“원래 사람이라는 존재가 불안함을 끼고 하는 존재지. 그런데 그런 내가 전생에 엑펠트와 싸울 때는 그야말로 저 개자식들을 박살내고 말겠다는 복수심 밖에 없었지.”

세하는 거기까지 말하고서 이를 악물려다가 참았다.


“가족과 친구 그 외에 모든 사랑하는 이들을 엑펠트에게 잃었죠?”


루이제가 세하에게 가까이 다가와 물었다.

“그래. 그리고 그건 전생하고 나서도 마찬가지였지. 아버지는 1세대 헌터였고 어머니는 의료봉사자였는데 게이트에 휘말려서 모두 돌아가셨지. 이렇게 덤덤하게 말하고 있는 걸 보니 나 무슨 감정 없는 놈 같은데.”


세하는 그렇게 과거와 미래를 떠올리더니 킬킬 대며 웃었다.


“각성하기 전에는 다 체념하고 살길만 생각하다 보니 몰랐는데 지금와서 전생이니 현생이니 다 떠올리니 우스운 것 같아.”

세하는 그러더니 몸을 일으켜 루이제와 눈을 마주쳤다.


“그만치  영혼이 병들어 있는 거겠지. 전생이나 지금이나. 나를 그 지경으로 만들어버린 것들에 대한 분노가 지금까지 이끈 것 같아.”

거기까지 말하고 세하는 고개를 숙였다.


“그래서 너를 말려든 게 만든  같아. 미안해 루이제.”
“아니에요. 마스터.”


루이제는 환한 미소를 지었다.


“감정을 가르쳐주고 많은 것을 알게 해준 사람은 마스터였어요.”

루이제는 닿지 않는 손길을 세하의 얼굴에 가져갔다. 그대로 슥 통과되었지만 루이제는 그 자세를 유지하며 말을 이었다.

“그리고 마스터의 끝없는 투쟁심이 저를 감화시켰답니다. 그러니 다 같이 마스터를 분노하게 하는 것들에게 생지옥의 맛을 보여주자고요.”


루이제의 입술이 세하의 입술에 닿았다. 물론 실제로 닿는 일은 없었지만 세하는 묘한 기분을 느끼며 눈을 감았다.





*
세하가 심리적 안정을 찾으면서 작전의 진행은 일사천리로 이루어졌다.

“민세하 헌터님. 괜찮으세요?”


대형 수송기에 오르려는데 레이린이 물었다. 거기에 세하는 어느 때보다 환하게 웃고 있었다.


“컨디션 좋아. 왜 그래?”
“.......”


레이린은 뭔가 의심이 간다는 표정을 지었지만 세하의 표정이 마치 철옹성처럼 변화가 없어서 이내 포기하고 말았다.


“무리하지마세요.”

그녀도 이번 작전 때 일종의 오퍼레이터  조사관 신분으로 참여하게 되었다. 그래선지 제법 긴장한 티가 역력했다.


“몸으로 뛰는 일은 내가 다 하는 거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

세하는 그런 레이린을 다독거렸지만 레이린은 변함이 없었다.

“제가 잘 못된 정보를 드리면 큰일 나니 긴장  수밖에 없죠.”
“그럴  없어.”


세하는 그렇게 레이린을 다독이고 수송기에 탑승했다. 일련의 과정들이 순조롭게 끝나고 수직이착륙 기능을 지닌 수송기가 이륙하기 시작했다.


-마스터. 적당히 하세요.

모습을 드러내고  뒤인지라 루이제의 목소리가 친근하게 들려왔다.

‘왜? 레이린이 긴장한  같아서 그런데.’
-긴장한  맞죠. 아무래도 자신 때문에 마스터가 이번 작전에 나서는 것 같다는 죄책감이 느껴지는 군요.

루이제의 분석에 세하는 순간 꿀 먹은 벙어리가 되고 말았다.

-사실 그럴 만 한 게. 이번에 바로 공중에서 균열 지대로 투입되는 거 알죠?
‘알아. 무슨 감염 지대처럼 퍼진 게 많은 지라 육상으로 잘 못 접근하면 큰일 난다는 것도 알지.’


세하는 사전에 입수한 정보를 떠올렸다.

-네. 하지만 걱정하실  하나도 없어요. 지금까지 마스터가 쌓아온 힘이라면 충분히 해낼 수 있으니까요.
‘너. 그 때 이후로 캐릭터가 변한  아니야?’
-그럼 하던 대로 말할 게요. 재수 없는 소리 말고 하라는 대로 하세요.
‘뉘예 뉘예.’

그렇게 세하와 루이제는 정신적으로 농담을 나누며 긴장을 풀었다. 그 반면에 루이제와 토마스를 비롯한 지원팀의 인원들은 세하를 불안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
“감염 지대 상공입니다. 현재 위험 레벨은 옐로우입니다.”


비행을 시작한 지 2시간 정도 지나자 세하의 눈앞에 경고 정보가 떠오르고 있었다.


“이거 웃기네. 처음에는 균열 지대라더니 이제는 아예 감염 지대라고 하네.”


이미 마크2 느와르레이드 슈트로 전신을 감쌌고 통신 채널을 조종해서 대화가 밖으로 세어나가지 않기에 세하는 마음 편히 입을 열고 있었다.

-이미 투입 전에 들어놓고서 그러시네요.


루이제는 문제 될 거 없다는 투로 말했다.

“기분 문제라는 거지. 자아. 그럼 가볼까?”

이미  전에 논의 된 것이 있어서 세하는 램프 도어의 입구로 향했다. 그러자 천천히 램프 도어가 밑으로 내려가고 있고 상공의 날카로운 공기가 밀려들어왔다.


“그럼 고민할 것 없이 가보자고.”

세하는 그대로 그 밑으로 뛰어내렸다. 그러자 마자 고속비행모드로 전환해서 팔다리를 몸통에 붙였고 마치 유성처럼 지상을 향해 떨어져 내리기 시작했다.

-강하지점을 설정합니다.


디스플레이에 세하가 강하할 지점이 표시되고 있었다. 하지만 그만치 경고음도 들리고 있었다. 세하가 자세히 바라보니 무슨 생물학적 위험에다가 고도 방사능 위험 등등 온갖  좋은 정보가 다 뜨고 있었다.

“이건 뭐냐?”


세하가 묻자 루이제는 태평하게 답했다.


-그 정도로 답이 없는 표현인 겁니다. 설마 돌아가고 싶으신 가요?
“그럴리가!”


도리어 세하의 눈이 빛나고 있었다.

-강하 전 블릿츠 캐논으로 한 차례 공격을 권합니다.

워낙 빠른 속도로 강하하고 있어서 금세 지면이 보이는 지점에 이렀다. 그래서 세하는 두 눈을 찌푸릴 수밖에 없었다.


“정말 네 말대로 청소 한 번 해야 하네.”

본래 뜨거운 모래사막이 자리하고 있던 구역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총천연색색의 생체의 바다가 펼쳐져 있었다. 거기에 그대로 닿았다가는 그 안에 빨려 들어가서 존재를 먹  것 같은 기분이 들었지만 세하는 단호하게 행동했다.


파치치칙!


세하의 양 어깨 위에 푸른 뇌전이 바직거리는 4개의 포문이 나타났고 그대로 그 에너지가 지면으로 내리꽂혔다.
마치 천둥의 신이 강림한 것처럼 강렬한 뇌전의 다발이 지면을 휩쓸었다.  덕분에 근처의 생체조직들은 모조리 불타며 본래의 사막을 드러냈다.


쿵!

그 대지 위에 세하가 착륙했다. 하지만 주변에 생체조직들이 빠르게 재생하며 세하에게 다가오고 있었다. 하지만 세하는 당황하지 않고 이번에는 슈트를 마크3 라인버스터로 변환했다.


퓨화화확!


강렬한 화염으로 구현된 사이킥 에너지가 다시 사방을 휩쓸었다. 그 상태로 세하는 전력을 다해서 달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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