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28화 〉공유하는 것 (28/72)



〈 28화 〉공유하는 것

생각 외로 수송기 안은 쾌적했다.
오히려 참가하는 헌터들을 배려해 구획 별로 나뉘어 있는 등 관리가   편이었다.

“전차가 2대나 들어갈 정도의 규모면 이 정도 공간은 당연한 거려나?”


세하는 제법 넓은 개인 룸에서 편안히 누워있었다.

-마스터. 뭔가 편해 보이시니 꼴사나워요.

그런 세하의 모습이 별로인 지 루이제가 까칠하게 말하고 있었다.

“뭐 어때? 그나저나  시대의 기술은 신기하네.”

세하는 수송기에 올라서 의외로 훌륭한 기술력에 놀라고 있었다.


-이 시대에는 몬스터의 코어를 이용한 기술이 발전했으니까요. 지금 이 수송기도 최소 A급 몬스터의 코어를 동력원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보통 대형 수송기하면 터보팬이나 터보프롭 엔진을 달고 육중한 기체에 강한 힘을 받아 빠르게 날아가는 걸 생각하기 쉬웠지만 지금 세하가 탑승한 수송기는 그런 것이 없었다.
분명 수송기로서 화물 적재를 위한 카고가 넓디넓었지만 멀리서 봤을 때 전체적인 형태는 꽤나 날렵해 보였다.


-수직 이착륙이 가능할 정도이니 할  다했죠?
“흠. 사실 내 전생 시대의 기술이 이보다 더하긴 했지만  정도도 대단하긴 해.

세하는 전생에 엑펠트와의 전쟁 때문에 얼마나 기술이 효율적으로 발달했는지를 떠올렸다.


“지금은 그 정도가 아니니 오히려 다행이라고 여겨야 하나?”

세하가 그렇게 생각하는 사이 갑자기 노크 소리가 들렸다.


“헤이 브로.  나와 볼래?”
“저 망할 자식. 쉬도 때도 없이 브로 타령이야!”

세하는 짜증을 내며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좌우 개폐식인 문을 여니 일라이저가 친근감 어린 미소를 띠고 있었다.

“잠깐 브리핑 시간을 가졌으면 해.”
“그래. 슬슬 할 때도 됐지.”

비행한 지 2시간 정도가 지났으니 세하는 별 불만 없이 뒤를 따랐다. 그리고 금세 넓은 브리핑 룸에 당도할 수 있었다.

“왔군.”


라설연이 먼저 앉아 있다가 세하에게 인사했다.
비행시간 동안  시달렸는지 안색이 좋지 않았다. 하지만 그 옆에 앉은 유주리는 뭐가 그리 신났는지 생기 어린 눈으로 세하를 바라보고 있었다.

“와와! 이런 커다란 비행기 처음  봐요! 신나요!”
“그래. 그래.”


세하는 그런 유주리에게 건성으로 인사하고 그들의 맞은편에 앉았다.
직사각형의 긴 테이블은 적어도 20명은 앉을 수 있을 정도였지만 지금 이 브리핑 룸에서는 세하를 포함해서 5명만이 자리하고 있었다.


“자자. 나도 본사에서 긴급하게 들은 터라 당혹스럽긴 해. 하지만 비행시간이 좀 걸리니 이렇게 브리핑을 하는 거야.”

일라이저가 일단 나서서 말했지만 세하는 그걸 믿지 않았다.


‘당혹스럽긴 쥐뿔.’


아무튼 일라이저의 앞에 커다란 가상화면이 떠오르며 상당히 거대한 호수를 비추고 있었다.


“이 호수는 자연적인 게 아니야.”
“뭐?”

일라이저의 말에 세하는 자신의 두 눈을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흠. 1주일 전부터 콜로라도 주 덴버 시, 더 정확하게 따지면 덴버 시에서 가장 가까운 로키 산맥 부근에 생겼다는 게 옳겠군.”


이어지는 일라이저의 설명에 세하는 불신을 가득 담은 눈으로 눈앞의 영상을 노려보았다.

-심상치 않은 현상이네요.
‘그래. 그것도 무슨 빙하기에 생기다 만 얼음 호수 분위기네.’


세하의 느낌대로 그 호수는 무슨 러시아의 바이칼 호수 마냥 깊고 넓었고 그 주변은 만년설이 내리기라도  것처럼 차디찬 눈과 얼음에 뒤덮인 꼴이었다.

“처음에는 일상적인 게이트 출현이었지. 그래. 일상적. 기껏해야 C, D급 몬스터나 튀어나오는 그런 게이트 말이야.”


일라이저는 그렇게 말해놓고서 잠시 묵념하듯 고개를 숙였다.


“대다수의 헌터들에게는  정도도 재앙이겠지만 덴버 시 인근의 헌터들은 꽤나 강한 편이었거든. 그런데 말 그대로 1주일 전부터 게이트가 발생한 중심부부터 지독한 눈이 내리고 얼어붙기 시작하면서 저렇게 대단한 호수가 나타났다 이거지!”

세하는 뭐나 연극배우처럼 과장되게 몸짓까지 하며 말하는 일라이저가 뭔가 비현실적으로 보였다.


‘저렇게 말하는 게 전달이 잘 되는 건가?’

아무튼 자신을 제외  멤버들이 잘 듣고 있었고 같은 길드 소속인 하워드 또한 별 반응이 없어서 세하는 일단 더 듣기로 했다.

“그래서 일단 제너럴 마이트 본사는 협력 가능한 헌터 길드들과 미합중국 군대까지 동원해서 이 인근을 둘러싸고 있지. 현재로서는 소강상태지만 문제는 이 호수에서 자꾸만 몬스터들이 기어 나오고 있고 점점 강해진다는 것이 문제지.”


세하는 내용이 거기까지 이어지자 이해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뭔가 수상하긴 하네.’
-하지만 현재로서 엑펠트와 연관성은 알 수 없습니다. 정말 가보지 않으면 모르겠군요.

세하와 루이제는 그렇게 판단을 내리고 일라이저의 장광설을 계속 들을 수밖에 없었다.


*
코어 에너지의 훌륭함은 중간에 공중 급유도 없이 한국에서 미국의 콜로라도 주까지 직항으로 가는 기적을 발휘했다.


‘그래도 비행시간이 길었네.  5시간?’

본래 한국에서 미국까지의 최소 직항 시간이 11시간 정도인데 이를 생각한다면 상당한 단축이었다.
그럼에도 세하는 조금은 두통을 느낄 지경이었다. 그래서 인상을 쓰고 있자 하워드가 걱정이 돼서 물었다.


“헤이. 브로. 괜찮아?”
“사실 이렇게 장거리 비행은 처음이다 보니 말이야.”

세하는 솔직하게 말했다. 그러자 하워드는 하얀 이를 드러내며 웃으며 말했다.

“그래도 잘 버틴 거군 그래. 저기 두 레이디는 안색이 말도 아니야.”

목적지에 도착할 시간이 얼마 안 남아서 세하를 비롯한 헌터들은 각기 짐을 챙겨서 브리핑 룸에 모여 있는 참이었다.
하워드의 말대로 라설연과 유주리의 안색은 영 좋지 못했다. 백짓장 저리가라 싶을 정도로 창백한지라 보는 세하가 미안해질 지경이었다.


“워워. 한 5분 후에 주둔지에 도착할 거야. 역시 코어 에너지 만만세라니까.”

그 반면에 일라이저는 여전히 정장차림으로 환하게 미소 짓고 있었다.


“너  춥냐?”

세하는 수송기 내에서 제공해준 두터운 파카를 입고 있었지만 일라이저는 한국에서 보던 모습 그대로인지라 말을   수 없었다.


“미안하군. 브로. 나는 능력을 각성하면서부터 추위나 그런  안타는 체질이 돼서 말이야.”
“그래. 너 잘났다. 아무튼 주둔지에 도착해서 가장 먼저 할 일은 뭐지?”

세하가 다시 묻자 갑자기 일라이저가 굳은 표정이 되었다.


‘뭐야? 저 자식.’


세하는 일라이저가 저런 꼴이 된 걸 지난 연천 균열 지대에서 자신이 사이킥 캐논의 포구를 들이댈  외에는 본적이 없어서 놀랐다.

“어. 음. 좀 골치 아픈 사람을 만나야 돼. 본사에서 파견된 조사관이랄까?”
“.......”

일라이저가 어렵사리 말하는  보고 있자니 정말 그 존재가 보통이 아니라는  깨달을 정도였다.


“그 사람이 나와 마음이 잘 맞았으면 좋겠군.”

세하는 진심을 담아 말했다. 거기에 일라이저는 멋쩍은 웃음을 지었고 그 사이 목적지에 도착했음을 알리는 통신이 들려왔다.





*
“호오?”

목적지에 도착해서 땅에 발을 딛었을 때 세하는 감탄했다.
마치 블록버스터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광경이 눈앞에 펼쳐져 있었기 때문이었다. 수많은 야전막사와 설비들 그리고 분주하게 움직이는 군 병력과 장갑차 등의 모습을 보니 상당히 규모 있는 작전임을 실감할 수 있어서였다.


“협조에 감사드립니다. 저는 제너럴 마이트 본사 소속의 매니저 체이스 캠벨이라고 합니다.”


세하들이 수송기에서 내리자 추운 날씨에 두터운 파카로 몸을 감싼 남자가 나와 맞이했다.

“워호! 체이스. 오랜만이야!”


일라이저가 그를 알아보고 인사했다. 하지만 착실한 청년의 모습을 한 체이스는 거기에 질렸는지 일부로 딱딱하게 말했다.

“하퍼 헌터님은 여전하시군요.”
“하하하! 나야 항상 그렇지.”
“네. 하지만 하퍼 수석조사관님이 어떻게 보실 지는 장담 못 하겠군요.”
“........”

세하는 체이스의 이어진 말에 일라이저의 얼굴이 굳어버리는  놓치지 않았다.


‘하퍼? 일라이저와 성이 같군.’


그 의문은 길게 이어지지 않았다. 아무튼 체이스의 안내를 받아서 들어간 야전 막사에서 그 이유를   있었다.


“안녕하십니까. 제너럴 마이트 본사 소속 수석조사관인 토마스 하퍼라고 합니다.”
“안녕하십니까. 대한민국 헌터 협회 소속 S급 헌터 민세하입니다.”

세하는 의외로 유창한 한국어로 말하는 청년과 악수를 나누면서 일라이저의 불안을 이해했다.

‘와 분위기 장난 아니네.’


분명 일라이저와 혈연관계라는 게 보일 정도로 준수한 외모가 닮았다.
하지만 그의 머리칼은 회색에 가까웠고 안경을 쓴 두 눈에는 차가운 이지가 서려있었다.


“어... 형. 오랜만.......”

일라이저가 어렵사리 인사를 건넸다. 그러자 토마스는 분명 웃었다. 하지만 입에서 나온 말은 곱지 않았다.

“망나니 동생아. 오랜만이구나. 이번에는 얼마나 사고를 치려고 왔지?”
“하하하... 간만에 고국으로 돌아왔으니 좀 봐줘. 한국에서는 제법 얌전히 있었다고.”


토마스에게 절절 매는 일라이저를 보고 있자니 세하는 그 인과관계가 궁금해졌다. 하지만 우선 일이 먼저라서 세하는 일라이저를 구원했다.

“하퍼 헌터에게 들었습니다. 이곳 사정이 심각하다면서요.”
“네. 밖에서 보신대로 상당한 병력과 헌터들이 동원되어 있습니다. 언제 몬스터들이 튀어나올지 모를 지경이니 말입니다.”


막사 내의 공간은 넓었다. 각 요원들이 각자 단말이나 정보 매체를 통해서 바삐 움직이는 모습이 선해보였다. 그것만으로도 그 급한 분위기를 알 수 있을 정도였다.

“민세하 헌터님. 일단 들어오시죠. 아무래도 본사의 의향이 반영된 일인지라 넓은 장소는  그렇군요. 일라이저. 다른 헌터 분들께 거처를 안내해 주도록.”


S급 헌터인 일라이저를 단순히 안내역으로 부리는 꼴이었지만 일라이저는 두 말 없이 따랐다. 그 모습에 혀를 내두르며 세하는 토마스의 안내를 받아 그의 집무실로 들어갔다.
야전 막사 안에  다른 공간이 있는 것인지라 어딘지 비밀스러운 기분이 들었다.
하지만 토마스와 세하를 비롯한 5인의 헌터가 함께할 수 있을 정도로 충분한 공간이었다. 그래서 세하가 짐짓 불편함을 느꼈는데 토마스는 자신의 데스크에 앉더니 일단 영상을 하나 띄웠다.


“제 망할 동생이 알려드렸을 테지만 복기시키는 의미에서 다시 말씀드리죠. 1주일 전부터 이 구역에 상당한 이상 현상이 발생했습니다. 게이트가 판을 치는 요즘 세상이라지만 너무도 급작스럽고 점점 출몰하는 몬스터들이 강화되고 있습니다.”

세하도 먼저  영상들이었다. 그래서 별 감흥 없이 바라보고 있었는데 갑자기 토마스가 더욱 심각함이 짙어진 표정으로 말했다.


“민세하 헌터님께선 얼마나 알고 계십니까?”
“네?”


물어보는 모습이 꽤나 적극적으로 보여서 세하는 반사적으로 되물었다.

“한국에서 최근 돌발적인 게이트 상황이 잦아졌다고 들었습니다. 본래 인구가 많은 도심에서는 게이트 출현이 최대한 억제되지만 그것이 점점 뚫리고 있다고 말이죠.”
“그건 그렇죠.”
“하지만 거기에는 뭔가 특징적인 사항이 있습니다. 이를 테면.”


토마스가 다른 화면을 띄웠다. 거기에 보이는 것을 보고 세하는 흠칫 놀라야 했다.

‘융합체?!’


자신이 한국에서 본 것과는 달랐지만 세하는 알  있었다. 생명체와 무기물이 한대 뒤섞인 형태. 그리고 화면으로 보는 것만으로도 왜곡된 사이킥 에너지가 느껴질 정도였다.


-마스터. 토마스 하퍼에게는 별 반응이 없습니다.


그때 루이제가 세하가 냉정해지도록 입을 열었다.


-엑펠트의 반응이 근처라면 바로 알려드릴 수 있습니다. 적어도 토마스 하퍼는 엑펠트가 아닙니다.
‘알았어.’

아무튼 적어도 토마스가 융합체에 대해서 아는 것은 분명했다. 그래서 세하는 일부러 덤덤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하퍼 조사관께서는 이놈들을  아십니까?”
“직접 본 건 별로 없습니다. 다만 제너럴 마이트 상층부에서는 이들을 융합체라 부르며 이 존재들을 발생시키고 이끄는 이들을 알고 있습니다.”


토마스는 거기까지 말하더니 한층 날카로운 눈이 돼서 세하를 바라보았다.


“민세하 헌터님도 알고 계시지 않습니까? 바로 엑펠트라는 존재들입니다.”


생각지도 못하게 훅 들어오는지라 세하는 잠시 사고가 정지하는 감각을 느끼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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