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15화 〉대화하는 법 (15/72)



〈 15화 〉대화하는 법

세하는 라인버스터 슈트에 익숙해지는 데 일주일을 보냈었다.  때문에 두 AA급 몬스터를 처리하고도 연천 균열 지대에서 지겹도록 몬스터들을 잡아야 했다.

‘마크2 때 생각하면 그래도 좀 나았지.’


하늘에 마구 잡이로 던져지다시피 하며 고통 받는 것보다는 훨씬 나았었다.


콰콰쾅!

세하를 향해 온갖 파괴적인 힘들이 들이닥쳤다. 불, 얼음, 뇌전 그냥 말하기에 각성자로서는 흔할 정도의 온갖 원소의 격류들. 그것들이 세하 한 사람을 잡기 위해 쏟아졌다.


‘자체 에너지 충전도 되고 참 좋다.’

항상 보던 디스플레이에는 뭔가 새로운 게이지가 보였다.

-리버스 필드 게이지입니다.
“알아. 받은 대로 돌려준다 이거지.”

그 게이지가 이미 가득차서 점멸하고 있었다. 그러니 세하는 사양하지 않았다.


콰앙!


안 그래도 각성자들의 공격을 막아내던 파장들이 갑자기 빛을 발하며 사방에 충격파를 날리기 시작했다.

“크허헉!”
“아악!”


20명의 각성자들이 일제히 비명을 내지르며 나가떨어지는 모습이 세하로서는 꽤나 통쾌했다.


“.......”

 반면에 류한호는 굳어서 더 이상 움직이지 못할 것처럼 보였다.

“도대체 정체가 뭐지.......”

S급까지는 아니었지만 적어도 가장 빠르게 소집할 수 있는 수준 있는 각성자들이었다.
그런 그들이 일제히 공격을 퍼부었음에도 세하의 슈트는 흠도 나지 않았고 오히려 에너지를 모아 모두를 쓰러뜨렸으니 그로서도 승산을 장담할  없는 상황이었다.

“참고로 전부 힘을 쓴 것도 아닙니다.”

세하는 류한호가 한층 더 암담할  있는 소리를 했다.


-가끔 생각하는 거지만 마스터 허세도 제법이에요.
‘허세 아니야. 게이지  절반도 안 썼잖아?’

두 주종이 마음속으로 나누는 대화가 어떻든 류한호는 무거운 표정으로 쓰러진 각성자들을 바라보더니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나마 상태가 멀쩡한 소파가 보였다. 옆으로 엎어진 것이긴 하지만 류한호는 그걸 바로 세우더니 그대로 앉았다.

“아까 했던 대화를 계속해 보세나.”
‘이제 말할 기분이 들었나 보군.’

세하 또한 주변에 굴러다니는 의자 하나를 바로 세웠다. 그리고 슈트를 해제를 하고 류한호의 앞에 앉았다.



*
일단 엉망이 된 주변을 정리하고 쓰러진 각성자들과 병사들을 호송하느라 의료진들이 오가는 등 소란이 있었다. 그럼에도 세하와 류한호는 서로를 바라 본 채 가만히 앉아있었다. 시간이  지나 다시 단 둘이 되자 류한호가 입을 열었다.

“대충 정리가 됐군. 어디까지 이야기 했었나?”
“최근 게이트 사태에 대해서 말씀해주시는 문제였습니다.”
“자네의 힘이 대단하더군. 많은 상대를 두고서 누구하나 죽이지 제압하는 모습을 보고서 격의 차이를 실감했네.”


일단 류한호는 세하의 힘을 인정했다.

“자네의 배려에 감사하네.”
“아닙니다. 사실 협회장님과 제대로 붙었으면 어찌 될 지 모를 일이었습니다.”

세하는 이쯤에서 류한호의 체면도 살려줬다.

“허허허... 아무튼 최근 도심에서 발생한 게이트 사태에 대해서는 우리도 참 난감한 정도일세. 최근에는 게이트 파장을 알아내서 되도록 외각 지대에 나타나도록 조정이 가능하지만 그것도 이제는 깨지고 있으니 말일세.”

그렇게 운을 뗀 류한호는 세하의 눈을 직시했다.

“지금부터 말하는 내용을 함구해줄  있겠나?”
“함부로 떠들어서는 혼란만 가중시킬 뿐이죠.”
“알겠네. 아무튼 우리는 몬스터들을 잡으면서 뭔가 이상한 점을 느꼈네. 처음에는 몬스터들에게 지성이 있는 건가 싶었지만 오히려 상위의 존재가 그들을 조종하고 어쩔 때는 주변의 생물과 사물등과 융합시켜서 더한 괴물을 만들어내기까지 했네.”
‘딱 엑펠트네.’

세하가 경험했던 그대로였다. 그래서 세하는 일단 가만히 듣고 있었다. 그리고 뒤이은 말에 세하는 대답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고 일부 정신파 능력을 쓰는 각성자들은 자칫 정신이 오염 되서 곤란을 겪기도 했다네.”
“새로운 종류의 적이라고 봐도 되겠군요.”


세하의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지금 류한호가 말하는 것은 세하의 전생  엑펠트가 나타나는 초기 현상과 비슷했기 때문이었다.

“다른 지역에서 그런 존재들이 나타났습니까?”
“아직까지는 없네.”

그러자 세하는 자신이 겪은 일을 말했다.


“연천 균열 지대에서 매스커 웜을 잡을  마치 그 몬스터가 의사를 전달한다는 것 같았습니다.”
“그게 사실인가?”
“네. 증거를 원하신다면 당시 상황을 녹음한 블랙박스를 전해드릴  있습니다.”
“연천 균열 지대도 그 ‘오염’ 현상과 관련이 있는 건가.”

류한호의 한숨이 깊어졌다.


“제 능력에 대해서 일부를 말씀드리자면... 혹시 협회장님 전생을 믿으십니까?”

그때 세하가 꺼낸 말에 류한호가 반응을 보였다.

“사실 각성자 중에서 전생을 경험한 이들도 적지는 않네. 그런데 혹시......”
“네. 저는 그 오염에 대한 전생을 경험한 것 같습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기억이 선명해지고 있습니다.”


세하는 거기에 거짓을 조금 보탰다. 아무튼 엑펠트에 대해 감지하고 있다는 식으로 말을 이어가자 류한호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뭔가 방해받지 않고 조사를 이어나가려는 거군.”
“네. 그래서 제 능력을 입증하고자 한 것입니다. 협회와 저와 생각이 같다면 굳이 다른 곳에 소속될 필요도 없고요.”
“사실 길드들은 아무래도 각자의 이득을 먼저 생각한다네.”
“기업이나 마찬가지니까요. 아무튼 제가 요구한 것은  허용하시는 걸로 알겠습니다. 다른 정보가 있다면 다시 연락드리죠.”

세하는 이제 할 말이 끝난  깨닫고 몸을 일으켰다. 하지만 류한호는 손을 들었다.


“잠시만 기다리게.”
“네?”
“대한민국 헌터 협회의 협회장은 나지만 작금의 오염 사태에 대해서 잘 알고 있는 사람은 따로 있네.”
“.......”

세하는 이어지는 류한호의 말에 심상치 않음을 느꼈다.

“한번 만나 보겠나?”


류한호의 물음에 세하는 다시 자리에 앉는 수밖에 없었다.


*
세하와 류한호는 계속 지하로 내려갔다.

“설마 협회 본부에 이런 식으로 시설이 되어 있을 줄은 몰랐는데요?”
“아무래도 본부니까 말일세. 혹시라도 비상사태가 터지면 거점이 돼야 하니 이런 지하 벙커 시설은 기본이 아니겠는가?”


전용 엘리베이터로 벌써 지하 20층은 내려가고 있었다. 그러다가 아예 층수가 표기가 안되더니 한 10분  F라는 표식과 함께 엘리베이터가 멈췄다.


“여길세.”

문이 열리고 펼쳐진 광경은 드넓은 공간에 온갖 중강현실의 가상화면으로 데이터와 영상들이 표시되고 있었고 그걸 분석하고 있는 한 여성이 보였다.

“레이린.”


류한호가  여성을 불렀다. 그러자 그녀는 세하와 류한호가  것을 깨닫고 넓은 공간에 퍼져 있는 가상화면 들을 싹 치워버렸다.

“협회장님. 웬일이신가요?”


그렇게 화면들이 사라지고 나니 무슨 아늑한 카페에 온 분위기가 났다. 그런 가운데 레이린이라 불린 여성이 가볍게 걸음을 옮겨 세하와 류한호의 앞에 섰다.

“이쪽은 이번에 S급 헌터로 등록된 민세하 헌터일세.”
“아, 블렉메탈!”

레이린은 세하의 닉을 알아보고 감탄성을 냈다.


“저는 대한민국 헌터 협회 소속 엑펠트 조사관인 레이린 리라고 해요. 만나서 반가워요.”

바로 엑펠트라는 말을 꺼내는 레이린을 보고 세하는 잠시 류한호를 노려보았다. 거기에 류한호는 멋쩍은 웃음을 띠며 몸을 돌려 엘리베이터로 향했다.

“협회에 엑펠트에 대해서 가장 전문가는 그녀이니 단둘이 대화를 나누시게. 나는 누구 때문에 집무실이 엉망이 돼서  일이 많군 그래.”

류한호는 그렇게 장내에서 사라지고 말았다. 세하가 황당해서 그 뒷모습을 시선을 뒀는데 레이린이 부드러운 음성으로 말했다.

“우선 커피 한 잔 하실래요?”

많이 쳐봐도 이십대 초반이 넘어 보이지 않는 생기 넘치는 미인이었다. 물론 격식을 갖춘 정장 위에 연구원처럼 흰 가운을 걸친 모습이었지만 그녀의 그런 타고난 느낌을 지우긴 어려웠다.


‘머리색이 특이하네.’

그리고 허리까지 오는 긴 에메랄드  머리칼은 확연히 시선을 잡을만했다. 아무튼 레이린은 그런 세하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고 커피머신에 커피를 내리기 시작했다.


“민세하 헌터님. 협회장님께 너무 서운해 하지 마세요. 아무래도  일은 너무 중대사인지라 믿을 사람을 가려내야 하니까요.”


세하의 표정이 별로 좋지 않은 걸 깨닫고 레이린이 싱글거리며 말했다.


“사실 엑펠트라는 말을 알고 계시는데도 아무 말 안 하신 게 믿음이 안 가서요.”


세하는 근처의 소파에 앉으며 말했다.


“아직 그 이름이 알려져서 올 혼란을 염려하신 걸 거예요. 자, 여기요.”


레이린이 세하에게 커피  잔을 건넸고 그녀도 세하의 맞은 소파에 앉았다.

“여기까지 오신 걸 보니 대략적인 일은 아실 테고  소개부터 다시 해야겠네요. 저는 일단 각성자이기도 하고 전생자입니다.”
“.......”


세하는 전생자라는 말에 순간 눈빛이 흔들렸다.


-마스터의 전생과는 연이 없던 사람입니다.

물론 루이제가 바로 체크해서 더 이상의 동요는 막았다. 아무튼 레이린은 처음과 달리 차분하게 낯빛을 고치며 말을 이어나갔다.

“능력은 보통 텔레파시로 불리는 초능력 계열이에요. 그리고 전생의 기억으로 인해 엑펠트에 대한 내성이 있어서 그들에 대한 정보나 사념을 접해도 오염되지 않아요. 그래서 그들에 대한 분석이 가능하죠.”
“그... 그렇습니까?”
“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아직 확산 세는 보이질 않네요. 접하고 있는 사념 샘플이나 오염된 걸로 알려진 몬스터들의 샘플에서도 그리 큰 정보는 없어요.”

레이린은 그렇게 말하면서 다시 허공에 손짓했고 온갖 데이터들이 입체영상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하지만 최근 민세하 헌터님이 활약하신 연천 균열 지대의 데이터는 흥미로웠어요. 매스커 웜이라고 했었죠?”
“빠르군요.”
“아무래도 협회에서 빠르게 샘플을 체취해주신 덕분이죠. 지금까지 드러난 오염 관련 몬스터는 A급을 넘지 않았는데 이번 사례로 AA급 몬스터까지 연관이 있다는 점이 드러났으니 한층 심도 있는 조사가 필요하겠죠.”


레이린은 그렇게 말하더니 싱긋 웃어보였다.


“앞으로도 민세하 헌터님의 활약을 기대할게요.”

*
세하는 자신의 원룸으로 돌아와서 일단 협회에서 보낸 메일을 확인했다.


-협회 소속이라고 하니 챙겨주는 건 많네요.

루이제의 말대로 S급 헌터로서의 인증 내지 여러 정보 입수에 대한 권한 등등이 죽 나열되어 있었다.
게다가 생활이 부족하지 말라고 상당 액수가 계좌로 입금되었다.

“이 정도면 집 옮겨도 되겠는데?”
-우선은 그래야겠죠. 아무튼 레이린 리를 만나보니 어떻던가요?
“아직은 모르겠어. 적어도 엑펠트의 위험을 깨닫고 조사한다니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지.”


세하는 아무렇지 않게 대답했다.

-그래요? 상당한 미인으로 보였습니다만?
“너, 무슨 소리냐?”
-게다가 머리색이 특이했죠? 뭔가 그녀의 능력과 관련 있을까요? 오늘 자세한 이야기는 안했지만 마스터와 동일한 세계에서 전생한 건 맞는  같더군요. 물론 마스터처럼 엑펠트와 직접 부딪칠 직종에 있는 건 아니었고요.
“됐다. 됐어. 아무튼 협회의 승인을 얻었으니 좀 더 편하게 움직일 수 있겠지.”

세하는 일단 오늘은 쉬고 싶었다. 더 이상 뭔가를 논하기가 힘들었다.


-그런데 마스터.

루이제는 그럴 생각이 없다는  문제였다.

“왜 그래?”
-봉황 길드와 제너럴 마이트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류한호를 겁 줄  언급했던 대한민국과 미국의 최대 헌터 길드들. 세하는 달리 그들의 이름을 언급한 게 아니었다.

“사실  놈들도 나한테 주목을 하는 거 같아.”
-대한민국의 입지 상  두 길드의 영향력이 가장 클 테니까요. 그들이 얼마나 엑펠트에 대해서 파악하고 있을 지가 관건을 일 것 같습니다.

루이제가 그렇게 말하는 사이 갑자기 메일함에서 알람이 떴다.


“이거 뭔가 불길한데?”
-그렇다고 안 열어 보실  없겠죠.


세하는 왠지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메일을 확인했다. 발신자는 제너럴 마이트 한국지사라고 되어 있었다.

“제너럴 마이트네.”
-역시 천조국이라는 걸까요? 일단 확인해보시죠.


루이제의 조언에 세하는 천천히 메일의 내용을 확인해나갔다. 그 내용을 확인하면서 세하의 표정은 묘한 웃음을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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