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12화 〉실전 같은 단련 2 (12/72)



〈 12화 〉실전 같은 단련 2

쿠콰콰콰!

지면에 쩍 금이 가더니 그대로 갈라지며 커다란 존재가 모습을 드러냈다.

“이건 무슨........”

세하는 높이만 10미터는 될 그 존재를 보고서 멍하니 중얼거렸다.


-네임드 몬스터인 매스커 웜입니다.

전신이 보랏빛의 외골격으로 번들거리는 것부터가 세하는 혐오스러움을 느꼈다. 하체는 길고 굵직한 지내와도 같았고 상체는 낫과도 같은 커다란 앞발을 3쌍씩  여섯 개를 지니고 머리는 얼핏 봐서는 사마귀와 같았지만 한껏 벌려진 입안은 마치 톱니바퀴의 소용돌이마냥 무서운 이빨들이 겹겹이 들어차 있었다.


“말 그대로 대학살이군.”

세하가 지겹도록 봤던 몬스터들이 매스커 윔에게 그대로 잡아먹히고 있었다. 커다란 낫 같은 앞발들이 지면을 쓸어버렸고 긴 지네 같은 하체가 마치 전차처럼 밀고 들어가며 앞발을 피한 몬스터를 깔아뭉개버렸다.
입안에 겹겹이 찬 톱니바퀴 같은 이빨들은 말 그대로 닿는 족족 몬스터들을 갈아버리며 목 안으로 집어삼키고 있었다. 가히 폭풍과도 같은 기세로 학살을 벌이고 있었다.

-상체를 곧추세운 길이만 해도 10미터. 총 길이는 20미터에 달하는 괴수급이죠. 어떤 가요?

루이제는 그런 가운데 묻고 있었다. 세하는 헬멧의 정밀 카메라로 확대해서 매스커 웜을 보고 있었다. 그 정도로 높은 상공이라서 세하에게는 별 다른 위협이 없었다.


“저 놈이 필드 보스야?”
-그 중 한 마리죠. 사실 균열 구역 중심까지 들어가서 확인한 사례가 몇 없습니다.  매스커 웜을 비롯해서 지금까지 총 4개체의 필드 보스 몬스터가 헌터 협회의 데이터베이스에 등록되어 있습니다.
“그렇군.”


세하는 그렇게 높은 고도에서 매스커 웜을 내려다보며 잠시 고민했다.

-사실 초입 구역은 익숙해지셨으니 그 안으로 들어가려 했는데 매스커 웜이 나타났네요.

그리고 루이제의 말은 묘하게 세하의 신경을 건드리고 있었다.


-지금 돌아간다고 해도 뭐라고 안할 거예요. 매스커 웜은 강하니까요. 하지만 마스터는 지금 자신이  이곳에 있는 지를 생각해야 할 겁니다.
“루이제.”

그 말에 세하는 미간을 찡그려야 했다.

“그렇게까지 말하면 그냥  수가 없잖아.”
-역시 저의 마스터십니다. 마스터는 강해지셔야 해요. 헌터 협회에 류한호 외에도 상당 수의 고위 헌터들이 버티고 있을 겁니다. 그러니 이번 단련의 목표를 지정해드리죠. 4대 필드 보스급 몬스터 중 한 개체를 잡아내고 그 증거품을 획득하는 겁니다.
“얼씨구나 하고 과제를 내주는 군.”

세하는 투덜거리면서도 매스커 웜의 행동을 유심히 바라보았다. 아직 지면에 널린 몬스터들이 많아서 매스커 웜은 포식하다 못해 배가 터져버리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몬스터들을 학살하고 집어삼키고 있었다.


-현재 가장 강력한 무기는 블리츠 캐논입니다. 여기에 처음 왔을 때 디아볼 리자드한테 퍼부었던 거 기억하시죠?

루이제의 설명과 함께 세하의 디스플레이 상단에 커다란 포신 4쌍이 슈트에 장착된 모습이 비추고 있었다.


“그 때는 처음이라서 당황했어. 사이킥 필드에 슈트 자체 전력을 꺼버린  누구더라.”
-그만치 경각심을 느끼셨으니 이곳에서 적응하신 거겠죠. 아무튼 현재 마스터의 사이킥 에너지 총량은 60퍼센트 정도입니다. 적어도 30퍼센트는 에너지를 남기셔야 하니 신중하게 공격을 하셨으면 합니다.

루이제의 조언에 세하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튼 매스커 웜은 이제 지상에 존재하는 거의 모든 몬스터들을 집어 삼키고 있었다.

파치치칙!

세하의 양 어깨에 두터운 포신 4문이 장착되며  끝에서 흰빛이 바직거리기 시작했다.

-타깃은 매우 크니  맞추실 건 없을 겁니다. 다만 출력이 문제인데 아무튼 후퇴할 에너지만 남겨두신다면 추격당할 확률은 거의 없습니다. 매스커 웜은 철저히 지상형으로 분류되니까요.
“그냥 쏘고 튀라는 소리로만 들리는데?”
-모든 것은 마스터의 판단에 달렸습니다. 제가 보조하는 것은 마스터의 목숨이 위험할 때 뿐이죠.
“말이라도 예쁘게 하면 몰라.”

세하는 그렇게 루이제와 말을 주고받으며 조준을 끝냈다. 위치는 매스커 웜의 상체와 지내 같은 하체가 이어지는 허리 부근이었다.

-중심을 끊으시겠다는 겁니까?
“보통은 머리를 생각하기 쉬운데 저런 놈들이 머리를 날려도 사는 경우가 많잖아? 아무튼 허리가 끊어지면 재생을 하더라도 일단 전투력은 확실히 반감되겠지.”
-곤충류 몬스터가 일반 동물형이나 인간형 보다는 좀 다른 생리가 있긴 합니다.
“알았어. 그럼 간다!”


세하의 판단은 끝났고 바로 4개의 포문이 뇌격의 에너지를 내뿜기 시작했다.

콰르르릉!


마른하늘에 날벼락. 아니 매스커 웜으로서는 한창 식사 중에 뇌격의 기둥에 강타당하는 격이었다.

키에에에!

세하가 노린 지점에서부터 폭발과 감전의 커다란 화음이 이뤄지며 매스커 웜은 비명을 질러댔다. 그리고 그 머리가 그제야 세하가 있는 지점으로 향하고 있었다.

-마스터 현재 에너지 총량은 59퍼센트입니다. 58퍼센트... 57퍼센트.......

거의 초 단위로 에너지의 퍼센트가 떨어지고 있었다. 하지만 세하는 이를 악물고 블릿츠 캐논에 집중했다.

크르르르.......


매스커 웜의 겹눈이 완전히 세하를 노려보고 있었다. 하지만 계속 쏟아지는 뇌전의 포격에 상체와 하체를 잇는 지점부터 타들어가고 있었고 전신에 일어나는 하얀 연기는 매스커 웜이 얼마나 타격을 입고 있는 지 드러나는 것 같았다.

‘용서   없다.......’
‘어?’


그때 세하는 쥐어짜는 듯한 음성을 들었다.

‘우리를 이렇게 만든...  존재들을 용서할 수 없다......’


세하의 착각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듯 그 음성이 다시 들렸다.

-마스터. 듣고 계십니까?


세하가 그래서 당황하고 있을 때 루이제가 물었다.

“루이제?”
-매스커 웜에게서 들리는 음성이 확실합니다. 그야말로 놀랄 노자로군요.

루이제까지 검증을 해주자 세하는 잠시 머리가 어지러웠다.

“뭐야? 이건.......”
-일단 흔들리지 마시고 에너지가 30퍼센트로 떨어질 때까지 공격하시기 바랍니다.

루이제의 조언대로 블릿츠 캐논이 끊어지는 일은 없었다. 계속해서 막대한 뇌전의 격류가 쏟아지며 매스커 웜의 고개를 숙이게 만들어버렸다.
그리고 상체마저 쓰러졌다. 계속해서 타들어가며 하얀 연기를 내뿜었지만 희한하게도 몸의 구성 자체가 사라지는 일은 없었다.


‘끈질기네.’


세하는 적어도 매스커 웜의 신체 부위 중  곳이 없어지는 기미라도 보이면 좋았겠지만 일단 침묵은 시켰기에 일단 블릿츠 캐논의 방출을 끊어버렸다.


-현재 사이킥 에너지 총량은 40퍼센트입니다. 마스터 괜찮으시겠습니까?

이제 지면에 앞으로 쓰러져 버린 매스커 웜의 거체가 내려다보였다. 블릿츠 캐논의 여파 탓에 계속해서 전신에 하얀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그에 따라 유독성 있는 지독한 가스가 발생될 법하지만 세하의 슈트는 그 모든 것을 차단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매스커 웜에게 내려가는 우를 범하진 않았다.

“보통 몬스터가 말을 하는 경우가 있어?”
-오히려 급수는 떨어지지만 오크나 놀 같은 아인종 몬스터들은 자기들만의 언어가 있기도 합니다. 하지만 사이킥커인 마스터의 뇌리에 의사가 전해질 정도라는  그냥 넘어갈 수 없는 문제죠.
“그렇지?”

안 그래도 엑펠트와의 연관 때문에서라도 세하는 신중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지금은 안 들리는데?”
-설마... 블릿츠 캐논 때문에 들리는 거였을까요?

루이제가 내 놓은 가설에 세하는 머릿속이 환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지금  모든 공격이 사이킥 에너지를 사용하고 있는 것이고 그 영향이라면.......”
-생각해 봄 직한 가설이긴 합니다.

그 순간 매스커 웜이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살짝 머리도 들어 올려지고 있었다.


파치치칙!


키에에엑!

사정없이 다시 뇌전의 기둥이 내리꽂혔다. 그나마 회복돼가던 것이 다시 뭉개졌는지 머리부터 지면에 박혔고 매스커 웜은 다시금 하연 연기를 내뿜으며 파닥거렸다.


‘이거야 원.’

예전의 자신이라면 도망치기 바쁠 초거대 몬스터가 무슨 전기 파리채에 지져지는 해충마냥 파닥거리는 것 같아 세하는 기분이 묘했다.

-더 이상 말이 없군요. 하지만 여전히 생명반응이 있습니다.


뒤이은 루이제의 보고에 세하는 이대로 가다가는 끝이 없다는 걸 깨달았다.

“안되겠다. 오늘은 후퇴하자.”

세하는 빠르게 판단을 내렸다. 안 그래도 에너지 총량이 30퍼센트에 근접해서 적절한 판단이었다.
블릿츠 캐논이 멈추기 무섭게 다시 매스커 웜이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힘겹게 고개를 들어서 세하를 노려보았지만 다시 축 처지는 것이 심대한 타격을 받은 것 같았다.


“질긴 놈.”
-괜히 필드 보스급으로 평가 받는 게 아닙니다. 그럼 어서......

루이제가 후퇴를 청하다가 갑자기 말끝을 흐렸다.

“어?”

세하의 뇌리에도 뭔가 날카로운 통증 같은 것이 스쳤다.


-지금 이곳 상공으로 고속으로 접근하는 존재가 있습니다!

어느 때보다 다급하게 외치는 루이제였고 세하의 눈앞에는 지금 세하의 위치로 급속 접근하는 존재가 레이더로 표시되고 있었다.


“그 4대 몬스터 중에 비행형도 있어?”
-사실 균열 지대의 중심부에서만 멀리서 포착됐었었죠.

아무튼 세하의 장점인 기동력과 비행력이 위협 받는 순간임이 확실했다. 그래서 세하는  이상 시간 끌지 않고 초고속비행 모드로 슈트를 가동시켜했다.

‘안 돼... 이래서는.......’


그때 다시 매스커 웜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래서 세하는 멈칫했고 지면으로 시선이 가고 말았다.
매스커 웜이 다시 힘겹게 고개를 들고 있었다. 하지만 그 겹눈은 세하에게 향해 있지 않았다.
어딘가 다른 지점을 보고 있어서 세하는 그만 멈추고 말았다. 그 작태를 루이제가 저지하려고  때였다.

끄아아아!


비참하다 못해 처절한 괴성이 울려 퍼졌다.
슈트로 보호받고 있는 세하로서도 귀 안에 날카로운 통증을 느낄 정도였다.

끄아아아!

그 괴성은 수차례 들려왔고 거기에 매스커 웜도 영향을 받는지 전신을 부들부들 떨며 안 그래도 움직여지지 않는 앞발 등을 느리게나마 움직여 땅을 파려고 들었다.


콰직!


그리고 그런 매스커 웜의 거체에 순식간에 내리 꽂히는 존재가 있었다.

‘어?’

세하는  존재를 보고서  가지를 떠올릴 수 있었다.

‘머리가 두 개야?’

분명 그것의 머리는 두 개였다. 그것도 커다란 독수리의 형상이었는데 양 쪽 날개를 가득히 펼친 폭이 15미터는 되어 보였고 전신의 깃털은 칼날처럼 날카로운 상태에다가 짙은 핏빛을 띠고 있어 그 섬뜩함이 확연히 느껴질 정도였다.

키에에에!


아무튼 매스커 웜은 세하가 주로 강타했던 허리 부위부터 쌍두 독수리의  발톱에 찍혀버렸고 쌍두 독수리의 2개의 부리도 마치 사신의 낫처럼 휘어져서 매스커 웜의 다른 부위들을 찍어버리기 시작했다.

-기다렸다는 듯이 날아와서 공격하는 군요. 약해지길 기다렸던 것 같습니다.


루이제는 쌍두 독수리를 보고서 도리어 침착함을 되찾고 있었다.

“저 놈도 필드 보스야?”
-네. 이름은 드바크로브라고 합니다. 연천 균열 지역의 중심부에서만 목격되었으며  조차도 멀찍이 드론으로 측정한 것이 전부였죠. 이렇게 최대한 근접해서 보는 헌터는 아마 마스터가 최초일 거 같습니다.


루이제가 설명한 쌍두 독수리, 드바크로브는 계속해서  개의 부리를 움직여서 매스커 웜의 전신을 타격했고  발톱은 처음 움켜진 허리 부분을 놓지 않고 있었다.


-어떤 상황인지 이해하시겠죠? 2가지 방법이 남아 있습니다. 지금 뒤도 돌아보지 않고 도망치는 것입니다. 남은 하나는.......


세하는 이어질 루이제의 말을 예상했다.

“죽기를 각오하고  두 놈을 한 번에 치는 거지.”
-잘 아시네요.


지금 루이제의 말은 뭔가 체념에 가깝게 들었다.


“아무튼 드바크로브가 지금 매스커 웜을 잡는데 신경이 다 쏠린 건 맞지. 사실 지금 이렇게 말하고 있는 시간도 아까워.”

파치치칙!


이번에는 세하의 오른팔에 커다란 빛의 검날이 나타났다.

-마스터?

사이킥 블레이드였다. 하지만 평소와는 다르게 그 검날의 길이는 계속 길어지고 있었고 뇌전의 기운이 어려 거칠게 요동치기 시작했다.


“앞서서 블릿츠 캐논 쓰느라 에너지가 모자라잖아? 하지만  정도라면 소모를 줄일 수 있겠지!”

세하는 그대로 부스터를 가동해 강하했다. 그런 그의 오른팔에는 어느새 2미터 가까이 길어진 사이킥 블레이드가 사나운 뇌전을 동반한 채 주변의 공기를 찢어발기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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