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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화 〉호수의 괴물 (5/72)



〈 5화 〉호수의 괴물

-수룡이네요. 시서펜트라 부를까요?

 순간 루이제가 눈앞의 존재를 보고서 물었다.

크아아아!

수면 밖으로 모습을 드러낸 것은 말 그대로 커다란 뱀이 연상되는 존재였다.
드러난 높이만 해도 5미터는 족히 넘었다. 그리고 바다처럼 출렁거리는 호수면 사이사이로  몸체라 할 것이 언뜻 보이는데 그것까지 따지면 전체적인 몸길이는 더할 걸로 보였다.

“공격해!”

그때 하연을 비롯한 헌터들의 화기가 불을 뿜었다.
그들 대다수가 각성자인지 보통의 탄환이 아닌 불과 뇌전 등등 뭔가 원소적인 기운들이 뒤섞여서 그대로 수룡에게 날아들었다.

크오오오!


하지만 수룡이 포효하기 무섭게 물보라가 일어나며 그 모든 공격을 막아냈다.


“이거 괜찮은 거야?”

세하는  사이 수룡의 시야에 닿지 않도록 호수의 측면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저들이 시선을 끌어주는 사이 마스터가 제대로  데미지를 주는 게 낫죠.


루이제는 냉정하게 하연을 비롯한 헌터들을 미끼 취급하고 있었다.

-지금 공격들을 보아하니 별 타격을 못 주고 있기도 하고요.


세하가 보니 계속 수룡의 주변에 물보라가 일어나며 헌터들의 공격을 차단하고 있었다.

-게이트에 저런 수룡 하나만 나타난 걸로   그 수준은 헌터들에게 있어서 남다르다 할 것입니다.

콰아아아!

루이제가 말하는 사이 갑자기 주변 공기가 격렬하게 요동쳤다. 그리고 막 고개를 숙인 세하의 머리 위로 세찬 물줄기가 지나갔다.

-초고압 브레스군요. 마치 칼날처럼 베어버릴 정도입니다.
“젠장!”

헬멧의 바이저에서 이미 물리적 위협에 대한 디스플레이가 표시되고 있어서 세하는 피할 수 있었다.
아무튼 수룡이 내뿜은 브레스 때문에 주변의 가로수나 기타 시설들이 베어져나가 엉망이 되고 있었다.
게다가  덕에 수면의 범위가 넓어지고 있었다. 그런 속에서 달리며 세하는 다시 말했다.

“그런데 이 슈트로는  영향이 없네.”
-어지간한 외부 현상으로는  슈트만으로도 평지를 걷는  같을 겁니다. 물론 물리적인 충격파는 완전 상쇄하지 못하니 피할 건 피해야겠죠.


그렇게 위험한 파편과 몰아치는 물결 등을 피하며 세하는 수룡의 뒤가 보이는 위치까지 이동했다. 본래는 제법 높은 지대라서 평소의 수면이 닿지 않는 곳이었지만 지금은 세하가  있는 지점만 간신히 드러날 정도로 물이 넘실거리고 있었다.

-중심을 잘 잡으시고 사이킥 캐논을 조준하시기 바랍니다. 그 포신에 모든 것을 담는다는 각오로 사이킥 에너지를 운영하셔야 됩니다.
“어디로 날리지? 머리? 목?”

세하의 의문대로 지금 눈앞에는 기다란 수룡의 목이나 머리가 훤히 보이고 있었다.

-물속에 존재하는 몸통입니다.

하지만 루이제의 판단은 달랐다.


-제가 느끼기에는 몸통 쪽이 에너지가 더 강합니다.
“알았어. 후우!”

세하는 깊게 심호흡하며 어느새 자신의 오른쪽 어깨 위에 생성된 긴 포신에 정신을 집중했다.
예전에 오크 샤먼을  거리에서 저격했던 것처럼 세하의 오른쪽 눈 부위에 사이트가 떠올랐고 포신의 끝은 거칠게 요동치는 물속에 잠긴 수룡의 몸통을 겨누고 있었다.

“우진아! 피해!”
“크으윽... 하연... 조심해!”


세하가 그렇게 일격을 준비하는 사이에 헌터들은 너무나 훌륭할 정도로 수룡의 관심을 끌고 있었다.
하연을 포함한 10명의 헌터들은 이미 사방이 진흙탕이 되고  위로 거친 물이 넘실거리는 가운데서도 간신히 수룡의 공격을 피하며 공격을 이어가고 있었다.
하지만 수룡의 몸에 제대로 공격이 닫는 일이 없었다. 계속해서 물보라가 일어나며 물리적인 공격들을 차단하고 있었고 심지어 각성자의 힘이 담긴 원소력 조차도 반감시키고 있을 지경이었다.

-조준 완료됐습니다. 캐논에 집중된 사이킥 에너지는 현재 마스터의 총량 중 50퍼센트가 충전됐습니다.

그러는 사이 루이제의 보고가 들려왔다. 포신의 끝에는 이미 흰색의 바직거리는 기운이 모여들어서 포신 자체를 흔들 지경이었다.


‘딱 반이네.’

세하는 그 순간 생각했다.

‘전력을 퍼붓는 것도 좋겠지만.......’


세하는 루이제가 지금 사이킥 에너지의 총량을 언급하는 것이 신경 쓰였다.


‘계산이 있을 거야.’


세하는 루이제를 믿기로 하고 지금 눈앞의 디스플레이로 표시되는 조준선이 녹색으로 고정된 것을 확인하고 바로 사격에 들어갔다.

콰앙!


앞서 거대 늑대를 쓰러뜨렸을 때보다 확연히 굵직한 광선이 앞으로 뻗어나갔다.


키에에에!

물속에 있을 몸통에 광선이 적중하면서 새하얀 폭발이 일어났고 수룡은 처절한 괴성을 지르며 목을 쳐들며 전신을 비틀거렸다.
세하는 잠시 머릿속이 어지러워서 그 광경이 온통 흔들리게 보였다. 하지만 루이제의 이어진 말에 정신을 퍼뜩 차릴 수 있었다.

-현명한 판단이셨습니다.
“........”


섬광이 걷히고 호수의 물이 제법 줄어들어 본래 호수의 범위 만치 줄어들었다.
하지만 계속 공원 내로 퍼져나가던 물이 빠져나가며 그 밑에 드러난 진흙탕에서 뭔가가 꿈틀거리는 광경이 세하의 두 눈에 들어왔다.


“루이제.”
-네. 아무래도 커다란 덩어리로 나타난 것이 이상하다 싶었는데 저런 꼴이군요.

본래 공원의 호수에는 다수의 물고기나 여러 수생생물이 살아가는 편이었다.
하지만 게이트가 발생하고 온통 어두운 가운데 수룡까지 난리를 쳐서 그 주변에 있을 다른 생명체들이 어떻게 될지 볼 수가 없었다.


“다 여기 있었네.”

세하가  숨을 내쉬며 말하는 대로였다. 잉어니 자주 보이던 왜가리나 그 외에 온갖 생물들이 뒤섞인 상태의 생명체들이 서서히 몸을 일으키고 있었다.


-뭔가 생각나지 않습니까?
“그래.”


세하는 왜 머릿속이 어지러워왔나 싶었다.

“전생의 기억 때문인가 보네. 엑펠트라는 놈들이 처음 나타났을  이런 식이지 않았나?”

그 괴의한 생명체들의 주변에 뭔가 전기처럼 바직거리는 기운들도 보였다.


-네. 엑펠트는 주변의 생물이니 온갖 물질들을 혼합시켜서 병력으로 써먹곤 하죠.

루이제의 설명이 세하의 생각을 뒷받침했다.

“주변에 엑펠트가 있어?”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없습니다. 단지 저 생명체들은 엑펠트에게 결합되서 오로지 눈앞의 적을 죽이라는 명령만 받고 있습니다.
“엿 같네.”


세하는 그렇게 말하면서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이마 발사했던 캐논은 사라져서 움직이는데 걸리는 건 없었다. 본래대로라면 뻘에 가까운 진흙탕이 발을 잡아끌었겠지만 그의 슈트는 어떤 침범도 허용하지 않으면서 평지를 걷는 것처럼 영향을 받지 않았다.

-저 혼합체들은 수룡을 이루는 결합구조자체가 파괴됐기에 저 정도 밖에 유지하지 못합니다. 펄스 라이플과 블레이드만으로 충분히 제압 가능합니다.
“알았어. 그럼 보조만 부탁 해.”

세하는 제대로 작정하고 움직이기 시작했다. 먼저 오른팔을 뻗어 광탄을 날렸다. 거기에 적중당한 혼합체가 나자빠졌고 거기에 20여 개체의 혼합체들이 괴성을 지르며 세하에게 달려들었다.

키이잉!

세하의 왼팔에 횐빛의 검날이 나타났다. 그리고 가장 근접한 혼합체의 머리 부분을 베어버렸고 거기에 그치지 않고  몸통조차 세로로 쪼개버렸다.

파앙! 파앙!


오른팔의 펄스 라이플도 빛을 내뿜었다. 근접하는 혼합체가 많아서 짧게 연사하는 식으로 퍼부어지는 광탄에 혼합체들은 속절없이 적중당하며 쓰러지기 바빴다.

“어......”

하연을 비롯해서 살아남은 헌터들은 다섯 명 남짓이었다. 다들 진흙탕에 구르느라 말이 아닌 꼴이고 지쳐있었지만 세하가 혼합체들 사이에 뛰어들며 그들을 일방적으로 도륙하는 모습에 다들 시선이 박혀 있었다.

퓨확!


세하는 완전히 쓰러진 혼합체라고 해도 다시 사이킥 블레이드를 꽂아 넣으며 확인 사살을 했다. 목을 베는 것은 기본이요 적어도 몸통까지 세로로 쪼개 놓는 조치까지 취했다.

-역시 전생하신 분이 맞습니다.
“후우... 싸우다보니 뭔가 저절로 움직이는 기분이군.”

세하는 격하게 움직인 탓에 숨결이 거칠어지긴 했지만 흥분이나 기타 감정은 느끼지 않았다.
오로지 익숙한 작업처럼 생각하고 있었다. 그래서 스스로가 놀랄 지경이었다.


-영혼이 싸우는 법을 기억하고 있었고 그동안 단련으로 몸이 익숙해지도록 한 것입니다.
“그나저나 이것들이 엑펠트의 영향을 받은 것들이라면 문제가 심각해지겠어.”


세하는 쓰러진 혼합체들을 바라보며  웃음을 지었다.


-네. 비록 엑펠트 본체의 반응은 없었습니다. 단순히 혼합체가 될 재료들이 떨어져 내렸고 호수 안의 생물체들과 융합해버린 것입니다.


루이제의 설명이 계속되는 사이 하연이 어렵사리 세하에게 다가오고 있었다.
아무래도 세하의 슈트처럼 마찰력까지 조종할 순 없어서 위태위태하게 간신히 다가오고 있었다.  모습이 안쓰러워 보였지만 세하는 여전히 헬멧을 해제하지 않고 있어서 날카로워 보이는 브이 자형 바이저만이 하연을 바라보게 되었다.

“하아... 하아... 민세하 씨 맞아요?”
“맞습니다.”

그렇게 간신히 다가온 하연이 물었다. 거기에 세하는 방금 전까지 격하게 싸운 사람답지 않게 평온하게 답했다.

“굉장하세요! 오늘 여기 모인 헌터들이 모두 B급 이상이었고 그 중에서 반이 다치거나 죽을 정도였는데 세하  혼자서 몬스터를 처리했어요. 이건 대체........”


그 반면에 하연은 놀람 기색을 감추지 않고 있었다. 하지만 세하는 냉정하게 답했다.

“그럼 협회에 증언을 해주실 수 있습니까?”
“네?”
“오늘 이곳에 나타난 몬스터를 제가 단독으로 해치운 거라고 증언해주실 수 있습니까?”
“무... 물론이에요! 세하 씨가 아니었다면 다들 몰살당할 뻔했으니까요.”

하연이 여기까지 말하자 루이제의 목소리가 어딘가 못마땅한 느낌을 가지고 들려왔다.

-사람은 어쩔  없는 것 같습니다. 눈에 보이는 것에 이끌리니까요.
‘나도 그래.’
-사실 몬스터 자체는 그리 수준이  높았습니다. 다만 엑펠트의 혼합체로서 정신적 방벽이 강해서 헌터들이 거기에 대처를 못했을 뿐입니다. 마스터의 강력한 사이킥 에너지에 결합이 깨진 이상 저들로서도 쉽게 잡았을 겁니다.
‘알았어. 아무튼 마무리를 짓자고.’


세하는 그렇게 루이제와 대화를 끝내고 헬멧이 해제했다. 그러자  20대 초반일 청년의 얼굴이 드러났다.


“그럼 확실하게 보고서를 올려주시기 바랍니다.”
“그건 어렵지 않아요. 하지만 세하 씨 정도라면 협회에서 인증을 받으면 상위의 헌터로 등록될 텐데 왜 이렇게까지 하는 거죠?”


하연의 물음에 세하는 그대로 답했다.

“간섭을 안 받고   일을 하기 위해서죠.”
“그런가요........”

하연은 오늘 격의 차이를 제대로 봤기에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 남은 헌터들과 함께 사상자들을 수습하고 협회에 통신을 넣는  부산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오늘은 끝난 거겠지?”

그렇게 하연이 멀어지자 세하가 물었다.


-픽션에서 법칙이 있습니다. 완전히 끝날 때까지 끝난  아닙니다.

뭔가 딴지를 놓는 것처럼 말하는 루이제의 반응에 세하는 그만 풀이 죽고 말았다.


-엑펠트가 관련된 것을 확인한 이상 호수를 마저 조사할 것을 권합니다. 지금 본래보다 수위가 줄어들었고 지금 슈트의 상태라면 충분히 호수 안에서 버틸 수 있습니다.
“하긴. 내가 조사하는  낫겠지. 엑펠트에 관련된 것이 나온다면 말이야.”

세하는 다시 헬멧까지 착용하고 천천히 호수로 들어가기 시작했다. 헌터들은 자기들끼리의 일로 바빠서 그런 세하의 모습을 놓치고 말았다.

“보기 안 좋네.”

세하는 호수로 들어가자마자 보이는 광경에 눈살을 찌푸릴 수밖에 없었다.
완전 밀폐되어 호수 내의 어떤 것도 세하에게 닿지 않았지만 온통 흙탕물에 가까운 상태에다가 몇몇 생물체들의 시신까지 보여서 그런 것이었다.


-그런  치고는 비위가 강하신 거 같군요.
“전생의 영향이 큰 거 같아.  때는 하루가 멀다 않고 전투에 나서다 보니 이런 광경은 아무렇지도 않은 것 같아.”

세하는 문득 서글픔을 느끼며 계속 호수 내를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하지만 혼탁한 물속에서 뭔가 발견하고 긴장의 끈을 조이게 됐다.


“루이제. 보여?”
-네. 보입니다.


뿌옇게 흐려진 물속에서도 눈에 띨 정도로 바직거리는 것이 세하의 시야에 들어오고 있었다. 눈앞의 디스플레이에 특별히 과한 반응이 보이지 않아서 세하는 천천히  문제의 것에 접근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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