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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현대인-154화 (154/169)

154화

그람 왕국에 파견을 나간 기술자들이 실종됐다.

"조직적으로 아렌달의 기술자들을 노리고 습격한 거네?"

"그렇다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그람 왕국에서는 뭐래?"

내 물음에 리오는 고개를 저었다.

"그람 왕국에서도 흔적을 쫓고는 있지만, 별로 성과가 없는 것 같습니다."

그람 왕국에서 적극적으로 실종된 기술자들을 찾아 나서고 있지만, 아렌달의 기술자들을 납치한 인물들이 누구인지 파악하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이제 그람 왕국에서도 다시 우리 군이 주둔하는 것에 불만을 가질 수 없겠네."

"처음부터 우리 주둔군의 목적이 우리 기술자들의 보호였으니까요. 그람 왕국으로서는 기술자들을 보호하지 못했으니 명분도 잃었습니다."

"대기하고 있는 병력을 바로 그람 왕국으로 보내라고 해."

언제라도 다시 그람 왕국에 들어갈 수 있도록 준비해 두고 있었기에 바로 새로운 주둔군이 만들어졌다. 그리고 기존의 주둔군에 실종된 기술자들을 찾을 병력까지 추가로 구성하느라 주둔군의 규모는 지난번보다 더 커졌다.

그람 왕국에서 이전보다 많은 병력에 살짝 불만을 표했지만, 명분은 이쪽에 있었기에 어쩔 수 없이 받아들였다.

그람 왕국에 들어간 병사들은 곧장 실종된 기술자들의 뒤를 쫓았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한 가지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주둔군의 무기고를 털었던 범인이 도주한 경로와 완전히 일치하네?"

"거기에 이번에는 마법 무기 탈취범보다 실력이 떨어지는지 흔적이 확실하게 남았습니다. 배후는 에나플 왕국이 확실합니다."

"도둑질도 모자라 납치까지? 에나플 국왕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거지?"

나 역시 메이더스 왕국과 에나플 왕국의 신경을 긁기는 했지만, 그들에게 직접적인 피해를 주는 공격적인 행동을 하지는 않았다.

그런데 에나플에서는 작정하고 아렌달을 공격하기 시작한 것이다.

"에나플 국왕에게 메세지를 보내야겠어.

우리 기술자들을 돌려 달라고. 그리고 만약 우리 기술자들에게 위해를 가했다면 에나플 왕국으로서도 각오해야 할 것이라고."

에나플 국왕은 내 메세지에 짧은 대답을 돌려주었다.

"유령을 잡았을 뿐이다."

내가 유령 소동을 일으킨 범인이라는 것을 눈치챘는지 그에 대한 보복으로 그람 왕국에 있던 우리 기술자들을 납치한 것이다.

문제는 이번 일이 납치로 끝나지 않았다는 사실이었다.

"에나플 국왕이 보는 앞에서 전부 처형당했다고 합니다."

"......"

유령 소동이나 군사 시설에 폭격을 한 것은 분명 열 받게 하려고 했던 일이었지만, 그 결과가 기술자들의 처형으로 이어질 줄은 몰랐다.

그리고 선후 관계를 따지고 보면 테러로 먼저 아렌달을 공격한 것은 에나플 왕국이었다.

"사실상 선전포고라고 생각해도 되는 건가?"

"......"

내 물음에 자리한 모두가 침묵했다.

누구도 에나플 국왕이 이런 극단적인 선택을 할 것이라고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 * *

"에나플에서 먼저 일을 저지를 줄은 몰랐군.

하긴 나라도 겁쟁이에 도둑놈이라는 소리를 들었다면 가만히 안 있었겠지. 하하-"

넘겨준 정보에 에나플 국왕이 이렇게 즉각적으로 반응을 보일 줄은 몰랐다.

그래도 몬스터라는 소리는 지배자로서 백성들에게 공포심을 갖도록 만들 수 있으니 백성들을 지배하는 데 도움이 되는 부분도 있었다.

하지만 에나플 국왕이 들은 조롱은 겁쟁이에 도둑놈. 왕국의 지배자로서 그 조롱을 참기 어려웠을 것이다. 하물며 자신을 바라보는 귀족들의 시선까지 변했으니 참기 어려웠을 것이다.

"그래서 아렌달에서는 어떤 대답을 돌려줬지?"

"아렌달과 그람 왕국의 주둔군을 주시하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특별한 움직임은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데우스 아렌달의 성격상 이대로 참고 넘어가지는 않을 것 같은데?"

루이 국왕의 말에 맥그리거 공작이 고개를 끄덕였다.

"데우스 아렌달은 은원이 확실한 사람입니다. 에나플 왕국에서 먼저 건드렸으니 아렌달도 가만히 있지는 않을 겁니다."

"그렇지?"

아렌달과 에나플 왕국이 한판 붙는다면 메이더스 왕국으로서는 나쁠 게 전혀 없었다.

"맥그리거 공작이 보기에 아렌달과 에나플이 붙는다면 어떻게 될 것 같은가?"

"결국에는 에나플 왕국이 승리할 것입니다."

"아렌달의 마법 무기는 어느 왕국보다 뛰어나고, 중앙대륙까지 마법 지원도 가능할 정도로 기술이 뛰어나지 않은가?"

"물론 국왕 폐하의 말씀대로 아렌달은 뛰어난 마법 기술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폭격 마법은 우리 메이더스 왕국에서도 경험하지 않았습니까? 실제로 전투에서 위력을 발휘하기에는 위력이 부족한 마법입니다. 마법사만 있어도 보호 마법으로 막아 낼 수 있을 정도죠.

그리고 에나플 왕국은 아렌달의 마법 무기를 탈취해 새로운 무기를 개발하지 않았습니까? 그동안 마법 무기 개발에 열을 올린 만큼 어느 정도는 아렌달 군을 상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결정적으로 아렌달의 병력 규모로 보면 에나플 왕국을 먼저 공격할 수는 없을 겁니다."

결국, 왕국의 규모를 생각하면 에나플과 아렌달은 비교하기가 우스울 정도였으니 맥그리거 공작의 의견은 매우 그럴듯해 보였다.

"아렌달과 에나플이 오랫동안 서로를 갉아먹었으면 좋겠군. 하하-"

그렇게 루이 국왕이 기분 좋은 상상을 하고 있을 때 대전으로 마탑주가 뛰어 들어왔다.

"구, 국왕 폐하! 마나가 요동치고 있습니다!"

갑작스러운 마탑주의 목소리에 루이 국왕의 고개가 갸웃했다.

"마탑주. 그게 무슨 말인가?"

"마탑에서 연구를 하고 있는데 마나가 요동치는 것이 느껴졌습니다."

마법사가 아닌 보통의 사람으로서는 이해하기 어려운 마탑주의 설명이었다.

"조금 더 쉽게..."

"그, 그러니까 대기를 요동칠 정도로 마법이 사용되었습니다.

지난번 왕국에 떨어진 마법과 비교되지 않을 정도의 거대한 마력이었습니다."

"......"

마탑주의 다급한 목소리에 루이 국왕이 맥그리거 공작을 바라봤다.

그 시선에 맥그리거 공작이 마탑주에게 말했다.

"마법은 어디로 떨어졌나?"

"그, 그것이 확인을 해 봐야겠지만, 동쪽에서 마력이 잡혔습니다."

"왕국 안에 떨어진 것인가?"

"그, 그것도 확인을 해 봐야..."

당황하는 마탑주의 모습에 루이 국왕이 피식 웃었다.

"마탑주가 너무 호들갑을 떨어서 왕궁에 마법이라도 떨어져 내리는 줄 알았군."

"......"

"맥그리거 공작. 그래도 혹시 모르니 마탑주의 말대로 확인은 해 보게.

아렌달에서 또 장난을 쳤을지도 모르니까."

"알겠습니다. 폐하."

별것 아니라는 듯 넘기는 루이 국왕의 모습에 맥그리거 공작과 귀족들도 당황하던 모습을 지우며 미소 지었다.

하지만 그들의 미소는 대전으로 뛰어 들어오는 기사의 목소리에 깨끗하게 사라졌다.

"국왕 폐하! 에나플의 루안 요새가 마법 공격을 받아 파괴되었습니다!"

루안 요새가 파괴되었다는 보고에 에나플 국왕은 고개를 갸웃했다.

"탈린 후작. 다시 한번 말해 보게. 루안 요새가 어떻게 되었다고?"

"요새의 동쪽 성벽이 파괴되어 요새로서의 기능을 더 이상 못하게 되었습니다."

"마탑주. 분명 내게 먼 거리에 마법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엄청난 양의 마나가 필요하다고 했지 않았나? 아렌달에서 왕국을 공격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수백 개 이상의 마나석이 필요하다고."

"그, 그렇습니다."

"그리고 그 위력은 지난번에 있었던 마법을 뛰어넘을 수 없을 거라고 말이야."

"......"

에나플 국왕의 물음에 마탑주가 고개를 숙였다.

"마탑에서 느껴진 마력은 그것을 훨씬 상회하는 마력이었습니다. 정말로 아렌달에서 루안 요새를 공격한 것이라면 적어도 수천 개 이상의 마나석을 사용했을 겁니다."

최하급 마나석인 4등급 마나석을 사용했더라고 해도 수십만 셀링을 한 번에 태워 버리는 일이었다.

"국왕 폐하. 하지만 한 번에 그 정도로 많은 마나석을 한 번에 사용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어째서지?"

"거대한 마력을 사용하면 마법을 사용한 진원지도 폭풍에 휘말렸을 겁니다.

어쩌면 마법이 떨어진 루안 요새보다 더 큰 피해가 있었을 수도 있습니다.

도대체 어떤 사람이 그런 미친 짓을 하겠습니까?"

"...마탑주. 그대는 모르겠지만, 데우스 아렌달은 미친놈이야."

"......"

"에나플과 메이더스 놈을 동시에 긁었던 놈이다.

중앙대륙의 패자라고 불리는 에나플과 메이더스에 시비를 거는 미친놈이 바로 데우스 아렌달이다."

"그, 그렇다고 해도 마법 한 번에 수십만 셀링이나 되는 마나석을..."

"아렌달이 인공 마나석을 만들고 있다는 건 알고 있나? 그리고 인공 마나석을 가지고 마나석 시장을 자기 멋대로 흔들고 있다는 사실도..."

"허업!"

놀란 듯 숨을 들이키는 마탑주에 에나플 국왕도 어이가 없다는 듯 웃었다.

* * *

대륙간 폭격 마법의 후폭풍으로 서쪽 구릉 일대가 날아갔다.

알비레오의 경고가 있어서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이렇게 구릉이 날아갈 정도로 큰 후폭풍이 있을 줄은 몰랐기에 그 위력에 놀라고 있었다.

내 옆에 지켜보던 자하와 마법사들도 그 엄청난 마법에 입을 벌리고 있었다.

"허억! 저 마나석으로 마법 연구를 했다면 진리에 도달할 수 있었을 텐데."

"저게 다 얼마야? 마법 연구에 평생을 써도 다 못 쓸 마나석을..."

"그걸 알비레오는 단 한 번에 다 써 버렸지. 부럽다. 부러워."

나와는 완전히 다른 감상평을 내놓는 마법사들에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다들 봤겠지만, 이번 일로 마나석이 제법 많이 소모되었다.

마탑에는 미안하지만, 산업 분야에 쓰이는 마나석을 줄이기는 어려워서 마탑에서 조금 양보를 해 줘야겠어."

"......"

"물론, 마나석이 수급되는 대로 마탑에 우선으로 지원을 해 줄 것이다."

"이럴 거면 차라리 저희보고 중앙대륙에 가서 마법을 쓰고 오라고 하는 게 낫지 않습니까?

지금 알비레오가 한 번에 사용한 마나석을 돈으로 환산하면 얼마인데요.

그 돈을 저희에게 주셨다면 요새쯤이야 가루로 만들어 드렸을 텐데..."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는 마법사들을 보며 나는 마법사란 정말 무서운 존재라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달았다.

보통 사람들과는 사고의 구조가 다른 모습에 마법사들이 만약 권력에도 욕심을 부렸다면 이세계가 어떻게 변했을지 궁금할 정도였다.

"데우스님! 영상이 들어오고 있습니다."

중앙대륙에서 보내오는 영상을 확인하던 마법사의 목소리에 다가가자 멀리서 찍고 있는 루안 요새의 모습이 들어왔다.

아직 마법이 떨어지지는 않았는지 평화로운 루안 요새에 좌표가 잘못된 건 아니었는지 생각될 정도였다.

그렇게 생각하기를 잠시. 바로 영상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폭격 마법의 마력이 너무 커서 영상이 잘 잡히지 않는 것 같습니다. 마나가 폭격 마법에 휩쓸리고 있는 겁니다."

아직 마법이 떨어지지도 않았는데 마력으로 인해 영상이 흔들린다니.

그리고 영상이 완전히 일그러지며 루안 요새 동쪽 성벽에서 거대한 폭발이 일어났다.

"허-"

한순간에 허물어지는 요새의 모습에 나도 모르게 한숨이 나왔다.

왠지 모를 시원함과 함께 보이는 결과물에 허탈함이 섞인 한숨이었다.

'흠- 핵폭발 같은 느낌은 아니네.'

처음 사용해 보는 마법에 조금 흥분하고 있던 게 식어 가는 것이 느껴졌다.

'사상자가 나오지 않도록 성벽을 때린 거지만, 그래도 경고치고는 조금 과했을 지도...

그래도 이제 에나플이나 다른 왕국에서 아렌달을 건드리는 일은 없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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