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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현대인-152화 (152/169)

152화

내 말에 사람들의 표정이 이상하게 변했다. 마치 '겨우 그게 다인가?' 하는 듯한 표정이었다.

"마나석 광산이라도 몇 개 발견한 겁니까?"

보리스의 말에 나는 고개를 저었다.

"그럼?"

"다들 알고 있는 사실 아닙니까? 저는 지금 인공 마나석을 시장에 더 풀겠다는 말을 하는 겁니다."

내 말에 사람들의 표정이 짜증으로 일그러졌다.

"역시 인공 마나석을 만들고 있던 게 아렌달이었군!"

"인공 마나석을 만드는 방법을 공유하겠다는 말입니까?"

"인공 마나석의 제작법을 공유하기는 어렵고… 동대륙의 시장에 마나석을 지금보다 많이 풀겠다는 말입니다."

수량을 조절하고 있던 인공 마나석의 제한을 풀어 주는 것만으로도 다른 왕국에는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런데 내 말에 보리스가 고개를 갸웃했다.

"그게 무슨… 설마 지금까지 마나석을 조절하고 있었던 겁니까?

"그거야 당연히…"

"어떻게요? 인공 마나석의 원재료가 무엇인지는 저희도 알고 있습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보리스의 말에 몇몇 사람이 눈치를 보기는 했지만, 대부분은 알고 있었을 것이다.

"아렌달에서는 인공 마나석을 만들기 위한 원재료가 부족하지 않습니까? 그런데 어떻게 마나석을 지금보다 많이 풀 수 있다는 말을 할 수 있는 겁니까?"

"그거야 당연히 더 있으니까… 동대륙의 발전을 위해 사용할 수 있을 정도의 마나석은 가지고 있습니다."

"허어-"

내 말에 한숨이 터져 나왔다. 다른 왕국에서 인공 마나석의 원재료인 마나석 광산의 흙과 모래를 아렌달에 주지 않는다고 아렌달이 원재료를 구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었다.

지하 깊숙이 잠들어 있는 마나 스팟 주변의 흙과 모래 역시 인공 마나석을 만들 수 있는 재료였으니까.

그동안 중개소를 만든다고 찾은 마나 스팟이 얼마나 많았던가. 사실상 그 모든 마나 스팟이 인공 마나석의 원료 채굴장이나 다름없었다.

마나 스팟이 잠들어 있는 지하 깊숙한 곳까지 땅을 파낼 수 있는 시추 기술이 없다면 절대 아렌달의 생산량을 따라올 수 없을 것이다.

"인공 마나석을 만들 수 있는 원료가 마나석 광산의 흙과 모래 말고 다른 무언가가 있다는 말인가?"

"마나석 시장까지도 사실은 아렌달의 지배를 받고 있었던 것이라는 말이 아닌가.

이 조그만 아렌달에 도대체 얼마나 많은 왕국이 놀아나고 있었던 것인지. 정말 어이가 없군."

빅터 국왕의 말에 사람들의 시선이 빅터 국왕에게 모였다.

"그렇지 않은가? 마법 무기는 물론이거니와 실생활에 사용하고 있는 각종 마법 아이템들 그리고 왕국의 백성들이 즐기고 있는 스포츠나 문화생활까지 무엇하나 아렌달에서 시작되지 않은 게 없을 정도인데."

그 말에 자리하고 있던 국왕들의 표정이 굳어졌다.

'그걸 이제야 깨달은 거야?'

어느새 동대륙에서는 아렌달을 빼고 기술이나 문화에 대한 이야기를 할 수 없을 정도가 되어 있었다.

"근데 그게 아스타나 왕국이나 다른 왕국들의 입장에서 나쁠 게 있습니까?

아렌달의 영향을 받아서 왕국들도 다들 발전한 것 아닙니까?"

"……"

"아렌달은 그저 수백 년간 멈춰 있던 기술과 문화를 조금 발전시켰을 뿐입니다.

그것을 받아들인 것은 여기 계신 지도자들이고요."

마음에 들지 않겠지만, 그것이 사실이다.

다시 퇴화의 길을 걸을 생각이 없다면, 이제는 아렌달의 영향력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다.

동대륙 회의에 참석한 지도자들은 내 제안대로 기술 발전에 투자 규모를 늘리는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미 중앙대륙의 패자들이 엄청난 투자를 시작했다는 사실을 알았다.

솔직히 마나석을 더 제공받을 수 있다면 왕국의 입장에서도 나쁠 게 없는 이야기였다. 그저 자신들의 주머니가 조금 가벼워지는 게 마음에 들지 않았을 뿐.

그리고 자칫하다가는 혼자만 기술력이 떨어지는 상황에 놓일 수도 있었기에 어쩔 수 없이 받아들이는 수밖에 없었다.

"처음부터 베르겐이 품기에는 너무 큰 사람이었군요."

"베르겐 왕국이 없었다면 아렌달도 없었을 겁니다. 아렌달의 발전은 선왕 폐하께서 빌려주신 4만 셀링으로부터 시작된 것이니까요."

"그렇게 생각해 주신다니 감사합니다. 그런데 4만 셀링이요? 5만 셀링 아니었습니까?

아바마마께서는 5만 셀링을 빌려주셨다고 말씀하셨는데…"

"…4만 셀링입니다."

내 말에 보리스는 웃고 말았다.

그때 우리에게 다가오는 한 사람이 있었다.

"안녕하십니까! 데우스님."

급하게 달려왔는지 숨을 몰아쉬며 인사하는 펠릭스의 모습에 보리스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말했다.

"왕자의 눈에 나는 안 보이나 보군."

"아- 아바마마. 죄송합니다. 아렌달까지 오시는 데 어려움은 없으셨습니까?"

"어려울 일이 뭐가 있겠느냐. 아렌달은 도로도 잘 깔려 있고, 치안에도 문제가 없는데."

"하하- 그렇지요. 저도 몇 년간 아렌달에서 공부를 하며 느꼈는데 정말 좋은 곳 같습니다.

왕국보다 더… 아, 아닙니다."

자신의 말실수에 당황하는 펠릭스 왕자에 보리스는 피식 웃었다.

"왕국을 이런 아렌달에 뒤지지 않는 곳으로 만들라고 왕자를 아렌달에 보낸 것이다."

"저, 저도 알고 있습니다."

"알고 있는데 성적이 그 모양인 것이냐?"

"……"

펠릭스 왕자도 제법 괜찮은 성적을 받고 있다고 알고 있는데 보리스의 기준에는 만족을 못 시키는 모양이었다.

"아렌달의 학생들 수준이 높아서 그런 것 아니겠습니까?

그리고 펠릭스 왕자 정도의 성적이면 아렌달에서는 누구라도 데려가려고 할 정도의 성적입니다."

"흐음- 그렇습니까?"

"아마 펠릭스 왕자가 평범한 학생이었다면 아렌달의 귀족 가문에서는 엄청난 임금을 제시하면서 벌써 데리고 갔을 겁니다."

그 말에 보리스의 얼굴이 조금은 펴졌다.

내게 감사의 눈빛을 보낸 펠릭스는 더 이상 보리스가 성적에 대해 입을 열지 못하도록 그를 이끌었다.

"아바마마. 긴 회의로 피곤하시지 않으십니까? 제가 아바마마를 위해서 아렌달의 특산물들로 저녁 식사를 준비했습니다."

"왕자가 말인가?"

"네!"

자신을 위해 저녁 식사를 준비했다는 펠릭스의 말에 보리스의 입가에 미소가 걸렸다.

"데우스님께서 함께 하시는 게 어떻습니까?"

"아닙니다. 저도 아이들과 함께 저녁을 하기로 해서요. 오늘은 가족들과 함께 보내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내 말에 보리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펠릭스 왕자는 조금 아쉬워 보였지만, 그래도 서로 같은 입장이었기에 이해하고 보리스를 데리고 돌아갔다.

주변을 돌아보니 펠릭스와 마찬가지로 각 왕국에서 유학 온 학생들이 국왕들을 모시고 돌아가는 모습이 보였다.

특히 브레튼은 회의 참석자들만큼 유학생들의 숫자도 많았기에 대규모 인원이 이동하는 모습도 보였다.

"유학생들이 저렇게 많았었나?"

"중앙대륙이나 남대륙에서도 유학생이 꾸준히 들어오고 있지 않습니까?

같은 동대륙이라면 더 많은 학생들이 있는 게 당연하지 않겠습니까?"

저 유학생들이 나중에 아렌달에 조금씩만 도움을 줘도 아렌달의 미래가 더욱 밝아질 것은 당연한 이야기였다.

'유학생이 이렇게 계속 들어온다면 어쩔 수 없이 학교를 더 만들어야겠네.

대학의 규모도 더 늘리고 말이야.'

* * *

"왕자가 그 이야기를 어떻게 알고 있는 것이냐?"

"아렌달 뉴스에서 봤습니다. 그리고 학교에서도 이야기가 돌았습니다."

펠릭스의 말에 보리스의 표정이 심각하게 변했다.

"아렌달에서는 흔한 정보였다는 건가?"

"아렌달에서도 일반 백성들은 자세하게는 모를 겁니다. 저희야 대학이라는 특수한 곳에 있기 때문에 이야기를 들은 것뿐이죠. 그들도 다 대학생들이었으니까요."

"혁명을 일으킨 사상가들이 대학생이었다고?"

"네. 그래서 지난해는 졸업생이 특히 적었습니다. 그리고 대학으로 돌아오지 못한 학생들은 전부 아렌달에서 추방당했다고 들었습니다.

그중에는 아렌달 수석행정관의 아들도 있었고요."

혁명세력으로 인해 아스타나 왕국이나 중앙대륙에서 피바람이 불었다는 사실은 웬만한 사람이라면 다들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그런데 그 주동자들 중 한 사람이 아렌달 수석행정관의 아들이라는 사실을 아는 이는 거의 없었을 것이다.

"자칫하면 아렌달에 시비를 거는 인물들이 나타날 수도 있겠구나."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아렌달에서 시작된 혁명으로 인해 엄청난 피바람이 불었으니, 그 책임을 아렌달에 뒤집어씌울 수도 있다는 말이다.

네 말대로라면 혁명을 일으킨 인물 중에 수석행정관인 리오의 아들도 있었다는 것이니 트집을 잡기에 더 좋겠지."

"하지만 그들은 아렌달에서 추방을 당했으니 아렌달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사람들 아닙니까?"

시기상으로도 아렌달에서 사상가들이 추방을 당하기 전부터 혁명세력들이 나타났으니 서로 연관이 없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문제는 혁명세력으로 인해 피해를 본 왕국이 그것을 받아들이지 않을 거라는 것이다.

피해에 대한 책임을 아렌달에 뒤집어씌워 작은 이득이라도 취할 수 있다면 얼마든지 날조를 하고도 남을 사람들이 왕국의 권력자들이었다.

'아렌달에게 무엇이라도 얻어 낼 수 있다면 나라도 그 책임을 물을 것이다.

그런데 다른 왕국에서 가만히 있을까?'

당연히 가만히 있을 리가 없었다.

빅터 국왕은 자신에게 추방된 사상가들의 이야기를 하는 귀족 학생들을 보며 말했다.

"방금 한 말을 다시 한번 말해 보라. 그들의 이름이 무엇이었다고?"

"붉은 바람이라고 했습니다. 폐하."

"붉은 바람이라… 어디서 많이 들어 본 이름이군. 안 그런가? 실베르 백작."

"왕국에 혼란을 가지고 왔던 반동세력의 이름이 그것과 같았습니다."

"그래. 그랬지."

실베르 백작의 대답에 빅터 국왕이 씨익 미소를 그렸다.

아렌달의 대학생들이 만든 사상가 집단의 이름과 아스타나 왕국에서 혁명을 일으켰던 세력의 이름이 같다는 사실이 그의 얼굴에 미소를 만들어 주었다.

"거기에 그 사상가 놈들이 아렌달에서 추방을 당하기까지 했다 이 말이지?"

"그렇습니다. 폐하."

"문제는 혁명세력이 처음 모습을 드러냈을 때 아직 아렌달의 사상가들은 아렌달의 감옥 안에 있었다는 사실인데…"

시기상으로 아렌달에서 추방된 대학생들이 아스타나 왕국의 혁명세력을 만들었을 가능성은 거의 없었다.

추방된 이후에 합류했을 가능성은 있었지만, 이미 자신의 손으로 붉은 바람의 주동자들을 모두 죽여 버려서 증거를 찾을 수도 없었다.

"하지만 그게 무슨 상관인가! 내가 그렇게 생각하면 그게 정답인 것이지."

어차피 아렌달에게 기술 하나만 받아도 남는 장사가 아니던가.

자신으로서는 손해 볼 게 아무것도 없는 상황에서 아렌달을 몰아세울 기회를 잡은 것이다.

"너희들이 알고 있는 그들의 이야기를 더 들려다오.

사상가들의 배경이나 그들이 학교에서 행했던 일들, 사상가들이 아렌달에서 어떤 일을 해 왔고 또 어떻게 추방을 당했는지 모든 이야기를 말이다.

사소한 이야기까지 하나도 놓치지 말고 다 이야기하라. 그것이 아스타나 왕국을 위해 너희들이 할 수 있는 최선의 일이다."

빅터 국왕의 말에 귀족 학생들은 자신들이 알고 있는 이야기를 풀어냈다.

이야기가 길어질수록 빅터 국왕의 입꼬리도 길게 그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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