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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현대인-142화 (142/169)

142화

"이번이 몇 번째지?"

"벌써 4번째 테러입니다."

주둔군을 향한 테러가 벌써 4번째라는 소식에 헤돈을 비롯한 지휘관들의 표정이 굳어졌다.

"따로 얻어 낸 정보는?"

"발트의 보고로는 테러범들의 움직임이 정식으로 군사 훈련을 받은 정규군의 냄새가 풍긴다고 합니다. 일부 인원은 기사인 것으로 확인도 됐고요."

"배후에 누가 있는지는 파악하지 못한 건가?"

"테러범을 생포하려고 했지만, 붙잡힐 상황이 오기 전에 스스로 목숨을 끊는 지독한 놈들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시체를 뒤져 봐도 배후를 파악할 수 있는 물건은 하나도 나오지 않았답니다."

물론, 어느 정도 예상되는 세력이 있기는 하다.

주둔군이 처음 받았던 테러 공격에서 소드마스터가 두 명이나 있었다고 하지 않았던가.

소드마스터를 두 명이나 희생시킬 수 있는 곳이라면 메이더스 왕국이나 에나플 왕국이 배후에 있을 가능성이 가장 높았다.

"메이더스 왕국과 에나플 왕국의 동향은?"

"특별한 움직임은 없습니다. 두 왕국 모두 마법 무기 개발에 열을 올린다는 정도의 정보뿐인데, 그거야 다른 왕국들도 마찬가지 아니겠습니까?

두 왕국에서 아렌달 상단의 진출을 방해하는 일도 없다고 하니 테러범의 배후에 두 왕국이 있다고 단정하기에는 이른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두 왕국 외의 다른 왕국에서 아렌달과 척을 지는 짓을 할 것이라고는 생각하기 어려웠다.

"일단은 발트와 주둔군에게 주의를 기울이라고 해. 분명 테러를 계속하는 이유가 있을 거야."

* * *

"지금까지 몇 번이나 실패했지?"

"이번 작전이 3번째입니다."

"3번의 실패를 거듭하는 동안 성과라고는 아무것도 없었군?"

"……"

"아니- 성과는 있나? 메이더스의 말대로 아렌달의 마법 무기가 왕국의 존속에 위협이 될 만큼 위험하다는 것은 확인했지.

대신 나의 자랑스러운 기사 20명과 병사 50명이 제물로 희생이 되었지만 말이야."

에나플 국왕의 말에 탈린 후작이 앞으로 나섰다.

"국왕 폐하. 다음에는 제가 직접 그들의 전력을 확인해 보겠습니다."

"그건 곤란하네. 후작도 들었지 않은가? 메이더스의 소드마스터 둘이 흔적조차 남기지 못하고 죽었어.

그런 위험한 일에 후작이 직접 나설 필요까지는 없다."

지금까지 희생된 기사들과 병사들로 인해 최소한의 정보는 얻은 상태였기에 이 이상의 희생은 바라지 않는 에나플 국왕이었다.

하지만 탈린 후작은 뒤로 물러나지 않으며 말했다.

"제가 키운 기사들과 병사들이 아무것도 남기지 못하고 죽었습니다.

그람 왕국으로 갈 수 있게 허락해 주십시오."

탈린 후작의 말에 에나플 국왕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후작 혼자서 무엇을 하겠다는 말인가?"

"최소한 그들의 죽음이 가치 있었다는 것만 증명하고 돌아오겠습니다."

담담하게 말하는 탈린 후작에 에나플 국왕이 한숨과 함께 말했다.

"방금 돌아오겠다고 한 후작의 말은 반드시 지키기 바라네."

"감사합니다. 폐하."

"빌어먹을!"

발트의 고함에 주둔군 병사들이 이를 갈았다. 지난밤 기습으로 인해 또 다시 병사들이 희생되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문제는 누가 잠입하여 병사들의 목숨을 빼앗아 갔는지 확인도 못 했다는 사실이었다.

"사령관님! 무기고에 있던 마법 무기가 사라졌습니다."

"이런 제기랄!"

"그동안 있었던 테러는 역시 우리의 마법 무기를 강탈하기 위함이었군요. 지금이라도 아렌달에 지원을 요청하는 게 어떻겠습니까? 발트 사령관님."

"아직 범인이 누구인지 흔적도 찾지 못한 상태에서 아렌달에 지원을 요청하라고?

주둔군의 무능함을 아렌달에 알리고 싶은 건가! 최소한 테러범의 흔적이라도 찾아와!

아렌달에 지원 요청하는 것은 그다음이다!"

"아, 알겠습니다."

발트의 다그침에 병사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작은 흔적이라도 찾기 위해 주둔지부터 주변 영지들과 마을까지 샅샅이 뒤집으며 움직였다.

그람 왕국 귀족들의 심기를 거스르는 행동을 하면서까지 왕국을 뒤집어엎은 후에야 작은 흔적을 발견할 수 있었다.

"붉은 형제단을 공격한 자와 주둔군을 습격한 테러범이 같은 인물이라는 말인가?"

"소드마스터로 보이는 인물이 마법 무기를 가지고 있었다고 합니다."

소드마스터가 단독으로 움직이면서 마법 무기를 가지고 있다? 아렌달에는 이상할 정도로 호의적인 붉은 형제단이었기에 충분히 믿어볼 만한 정보였다.

"테러범이 어느 방향으로 이동했는지는 파악했나?"

"그람 왕국을 벗어나 대륙 안쪽으로 움직이고 있다 합니다.

지금까지 확인된 이동 방향대로라면 메이더스 왕국보다는 에나플 왕국이 테러의 배후로 보입니다."

"소드마스터가 암살자 행세를 하다니. 소드마스터로서의 자존심도 없는 녀석이군."

"자존심을 부려 봐야 안 된다는 것을 알고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첫 번째 테러에서 정면으로 덤볐던 소드마스터들이 어떻게 되었는지 생각해 보면 분명 자존심을 부릴 상황은 아니었다.

"사령관님. 그런데 이미 그람 왕국을 벗어났다면 더 이상의 추격은 불가능하지 않겠습니까?"

"칫- 그건 어쩔 수 없지. 가능하다면 붉은 형제단을 이용해서라도 뒤를 쫓으라고 해야지.

배후를 확실히 잡아서 본토에 보고한다면 어떠한 명령이 내려올 테니 말이야."

* * *

그람 왕국에서 일어난 테러에 아렌달 군에서도 추가 파병을 고려했지만, 주변 왕국들이 그람 왕국을 압박하는 바람에 아쉽게도 추가 파병은 어려운 상황이었다.

"그렇다면 우리 병력이 피해를 받지 않도록 더 확실하게 지원하라고 해야지."

"지금 그람 왕국의 능력으로는 주둔군을 지원할 만한 능력이 안 될 겁니다.

오히려 주둔군의 행사에 방해나 되지 않으면 다행이죠."

리오의 보고에 나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럼 다른 것이라도 내놓으라고 해야지. 우리 병사들이 피해를 받은 만큼 그람 왕국에서도 대가를 치러야 하지 않겠어?

최소한 그람 왕국의 개발권이라도 더 얻어 내야겠어. 철도부설권이나 도시개발권, 이런 큰 사업권이 안되면 마나 스팟을 시추할 수 있는 마나석 광산이라도 가져와야지."

"차라리 그람 왕국을 식민지화하는 것이 빠르지 않겠습니까?"

"그건 왕국의 관리까지 해 줘야 하니까 귀찮잖아?"

"식민지를 만들지 않는 이유가 귀찮아서라니… 빅터 국왕이 들었다면 열불을 토했을 말이네요."

내 말에 리오는 어이없다는 듯 웃었다.

"중앙대륙의 이야기는 더 정보가 모이면 이야기하도록 하고, 북부 3왕국은 어떻게 하기로 한 거야?

정말로 우리의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겠데?"

"아쉽지만 워낙 큰 사업이라 그런지 북부 3왕국에서도 부담스러워하는 것 같습니다. 만약 공사를 하게 된다면 베르겐 왕국처럼 독자적으로 공사를 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아쉽게 됐네."

시베리아 횡단철도와 같이 대륙을 관통하는 철도를 만들면 어떨까, 북부 3왕국에 제안했다. 하지만 아쉽게도 북부 3왕국은 아렌달의 제안에 긍정적인 대답을 들려주지 않았다.

이제 동대륙의 왕국들은 철도 공사가 얼마나 큰 사업인지 다들 눈치를 챈 상황이었기에 그런 큰 사업을 아렌달에 쉽게 내줄 수는 없었을 것이다.

아직 기술은 없지만, 언젠가는 아렌달의 기술을 따라올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으로 여유를 부리는 것일 수도 있었다.

아직까지 귀족 중심의 사회를 이루고 있는 왕국들인 만큼 백성들의 편의를 위한 시설쯤이야 조금 늦어도 크게 신경 쓸 부분이 아니기도 했으니 말이다.

"그럼 어쩔 수 없이 나르비크 왕국 사업에 집중하는 수밖에 없네. 베르겐 왕국이야 알아서 잘 따라오는 것 같으니 말이야."

"그런데 아스타나 왕국에는 제안하지 않으시는 겁니까?"

"빅터 국왕이 왕위에 앉아 있는 한, 아스타나 왕국에 철도를 깔아 주는 일은 없을 거야.

그 전쟁광이 철도를 가지면 무슨 짓을 할지 모르니까 말이야."

아렌달의 군사력이나 경제력에 항상 눈독을 들이고 있는 게 빅터 국왕이지 않은가.

그런 전쟁광에게 아렌달을 공격할 수 있는 루트를 제공할 생각은 없었다.

"한동안은 새로운 일을 벌이기보다는 지금 하고 있는 것에 집중해야겠군."

"그동안 급하게 달려왔으니 잠시 숨 고르기를 할 시간도 필요하지 않습니까? 내실을 다질 좋은 기회라고 생각하시죠."

아렌달이 내실에 집중하기 시작하자 그동안 잊고 있었던 아렌달의 힘이 본격적으로 드러나기 시작했다.

그동안 외부로 빠져나가던 아렌달의 자금력이 내부로 집중되면서 귀족 가문들이나 상단들, 자영업자들의 주머니가 무거워졌고, 그만큼 백성들의 생활도 여유가 넘치기 시작했다.

여유가 넘치는 만큼 백성들의 문화생활도 더 화려해졌고, 새로운 유흥을 찾는 모습에 본격적으로 실시간 텔레비전 방송을 시작했다.

"그동안 텔레비전이 얼마나 좋은 물건인지 몰랐는데, 어제 생중계를 보고 깨달았다.

이건 냉장고 이상으로 필요한 물건이야."

"맞아. 선수들의 얼굴이 더 잘 보여서 그런지 실제로 경기장에서 보는 것 이상으로 더 집중하게 되는 것 같았어."

"내일 특집으로 방송한다는 영화 때문에 우리 집 여자들이 얼마나 시끄러운지… 우리 집은 텔레비전의 소유권을 가지고 매일 다툰다니까."

귀족 가문에서도 실시간 방송의 힘을 눈치챘는지 서로 한 타임이라도 자신들의 이야기를 내보내기 위해 목소리를 내었고, 나와 계약으로 채널을 보장받은 라이언은 당장이라도 계약한 채널을 열어 달라고 매일 아렌달 가문을 찾아올 정도였다.

"데우스님! 저에게도 스톨 가문처럼 텔레비전 채널을 만들어 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리암이 채널에 대한 개념은 어떻게 알았어?"

"다 아는 방법이 있지 않겠습니까? 하하-"

"또 마법사들이 말한 건가?"

언제나 마법사들에게 정보를 얻어 내는 리암의 모습에 나는 고개를 저을 수밖에 없었다.

"스톨 가문에서 채널 하나를 받기 위해서 얼마나 썼는지는 알아?"

"뭐- 많이 썼겠죠."

"호오- 스톨에 뒤지지 않을 자신이 있다는 말처럼 들리는데?"

내 말에 리암은 어깨를 으쓱하고 말았다.

"채널을 받으면 어떤 방송을 할 생각이야?

체스터 가문이 사업을 많이 하고 있다고 해도 스톨에 비할 바는 아니잖아? 분명 스톨과 경쟁하면 밀리게 될 텐데."

아무리 체스터가 아렌달에서 손에 꼽히는 귀족 가문이라고 해도 스톨과 경쟁하기에는 어려운 것이 사실이었다.

당연히 같은 전략으로 채널을 이용할 수는 없는 상황. 하지만 리암은 무슨 말이냐는 듯 고개를 갸웃하며 말했다.

"무슨 말씀이신지? 저희 가문이 아니라 제가 채널을 쓰고 싶어서 만들어 달라고 부탁을 드리는 건데요?"

"리암이 쓸 채널이라니… 도대체 뭘 하려고?"

"그거야 당연히 축구 중계를 보기 위해서 아니겠습니까. 하하-

맨체스터의 모든 경기를 생중계로 볼 수 있다니… 생각만으로 기분이 좋아지는 일 아닙니까."

"……"

'이 정도까지 축구에 미쳐있는 줄은 몰랐는데…'

그런데 리암의 말에 오히려 좋은 아이디어라는 생각도 들었다.

리암이야 그저 맨체스터의 경기를 보고 싶어 하는 것이지만, 스포츠 전문 채널이라고 생각하면 되는 것 아니겠는가.

"그런데 리암이 채널을 받는다고 해도 그걸 리암 마음대로 쓸 수는 있겠어?

분명 체스터 부인에게 빼앗길 것 같은데? 스포츠보다 연극이나 영화를 더 많이 틀게 될지도 모르겠군."

"허업! 그, 그건 안 됩니다!"

당황하는 리암에 나는 씨익 웃으며 말했다.

"채널 두 개를 살만큼의 자금은 있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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