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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현대인-134화 (134/169)

134화

베르겐 왕국이나 브레튼에 파견 나가는 기술자들의 처우가 개선되면서 더욱 많은 기술자가 아렌달 밖으로 파견을 나가게 되었다.

아렌달은 그렇게 선진 기술을 뽐내며 다른 나라들로부터 계속해서 수입을 얻고 있었다.

그중에서 가장 큰 수입을 얻는 곳은 바로 그람 왕국이었다.

다양한 개발 산업으로 이권을 챙기고 있을 뿐 아니라 파견한 기술자들의 숫자도 제일 많았고, 그람 왕국을 거점 삼아 중앙대륙에 상품을 팔아 치우는 것도 상당했기 때문이었다.

"아렌달 상단이 중앙대륙의 시장을 완전히 파고든 것 같습니다."

"확실히 대륙의 크기가 달라서인지 수입이 엄청나네."

"앞으로 에나플 왕국이나 메이더스 왕국의 시장까지 확실하게 파고들면 더 많은 수입을 올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제는 동대륙을 넘어 이세계 제일의 상단이라고 해도 누구도 부정할 수 없을 만한 상단이 되어 버린 아렌달 상단이었다.

"이번에 대학생들 중 일부를 중앙대륙에 보내는 것을 발더 학장과 이야기를 해 봤습니다."

"대학생들을 중앙대륙으로 보내?"

"예. 학생들이 대학을 졸업하기 전 실무 경험을 쌓기에 그람 왕국이 좋아 보여서 말입니다.

아무래도 아렌달보다 여러모로 부족한 그람 왕국에서 경험을 쌓게 되면 아렌달로 돌아왔을 때 더욱 실무능력이 좋아지지 않겠습니까?"

"일부로 거친 곳으로 보내겠다는 말인가?"

"지금까지 온실 속에서 자란 녀석들이니 거친 들판도 경험해 봐야 하지 않겠습니까?

거기서 살아남는 녀석들이 진짜 인재들인 거죠. 하하-"

리오의 말에 나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하지만 리오의 생각에도 일리는 있었다.

그람 왕국에 아렌달의 기술자들이 많이 나가 있다고 하지만 워낙 기반이 없던 그람 왕국이라 기술자가 부족하다는 요청이 계속해서 오고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최상위의 교육을 받은 대학생들을 보내게 되면 먼저 파견 나간 기술자들도 한결 여유가 생기게 될 것이다.

"아무나 보낼 생각은 아니지?"

"당연하죠. 졸업을 앞둔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지원받을 생각입니다.

중앙대륙으로 파견을 나가는 것이니 보수도 챙겨 줄 생각이고, 실무 경험 역시 쌓을 수 있다면 제법 지원하는 학생들이 나올 겁니다."

"그래. 지원하는 학생들만 보내도록 해. 아직 중앙대륙은 우리의 영향력이 크지 않은 곳이니까 위험이 생길 수 있잖아."

그람 왕국으로 향하는 선단에 학생들이 올라타고 있었다.

대부분 처음으로 아렌달을 벗어나는 학생들이었기에 그들의 얼굴에는 긴장과 기대감이 역력했다.

"딱 3달만 고생하고 돌아오거라. 그런 거친 곳에서의 경험이 네 인생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알겠습니다. 걱정 마세요."

리오의 말에 노아는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이고 배 위에 올라탔다.

이번에 그람 왕국으로 떠나는 학생들 중에는 노아와 마찬가지로 평민 학생들이 제법 많았다.

귀족 학생들과 다르게 집안의 지원을 많이 받기 어려운 학생들에게 실무 경험을 쌓으면서 보수까지 받을 수 있는 기회는 흔치 않았기에 지원하게 된 것이다.

물론, 노아 같은 경우는 리오가 강제로 보내는 것이었지만, 그는 큰 불만 없이 친구 아니- 동지들과 함께 중앙대륙으로 가기로 했다.

'중앙대륙에는 아렌달보다 힘들게 사는 사람들이 많다고 했지.

동대륙과 비교해서 노예도 훨씬 많고. 그들의 생활이 어떤지 한번 보고 싶다.'

노아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 동지들은 아렌달과 다른 이 세계의 실상을 확인하고 자신들의 뜻이 틀리지 않다는 것을 확인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아렌달에 들어와 있는 유학생들은 대부분 왕족이나 고위 귀족 가문의 자재들이었기에 그들은 굉장히 여유로운 일상을 보내고 있었다.

고향을 떠나 아렌달에서 공부를 하고 있다는 유대감으로 그룹을 만들어 각국의 정보나 문화를 교류하는 일도 자주 일어나고 있었다.

그리고 아렌달에 있는 첨단 아이템들도 자신의 왕국으로 계속해서 보낼 정도로 좋은 광고판 역할도 해 주고 있었다.

몇 년간 공부한 일부 학생들은 과거 엔나의 마르코처럼 아렌달의 신봉자가 되어 가는 모습을 보여 주기도 했다.

"유학생을 받으며 기대한 효과가 잘 나오고 있는 건가?"

"타자트 왕국은 아렌달의 기술을 본격적으로 도입하고 있는 모양입니다.

남대륙에는 마나석이 많았던 만큼 마법사의 숫자도 많으니, 금방 아렌달의 기술을 모방하지 않을까 걱정이 되네요."

"모방이야 누구나 할 수 있지. 하지만 모방은 모방일 뿐, 절대 오리지널이 될 수는 없어.

그리고 아직 우리가 공개하지 않은 기술도 충분하잖아?"

특허청에서 공개되고 있는 기술이야 모두가 보라고 만든 것이니 얼마든지 모방해도 괜찮았다.

하지만 아렌달의 진짜 힘은 공개하지 않은 기술들.

비행선이나 실시간 영상 마법, 실전에서는 한 번도 보여 주지 않은 마법 무기들.

기술적 우위를 놓치지 않기 위해 모든 기술을 공개하지 않는 아렌달이었다.

"그런데 나르비크 왕국의 철도는 아직도 지지부진한 상태인가?"

"아무래도 귀족들이 서로 자기네 영지에서 기차역을 만들겠다고 싸우는 바람에 진행이 안 되는 것 같습니다."

"아서 대공 이 양반은 그런 것이나 확실하게 해 놓고 가던가. 그렇게 갑자기 가 버리니까 나르비크 왕국이 조용할 날이 없네. 에휴-

나르비크 국왕에게 최대한 빨리 기차역을 만들 영지를 선정해 달라고 해. 국왕이 나서면 그래도 정리는 되지 않겠어?"

나르비크 왕국에서 철도 공사를 시작한 게 벌써 몇 년이나 되었는데도 제대로 된 기차역 하나 만들지 못하는 나르비크 왕국을 보며, 역시 봉건제는 시대에 뒤떨어진 체제라는 것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었다.

차라지 봉건 영주들이 모두 독립해서 하나의 국가로 정립되는 게 일의 진행이 훨씬 빠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렇게 흔들리는 왕국이라면 누군가 혁명을 일으켜도 진작에 일으켰을 텐데.

역시 이세계의 교육 수준이 너무 낮아서 생각하고 움직이는 이가 부족하기 때문인가?'

나 같이 고차원의 현대 지식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있었다면, 진작에 체제가 변하고도 남았을 나르비크 왕국의 상황이었다.

"베르겐 왕국은 아직까지 철도의 도입을 망설이고 있는 건가?"

"그래도 베르겐은 사정이 조금 낫지 않겠습니까?

우리 쪽과 꾸준히 기술적 교류도 하고 있고, 아렌달과 브레튼이 발전하는 모습에 따라오려고 노력도 하고 있으니 말이죠."

"보리스 국왕의 성격이 조금만 더 강직했다면 좋았을 텐데."

"그랬다면 진작에 철도를 도입했을지도 모르죠. 하지만 베르겐 왕국도 점점 왕권이 강해지고 있으니 곧 보리스 국왕도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마음껏 진행할 수 있을 겁니다."

아렌달과 브레튼의 독립으로 약해져 있던 왕권은 왕국이 발전을 거듭할수록 다시 강해지고 있었다.

"베르겐 왕국은 철광산이 많으니까 보리스 국왕이 결정만 내리면 금방 철도를 깔 수 있을 겁니다."

"혹시 아렌달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하면 언제든지 말하라고 전달해 줘.

아렌달 은행도 적극적으로 이용하라고 말이야."

"보리스 국왕은 빚을 지는 걸 싫어하는 것 같던데요?"

"빚을 두려워하면 안 되는데. 아렌달도 베르겐 왕궁에 빚을 내면서 발전했다는 걸 그도 모르지는 않을 거고 말이야."

"데우스님처럼 빈손으로 돈을 빌리러 가는 사람이 어디 있겠습니까?

그리고 잃을 게 많은 사람은 그렇게 쉽게 움직이지 못하는 법입니다."

리오의 말에 나는 어깨를 으쓱하고 말았다.

* * *

메이더스 왕국 깊숙한 곳에서 일단의 사람들이 테이블 위에 놓인 아이템들을 보며 고개를 저었다.

"이 마법 아이템들을 보니 아렌달이 어떻게 동대륙을 지배할 수 있었는지 알겠군."

"정말 무서운 기술력입니다."

"아까 했던 그거 다시 한번 해 보게."

"알겠습니다."

상석에 앉은 남자의 말에 노 마법사가 다시 텔레비전을 조작했다.

화면을 통해 나오는 아리엘과 아렌달의 모습을 보며 남자가 말했다.

"이게 아렌달의 모습이라는 말이지? 그리고 이 여자아이는 데우스 아렌달의 딸이고 말이야."

"그렇습니다. 폐하."

"흐음- 왕국과 공주의 모습을 이렇게 공개를 해 버리다니… 아렌달의 자신감이라고 보면 되는 건가?"

"폐하. 아렌달은 왕국이 아닙니다."

"왕국이 아니기는… 말로만 왕국이 아니라고 하는 것이지, 실질적으로는 아렌달 가문에서 모든 것을 지배하고 있지 않은가?

데우스 아렌달이 왕보다 더한 놈이라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는 것 아닌가?"

상석에 앉은 남자, 메이더스의 국왕-루이 메이더스의 발언에 사람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따지고 보면 아렌달만큼 한 지점에 권력이 모여 있는 나라도 없는 게 사실이었으니 말이다.

"마탑주. 우리도 이 같은 물건을 만들 수 있나?"

"만들 수는 있습니다만…"

"다만?"

"이 정도의 물건을 만드는 데 몇 년이 걸릴지는 모르겠습니다."

"음-"

"솔직히 말씀드려서 아렌달에서 시작된 마법 무기를 모방한 것도 몇 년이나 걸린 것이 사실 아닙니까?

메이더스 왕국뿐만 아니라 에나플 왕국이나 다른 왕국들, 특히 중앙대륙을 침략했던 아스타나 왕국마저도 아렌달의 마법 무기에는 못 미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습니다.

이런 첨단 기술은 모방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님을 알아주십시오."

마탑주의 말에 메이더스 국왕의 표정이 살짝 일그러졌다.

"연구에 얼마나 더 지원을 해 주면 만들 수 있는가?"

"지원을 많이 해 주시면 분명 시간을 단축시킬 수는 있겠지만, 그래도 당장 이런 기술력을 가질 수는 없는 것이 현실입니다."

"허- 마법사가 현실을 논할 정도인가?"

"……"

마탑주의 침묵에 메이더스 국왕 어이없는 웃음을 흘렸다.

"처음부터 이렇게 자라나는 것을 짓눌러 놨어야 했다는 말이군."

"바로 몇 해 전까지는 아렌달의 존재 자체를 모르지 않았습니까?"

처음 아스타나 왕국에서 마법 무기로 무장하고 대륙을 넘어오기 전까지는 아렌달이 베르겐 왕국에서 독립한 줄도 몰랐다. 솔직히 동대륙 따위는 신경도 쓰지 않았다는 것이 사실이었다.

에나플 왕국과 힘겨루기를 하기에도 부족한 상황에서 변방의 동대륙을 신경 쓸 필요도 없다고 생각했다.

메이더스 왕국이나 에나플 왕국이나 서로 상대 왕국을 물리치면 이 세계의 패자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으니 다른 왕국들, 그것도 다른 대륙의 상황은 그저 가십거리 정도로 씹고 마는 사소한 일이었을 것이다.

만약 아렌달에서 처음 마법 무기가 공개되었을 때 그 위험성을 알아챘다면, 에나플 왕국이나 메이더스 왕국이나 절대로 가만히 두지 않았을 것이다.

"지금 그람 왕국에 아렌달의 병사들이 주둔하고 있다고 했던가?"

"그렇습니다. 두 번의 전쟁으로 초토화된 그람 왕국을 도와준다는 명목으로 병력을 주둔시키고 있습니다."

"그럼 그것들도 마법 무기를 가지고 있겠지?"

메이더스 국왕은 그렇게 말하며 자신의 옆에 있는 기사들을 바라봤다.

"그것들로 인해 자네들의 입지가 줄어들었다는 건 알고 있지?"

"……"

"그 위험성을 직접 느껴 보는 것도 좋지 않겠나?"

국왕의 말에 두 기사는 서로를 바라보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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