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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현대인-121화 (121/169)

121화

인공 마나석을 만들기 위해서는 마나석 광산에서 나오는 흙과 모래를 이용해야만 했다.

다른 곳에서 얻을 수 있는 흙과 모래로는 인공 마나석을 만들 수 없었다.

"왜 마나석 광산에서 나오는 흙으로만 인공 마나석을 만들 수 있는 걸까?

마나석 광산의 흙은 다른 곳의 흙과 무엇이 다른 걸까?"

마법사들은 그 해답을 찾기 위해 마나석 광산에서 머물며 연구를 지속했다.

그렇게 마나석 광산에 며칠씩 머물며 생활하던 마법사들은 어느 순간 마나석 광산이 다른 장소와 다르다는 것을 깨달았다.

"왠지 광산에서는 마법을 사용하기 편하지 않아?"

지금까지 마법사가 이렇게 오랜 시간 마나석 광산에 머무른 적은 없었다.

그러다 보니 마나석 광산은 어떤 특징을 가지고 있는지 몰랐던 것이다.

"마나석 광산도 마나 스팟처럼 마나의 밀도가 높은 것인가?"

"그럴 수도 있겠어.

아니- 마나의 밀도가 높기 때문에 마나석이 만들어지는 것일 수도 있어."

마법사들은 본격적으로 마나석 광산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오래 지나지 않아 마나석 광산과 마나 스팟의 관계에 대해 알게 되었다.

"마나 스팟에서 흘러나온 마나가 마나석을 만들어 낸 것이다."

마나석 광산을 깊게 파면 팔수록 마나의 밀도가 높아진다.

마나 스팟이 너무 깊이 박혀 있기에 찾아내지 못했던 것일 뿐.

마나석은 오랜 시간 마나 스팟에서 흘러나온 마나가 결정체가 되어 만들어진 것이었다.

* * *

"그러니까 마나석 광산은 사실 마나 스팟이라는 말이야?"

"마법사들이 마나석 광산에 머물면서 알아낸 결과는 그렇습니다.

단순히 마나석 광산이라 마나의 밀도가 높은 것이 아니라 지하 깊은 곳에 마나 스팟이 잠들어 있어서 마나의 밀도가 높았던 거죠."

자하의 말에 나는 어이가 없었다.

마나 스팟이란게 어떤 것인가.

왕국에서 독점해서 관리할 정도로 중요한 장소였다.

베르겐 왕국이나 나르비크 왕국에도 하나씩밖에 없었고, 브레튼에는 하나도 없을 정도로 귀한 장소였다.

그리고 마법사를 양성하기 위해 꼭 필요한 장소이기도 했다.

그런데 마나석 광산이 사실은 마나 스팟이다?

"이것 보십시오."

"인공 마나석이잖아?"

자하가 건네는 인공 마나석은 특별할 게 없었다.

"인공 마나석이죠. 그런데 그건 마나석 광산의 흙으로 만든 게 아닙니다."

"다른 원재료를 찾은 거야?"

"마탑의 흙을 모아서 만든 겁니다."

"마나석 광산의 흙과 마탑의 흙은 같은 재질의 흙이라는 말인가?"

"그렇습니다."

인공 마나석을 만들 수 있는 대체재를 찾아오라고 했더니 겨우 며칠 만에 대체재를 찾아온 것이다.

"그런데 마탑의 흙을 무작정 파낼 수는 없잖아?

인공 마나석을 만들겠다고 마탑을 옮길 수도 없는 일 아니야?"

내 말에 자하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조금 전에 말씀드렸지 않습니까?

마나석 광산 지하 깊은 곳에 마나 스팟이 잠들어 있다고요."

"?"

"지하 깊은 곳이 핵심입니다."

"아!"

자하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지만, 이내 아렌달이 자원개발을 시작할 때 이야기가 떠올랐다.

그 당시에 석유와 석탄을 찾기 위해 땅속 깊이까지 확인했다고 하지 않았던가.

그것도 마법사들의 도움을 받아서 말이다.

"분명 당시에 저희 마법사들이 땅속 깊이까지 확인했습니다만…

"그런데?"

"깊이라고 해 봐야 50미터 정도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겨우 50미터를 파내고 '깊이'라고 한 거야?"

"50미터면 깊은 것 아닙니까? 증축하기 전의 마탑의 높이보다 깊은 건데요.

그리고 대부분 광산을 찾을 때도 그 정도만 파는 것으로 들었습니다."

석유를 시추하기 위해서는 보통 킬로미터 단위로 확인한다고 알고 있었다.

내가 생각하는 단위와 이세계인들이 생각하는 단위가 달랐기에 일어난 일이었다.

'그래도 석유는 나오지 않았을 것 같기는 하지만…'

이세계 어디에도 석유가 없다는 것은 확인했기에 다시 땅을 파내는 일은 하지 않았지만, 마나 스팟이 땅속에 있다면 다시 땅을 팔 만한 이유는 충분했다.

"그런데 마나 스팟이 숨어 있는 곳을 찾을 수는 있는 거야?

땅속 깊이 박혀 있다면 발견하기 어렵잖아?"

"그냥 무작정 찔러 보면 되지 않을까요?"

"……"

"지면에 구멍을 계속 뚫다 보면 어딘가에는 마나 스팟이 나오지 않겠습니까?"

무식하지만 확실한 방법.

초기 석유를 탐사하던 방법도 마구잡이식으로 땅을 파냈다고 하니 이상한 방법도 아니었다.

"마나 스팟을 발견하면 그곳의 흙이 바로 인공 마나석의 원재료가 되지 않겠습니까?"

"그렇겠지."

"하하- 그럼 마법사들이 이번에도 데우스님의 지시를 확실하게 이행했군요."

자하는 자신 있게 고개를 끄덕이며 눈을 빛냈다.

대체재를 찾았으니 약속했던 지원금을 달라는 눈빛이었다.

"마나 스팟은 마법사들 말고는 알아보지 못하는 거 맞지?"

"그렇겠죠. 마법사가 아니라면 마나를 느끼지 못하니까요."

"그럼 마나 스팟을 찾는 것에는 마법사가 필수로 붙어야겠네?"

"…그럴 겁니다."

"그리고 땅을 깊이 파내는 기술도 부족하니 마법의 도움을 받아야겠고 말이야."

"……"

"요즘에는 공사 현장에 지원 요청도 잘 들어주지 않는다며?"

"누, 누가 그럽니까?"

"리암이 그러던데?"

"그동안 마법사들이 얼마나 열심히 도와줬는데 어떻게 이런 모함을!"

"그럼 이번에도 열심히 도와주면 되겠군."

그 말에 자하는 슬쩍 눈치를 보며 말했다.

"지금 영상 마법과 비행 마법도 시급한데 마법사들에게 마나 스팟을 찾으라는 말은 연구를 뒤로 미루라는 말씀 아닙니까?"

"마나석은 마법사들에게도 필수품 아니었나?

마법 연구도 마나석이 있어야 하는 거잖아?"

"그, 그렇긴 하죠."

"어차피 마법사들 아니면 마나 스팟을 찾지도 못하잖아?

그러니까 군말 말고 열심히 도와주라고.

대신 딱 5개만 찾아."

"5개…"

"마나 스팟 한 개 찾을 때마다 20만 셀링이다."

내 말에 자하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씨익 웃었다.

그 웃음에 나는 자하를 흘겨보며 말했다.

"지금 발견한 마나석 광산 밑에 있는 마나 스팟은 제외야."

"허업! 독심술이라도 익히신 겁니까?"

따뜻한 기운이 점점 올라오며 구스강에 나타나는 몬스터의 숫자도 점점 줄어들었다.

백성들도 직접 경험하지는 않았지만, 아스타나 왕국으로 향하는 몬스터 부산물을 보며 이번 겨울이 얼마나 힘든 겨울이었는지 알고 있었다.

그만큼 아렌달에 살고 있다는 것에 자부심과 애국심을 가지는 백성들이 많이 늘어났다.

"만약 다른 왕국에서 아렌달을 공격한다면 나는 바로 아렌달 군에 지원하겠어."

"나도 마찬가지야. 아렌달을 위해서라면 그동안 일해서 모은 내 돈을 전부를 바쳐도 아깝지 않아."

아렌달 군에 지원하는 젊은이들도 역대 최고를 기록할 정도로 백성들의 충성심은 대단했다.

다른 왕국의 국왕들이 부러워할 만큼 대단한 애국심을 가진 백성들로 인해 나는 조금 곤욕스러운 점도 있었다.

"다른 왕국의 손님들에게 자랑 좀 그만하라고 해."

"자랑이요?"

"우리 백성들이 다른 왕국 사람만 만나면 내 이야기를 그렇게 한다고 하더만.

그뿐 아니라 하루라도 빨리 아렌달로 이주하라고, 아렌달에 살지 않는 것만으로도 불쌍한 인생이라고 하는 바람에 불평하는 사신들이 많다고."

"그만큼 백성들이 데우스님을 좋아한다는 말 아닙니까?

저는 오히려 더 많이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렇습니다. 데우스님의 이야기라면 누구라도 알 수 있게 멀리 퍼트려야죠.

동대륙을 넘어 남대륙과 중앙대륙에도 데우스님의 이야기를 퍼트려야 합니다.

모든 사람이 데우스님을 알게 되면 세상이 훨씬 좋은 방향으로 발전하지 않겠습니까?"

리오와 볼튼의 찬양에 나는 고개를 저었다.

"이러다가 나를 찬양하는 종교라도 생기겠군."

"데우스교… 그것도 괜찮겠군요.

데우스님을 찬양하는 종교가 생긴다면 저는 바로 가입하겠습니다. 하하-"

내 농담을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볼튼에 나는 살짝 당황했다.

이러다가 정말로 데우스교라는 이상한 집단이 생길 것 같았기 때문이다.

"만약 그런 종교가 생기면 바로 탄압할 테니 각오해."

내 경고에도 볼튼은 씨익 웃고 말았다.

그러다가 문득 생각이 났다.

'근데 이세계에 종교가 있었나?'

생각해 보면 지금까지 이세계에서 성직자나 종교인을 본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교회나 성당, 절 같은 종교 건물 역시 보지 못했다.

결혼식이나 장례식, 왕국이나 귀족 가문의 행사도 다들 왕궁이나 자신들의 가문에서 행사를 진행했지 종교적인 의미를 담아 일을 진행하는 것은 단 한 번도 보지 못했다.

'분명 이세계는 신이 존재하는 것 같은데…'

이세계는 마법도 있고, 몬스터도 있는 세계였으며, 언젠가 신의 존재한다는 이야기도 들은 적 있었다.

'맞아. 자하가 나를 처음 만났을 때 어떤 여신에게 감사의 기도를 올렸지.'

"테이아 여신이라고 했던가?"

"네?"

내 혼잣말에 볼튼과 리오가 나를 바라봤다.

"테이아 여신은 어떤 존재일까 생각해 봤어."

"데우스님도 신에 대해 아십니까?"

"언젠가 자하가 나를 만나게 해 준 테이아 여신께 감사한다고 말한 적이 있어서."

"그렇군요. 저는 또 데우스님께서 신에 대해서도 아시는 줄 알았습니다."

"모든 걸 아시는 데우스님이시라면 신의 이야기도 모르지 않을 것 같습니다. 하하-"

"모든 걸 알다니. 그건 과장이 너무 심한데."

"지금까지 아무도 생각하지 못하던 것들을 데우스님은 알고 계시지 않았습니까?

신에 대해서 알고 있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죠."

오늘도 시작된 볼튼의 찬양에 나는 고개를 저었다.

"리오나 볼튼은 신에 대해서 잘 모르나?"

"신에 대해서 아는 사람이 있겠습니까?

알아봐야 이름 정도나 아는 것이겠지요."

"그래?"

신은 존재하지만 신을 찬양하는 종교가 없는 이상한 모습이었다.

"자하는 조금 더 알고 있으려나?"

"글쎄요?

마법사들은 보통 사람들과 다르니 뭔가 더 아는 게 있지 않을까요?"

마법사들이야 말로 성직자와 비슷한 삶을 사는 사람들이었다.

그들이 가지고 있는 욕심이라는 것은 오직 진리에 다가가기 위한 탐구욕이 전부였으니 말이다.

진리를 향한 탐구를 신앙심으로 대응해 보면 마법사들이야말로 종교인이나 다름없었다.

마탑은 평소보다 많이 조용했다.

마나 스팟을 찾기 위해 마법사들이 마탑을 비웠기 때문이다.

"자하는 없고, 달리아도 어디론가 사라졌고, 에일렌이나 레이첼 같이 원소 계열 마법사들은 가장 먼저 불러 갔을 테니 당연히 없고…

그럼 남은 건 알비레오뿐인가?"

알비레오의 연구실로 가 보니 알비레오도 마탑을 비웠는지 보이지 않았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방위 기술 연구소를 찾아가자 마무 혼자서 마법 무기를 조정하고 있었다.

"알비레오는 없나?"

"한동안 연구소에 내려오지 않았습니다."

"그래?"

"마탑의 마법사들 사이에서 어떤 경쟁이 붙었는지 아침이 되면 마법사들이 연구 단지를 나가더라고요."

마나 스팟을 찾을 때마다 지원금을 준다고 해서 그런지, 마법사들이 나서서 마나 스팟을 찾아다니는 것 같았다.

'연구할 시간도 부족하다고 할 때는 언제고… 연구비를 독차지하려고 다들 열을 내고 있구만.'

"방위 기술 연구소에는 특별한 일 없지?"

"이번 겨울에 몬스터 군단을 상대하면서 발견된 마법 무기의 개선 사항들을 빼면 특별한 일은 없습니다."

'그게 특별한 일 아닌가?'

마무의 말에 어깨를 으쓱한 나는 열심히 하라는 격려를 남기고 방위 기술 연구소를 나가려고 했다.

"여보. 도…"

"어- 왔어?"

"안녕하세요. 데우스님."

나는 한 손에 마무의 도시락 가방을 들고, 다른 손에는 꼬마 아이의 손을 잡고 있는 미리아에게 말했다.

"미리아. 혹시 테이아 여신에 대해서 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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