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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현대인-112화 (112/169)

112화

아렌달 건설은 그 어느 때보다 열심히 달리고 있었다.

마탑의 마법사들이나 연구단지의 기술자들, 제철소의 대장장이들 이상으로 바쁘게 달리고 있는 사람들이 아렌달 건설의 노동자들이었다.

그들이 얼마나 열심히 일하고 있는지는 리암이 반년 이상 볼을 차지 못해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닐 정도였다.

그나마 그의 구단인 맨체스터가 리그에서 활약하고 있는 것을 위안 삼아 일에 열중하고 있었다.

"리암님. 브레튼의 의원님들께서 다음 공사는 언제부터 시작되는지 말씀 좀 해 달라고…"

"아직 리즈역 공사도 다 안 끝났는데 무슨 다음 공사 이야기를 벌써 시작해?

조금 더 기다려 달라고 해."

"그게 노엘님께서…"

노엘이라는 말에 리암이 머리를 짚었다.

신도시 건설을 마친 아렌달 건설은 본격적으로 철도 공사를 시작했다.

그동안 제철소에서 만들어 낸 레일을 각 도시에 깔아 연결하는 것만으로도 어마어마한 인력과 자금이 들어갔다.

상상 이상의 자금이 움직이는 모습에 리암이 놀랄 정도의 사업이었다.

물론, 부유한 아렌달에서는 그 엄청난 자금을 감당할 수 있어 문제없이 철도 공사를 진행할 수 있었다.

아렌달의 도시를 철도로 연결한 데우스는 아렌달 건설에 브레튼에 철도 건설을 시작하라고 지시를 내렸다.

브레튼에 철도 공사를 할 수 있도록 미리 베르겐 왕국과 협약도 맺어 놓은 상태였기에 공사를 시작하는 것은 문제가 아니었다.

다만, 철도 공사에 이렇게 많은 인력과 자금이 들어간다는 것을 브레튼에서 모르고 있다는 것이 문제였다.

"이렇게 큰 사업을 의회와 상의도 없이 바로 시작하는 게 어디 있습니까!"

"갑자기 공사를 시작하면 어떡합니까? 이렇게 많은 인력과 자금을 준비하라니…

브레튼은 아렌달만큼 여유롭지 않습니다!"

브레튼 의회의 항의에 데우스의 대답은 간단했다.

"브레튼이 독립할 때 아렌달에 철도부설권을 넘기지 않았던가.

아렌달은 정당하게 권리를 행사할 뿐이다."

그 메세지에 브레튼 의회는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당시에는 철도가 무엇인지 잘 몰랐기에 철도부설권을 선뜻 넘겼지만, 아렌달의 도시들이 철도로 연결되는 모습을 보며 깨달았다.

철도부설권을 아렌달에 넘겨준 것은 엄청난 실수라는 것을 말이다.

브레튼 의회는 당연히 철도부설권을 아렌달에 넘겨준 것을 후회했다.

그리고 아렌달과 그 협약을 맺어 온 노엘은 의회의 비난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협약을 맺기 전에 분명 의회 역시 동의를 한 부분이었지만, 누군가가 책임을 지지 않으면 안 될 만큼 큰 사고였기 때문이다.

당연히 노엘은 나중에 의원으로 복권될지라도 지금은 이번 사고에 대한 책임을 지고 의원 자리에서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의원 자리에서 물러난 노엘은 바로 아렌달 건설의 책임자이자 자신의 동생인 리암을 찾아왔다.

"리암. 어째서 그날 나에게 철도의 가치에 대해 말해 주지 않은 것이냐!

네가 철도의 가치를 나에게 알려 줬다면, 그렇게 쉽게 철도부설권을 넘겨주지 않았을 것이다!"

노엘의 비난에 리암은 할 말이 있었다.

"그날 철도부설권을 넘긴 것은 브레튼의 뜻이지 않습니까?

그리고 제가 어떻게 형님께 철도의 가치에 대해 알려 드립니까?

그때는 저 역시 철도 사업이 이렇게나 큰 사업인지 몰랐습니다."

자신 역시 철도의 가치에 대해 몰랐다는 리암의 말을 노엘은 믿지 않았다.

"너는 아렌달의 핵심인물인데 어떻게 그걸 모를 수 있느냐.

아무리 고향을 떠났다고 해도 이렇게 나의, 브레튼의 뒤통수를 때리다니…

실망이구나. 리암."

"형님. 제가 언제 형님의 뒤통수를 때렸다는 겁니까? 정말 저도 몰랐습니다!

아니- 데우스님을 제외한 누구도 몰랐던 사실입니다!"

리암의 주장은 분명한 사실이었지만, 노엘과 브레튼에서는 믿지 않았다.

의원직에서 물러난 노엘은 브레튼의 철도 책임자가 되어 아렌달의 건설의 공사에 하나하나 따지고 들며 리암을 괴롭히는 사람이 되었다.

"아렌달 건설에서는 어째서 다음 공사 일정에 대해 말해 주지 않는 거요? 리암 대표."

노엘의 사무적인 말투에 리암은 머리를 짚으며 말했다.

"아직 리즈역의 공사도 한참이나 남았습니다.

다음 공사 일정은 리즈역 공사가 어느 정도 마무리된 후에…"

"미리미리 일정을 알려 줘야 우리도 인력과 자금을 준비하지 않습니까!"

"하아- 형님. 그만 좀 괴롭히십시오."

"형님이라니. 지금 나는 브레튼의 철도 책임자로서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는 겁니다. 리암 대표."

사무적인 노엘의 대답에 리암은 머리가 지끈거렸다.

"제가 드릴 수 있는 말은 기다리라는 말뿐입니다.

다음 공사 일정은 기다리십시오. 리즈역 공사가 어느 정도 마친 다음에 통보 드리겠습니다."

통보라는 단어에 노엘의 표정이 굳어졌다.

"통보라니! 브레튼에 철도를 만드는 일인데 통보라는 말은 너무 하지 않은가!"

"브레튼의 철도부설권이 저희 아렌달에 있음을 잊지 마십시오."

"……"

리암의 단호한 말에 노엘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저희 아렌달이라… 이제 완전히 아렌달 사람이 다 되었군."

"저는 아렌달 건설의 책임자로서 제 일에 최선을 다하는 것뿐입니다."

* * *

아렌달에 철도를 까는 일은 굉장히 빠르게 진행되었다.

신도시 공사를 시작할 때부터 역이 들어설 자리나 레일을 깔 자리 등 철도에 관한 부분을 확실히 했기에 막히는 것 없이 공사할 수 있었다.

하지만 브레튼의 철도 공사를 아렌달과 똑같이 진행할 수는 없었다.

이미 완성된 도시에 역을 만들고 레일을 깔아야 했기 때문이다.

도시의 중심부에 레일을 깔기에는 밀어야 하는 건물들이 너무 많았고, 도시의 외곽에 깔기에는 접근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일단 그냥 시작해 볼까?"

결국, 확실한 계획보다는 일단 만들어 보자는 식으로 철도를 깔기 시작했다.

어차피 철도는 깔아야 했고, 역의 위치야 조금 천천히 정해도 괜찮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공사부터 시작한 것이다.

아렌달과 가장 가까운 대도시인 리즈가 브레튼의 첫 번째 철도역으로 선정되었고, 리즈 백작은 과감하게 건물을 밀어 버려 도시의 중심부에 철도역을 만들 수 있게 해 주었다.

그런데 막상 철도 공사를 시작하자 브레튼 의회에서는 엄청난 반발의 목소리를 내었다.

"무슨 공사비가 이렇게 많이 나온다는 말인가."

"공사에 필요한 인력은 또 뭐가 이렇게 많아?

레일에 들어가는 철이랑, 레일을 만드는데 들어가는 인건비, 거기에 자재를 운송하는 운송비까지 청부한다니?"

그들이 상상하는 것 이상의 인력과 자금이 들어가는 것에 놀라서 철도 공사를 백지화시키려는 생각도 했던 것 같았다.

하지만 브레튼의 철도부설권은 아렌달에 있었다. 결국, 브레튼의 철도 공사는 의회의 반발을 무시하고 시작될 수밖에 없었다.

브레튼의 백성들이야 늘어난 일자리와 새로운 편의 시설을 반기면서도, 점점 늘어나는 세금에 의회를 향해 목소리를 높였다.

베르겐 왕국에서 독립할 때만 해도 하늘을 찌르던 백성들의 지지가 조금 시들해지기 시작한 것도 어쩔 수 없었다.

하지만 그것은 그들의 사정.

아렌달은 브레튼의 철도 공사를 통해 다시 한번 부와 영향력을 쌓고 있었다.

"데우스님. 리즈 다음에는 어디에 철도를 연결할 생각이십니까?

역시 체스터겠죠?"

리암의 물음에 나는 고개를 저었다.

"리즈역이 완성된 이후에는 조금 시간을 주려고."

"인력이 모였을 때 바로바로 공사해야 하는 것 아닙니까?"

"인력이야 관리자를 제외하면 브레튼의 인력을 가져다가 쓰는 거고, 그 비용도 브레튼에 청구할 테니 다시 모으는 게 문제는 아니지."

"그렇군요.

근데 인력 때문이 아니라 철도 공사에 들어가는 자재 비용만 해도 어마어마하지 않습니까?

아렌달에서 만들어진 자재를 공사에 투입하면서 벌어들이는 자금도 엄청난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리암의 말대로 브레튼에 팔아넘긴 레일값만 해도 어마어마했다.

"맞는 말이야. 근데 브레튼이 그 비용을 감당할 수 있어?"

"네? 지금까지 브레튼에서 아렌달 건설에 대금이 밀렸던 적은 없었는데요?"

"리즈에 철도를 깔면서 브레튼의 세율이 얼마나 오른 지 모르지?"

"세금이 올랐습니까?"

"거의 10% 가까이 올랐다더군."

"……"

백성들의 높은 지지 덕분에 10%나 올렸음에도 조용한 것이지, 이렇게 갑자기 세금을 올린 것은 백성들에게는 무리가 되는 일이었다.

그런데 여기서 세금을 더 올린다? 폭동이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브레튼에서 아무리 철도의 가치를 알아차렸다고 해도 직접 경험해 본 적은 없잖아?

그러니까 철도가 얼마나 효과적인 운송 시설인지 보여 줄 필요가 있지.

앞으로 리즈도 들어가는 물량을 확인하고 나면 브레튼의 의원들은 자기 도시에 철도를 연결해 달라고 안달이 날 거야."

베르겐 왕국만큼이나 아렌달의 상품을 많이 받아들이고 있는 브레튼이다.

당연히 철도가 연결된 리즈에서 많은 물량을 받기 시작하면 다른 도시에서도 철도를 연결해 달라고 요청을 해 올 것이다.

굳이 무리하게 브레튼을 쪼여 가며 공사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열릴 문이었다.

"그보다 리암. 체스터 가문과 어색하게 되었다는 이야기는 뭐야?"

"데우스님께서 신경 쓰실 만큼 대단한 일은 아닙니다.

그냥 형제간의 사소한 다툼이죠.

각자 자기가 맡은 일에 열심히 하느라 그런 겁니다."

리암의 대답에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 말았다.

"형제간의 일에 남인 내가 끼어드는 것도 이상하지."

"아렌달에는 문제가 없도록 조심하겠습니다."

"그래도 내 도움이 필요하다면 언제라도 말하라고.

리암은 이제 체스터가 아니라 아렌달 사람이잖아?"

"아렌달 사람이라… 그렇군요.

감사합니다. 데우스님."

그 말에 조금은 마음이 후련해진 것인지 리암은 입꼬리를 올렸다.

"그러고 보니 오늘 맨체스터의 경기가 있지 않았나?"

"아- 맞습니다. 오늘 리버와의 일전이 있을 겁니다.

오늘 리버를 잡기만 하면 다시 선두권 싸움을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음- 맨체스터가 올라오는 건 스틸러스의 구단주로서 바라는 일이 아닌데."

"하하- 오늘 리버만 잡으면 스틸러스도 가시권입니다."

축구 이야기에 눈빛이 변하는 리암의 모습에 나 역시 미소 지으며 말했다.

"이후에 일정 없지?"

"일정이요? 딱히…"

"그럼 가자고. 나도 오랜만에 경기장에서 보고 싶어졌어."

리즈역 공사가 마무리되었다.

철길을 따라 달려오는 기차를 보기 위해 브레튼의 백성들이 모여드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멀리서부터 소음을 일으키며 달려오는 철마에 브레튼의 백성들은 환호로 보답해 주었다.

"저렇게 커다란 고철 덩어리가 마력의 힘만으로 뉴렌달에서 여기까지 달려왔다는 말이야?"

"들어 보니까 마법으로 좌표만 입력하면 알아서 달린다고 하더라고.

그뿐인가? 귀족님들이 타고 다니는 자동차보다도 더 빠르게 달리는 걸 보면 정말 대단한 물건이야."

"저 긴 차랑에 뉴렌달 브랜드의 상품이 가득 담겨 있다지?

아렌달에서는 물건뿐 아니라 사람들도 저걸 타고 도시를 이동한다던데.

언젠가는 우리도 뉴렌달이나 다른 도시에 갈 수 있겠지?"

"크으- 죽기 전에 뉴렌달에 한번 가 보는 게 소원이었는데…

어쩌면 그 소원이 빨리 이루어질 수도 있겠어."

백성들의 목소리만큼 브레튼의 의원들도 엄청난 충격을 받았다.

한 번에 마차 수백 대 분량의 상품을 가지고 오는 기차의 수송능력에 자신의 도시에 먼저 철도를 만들지 않았던 것을 후회하는 의원도 있었다.

"노엘. 당장 리암에게 연락을 하거라."

"……알겠습니다."

"다음에는 무조건 체스터에 철도를 연결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요즘 리암과 사이가 나쁘다면서?"

"아닙니다."

"형인 네가 동생을 이해해 줘야 하지 않겠느냐.

체스터의 후계자라면 무슨 뜻인지 알 것이다."

체스터 후작의 말에 노엘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자신도 모르게 동생을 질투하고 있던 것을 깨닫고 피식 웃었다.

'체스터의 후계자가 되어서 부끄러운 모습을 보였군.

리암이 축구에 미쳐서 산다고 했던가? 가죽장인에게 좋은 신발 하나 만들어 달라고 해야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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