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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현대인-94화 (94/169)

94화

인공 마나석으로 인해 아렌달의 산업이 탄력을 받으면서 백성들의 생활은 더욱 안정되었다.

뉴렌달 브랜드의 생산량이 늘어나면서 일자리도 많아졌고, 더 많은 임금을 받는 사람들도 늘어났다.

그만큼 생활에 여유가 생긴 백성들은 문화생활에 더욱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아렌달의 문화력을 키워주고 있었다.

"극장을 더 만들어야 하려나?"

"극장보다는 축구장을 더 짓는 건 어떻습니까?"

"축구장은 이미 하나 더 만들었잖아?

지금 극단들이 연극을 공연할 무대가 없다고 아우성인데, 여기서 축구장을 또 만들면 아마 극단이나 배우들이 들고일어날 거라고."

"극단에서 감히 불만을 보이다니요?

다른 곳으로 가면 천민이나 다름없는 대우를 받는 걸 그들도 모르지 않을 텐데요."

리암의 말에 나는 고개를 저었다.

"극단이나 배우들만 문제라고 생각하는 거야?

그들에게 작품을 제공하는 작가들이나 그 연극을 소비하는 팬들도 생각해야지."

"팬들이요?"

"리암의 가까이에도 있잖아? 문화계의 열렬한 팬이."

"아!"

누구보다 문화계에 관심을 보이는 사람이 이블린이라는 사실을 리암도 모르지 않았다.

그리고 샤를로트 역시 연극계와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었기 때문에, 나도 문화계의 요청을 마냥 무시할 수는 없었다.

"이참에 극장보다는 대규모 공연장을 만드는 것도 괜찮을 것 같은데…"

"공연장이라고 하시면?"

"연극뿐만 아니라 가수들이 노래할 수 있는 장소 말이야.

라디오에서 음악 방송을 할 때마다 도시가 조용해지잖아?

그만큼 음악 방송을 기다리는 백성들이 많다고.

만약 방송이 아닌 직접 노래를 들을 기회가 생긴다면 어떻겠어?"

공연장의 티켓의 판매량은 걱정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백성들이 다양한 방법으로 소비할 수 있도록 기회를 만들어줄 필요가 있어.

그래야 경제가 더 활발하게 굴러가지 않겠어?"

"그, 그렇군요."

"당장은 아니라도 언제든지 신규 공사가 가능하도록 계획은 수립해 놓는 게 좋을 거야."

"대규모 공연장이라… 알겠습니다. 준비해 놓겠습니다."

물론 그렇다고 당장 공연장을 지을 것은 아니었기에 나도 리암도 가볍게 이야기를 하고 말았다.

내가 리암을 부른 이유는 따로 있었다.

"새로 짓기로 한 학교는 얼마나 지었어?"

"아직 터파기밖에 진행이…"

"겨우 터파기밖에 못 했다고?"

"그, 그게 학교 건설에 투입하기에는 건설 인력이 부족해서요."

"스톨 영지에서 돌아올 인력들 있잖아?"

"……"

"지금 자라나는 아이들이 얼마나 많은지 몰라?

내년에 학교에 들어가야 하는 아이들이 얼마나 많은데 아직도 터파기밖에 못 했다는 거야."

"죄송합니다."

죄송하다고 말하는 리암의 모습에 고개를 저었다.

"교육이 미래다. 다른 무엇보다 학교부터 만들어."

"알겠습니다."

리암이 돌아간 이후 리오가 말했다.

"확실히 내년에 학교에 들어가는 아이들이 많기는 하네요."

"뉴렌달로 본격적으로 이주한 이후에 태어난 아이들이잖아.

아리아를 포함해서 정말 많은 아이가 태어난 시기지."

"내년이면 아리아 아가씨도 벌써 7살이네요."

리오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내년에 학교에 가면 잘 적응할지 걱정이란 말이야."

"아리아 아가씨를 학교에 보내실 생각이 십니까?"

"그럼 안 보내?"

"아무리 그래도… 너무 위험하지 않겠습니까?"

"위험은 무슨 위험.

아렌달이 안전하다는 것을 보여주려면 아리아도 똑같이 학교에 가야지.

이미 샤를로트하고 다 끝난 이야기야."

"샤를로트님께서도 아리아 아가씨를 학교에 보내기로 한 겁니까?"

샤를로트는 아리아가 학교에 간다는 사실에 기대하는 얼굴이었다.

"학교에서 배우는 게 많잖아? 분명 아리아를 위해서도 학교에 가는 게 나을 거야."

그럼에도 리오는 걱정스럽다는 얼굴을 지우지 못했다.

나는 그런 리오의 모습에 어깨를 으쓱하고 말았다.

남의 아이들은 빨리 자란다고 하는데, 내가 생각했을 때는 내 아이도 빨리 자란다.

아리스와 함께 모래성을 만들고 있는 아리아를 보니 시간이 정말 빨리 지나갔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언제 저렇게 자랐을까?"

"뉴렌달이 만들어진 게 벌써 몇 년인걸요.

그동안 얼마나 많은 일들이 있었는데요.

당신이 많은 일들을 한만큼 아리스가 자라는 모습을 보지 못해서 빨리 자란다고 느낀 거겠죠."

"그런가?"

내 말에 샤를로트가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하죠. 아버지를 생각해봐요. 그럼 당신이 얼마나 많은 일들을 해왔는지 알 수 있잖아요."

"비교 대상이…"

"아니- 아버지와 비교하지 않아도 모두 그렇게 생각할 거예요."

샤를로트가 이렇게 말해주니 웃음이 나왔다.

"그럼 지금까지 많은 것들을 해왔으니까, 조금 여유를 부려볼까?"

"당신이 여유를 부려요?"

"그동안 아렌달에서 키운 행정관이나 기술자들이 얼마나 많은데.

겨우 나 하나 쉰다고 아렌달이 어떻게 되겠어?"

"음- 그럴지도 모르지만… 아마 당신 스스로 가만히 있지 못할걸요?

당신은 며칠만 지나면 도시가 어떻게 돌아는 지 궁금해서 못 참는 사람이니까요."

샤를로트의 말대로였다.

내 행동, 내 생각 하나하나에 이세계가 변하는 모습을 확실하게 느끼고 있었다.

나로 인해 이세계가 발전해가는 모습을 보는 것은 다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쾌감을 내게 주고 있었다.

"당신은 아버지와 다르게 가족들에게는 충실한 사람이니까. 그것만으로 괜찮아요."

비교하는 대상 때문에 칭찬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래도 샤를로트의 마음은 느낄 수 있었다.

"그러니까 이대로도 괜찮아요. 잘하고 있어."

샤를로트의 격려를 받은 나는 열정적으로 움직였다.

새로운 마법 아이템의 아이디어를 주기 위해 마법 연구 단지를 찾고, 도시를 시찰하면서 백성들의 이야기를 들어 주었을 뿐 아니라, 왕국과도 외교도 게을리하지 않았다.

"요즘 너무 열심히 하시는 것 아닙니까?"

"언제는 열심히 하지 않았다는 거야?"

"그건 아니지만, 요즘에는 부쩍 더 의욕을 보이시는 것 같아서요.

너무 무리하시다가는 병이 생길지도 모릅니다. 데우스님께서 몸이 안 좋아지기라도 하면 아렌달은 끝장이라는 걸 알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열심히 하는 것도 이렇게 방해를 받다니…"

"방해가 아니라 아렌달을 위한 충심으로 드리는 부탁입니다."

볼튼도 리오의 말에 동의하며 듯 고개를 끄덕였다.

"데우스님은 아렌달에서 가장 중요하신 분입니다. 아니 데우스님이 아렌달 그 자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그러니 아렌달을 위해서라도 무리는 하지 않으시는 게 좋습니다."

"그 부탁은 다음에 들어주기로 하지."

내 말에 리오가 한숨과 함께 고개를 저었다.

하지만 그 역시 내가 마냥 쉬지 못하는 사람이라는 것은 알고 있었다.

"여유는 손님맞이를 끝내고 나서 부리자고.

아렌달에서 처음으로 하는 이벤트를 대충 치를 수는 없잖아?"

손님맞이라고 가볍게 말했지만, 결코 가벼운 이야기는 아니었다.

그 손님들이 만만한 사람들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아스타나 왕국에서는 빅터 왕자가 참석하기로 했습니다.

오울루 왕국에서는 루시안 왕자가, 카르툰 왕국과 에르트리아 왕국에서는 아직 누가 참석할지 답이 없었지만, 다른 왕국들과 마찬가지로 왕위 계승권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참석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 나르비크 왕국에서는 아서 대공이 방문하기로 이야기를 전했습니다.

마지막으로 베르겐 왕국은 데우스님도 아시다시피…"

"보리스 국왕이 직접 오기로 했지."

동대륙에 있는 왕국들의 권력자들이 아렌달을 찾아 온다.

'동대륙 회의'라는 거창한 이름으로 열리는 모임 때문이었다.

"각 왕국의 권력자들이 오는 만큼 확실하게 해야 하는 것 알지?"

그 말에 헤돈이 내게 말했다.

"데우스님. 걱정하지 마십시오.

아무리 소드마스터들이 들어 온다고 해도 아렌달에서 만큼은 아무것도 하지 못할 겁니다."

그 자신만만한 대답에 나는 웃으며 말했다.

"그래도 너무 소드마스터들의 자존심을 건드리지는 말라고."

"맞습니다. 헤돈경. 저도 있다는 것을 생각해 주십시오."

"미안하네. 볼튼경. 하하-"

동대륙 회의는 추수가 완전히 마무리되고 본격적으로 기온이 떨어지기 시작하는 시기에 열리게 되었다.

아렌달 항구에는 지금까지 본 적 없는 함선들이 정박해 있었고, 도시에는 처음 보는 복장의 사람들로 북적였다.

"저 복식은 중앙 대륙에서 자주 볼 수 있는 복식인데?"

"그렇다면 카르툰 왕국의 사신들과 같이 온 상단이겠지. 카르툰 왕국은 동대륙보다는 중앙대륙과 더 인연이 깊다고 하잖아."

"아니- 저 상단은 오울루에서 가장 큰 상단인데. 아렌달에서 볼 줄은 몰랐는데."

"이번 기회에 아렌달과 거래를 틀려고 하는 거겠지? 동대륙의 귀족들에게는 뉴렌달 브랜드의 상품이 으뜸이라고 하잖아?"

백성들의 시선에 각 왕국에서 들어온 손님들은 침착한 모습을 보여주려고 했지만, 뉴렌달의 발전된 모습에 눈이 돌아가는 것은 어쩔 수 없었을 것이다.

"저, 저게 자동차라는 물건입니까? 제가 들었던 것보다 훨씬 큰 것 같은데요."

"저건 자동차가 아니라 기차입니다.

저기 보이는 철길을 달리는 녀석이죠. 정해진 궤도밖에 달리지는 못하지만 한 번에 100명도 너끈하게 옮길 수 있습니다."

"100명이나 말입니까?

그, 그럼 저기 보이는 건물은 무엇입니까? 저는 살면서 저렇게 높은 건물은 처음 봤습니다."

"아- 저건 해안가 호텔입니다. 소드마스터이신 볼튼경이 소유하고 있는 건물이죠."

"저게 바로 그 호텔이었군요."

마치 시골에서 처음 온 사람 마냥 이것저것 물어보는 사신들의 모습에 안내를 맡은 행정관들은 자부심을 느끼고 있었다.

멀리서 들어오는 차량의 행렬에 볼튼이 말했다.

"데우스님. 베르겐 왕국의 사신들입니다."

"보리스인가?"

"베르겐 왕실의 문장이 그려진 것을 보니 보리스 국왕께서 타고 계신 것 같습니다.

그리고 베일리 백작께서 함께하시는 것 같습니다."

"그럴 수밖에 없었겠지."

다른 왕국에서도 분명 소드마스터들이 사신의 호위를 맡을 게 분명한 상황이었다. 그러니 베르겐 왕국으로서도 소드마스터인 베일리 백작을 부를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나마 회의 동안에는 전투를 멈추겠다는 약속을 했으니 다행이네."

"어차피 왕국들은 동대륙보다 다른 대륙에 눈독을 들이고 있지 않습니까?

이번 회의에서도 주요 내용은 그것일 게 분명하고요."

'다른 대륙과 전쟁을 하려는 가장 큰 이유가 마나석을 확보하기 위해서라니…'

인공 마나석을 만드는 데 성공한 아렌달로서는 정말 웃긴 이야기가 아닐 수 없었다.

보리스를 마지막으로 동대륙 회의에 참석하기로 한 사람들이 모두 모였다.

"어서오세요 보리스 국왕 폐하."

"이렇게 환영해줘서 고맙습니다. 아렌달 공작."

"이제는 아렌달 공작이 아닙니다."

"아- 그랬지요."

머쓱하게 웃는 보리스를 보니 그는 별로 변하지 않은 것 같았다.

왕국의 미래를 위해 나에게 왕위까지 넘겨줄 생각도 한 보리스였던 것을 생각해보면, 그가 이전과 다름없는 모습이라는 것은 나에게도 나쁘지 않은 느낌이었다.

"뉴렌달이 이렇게 멋진 도시일 줄은 몰랐습니다.

이렇게 도시를 보고 나니 왜 진작에 이곳에 와보지 않았을까 아쉬울 정도입니다."

"그렇습니까?"

"아렌달이 베르겐 왕국에서 독립했다는 사실이 아플 정도입니다."

보리스의 말에 나는 그저 웃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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