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 혼자 현대인-93화 (93/169)

93화

"네? 뭘 만든다고요?"

"마나석. 인공 마나석을 만들어야 해."

자하의 말에 마법사들은 잘못 들은 것은 아닌지 서로를 보며 고개를 갸웃했다.

"마탑주가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마나석을 만든다고 하는 것 같은데?"

"그게 가능해?"

"그거야 모르지…"

마법사들의 목소리에 에일렌이 말했다.

"자하님. 정말 마나석을 만드는 게 가능한 건가요?"

"'인공적으로 보석도 만드는데, 마나석이라고 못 만들까?'라고 데우스님이 말씀하셨다."

"아-"

자하가 전한 데우스의 말에 마법사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마나석도 보석이라고 생각하면, 그렇게 생각할 수 있지."

"데우스님의 생각이 그렇다면… 한번 해 볼만한 가치는 있는 것 같은데."

지금까지 데우스가 전해준 지식으로 만든 발명품들을 생각해보면 왠지 인공 마나석을 만드는 것도 불가능할 것 같지는 않았다.

"유리와 사파이어, 아쿠아마린 같이 푸른색의 보석을 모아 달라는 말이지?"

"일단은 마나석과 비슷한 보석들을 이용해서 인공 마나석을 만들어 볼 생각입니다."

"다른 색의 보석들은 사용하지 않는 건가?"

"마나 소드 역시 푸른색으로 빛나지 않습니까?

그래서 혹시나 하는 마음에 푸른색 보석 위주로 실험을 해보려고 합니다."

자하의 대답에 볼튼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 보니 마나석도 마나 소드도 푸른색으로 빛나는군요."

"그렇게 생각하면 마나랑 푸른색이 어떤 공통점을 가지고 있을 수도 있겠네.

좋아. 푸른색 계열의 보석은 전부 구해서 마탑으로 보내주지.

그 밖에도 마나석 연구에 필요한 게 있다면 언제든지 말해.

내가 구할 수 있는 물건이라면 얼마든지 구해줄 테니까."

"감사합니다. 데우스님."

보석들이야 인공 마나석만 만들어 낼 수 있다면 얼마든지 구해줄 수 있다.

어차피 지금 시장에서는 마나석이 가장 비싸게 거래되고 있는 상황이니 말이다.

마나석은 다른 산업에서도 많이 사용하고 있지만, 마법사들에게는 없어서는 안 되는 물건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마탑의 모든 마법사가 인공 마나석 만들기 프로젝트에 참여할 정도로 대단한 의욕을 보여주고 있었다.

달리아까지 돌아와서 연구에 참여하고 있을 정도니 마법사들이 인공 마나석 연구에 얼마나 진심인지 알 수 있었다.

"지금 베르겐 왕국이나 나르비크 왕국에서 구할 수 있는 푸른색의 보석은 전부 가지고 왔어."

"푸른색 보석이 이렇게 많았습니까?"

"나도 몰랐는데 보석이라는 게 생각보다 종류가 많더라고."

"돈 좀 쓰셨겠네요."

자하의 말에 나는 어깨를 으쓱하고 말았다.

"무려 인공 마나석을 만드는 일인데 그 정도 투자는 해야 하지 않겠어."

"…부담 주시는 건 아니죠?"

"부담을 주는 게 아니라 우리 마법사들에게 기대하고 있다는 말이다."

지금까지 내가 알려준 현대의 개념을 이세계의 것으로 만들어준 마법사들이었다.

그러니 이번에도 마법사들은 내 기대를 충족시켜 줄 것이라고 믿고 있었다.

"그런데 마나석 연구에 마법사들의 지식만 모으고 있는 거야?"

"마나석에 관해서는 마법사들이 가장 잘 알고 있으니까요."

"세공사나 대장장이들의 도움을 받아보는 건 어때?

마나석이야 마법사들이 가장 잘 알고 있다고 해도, 지금 인공 마나석을 만드는 데는 다른 보석이나 금속들도 사용하고 있잖아?"

솔직히 마나석도 금속의 일종이라면 마법사보다 세공사나 대장장이들이 더 잘 다루지 않을까 생각했다.

'마나석이 어떤 원소로 이루어져 있고, 어떤 화학 작용으로 만들어지는 알 수 있다면 좋을 텐데.'

하지만 이세계는 아직 원소에 대한 개념도 없는 세계였기에 거기까지 기대하기는 어려웠다.

"그렇지만, 그들은 마나가 무엇인지도 모르지 않습니까?

진리와 마나에 대해 모르는 사람들이 마나석을 만들 수 있을까요?"

"'마나석'이 아니라 하나의 광석이라고 생각하면 가능하지 않을까?

어차피 인공 마나석을 만들게 되면 처음에는 마나가 없는 단순한 돌이나 다름없을 것 아니야.

그럼 보통의 광석이나 다름없다고 생각하는데."

내 말에 자하가 고개를 끄덕였다.

"…한번 이야기를 나눠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네요."

"그리고 세공사나 대장장이뿐 아니라, 내 지식도 필요하다면 언제든지 물어보라고."

"데우스님도 광석에 대해서 잘 아십니까?"

"약간은 도움이 될 만한 지식을 가지고 있지."

토목공학과 재료공학은 생각보다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약간의 지식은 나도 가지고 있었다.

물론 화학공학이나 재료공학을 전공한 사람들과 비교하면 현저히 부족한 지식이지만, 이세계에서 만큼은 내 부족한 지식도 엄청난 지식일 것이다.

"뉴렌달을 건설할 때 석회석을 캐다가 시멘트를 만든 게 나라는 사실을 잊지 말라고."

"그, 그랬었죠."

"저도 기억하고 있습니다. 데우스님께서 서쪽 구릉 지대에서 석회석을 발견하시고, 저희 친위대와 함께 작업하셨죠.

석회석을 굽는 모습이나 그걸 빻아서 만든 가루에 물을 섞는 것을 봤을 때는 이걸 왜 하는 건지 의문이 살짝 들었지만, 결국 어떤 것보다 단단한 돌이 되는 모습을 보고 정말 놀랐습니다.

완전히 가루가 된 걸 다시 돌로, 그것도 더 단단한 돌로 만드는 기술에 마법을 부리신 것은 아닐까 생각될 정도였습니다.

정말 데우스님은 대단하신…"

"거, 거기까지만 하지."

"알겠습니다. 하하-"

오랜만에 급발진하는 볼튼을 제지하고 자하에게 말했다.

"그리고 마나에 관해서라면 볼튼도 도움이 될 수 있잖아?

마법사들과는 다르지만 소드마스터도 마나를 다루는 사람이니까."

"아- 그럴 수도 있겠네요."

"생체실험만 아니라면 언제든지 도와드리겠습니다. 하하-"

사파이어나 아쿠아마린 등 푸른색의 보석을 가지고 인공 마나석을 만드는 것은 결국 실패로 돌아갔다.

드레인 마법진이나 마법사들이 보석에 마나를 강제로 밀어 넣으려고 해도 일반 보석들은 마나를 받아들이지 못했다.

하지만 보석으로 마나석을 만들어내지 못했을 뿐, 마법사들은 인공 마나석을 만들기는 했다.

"정말 인공 마나석을 만드는 데 성공한 거야?"

"일단은 인공 마나석을 만들기는 했습니다."

"어떻게?"

"데우스님께서 석회석을 구워서 시멘트를 만드셨지 않습니까?

그것에 착안해서 마나석 광산의 흙과 모래를 구워서 굳혀 봤습니다."

"시멘트를 만드는 방법을 따라 했는데 된 거야?"

"똑같이 한 것은 아닙니다. 물을 이용해 굳혔을 때는 마나를 받아들이지 못했거든요."

"그럼?"

"인공 마나석을 굳힐 때, 마나석을 녹인 특수 용액을 섞었습니다."

"사진을 현상할 때 쓰는 그거?"

"조금 다르기는 하지만 거의 비슷합니다.

아무튼, 마나석 용액을 섞어서 굳혔더니, 마나를 저장할 수 있는 인공 마나석이 만들어졌습니다."

비록 마나석을 소모해야 한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인공적으로 마나석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는 사실에 나는 박수 쳐 주었다.

하지만 그런 내 반응에도 자하의 표정은 그렇게 만족스럽지 않았다.

"결과물을 완성했는데 기쁘지 않은가 보네?"

"그게… 별로 만족스러운 결과물이 아닙니다."

"?"

"인공 마나석은 일반 마나석보다 효율이 많이 떨어집니다."

"효율이 떨어진다니? 얼마나?"

"1등급 마나석보다 큰 인공 마나석의 효율이 겨우 4등급 마나석 정도입니다."

주먹보다 큰 인공 마나석이 손톱만 한 크기의 마나석보다 효율이 떨어진다면 산업용으로 사용하기에 매우 부적합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마법사들에게도 마나석의 크기와 효율을 생각했을 때 들고 다니기 좋은 물건이 아니었다.

"음- 생각보다 효율이 심하게 떨어지는구나."

"마법 아이템을 만들기에도 마나 보충용으로 쓰기에도 좋은 물건은 아닙니다.

어딘가에 설치해서 증폭 마법을 이용한다면 모를까, 다른 방법 사용하기에는 무리가 있습니다."

들으면 들을수록 결과물이 아쉬웠다.

'그래도 인공적으로 마나석을 만들 수 있다면, 뭔가 다른 방법도 있을 것 같은데…'

"음-"

깊어지는 고민에 자하가 말했다.

"데우스님. 인공 마나석은 더 이상 충전이 안 되는 손상된 것만 이용해서 만들겠습니다.

아직 재활용 가능한 마나석을 녹여 인공 마나석을 만들기에는 너무 효율이 안 좋은 것 같으니까요."

자하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이다가 문득 떠올랐다.

'물질의 변형에는 열뿐만 아니라 압력도 필요하지?'

같은 원소로 이루어진 물질이라도 열과 압력에 의해 분자구조가 달라지면 다른 모습이 될 수 있다는 것이 생각났다.

"자하. 인공 마나석을 만들 때 단순히 굽기만 한 거야?"

"네?"

"조금 전에 마나석 광산에서 나온 흙과 모래 등을 구워서 굳혔다고 했잖아?

그때 그냥 굽기만 한 거냐고?"

"네. 그런데요.

하지만, 여러 가지 방식을 이용했습니다. 작은 화로의 불부터, 제철소의 불가마까지 다양한 온도의 불을 이용했습니다."

"압력은?"

"압력이요?

당장 원소나 분자구조에 대한 설명보다는 조금 직관적인 생각을 할 수 있도록 자하에게 말했다.

"인공 마나석을 만드는 데 압력을 크게 줘서 인공 마나석의 크기를 압축할 수는 없을까?"

"아-"

"마나석의 크기가 작아지면 효율이 높아질 수도 있잖아?

인공 마나석을 만들 때 고열과 함께 압력을 가하는 거야. 가능하겠어?"

"하, 한 번 해보겠습니다."

집무실에서 달려나가는 자하의 눈이 반짝였다.

푸른색 알갱이들이 쌓여 산을 이루고 있었다.

큰 것은 주먹만 한 것부터 작은 것은 손톱보다 작은 것도 있었다.

그 푸른색 알갱이의 산을 보며 마법사들이 환하게 웃었다.

"효율은?"

"떨어지는 것은 일반 마나석의 40%밖에 나오지 않지만, 보통은 50%, 간혹 높은 효율을 보이는 것은 거의 70%에 가까울 정도의 효율이 나옵니다."

그 말에 나는 주먹만 한 크기의 인공 마나석을 주워들었다.

얼마 전 집무실에서 겨우 4등급 정도의 효율 밖에 나오지 않는다고 말했던 크기의 마나석이었다.

"알비레오!"

"네! 데우스님."

"이걸로 마법 한번 써봐. 알비레오가 할 수 있는 최대 화력으로."

"정말요?"

"그래. 오랜만에 알비레오의 폭발 아트가 보고 싶어졌어."

"알겠습니다!"

내 말에 알비레오는 웃으며 인공 마나석을 받아 들었다.

그리고 하늘을 향해 주문을 외웠다.

"…붉은빛으로 타올라라! 익스플로젼!"

-쾅!!!! 쾅!!!!

귀가 아플 정도로 커다란 폭음과 함께 뜨거운 열기가 전해졌다.

"데우스님. 제 폭발 아트가 보이십니까? 불기둥입니다. 불기둥! 하하하-"

신이 나서 마법을 갈겨 대는 알비레오의 모습에 나 역시 환하게 웃었다.

아렌달의 산업이 다시 한번 탄력을 받기 시작했다.

인공 마나석의 완성으로 인해 그동안 부족했던 마나석이 전부 보충되었기 때문이다.

제철소의 불가마는 더욱 뜨겁게 불을 뿜어냈고, 마법 연구 단지에서는 마법 아이템을 찍어내기 시작했다.

"얼마 전 7천 셀링까지 가격이 올랐던 냉장고가 이제는 3천 셀링 밖에 안 해?"

"지금 공장에서 마법 아이템을 찍어내기 시작한 거 몰라?

소문에는 자동차의 가격도 곧 내려가기 시작할 거라고 하던데?"

"그 말이 사실이야?"

"소문이라고 했잖아. 하지만 그게 소문이 아니라 사실이라면 우리도 자동차를 살 기회 아니겠어?"

한동안 올라가 있던 마법 상품들의 가격이 내려간 덕분에 백성들도 마법 상품들을 구매할 수 있었고, 그만큼 삶의 질도 점점 더 좋아지기 시작했다.

외국에서는 구하기도 힘든 마법 상품들을 사들이는 백성들의 모습에 이런 이야기까지 나왔다.

'왕국의 귀족으로 사는 것보다 아렌달의 노예로 사는 것이 더 낫다.'

그 황당한 이야기에 나는 리오에게 말했다.

"아렌달에는 노예가 없다는 걸 모르는 건가?"

"원래 이야기꾼들은 극단적인 것을 좋아하지 않습니까?"

"아무리 그래도 노예보다는 귀족이 낫지."

내가 귀족이라서 그런 게 아니라 어딜 가든 노예보다는 귀족이 낫다.

"왕국에서 항의 메세지가 오면 아렌달에서 퍼트린 소문이 아니라고 전해."

"이미 항의 메세지가 와서 그렇게 전했습니다."

"……잘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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