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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현대인-41화 (41/169)

41화

어떤 이는 더 맛있는 걸 먹고 싶지만, 요리를 못해서 맛있는 음식을 못 먹는다.

또, 어떤 이는 화려한 장식의 옷을 좋아하지만, 바느질 못 해 밋밋한 옷을 입고 다닌다.

만약 단돈 몇 셀링으로 맛있는 음식과 화려한 의상을 얻을 수 있다면 이들은 어떻게 할까?

"돈을 쓰겠군요!"

"그렇지."

기술이 부족해서 누리지 못하던 것을 단돈 몇 셀링으로 누릴 수 있다면 누구라도 주머니를 열 것이다.

그동안 열심히 일해 받은 임금으로 주머니도 두둑할 테니 그 정도의 호사는 누릴 수 있었다.

"그런데 자영업자를 어떻게 육성하죠?"

"영지민 중에 자영업을 하고 싶은 사람들이 있겠지. 그 사람들 중에 필요한 기술을 심사해서 가게를 운영할 수 있게 지원 해주는 거지.

그렇게 뽑힌 자영업자들에게는 영지에서 여러 가지 지원을 해준다고 하면 어때?

건물의 임대료를 지원해주던가, 아니면 일시적으로 세금을 면제해주는 것도 좋겠지."

내가 기술자들에게 좋은 대우를 해준다는 것은 영지민 모두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그런데 요리나 바느질 같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일들도 하나의 기술로 인정받을 기회가 생긴 것이다.

거기에 그런 평범한 기술로 돈까지 벌 수 있다면 지원자가 없을 수가 없었다.

"지원자 중에 가게를 운영할 사람도 선정해야 하는데···"

순간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뉴렌달 광장에 사람들이 하나둘 모였다.

평범한 가정의 주부, 밭에서 농사를 짓던 농부 그리고 공사장에서 일하던 노동자까지. 하나하나 뜯어보면 특별할 것 없는 사람들이었다.

하지만 굳은 얼굴로 요리 재료들을 하나씩 들고 있는 모습은 비장함이 느껴졌다.

모두 준비가 되었다는 신호에 나는 앞으로 나섰다.

"잘 모여주었다.

오늘 요리대회에서 우수한 성적을 낸 요리사에게는 상금과 함께 약속했던 식당을 열어줄 것이다.

그리고 새로 열게 되는 식당은 도시의 후원을 받아 임대료와 세금을 감면받는 혜택이 주어진다."

내 말에 요리사들의 얼굴에 긴장감과 기대감이 동시에 떠올랐다.

이미 공지했던 이야기였지만 영주의 목소리로 직접 들으니 다가오는 게 달랐을 것이다.

"엄선된 심사위원들이 평가할 것이니 요리사들은 각자 자신 있는 요리를 만들면 된다.

굳이 특별한 요리가 아니어도 괜찮다. 평범한 가정식이나 숨겨둔 비장의 요리나 차별 없이 평가하겠다."

내 말에 몇몇 사람들이 눈을 반짝였다.

나는 그런 사람들을 쭉 둘러보고는 말했다.

"그럼 시작!"

광장에 맛있는 냄새가 풍기기 시작했다.

영주가 주최하는 행사였으니 영지민들이 몰리는 것은 당연했고, 맛있는 냄새가 사방으로 퍼지며 광장은 순식간에 영지민들의 목소리로 시끄러워졌다.

"으앗! 저건 내가 제일 좋아하는 양고기 스튜잖아!"

"저길 봐. 닭을 기름에 튀기고 있어!"

"어디?! 튀김 요리라니! 나도 먹고 싶다!"

요리대회에 열광하는 영지민들의 모습에 리오에게 말했다.

"식당이 열리는 순간 자리가 없을 정도로 사람이 몰리겠네."

"이렇게 반응이 좋을 줄 몰랐습니다."

지원자 중 요리대회를 통해 사람을 뽑자는 내 의견에 리오는 의문을 품었었다.

굳이 번거로운 일을 벌이는 건 아닌지 걱정한 것이다.

하지만 나는 경쟁이라는 주제가 사람을 얼마나 흥분시킬 수 있는지 알고 있었기에 이렇게 날을 잡아 요리대회를 개최한 것이다.

조금 기다리자 첫 번째로 요리를 마친 도전자가 나타났다.

30대 정도의 평범한 여성이었는데, 낯이 익은 걸 보니 아렌달 영지의 원주민인 것 같았다.

"드디어 첫 번째 요리로군."

조심스럽게 요리를 가지고 오는 걸음에 긴장감이 가득했다. 그리고 광장에 모여 있던 영지민들도 그 긴장감이 전염됐는지 떨리는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이 요리는 어떤 요리인지 설명해 주겠나?"

내 말에 그녀는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찐 감자를 으깨서 소금을 치고 우유를 넣어 부드럽게 만든 감자 요리입니다. 따뜻하게 구운 빵에 발라서 먹으면 맛있습니다."

조금도 특별하지 않은 가정식 감자 샐러드였다. 과연 첫 번째로 완성할 만큼 너무 간단한 요리였기 때문인지 함께 긴장하던 영지민들도 긴장이 풀린 눈치였다.

"저런 건 나도 만들 수 있겠는데?"

"큰 기대는 하지 않아도 되겠네."

요리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걸 확인하는 동안 들려오는 목소리들에 요리를 내온 여성도 긴장하고 있던 어깨가 살짝 내려오는 게 보였다.

나는 그런 그녀의 모습을 보며 독성 검사를 마친 감자 샐러드를 받아들었다.

그리고 그녀가 설명했던 대로 구운 빵 위에 감자 샐러드를 발라 먹었다.

살짝 짭짤한 소금 맛과 함께 감자의 부드러움과 고소한 빵이 어우러져 금방 내 입으로 사라졌다.

그런 내 모습에 리오를 비롯한 심사위원들도 감자 샐러드를 빵에 발라 입으로 가져가기 시작했다.

"오! 맛있네!"

"감자의 부드러움과 고소한 빵이 잘 어울리는군요."

순식간에 심사위원들의 입으로 사라지는 요리에 영지민들의 시선이 빠르게 움직였다.

조금도 기대하지 않았던 요리에 심사위원들의 반응이 너무 좋았던 것이다.

"뭐야? 맛있나 본데?"

"저, 저걸 봐. 기사님께서 순식간에 빵 하나를 먹어치우고 다시 빵을 집으셨어."

자신의 요리가 심사위원들의 입으로 사라지는 모습에 요리를 만든 여성의 얼굴에 환한 미소가 지어졌다.

감자 샐러드를 시작으로 요리사들이 준비한 요리들이 하나씩 심사위원들 입으로 사라졌다.

"갓 잡아 온 해산물로 만든 해물탕이라니! 영주님. 이거 국물이 끝내줍니다!"

"역시 기름에 튀기면 맛이 없을 수가 없군요. 여기에 시원한 맥주가 있었으면 최고였겠는데."

저마다의 감상평을 내놓는 심사위원들의 목소리에 영지민들이 참지 못하고 입맛을 다시고 있었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며 이대로 있다가는 폭동이 일어날 것 같은 분위기에 리오에게 말했다.

"이제 슬슬 요리대회를 마쳐도 괜찮을 것 같은데?"

"그럴까요? 저도 이제 배가 불러서 더는 못 먹을 것 같습니다."

"그래. 그만 끝내자고."

요리를 내오는 시간 역시 식당을 하기 위해서는 아주 중요한 요소가 아니었던가.

지금까지 요리를 완성하지 못했다는 것은 식당을 하기에는 자질이 부족한 것이었다.

심사위원 중에서는 볼튼이 조금 아쉬워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다른 심사위원들은 만족할 만큼 배를 채웠기에 대회를 끝낸다는 내 의견에 고개를 끄덕였다.

"앞으로 5분 안에 요리를 내오지 못하면 실격으로 간주한다."

그 말에 아직 요리를 완성하지 못한 요리사들이 다급하게 외쳤다.

"여, 영주님. 조금만 더, 시간을 조금만 더 주시면···"

"식당을 하기 위해서는 요리를 내오는 시간도 중요한 법. 이미 충분한 시간을 주었는데 완성하지 못한 것은 그대들의 잘못이다."

"영주님 말씀이 맞지. 나도 식사 시간에 오래 기다리는 건 싫어."

"하긴 아무리 맛있는 음식이라도 굶주린 채로 오랫동안 기다리라고 하면 조금 꺼려지긴 해."

광장에 퍼지는 목소리에 나는 추가로 준 시간이 다 지났음을 확인하고 말했다.

"요리대회를 종료한다!"

요리대회의 결과를 내는 데는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어차피 가장 중요한 건 내 의견이었으니까.

그리고 나는 한 명에게만 수상의 영광을 준다고 한 적이 없었다.

"······이렇게 10명에게 식당을 열 기회를 주겠다. 우수한 성적을 거둔 10명 모두 축하한다."

"뭐야? 10명이나 식당을 열어주는 건가."

"순위가 없다니. 이거 너무 맥이 빠지는데?"

요리대회의 결과에 광장의 분위기가 흉흉해지는 게 느껴졌다.

대회라고 열었는데 등수가 없다니. 경쟁하는 모습을 보며 흥분했던 영지민들이 밋밋한 결과에 실망하는 건 당연했다.

나는 그런 영지민들의 모습에 목을 가다듬고 말했다.

"큼큼- 그래도 1등은 있어야겠지?"

"역시! 대회에는 우승자가 있어야지!"

"당연하지. 나는 처음부터 영주님을 믿고 있었어.

우리 영주님이 어떤 사람인가? 이렇게 재미없게 대회를 마치실 분이 아니라고."

다시 흥분하기 시작하는 영지민들의 모습에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그럼 1등을 발표하겠다."

"누가 받게 될까?"

"당연히 닭을 튀긴 브룩이지! 거기에 시원한 맥주를 마신다고 생각해 봐.

크으- 생각만 해도 입에 침이 고이네.

무조건 브룩이 1등일 수밖에 없어."

"아니에요! 우리 엄마가 1등일 거예요."

"쯧쯧쯧. 익숙한 맛이 주는 안정감을 생각하지 못하는 건가?"

저마다 심사위원이 되어서 떠들기 시작하는 영지민들의 모습에 나는 잠시 뜸을 들이며 발표했다.

"1등은···"

"1등은?"

"바로~"

"······"

그리고 영지민들의 흥분이 최고조로 다가가는 순간

"해물탕을 만든 가비!"

"우왓! 내, 내가 1등이라니!"

"뉴렌달의 특산품인 해산물을 이용한 점이 높은 점수로 작용했다.

그리고 추워지는 날씨에 딱 좋은 요리였어. 특히 뜨끈한 국물이 일품이었다.

1등을 축하한다. 가비."

"여, 영광입니다. 영주님!"

아마 브룩이 만든 치킨이 그냥 치킨이 아니라 양념치킨이었다면 결과는 브룩의 치킨이 더 좋았을 지도 모른다.

나는 철저한 양념 파였기에 후라이드치킨은 감점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주변 사람들에게 축하를 받는 가비의 모습에 웃으며 리오에게 말했다.

"최대한 빠르게 식당을 내주도록 해.

광장 옆에 있는 샛길 있잖아? 거기를 먹자골목으로 만들자고."

먹자골목에 식당들이 열리기 시작하자 그 효과가 바로바로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영지민들의 소비가 부쩍 늘어나기 시작했습니다."

"먹자골목에 사람이 넘쳐난다며?"

"예. 그리고 상단 쪽에서도 골목에 상점을 낼 수 없냐며 문의가 들어오고 있습니다.

건물의 임대료나 세금도 확실하게 내겠다면서요."

"일단은 골목 식당의 주인들이 돈을 벌게 해줘야지. 상단 쪽에는 조금 더 기다리라고 해."

"알겠습니다."

골목 상권에 자본을 갖춘 상단이 끼어들면 자영업자들은 금방 동력을 잃을 수도 있었다.

상단의 자본이 끼어드는 것은 자영업자들이 확실히 자리를 잡은 이후가 좋았다.

그리고 상단이 끼어들 거면 다른 상단보다는 영지의 어용 상단인 아렌달 상단에게 먼저 기회를 줘야 관리하기가 편했다.

"먹자골목이 어느 정도 자리를 잡으면 아렌달 상단의 직영점부터 만들어야겠네."

"직영점이요?"

"그래. 지금은 아렌달 상단의 주 상품인 아이스크림이나 초콜릿, 커피를 왕도의 사람들이 더 쉽게 접하고 있잖아?

우리 영지민들도 그런 디저트를 즐겨봐야지."

귀족들이나 부유한 상인들이 즐기는 것이라고 하면 백성들도 따라 할 것이 분명했다.

상위 계급의 사람처럼 되고 싶어 하는 욕심은 당연한 것이니까.

"그럼 요식업은 대충 시작했으니, 다른 업종에도 창업의 기회를···"

그 때, 테이블 위에 있는 통신 마나석이 반짝이기 시작했다.

"갑자기 핫라인 통신?"

한동안 울리지 않았던 핫라인 통신이었다.

"메신져! 아렌달 백작이다. 누구야?"

-영주님. 아렌달 성입니다!

"나인? 왜? 아렌달에 무슨 일이 생겼어?"

-엔나 남작이 선전포고를 해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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