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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현대인-28화 (28/169)

28화

"스톨 백작님?"

"허허허- 나도 투자하겠네. 아렌달 백작. 가능하겠지?"

"무, 물론입니다."

내 대답에 스톨 백작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는 모두를 놀라게 할 말을 했다.

"한 20만 셀링이면 충분할까?"

'하아- 금광을 가지고 있다는 건 어떤 삶일까?'

국왕에게 빌리기로 한 돈이 딱 20만 셀링이라는 것을 스톨 백작은 알고나 있을까?

스톨 백작의 발언에 귀족들이 웅성거리는 말을 들었는데 스톨 영지에 금광이 또 터졌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스톨 백작은 망설임 없이 20만 셀링을 투자하기로 나와 계약했다.

다른 귀족들은 놀라면서도 스톨 백작이라면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역시 스톨은···"

"그 소문이 사실이었나 보군."

"소문이 사실이라면 스톨 백작은 아렌달을 챙겨줄 만하지."

왕도에 도는 소문이 어떤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핵인싸 스톨 백작의 소문이니 분명 나쁜 소문은 아닐 것이다.

스톨 백작 외에도 몇몇 귀족들은 구두로나마 나에게 투자를 약속했다.

물론 스톨 백작처럼 거금을 선뜻 약속하지는 않았지만,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

'투자를 받는 것뿐 아니라 귀족들의 이름을 올리는 것만으로도 나에게는 도움이 된다.'

"당장 투자에 대해 계약을 하지 않아도 된다면, 조금만 기다려 주실 수 있으십니까?

지금 당장 투자를 하기에 자금이 조금 부족해서 시간을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체스터 남작의 말에 귀족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갑자기 스톨 백작이 20만 셀링이라는 거금을 던져 버려서인지 투자금의 규모가 확 커진 느낌이었다.

"물론입니다. 당장 여기서 계약을 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필요하다면 아렌달에 찾아와 바깥이 어떤 땅인지 확인을 하시고 계약을 해도 좋습니다.

물론, 늦게 계약을 맺을수록 바깥 땅의 권리 역시 후 순위로 밀리게 된다는 것은 양해해주시길 바랍니다."

순위가 밀리다는 말에 귀족들이 머리를 굴리는 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체스터 남작. 정말 투자를 할 거야?"

"아버지와 형님께 손을 빌리면 저도 가능할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나도 처가에 조금만 도움을 받아볼까?"

벌써 돈이라도 빌려야 하나? 고민하는 귀족들의 목소리에 웃음이 나왔다.

"오늘 파티는 성공적이었군."

"모두 공작님 덕분입니다."

내 대답에 덴프린스 공작이 내 어깨를 두드렸다.

"아렌달 백작은 너무 열심히 살아서 지켜보는 맛이 있거든."

"······"

"앞으로도 이렇게 나를 즐겁게 해줬으면 좋겠어."

완전히 나를 자신의 유흥거리로 생각하는 덴프린스의 말에 속으로 생각했다.

'미친··· 짜증은 나지만 아직까지는 덴프린스의 도움이 필요하다.

일단은 표면상으로나마 덴프린스 공작의 세력 안에 있는 게 나에게는 최선이겠지.'

"바로 아렌달로 돌아갈 생각인가?"

"영지의 일이 많습니다."

"흠- 시간이 있었다면 아렌달 백작과 사냥이라도 즐기고 싶었지만 어쩔 수 없군.

아렌달 백작은 열심히 우물을 파야 할 테니 말이야. 하하-"

정말 재수 없게 말하는 데 일가견이 있는 덴프린스 공작이었다.

국왕도 하지 않는 갑질을 동년배의 덴프린스 공작에게 느끼게 될 줄은 몰랐지만, 덴프린스 공작의 비위를 맞춰주며 얻어 낼 것은 다 얻어내는 게 지금 내가 할 일이었다.

'점점 발전해 나가는 아렌달을 보면 언젠가는 그 웃음도 그치겠지.

그래. 일단은 실컷 웃게 해주마.'

큰 공사에는 중장비가 많이 필요한 것이 당연했다. 그래서 나는 이번에도 마탑을 찾아왔다.

앞으로 있을 바깥 개발에 필요한 마법사를 더 영입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내 기대와 다르게 마탑주는 나에게 마법사를 소개해주지 않았다.

"안됩니다. 이번에는 마탑의 마법사를 내어 드릴 수 없습니다."

"마탑주. 아렌달에는 마법사의 도움이 절실합니다."

"아렌달 백작님께서는 이미 마탑에서 많은 마법사를 영입하지 않으셨습니까?

이 이상으로 아렌달 백작님께만 마법사를 내어준다면 마탑으로서도 정치적인 간섭을 피할 수 없습니다."

아마 지난번 왕도행에서 한 번에 다섯이나 되는 마법사를 영입했던 일 때문에 마탑주도 정치적인 압박을 심하게 받은 것 같았다.

이번에도 마나석을 기부하며 마법사를 영입하려 했지만, 마탑주는 아예 처음부터 기부를 거부하며 내게 마법사를 내어주지 않으려 했다.

"이번만큼은 백작님께서 마탑의 사정을 고려해 주시기 바랍니다."

"마법사들에게 제안이라도 할 수 있게 해주십시오. 알비레오처럼 마탑을 나와 연구하고 싶은 마법사가 있을 수도 있지 않습니까?"

"그래도 아렌달은 안 됩니다! 이만 돌아가시지요."

마탑주의 강경한 태도에 나는 어쩔 수 없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괜히 마탑주를 더 건드렸다가는 앞으로 마탑에서는 마법사를 영입할 수 없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어떻게 방법이 없을까?"

"마탑주님이 저렇게까지 말한다면 어쩔 수 없지 않습니까? 이번에는 양보하고 다음을 기다리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그래도 마법사들을 데리고 가고 싶은데."

쉽게 방법이 나오지 않았다. 마탑에서 마법사들과 접촉이라도 가능했다면 영입 제안이라도 해보겠는데 마탑주의 방해로 그것조차 불가능했다.

그때, 한 주점에서 끌려 나오는 사람이 눈에 들어왔다. 무슨 이유에서 끌려 나오는지는 모르겠지만, 그 모습을 보니 처음 자하를 만났을 때가 떠올랐다.

"잠깐만··· 마탑이 아닌 다른 곳에서는 마법사를 영입해도 상관없는 거 아닌가?"

"영주님. 마법사들은 마탑에 모여있지 않습니까? 그런데 다른 곳에서 마법사를 어떻게 영입을 합니까?"

볼튼의 물음에 씨익 웃으며 말했다.

"제 발로 나오게 해야지."

마법사들이라고 마탑에서 모든 생활을 해결할 수는 없다.

마법사들이 자급자족의 삶을 사는 사람들도 아니고, 마법 연구를 위한 물건 역시 외부에서 들여오는 게 대부분일 것이다.

그렇다면 마탑에 물건을 대주는 사람들도 분명 있을 것이다.

"그들을 통해 마탑안의 마법사들을 밖으로 빼내면 마탑주도 어쩔 수 없겠지.

그럼 마탑주도 정치적인 압박을 받지 않을 거야."

"마법사들이 과연 마탑 밖으로 나올까요?"

"쯧쯧쯧. 그동안 자하나 다른 마법사들을 겪어보고도 모르겠어?

마법사들이야말로 다루기 가장 쉬운 사람들이라고."

이른 아침부터 몇몇 사람들이 상단 거점을 기웃거리더니 문이 열리자 나를 찾았다.

그리고 가장 처음 꺼낸 말이 이 말이었다.

"아렌달 백작님께서는 마법사들에게 아낌없는 지원을 해주신다던데 사실입니까?"

자하와 마탑주를 비롯한 대부분의, 아니 모든 마법사는 누구보다 돈에 미친 사람들이었다.

물론 사리사욕 때문이라기보다는 마법 연구를 위해 많은 돈이 필요했기에 그런 것이지만, 그래도 마법사들이 돈에 쉽게 흔들리는 사람들이라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말이었다.

그래서 사람을 수소문해서 비밀스럽게 마탑 안에 소문이 흘러가도록 만들었다.

"아렌달 백작은 마법사들에게는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아렌달에 영입된 마법사들은 모두 엄청난 녹봉을 받기 때문에 연구비에 허덕이는 마법사가 없다."

이 소문들이 마법사들을 제 발로 내 앞으로 데리고 와줬다.

"어디서 그런 소문을 들었는지 모르겠지만, 틀린 말은 아니군."

"허업! 정말 사실입니까?"

"혹시 여기 있는 사람 중에 마법사 자하를 아는 사람이 있나?"

내 물음에 한 중년의 마법사가 손을 들었다.

"몇 년 전 마탑을 나갔던 자하라면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자하와 함께 달리아가 아렌달 영지에 의탁했다는 이야기도 들은 적이 있습니다."

"마법사 자하는 나에게 처음 영입된 마법사로서 현재는 아렌달 영지에서 가장 중심이 되는 마법사라네. 그리고 그 누구보다 높은 녹봉을 받고 있지."

높은 녹봉이라는 말에 마법사들의 눈이 반짝였다.

"그뿐만이 아니라네. 혹시 에일렌을 알고 있는 마법사가 있나?"

"꼬마 에일렌이라면 제가 알고 있어요. 원소 마법을 골고루 사용했었죠. 저와 친분이 있던 마법사예요."

에일렌 또래의 젊은 마법사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 꼬마 에일렌도 다른 영지에서는 생각할 수 없을 만큼 많은 녹봉을 받고 있네."

"그게 사실인가요?"

"귀족 가문에서 보통 마법사들이 얼마의 녹봉을 받는지 아는 사람이 있나?"

"대략 200셀링 정도를 받는다고···"

"맞아. 대부분 처음 귀족 가문에 영입된 마법사들은 200셀링을 전후로 녹봉을 받지.

그런데 지금 에일렌은 400셀링의 녹봉을 받고 있네."

"헐?! 그 꼬마 에일렌이 400셀링이나 받는단 말이에요?"

"그뿐만 아니라 에일렌은 지금까지 연구 성과로 500셀링이 넘는 보너스도 받았지."

"보, 보너스!!!"

마법사들의 눈이 돌아가기 시작했다. 왕궁의 지원금과 귀족들의 기부금으로 운영되는 마탑에서는 마법사들에게 분배되는 자금이 많을 수가 없었다.

지난번의 나처럼 한 번에 많은 기부금을 내는 귀족이 있을 때나 조금 더 지원을 받을 것이다.

그런데 녹봉도 빵빵하고 보너스까지 주는 영지라니. 연구비에 허덕이는 마법사들의 눈이 돌아가는 게 당연했다.

"그리고 그것만이 아니지."

"예?! 보너스 말고 다른 게 또 있습니까?"

마법사들의 흥분된 목소리에 살짝 뜸을 들였다.

그리고 그 흥분이 최고조에 도달했을 때 천천히 입을 열었다.

"아렌달에서는 마나석이 무상제공이라네."

"거의 중장비 10대를 한 번에 사들인 느낌인데."

거점으로 찾아온 열 명의 마법사들을 보고 있자니 절로 웃음이 나왔다.

나와 다르게 몇몇 사람들은 마법사들에게 안타까운 눈빛을 보냈다. 앞으로 공사판에 끌려다닐 마법사들을 위로하는 눈빛일 것이다.

그때 내 눈에 한 마법사가 들어왔다.

"아렌달 백작님!!"

"헉! 마탑주!"

화가 난 듯 목소리를 높이는 마탑주에 나는 시선을 회피했다.

"어떻게 이러실 수가 있습니까!!!"

한 번에 열 명에 달하는 마법사들이 마탑을 나온다고 하니 마탑주로서도 이 상황을 모를 수는 없었을 것이다.

아무리 스스로 마탑을 나간다고 해도 마탑주의 입장에서는 쉽게 보내줄 수도 없는 일이었다.

심지어 이미 나에게 마법사를 내어 줄 수 없다고까지 했으니 마탑주가 이렇게 화를 내는 모습도 이해할 수 있었다.

사실 나 역시도 마탑주의 항의를 어느 정도 각오했었지만, 이렇게 바로 따라올 줄은 몰랐다.

'그래도 마법사들이 제 발로 마탑을 나온 거니까 마탑주도 강제로 막을 수는 없을 거야.'

"아렌달 백작님. 정말 너무하십니다!"

"마탑주. 진정하시고··· 일단 이야기를 나눌까요?"

따지고 들어오는 마탑주를 진정시키기 위해 말을 돌렸지만, 그는 눈을 부릅뜨며 말했다.

"어떻게 이렇게 몰래 마법사들을 빼가실 수가 있습니까!"

"빼가다니요. 정식으로 영입을 한 것입니다."

"아렌달에는 마법사를 보내지 않겠다고 분명히 말씀드렸지 않습니까?"

마탑주의 강경한 말에 나는 준비한 변명을 말했다.

"분명히 말하지만, 저를 먼저 찾아온 것은 마법사들이었습니다."

"······"

"마법사들이 저를 찾아와 아렌달의 형편을 물었고, 마법사들의 질문에 저는 있는 그대로의 사실을 말했을 뿐입니다.

마탑을 떠나 아렌달로 가겠다고 한 것은 다 마법사들의 의지 아니겠습니까?"

마법사들 스스로 나를 찾아온 것은 거짓이 아니었기에 마탑주로서도 이 사실을 간과할 수는 없었다.

그때, 한 마법사가 마탑주에게 말했다.

"마탑주님. 마탑주님께서 막으셔도 저는 아렌달에 가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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