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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현대인-17화 (17/169)

17화

메케한 연기 사이로 한 사람이 마법 연구소를 빠져나왔다.

"이번엔 또 무슨 일이야?"

"콜록. 콜록."

나는 그을음으로 시꺼먼 얼굴을 한 알비레오를 일으켜주었다.

"격발 장치에 마나석을 연결하다가 터졌습니다. 폭발의 규모를 다시 조정해야 할 것 같습니다."

"다친 사람은?"

"다행히 저 혼자 연구를 하고 있어서···"

그나마 마법에 대한 저항력이 높은 마법사니까 이렇게 기어서라도 탈출할 수 있는 것이었지 이 정도 폭발을 마법사가 아닌 사람이 맞았다면 최소한 중상이다.

"한 번에 소모되는 마나량을 조절하면 폭발의 규모를 조금 작게 만들 수 있는 것 아닐까?"

"그 방법도 생각해 보지 않은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아무래도 마나석이 품고 있는 마나량을 세밀하게 조절하는 게 쉽지 않아서···"

"폭발의 열기 때문에 마무의 총도 견디지 못한다며?"

"예. 그래서 폭발의 크기를 줄이는 것에 노력하고 있습니다."

폭발 마법의 전문가인 알비레오도 마나석을 이용한 마법에는 어려움을 느끼고 있었다.

자신의 손으로 사용하는 마법은 정말 세밀하게 컨트롤하는 아티스트였지만, 마법진으로 사용하는 마법까지 알비레오의 컨트롤을 기대하기는 어려웠던 것이다.

"차라리 3등급 마나석이 아니라 4등급 마나석을 사용해 보는 건 어때? 4등급 마나석은 마나량도 적으니 마법의 크기도 작을 것 같은데."

"손톱만 한 마나석에 어떻게 마법진을 그립니까?"

내 말에 알비레오가 말도 안 된다는 듯 말했다.

"눈에 보이지도 않는데 세밀한 세공을 어떻게 합니까? 그게 가능했다면 진작에 만들었겠죠."

"돋보기를 사용하면 잘 보일 거 아니야? 지금까지는 어떻게 세공을 했는데?"

그동안 자크가 세공하던 모습을 떠올렸다. 그러다가 문득 알게 되었다.

자크는 돋보기를 사용하지 않고, 자기 눈으로만 보고 세공을 했다는 것을.

세공 작업이라면 당연히 세밀한 공정이 필요하니까 돋보기를 이용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다시 생각 해보니 돋보기라는 걸 본 적이 없었다.

"에일렌!"

"넵!"

내 부름에 에일렌이 뛰어나왔다. 여전히 부스스한 머리와 맨들거리는 얼굴을 보니 또 잠이 부족해 보였다.

"너는 안 자니?"

"······"

"아무튼, 따라와 봐."

"오, 오늘은 공사 현장에 제 도움이 필요 없다고 하셨잖아요?"

"공사판에 가는 거 아니니까 따라와 봐."

공사판에 가지 않는다는 말에 안도의 한숨을 쉰 에일렌은 알비레오와 함께 나를 따라왔다.

마법 연구소의 한쪽 방을 차지하고 있던 자크는 나의 방문에 세공하던 손을 멈추고 말했다.

"영주님.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 혹시 마나석 세공에 무슨 문제라도 있는 겁니까?"

"아니, 그냥 확인할 게 있어서. 세공 작업을 멈추지 말고 계속해 봐. 조금 보고 싶은 게 있어서 그러니까."

"예? 예. 알겠습니다."

세공 작업을 계속하라는 내 지시에 자크는 마나석 세공을 계속했다. 레이의 도움을 받아서 마법진을 세공하는 자크는 역시 맨눈으로 마나석에 마법진을 새기고 있었다.

"잠깐만."

멈추라는 내 지시에 자크의 손이 멈추었다.

그다음 나는 에일렌에게 공중에 물방울을 만들라고 지시했다. 내 지시에 의아함이 가득한 얼굴로 에일렌이 물방울을 만들었고, 나는 그것을 점점 얇게 압축시키라고 지시했다.

볼록하게 압축된 물방울을 보며 나는 그 아래에 마나석을 가져다 대었다.

"어때?"

"어엇! 이게 무엇입니까?"

"돋보기 효과."

물방울로 만든 돋보기에 자크를 비롯한 사람들이 눈을 크게 떴다.

"마나석이 이렇게 크게 보이다니. 이런 마법이 있다는 건 처음 알았습니다."

'마법이라기보다는 과학이지만.'

놀라는 자크에게 말했다.

"혹시 이 돋보기를 이용하면 4등급 마나석에도 마법진을 새길 수 있겠어?"

"하- 이게 되네?"

"그, 그러게요."

언젠가 했던 말과 똑같은 말을 하는 나와 자하였다.

결론을 말하자면 자크는 4등급 마나석에 마법진을 새기는 것에 성공했다. 심지어 기존에 고등급 마나석에 세공을 하던 것보다 더 세밀하게 마법진을 새겼다.

"이러면 4등급 마나석으로도 마법 용품을 만들 수 있겠네요."

"이제 4등급 마나석을 100셀링이라는 헐값에 팔지 않아도 되겠어. 마법 용품을 만들어서 팔면 돈이 되겠지."

이제 4등급 마나석까지 상품화하려면 세공사가 더 필요할 것 같았다. 원래는 조금 더 준비되면 시작하려던 일이 아무래도 조금 급하게 시작해야 할 필요성이 생겨버렸다.

"앞으로 기술자들이 더 필요하겠지? 내 생각보다 조금 빠르지만, 이제 영지의 시스템을 개편해야겠어."

영주성에 영지의 주요 인물들이 모두 모였다.

헤돈과 자하를 비롯해 리오, 스미스, 자크, 발더에 촌장까지 모두 소집을 한 것이다.

"영주님. 무슨 일이 있는 겁니까?"

촌장은 이런 중요한 자리에 자신이 껴 있다는 사실에 조금 당황한 듯했지만, 영지민을 이끌고 농사를 담당하는 촌장 역시 영지에는 중요한 인물이었다.

"영지의 시스템을 개편한다. 크게 행정과 군사, 그리고 기술 교육으로 나뉜 세 개의 조직을 기본으로 영지를 운영할 생각이다."

처음 듣는 시스템에 다들 어리둥절한 얼굴이었다. 다만 나와 이 같은 시스템의 이야기를 나눈 적 있던 리오만이 조금은 이해한 듯 손을 들고 말했다.

"행정과 군사라면 알겠습니다만, 기술 교육이라는 것은 어떤 분야인지 말씀 부탁드립니다."

"마법 연구소와 장인들을 중심으로 한 영지 발전의 기반이다. 앞으로 아렌달의 영지민은 누구나 기초 교육을 받는다."

"영주님. 기초 교육이라 하면 저와 영지군이 지도했던 군사 교육을 말씀하시는 겁니까?"

"아니, 말 그대로 기초 교육. 아렌달 영지민은 이번 겨울부터 글자와 셈을 배우게 될 거야."

글자와 셈이라는 말에 다들 난처한 얼굴이 되었다. 특히 촌장은 글자라는 말에 두려움까지 느끼는지 당황하며 말했다.

"영주님. 글자를 배우라니. 저희 같은 백성들에게는 너무 어려운 것이 아닙니까? 그저 농사만 지어온 저희가 글자와 셈을 배우기에는 너무 어렵습니다."

"대단한 문학이나 수학을 배우라는 것이 아니다. 간단히 읽고 쓰는 법. 그리고 덧셈 뺄셈의 산수를 배우라는 것이다.

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자기 이름 정도는 쓰고 읽을 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그리고 촌장같이 평생 농사만 지었던 사람이라도 충분히 글자를 배울 수 있다. 너무 두려워하지 말고 천천히라도 글자를 배우도록 해."

이렇게 이야기하니 촌장도 더는 어렵다는 말을 하지 않고, 걱정 가득한 얼굴로 고개를 숙였다.

"발더는 대로 공사가 끝나는 대로 학교를 지을 준비를 해."

"알겠습니다."

발더의 대답에 자리에 있는 두 장인에게 말했다.

"스미스도 자크도 지금 일손이 많이 부족하겠지? 두 사람은 영지의 아이들 중에서 손재주가 뛰어난 아이들에게 기술을 가르쳐줬으면 해. 둘이 가르칠 수 있는 숫자라면 몇 명이든 좋다. 둘의 기술이 아렌달에서 더욱 꽃 피울 수 있기를 바란다."

내 말에 두 장인이 고개를 숙였다.

"앞으로 마법 연구소는 기술 교육 분야의 중추가 되고, 그 수장을 자하에게 맡긴다."

"제, 제가요?"

"그래. 자하가 우리 영지에서는 제일 오래된 마법사니까. 그리고 내가 생각하는 기술 분야에 자하의 마법진 능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해."

자신에게 직책이 내려질 줄 몰랐는지 자하가 당황했지만, 자하 이상의 적격자가 없다는 것은 그 역시 알고 있을 것이다. 알비레오나 에일렌에게 맡길 수는 없는 일이니까.

"군사 분야의 최고 책임자는 지금처럼 헤돈에게 맡긴다. 다만 나를 보호할 친위대는 독립적으로 움직이며, 볼튼이 친위대장을 맡는다."

"충성을 다하겠습니다. 영주님."

"목숨을 바쳐 수행하겠습니다!"

나의 충성스러운 기사들은 무릎을 꿇고 내 지시에 충성을 맹세했다.

"리오는 행정 분야의 리더로서 각 분야에서 요청하는 일을 매끄럽게 조율해 줘. 그리고 학교에서 똑똑한 아이들이 있다면 행정관으로 키워서 영지의 행정에 딜레이 되지 않도록 만들어."

"알겠습니다."

행정관을 늘리라는 지시에 리오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촌장은 아이들을 각 분야에 인재로 키우라는 말에 놀라 내게 말했다.

"영주님. 아이들이 전부 다른 곳으로 가게 되면 농지에 사람이 부족해질 수 있습니다. 농민들이 농사를 지을 수 있는 사람들은 남겨주십시오."

촌장의 걱정은 당연했다. 그리고 나 역시 농사를 지을 사람들까지 전부 데려갈 생각은 없었다.

"당연히 농지에도 지원을 아끼지 않을 생각이다. 농민의 숫자가 줄어드는 만큼 농사에 도움이 되는 것들을 만들어 줄 생각이다.

그리고 분명한 사실은 앞으로 아렌달에는 계속해서 이주민이 들어올 것이라는 것이다.

그중에는 농지를 받아 농사를 짓고 싶은 사람도 있겠지. 그들을 농지에 투입하면 아렌달의 식량 수급을 유지하는데도 문제가 없을 거야."

당장 농민의 숫자가 줄어든다고 해도 인재를 키우는 것을 더 이상 늦출 수는 없었다.

지난 1년간 아렌달에는 크고 작은 변화가 있었다.

주요 도로의 정비를 끝냈고, 학교에서는 본격적으로 인재를 키우기 시작했으며, 마법사들은 내 지식을 바탕으로 새로운 마법 용품의 연구에 매진했다.

그리고 가슴이 웅장해질 정도의 물건이 완성되었다.

"그럼 제3차 개인화기 격발 테스트를 진행하겠습니다."

헤돈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내 신호에 헤돈이 눈짓을 주자 발트와 카잔이 바닥에 엎드리며 전방을 향해 소총을 겨눴다.

몇 번의 개조 끝에 드디어 완성된 결과물이었다. k2 소총과 비슷한 형태로 만들어진 소총이라 이름도 A2라고 붙였다.

"그럼 준비된 사수로부터 사격 개시!"

"파이어!"

"파이어!"

-펑! 펑!

두 사람의 목소리와 함께 두 자루의 소총에서 붉은 불덩이가 발사되었다.

불덩이는 200미터 전방에 세워 놓은 중장보병용 갑옷에 적중하며 불을 퍼트렸고, 시커먼 그을음을 만들고 사라졌다.

발트와 카잔은 총 6발의 파이어볼을 발사한 후 사격을 멈췄다.

"마나석 하나에 총 6발의 사격이 가능하고, 재충전에는 하루가 필요합니다."

"6발이라. 용량이 조금 아쉽지만, 그 정도도 나쁘지 않네."

마나석을 교체하는데 긴 시간이 걸리지도 않는다. 점차 숙달될수록 그 시간은 짧아질 것이고, 마나석만 충분하다면 적이 다가오기 전에 원거리에서 다 날려버릴 수도 있을 것이다.

6발의 파이어볼을 맞은 갑옷은 심하게 그을리고 일그러져있었다. 단순히 불에 의한 타격뿐 아니라 충격도 줄 수 있다는 사실에 나는 알비레오에게 엄지를 세워주었다.

"50미터 이내로 적이 들어오면 관통도 가능합니다."

"위력은 확실하군. 아주 좋아."

내 감상이 끝나기도 전에 발트와 카잔은 마나석을 교체하고 다시 바닥에 엎드렸다.

"영주님 이번엔 집중사격 능력을 테스트하겠습니다."

"좋아. 갈겨 버려!"

내 지시에 헤돈이 다시 신호를 주었다.

"일제 사격 개시!"

"파이어!"

"파이어!"

-쾅!

다시 한번 A2가 불을 뿜었다. 이번에는 한발 한발 나눠서 쏜 게 아니라 연속으로 그것도 두 사람이 하나의 목표를 향해 사격했기 때문인지 폭음은 더 컸고, 올라오는 화염의 열기도 강했다.

그리고 폭발이 가라앉은 후의 목표물은 입가에 미소를 그려질 정도로 엉망진창의 모습이었다.

"캬- 완벽해. 이거야말로 아트지. 알비레오. 잘했어."

나를 따라 웃는 알비레오의 어깨를 두드려준 나는 사격 시연을 보여준 두 사람에게도 박수를 보냈다.

"두 분대장이 그동안 사격 시험을 준비하면서 많이 힘들어했다고 하던데. 오늘 사격은 군더더기 없을 정도로 완벽한 모습이네."

"아닙니다!"

"수고했어. 앞으로도 좋은 모습을 기대하지."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군기가 바짝 든 모습이 더더욱 마음에 드는 두 사람이었다.

"영주님. 준비가 다 되었습니다."

"그럼 출발해볼까?"

내 말에 볼튼을 비롯한 친위대. 그리고 자하와 행정관 나인이 말에 올랐다.

"리오 그럼 내가 없는 동안 영지를 잘 부탁한다."

"알겠습니다. 영주님. 부디 조심히 다녀오십시오."

리오에게 대충 손을 흔들어준 나는 그대로 말을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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